Intro.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필름 사진 중앙동아리 찬빛입니다.
완연한 봄이 왔습니다. 여러분은 이 계절을 어디에서 만끽하고 계시나요? 성북천, 석촌호수, 정독도서관… 집 앞 벚꽃나무 한 그루 🌸
벚꽃처럼 계절을 선명히 기억나게 해주는 무언가가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에요.
오늘은 세 명의 출사 기록을 전해드립니다.
찬빛에서의 설레는 첫 출사를 창경궁으로 다녀온 ‘유희’
필름의 관대함을 믿고 국립중앙박물관을 용기있게 담아낸 ‘별생각 없는 동그라미’
선유도 공원에서 반짝이는 한강의 윤슬과 귀여운 고양이를 담은 ‘메론빵’
님도 꽃이 다 지기 전에, 카메라를 들고 나가 이 봄을 가득 담아보아요!
냐홍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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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과 필름 - 유희
안녕하세요, 유희입니다.
오늘 하루도 잘 보내고 계시나요? 벌써 25년의 3분의 1이 지나가 4월이 되었네요. 새로운 만남과 설렘이 가득했던 3월은 잘 보내셨나요? 오늘 제가 들려드릴 출사 이야기는 이번 연도 3월 18일, 찬빛에서 저의 첫 출사입니다.
그날의 출사 주제는 ‘궁’이었습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한국적인 장소인 궁이 첫 출사지라서, 설렘 가득한 마음을 안고 출사길에 올랐습니다. 저희가 선택한 곳은 서울의 5대 고궁 중 하나인 창경궁이었는데요! 하루 종일 날씨가 흐려서 걱정했지만 창경궁에 도착해 카메라를 든 순간 해가 모습을 드러내 따뜻한 느낌의 사진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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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궁 내 호수 근처에는 고양이들이 가득하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창경궁 대온실을 향해 호수 길을 따라 걷던 중 귀여운 고양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을 보고 부원들 모두 조심조심 다가가 카메라를 들었답니다. 다들 아무 말 없이 카메라를 들고 숨죽여 사진을 찍는 모습이 그때 보았던 고양이 못지않게 귀여웠는데요 ㅎㅎ 바람 소리와 셔터 소리만이 귓가에 맴돌던 그 순간을 저는 잊지 못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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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들을 지나 도착한 대온실은 유리 창문을 넘어 들어온 햇살이 초록빛 식물들을 비춰 싱그러움이 가득했습니다. 3월치고는 아직 쌀쌀했던 날씨였지만 햇빛을 머금은 온실은 따뜻한 온기를 품고 있었어요. 아래 사진은 몽글몽글했던 그때의 제 마음과 따뜻했던 분위기가 잘 담긴 것 같아서 이번 출사에서 찍은 사진 중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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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출사 때 유통기한이 지난 필름을 사용해서 그런지 사진들이 전체적으로 안개에 감싸진 느낌이 드는데요, 흐릿한 사진이 아쉽다가도 몽환적인 동화 속에 들어온 것 같아서 오히려 좋아하게 되었답니다! 예상을 빗나간 기분 좋은 결과물은 늘 선물이 되어주는 것 같아요. 제게 필름 카메라는 한 장씩 꾹꾹 눌러 담은 느린 선물 같은 것이라서, 번거로운 과정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취미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선물처럼 찬빛이 제 첫 동아리가 되어 이렇게 첫 출사를 다녀오게 되었어요. 같이 출사를 나온 부원들과는 처음 만난 사이지만, 함께 카메라를 들고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여러 장면을 기록하다 보니 어느샌가 마음이 열려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출사를 마무리했습니다. ‘다음 출사에는 어떤 주제로 어떤 부원들과 함께하게 될까’하며 기대하게 만들어준 하루였어요.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도 다음 순간이 기대되는 날이 있으신가요?
처음이 가득했던 저의 첫 메일링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따뜻한 봄바람이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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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과 필름 - 별생각 없는 동그라미
플래시 없는 실내 촬영. 벌써부터 두려운 단어 조합이다. 높은 확률로 흔들린 사진, 암흑뿐인 결과물, 여러 기상천외한 현상물들을 안겨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런저런 이유로 실내 출사를 떠나야 할 때가 오곤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두 번의 출사를 했다. 처음으로 출사를 나갔을 때는 단 한 컷도 찍지 않았다. 건물의 그 차가운 회색빛이 너무 단조롭게 느껴졌다. 흐린 날씨도 한몫 톡톡히 해냈다. ‘천장에 빛이 들면 예쁜데.’ 아쉬움 섞인 목소리를 듣고 위를 올려다보았다. 확실히 해가 환하게 들면 마음에 들 것 같은 장면이었다.
