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필름 사진 중앙동아리 찬빛입니다.
꽃이 서서히 피어나는 봄과 함께, 심도 Vol.6가 님의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초점은 사진 속 피사체를 또렷하게 담아내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입니다. 어디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달라지기 때문이에요.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초점이 흐려진 사진처럼, 삶의 초점도 때때로 흐릿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렌즈를 조정하면 다시 선명해지듯, 우리의 초점도 천천히 맞춰가면 되는 거겠죠.
어떤 감정이든, 어떤 순간이든, 나를 움직이게 하는 힘을 발견하는 것—그것이 바로 나만의 초점이 될 테니까요.
냐홍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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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과 필름 - 수아
안녕하세요. 작년에 이어 심도에서 다시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분명 따뜻해지기 시작한 3월이었는데, 이번 주에 눈이 내려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님께선 갑자기 찾아온 눈과 인사를 나누셨나요?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고 간 눈은 겨울이 되면 돌아오겠죠! 그때까지 여러분과 함께 심도를 읽어나가면 좋겠습니다. :)
초점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하다가, 마침 딱 맞는 게 있어서 적어보았습니다. 2학기에는 제가 바빠서 정말 좋아하는 찬빛의 활동에 많이 참여하지 못한 게 아쉬웠습니다. 종강을 하고 나서도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출사를 나갈 수 있었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 출사여서 더욱 기억에 남기도 하네요. 셋이서 낙산 공원을 가기로 했습니다. 사실 저는 공원이라는 말에 당연히 평지에 있는 평범한 공원을 생각했습니다. 구두를 신고 나간 지 30분 만에 후회했습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나간 출사는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학교를 졸업하여 정말 마지막 출사를 나온 언니, 1년을 함께 지낸 친구와 함께 돌아다니면서 열심히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마침 날씨도 적당히 시원해서 기분이 좋았던 것 같아요. 고양이가 많아서 더 좋았습니다. (귀여운 고양이!)
바쁜 나날 속에서 이렇게 여유롭고 행복한 순간들로 늘 자신을 지탱하는 것 같습니다. 이건 앞으로도 분명 그럴 테고요. 절 지탱하는 작은 순간들을 돌아보면, 친구들과 함께 수다를 떨거나 밥을 먹은 기억, 그리고 찬빛에서 있었던 크고 작은 기억들이 많이 생각납니다. 올해는 작년에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만큼 제가 행복할 수 있을 순간들에 초점을 맞추어 살아보자! 라고 다짐했습니다. 말은 내뱉으면 진짜가 된다는데, 이렇게 글로 남기면 정말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럼 다음 글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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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출사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분명 초점을 맞췄다고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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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과 필름 - 반장갑
잠에서 깨어났을 때 가끔 눈의 초점이 흐려져 앞이 잘 보이지 않았던 그런 경험이 다들 있으신가요? 저는 그럴 때마다 조마조마하게 아무 이상이 없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천천히 원인 파악을 하고 문제 해결을 해나갑니다. 물론 이미 여러 번 반복된 일이라 누군가에게는 덤덤한 일이 될 수도 있지만 태생이 겁쟁이인지라 오늘도 똑같은 일에 겁을 먹고는 합니다. 뭐, 평소에 성격이 급한 편이라 오히려 이런 소심한 면이 같이 있는 게 다행인 것 같기도 합니다.
안녕하세요, 이렇게 메일링 서비스로 처음 뵙게 된 반장갑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저의 글로 여러분을 맞이하게 될 생각에 타자 소리가 두근거리는 소리처럼 느껴지는 나른한 월요일 오후입니다. 아직 현상한 사진이 별로 없어 ‘나의 중심’을 주제로 글을 적기에는 한계가 있어 ‘초점’이라는 단어에 집중하여 글을 작성해 보았습니다. 다음 달부터는 조금 더 풍부한 사진과 주제로 돌아올 테니 앞으로 저의 글과 심도에 많은 사랑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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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생각하는 ‘자동 필름 카메라’의 장점이자 단점은 조작 방법이 쉽다는 것인데요, 이 두 사진이 딱 그 두 가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필름 카메라의 조작법이 그저 ‘동그랗고 큰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된다’라고만(그다지 틀린 말은 아니지만요) 알고 있었던 저는 갑자기 전에는 터지지 않았던 플래시가 터져 당황한 나머지 플래시 해제 버튼을 누르지도 않은 채 똑같은 장소에서 약간 삐뚤어진 채로 다시 같은 사진을 찍고 맙니다. 둘 다 플래시 때문에 초점이 나가버렸지만 실루엣을 통해 누군지 알아볼 수 있기도 하고, 필름 카메라 초보자 그리고 고등학교 신입생의 풋풋한 느낌이 잘 나 애정하는 사진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항상 무언가를 시작할 때 접근성이 좋은 것으로 시작하고, 무언가 아쉬운 부분이 생기면 그런 아쉬운 부분을 조금씩 채워가면서 우리는 성장해 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의 저는 자동 필름 카메라의 플래시를 원할 때에 끄고 켤 수 있으며 카메라 필름의 감도에 대한 대략적인 이해까지 한 상태입니다. 이다음으로는 흑백 필름과 아직 사용해 보지 않은 집에 있는 모든 자동 필름 카메라에 각각 하나의 필름 롤을 완성한 후 반자동 필름 카메라에 입문해 보는 것이 올해의 목표입니다! 구체적인 목표가 성공에 더 가까워지게 해준다는 말이 있듯이, 목표를 조금 더 자세히 적어본다면 ‘줌인과 줌아웃’ 그리고 ‘초점 잡아보기’ 이렇게 두 가지를 꼭 이루어보고 싶습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문득 여러분의 올해의 목표가 궁금해집니다. 저는 완전히 게으른 사람인지라 목표가 필요하지 않으면 굳이 세우려고 하지는 않지만 가끔은 작은 목표를 정해 놓는 것도 지루하고 답답할 수 있는 인생에서의 숨구멍이 되어주기도 하더라고요. 저는 이제 다시 현생으로 돌아가 포스트잇에 오늘의 목표로 ‘더러워진 책상 청소하기’를 적고 벽에 붙인 후 앞으로의 일정과 소소한 목표를 이루러 갑니다. 여러분의 하루가 어떨지는 몰라도, 여러분의 오늘을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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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과 필름 - 시끄러운 먼지
안녕하세요, 저번 시즌에 이어 다시 돌아온 시끄러운 먼지입니다. 님에게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다시 전할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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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삶을 살아가며 어떤 것들에 초점을 맞추고 사시나요? 그 초점이 어떤 가치가 될 수도, 사람이 될 수도, 사물이 될 수도 있겠죠. 오늘은 저의 초점, 중심에 대해 말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현재 삶 속에서 중심을 두고 있는 부분은 바로 ‘지금’입니다. 이렇게 말하니까 뭐야, 싶기도 하고 굉장히 모호해 보이는데요. 과거의 저는 정말 많은 것들이 제 삶의 중심이었습니다. 좋은 영화를 보면 그 영화가 말하는 것이 중심이 되었고, 마음에 들어오는 어떤 말을 들으면 그 말이 제 삶의 중심이 되곤 했습니다. 또 과거를 돌아보며 과거에서 자꾸만 교