두 번째 박물관 출사는 바로 그 천장을 찍으러 갔다. 마침 해가 좋은 날이었다. 카메라 노출계에 경고등이 켜져도 박물관은 여전히 고요하다. 필름의 관대함을 믿으며 천장을 찍었다. 벌써 기분이 들떴다. 빨리 현상하고 싶은 마음으로 박물관 이곳저곳을 찍어 댔다. 전시실 안쪽 휴게공간에 빛이 예쁘게 들어와서 한 컷, 마음에 드는 문구를 봐서 또 한 컷.
실제로 현상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왠지 조급한 마음이 들어 학교에서 혼자 출사를 하고, 총 37컷의 사진을 완성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자연광이 없는 사진은 전부 망해버렸다. 어둡고, 흔들리고, 완전히 깜깜한 사진도 있다. 그래도 기분은 썩 나쁘지 않았다. 일단 기대하던 그 장면은 정말 잘 나와 주었고, 뭔가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었고.
유리창에 투과되어 들어오는 햇빛도,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조명 빛도 찍을 만한 매력은 충분한 것 같다. 결과물을 미리 두려워하지 말고, 단조로운 건물 속에서도 한 컷을 찾아내 보자. 실내 출사, 생각보다 할 만할지도?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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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과 필름 - 메론빵
안녕하세요, 심도 구독자 여러분. 메론빵입니다.
아주 오랜만에 여러분께 다시 인사드릴 수 있어 기쁘고 설레는 마음입니다.
찬빛의 매 기수 첫 번째 출사 장소는 ‘한강’이라는 점, 알고 계시나요? 어느덧 저는 벌써 찬빛에서 다섯 번째 학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첫 주차에 한강 출사를 나간 건, 찬빛에서의 네 번째 학기였던 6기의 ‘선유도 공원’ 출사가 처음이었습니다. 사실 출사를 다니다 보면 한강은 꽤 자주 출사를 가게 되는 곳입니다. 그만큼 서울의 여러 한강공원을 가봤지만, 선유도 공원은 그때까지는 아직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던 곳이었어요. 새로운 기수의 첫 출사인데다 처음 가보는 출사지라, 평소보다 더욱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출사지로 향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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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 공원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입구 근처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제가 사용하는 카메라는 ‘캐논 오토보이S’로 초점이 알아서 맞춰지는 자동카메라인데요. 자동카메라는 초점을 매번 직접 조절할 필요가 없어서 편리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곳에 정확하게 초점을 맞출 수 없고, 사진을 현상해 결과물을 확인할 때까지 초점이 어디에 맞춰졌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조금의 불확실성이 있는 카메라입니다. 그런데 정말 운이 좋게도, 위 사진은 앞의 나뭇가지가 아닌 그 뒤에 있는 귀여운 고양이 두 마리에게 초점이 맞아 정말 마음에 들었던 사진이에요. 선유도 공원에는 이 친구들 이외에도 정말 다양한 고양이 친구들이 있으니, 만일 고양이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언젠가 꼭 방문해 보는 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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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 공원 안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다, 한강 가까이에 갔을 때 찍은 사진입니다. 이렇게까지 반짝거리는 윤슬을 본 건 처음이라 다른 부원들과 한참을 다리 위에서 사진을 찍었어요. 어떻게든 윤슬을 더 가까이, 더 선명하게 담고 싶어서 다리 난간 사이로 카메라 렌즈를 넣고 엄청나게 줌 인을 해서 찍었던 사진인데요. 실제로 봤던 만큼의 빛이 담기지 않아 조금은 아쉬웠지만, 지금도 제 기억 속에서는 눈부신 반짝거림이 생생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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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 사진을 찍고 다리를 건너 내려오니, 한강 근처에 돗자리를 펴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볼 때면, 제 마음마저 평화롭게 느껴져 꼭 한 번씩 뷰파인더에 그 모습을 담게 돼요.
이후, 부원들과 함께 잠시 쉬다가 저녁을 먹으러 가면서 출사는 끝이 났습니다. 유독 날씨가 좋았고, 좋아하는 색인 초록색과 파란색이 가득했으며, 귀여운 고양이도 많았던 선유도 공원 출사는 지금까지의 출사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즐거웠던 출사였습니다. 이날, 위 사진들 외에도 꽤 많은 사진을 찍었는데 이 사진들은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여러분께도 보여드리고 싶네요. 이번 글은 여기서 이만 마칩니다. 아직 아침저녁으로는 날이 쌀쌀하니 다들 건강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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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심도 깊은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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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갔던 소풍들이 모두 좋은 날은 아니고,
불완전했을지도 모르지만
어딘가로 떠난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경험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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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김수경 박유영 조현진 홍희서
교정 이지민 정유민 홍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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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도의 98번째 이야기,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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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음 주 금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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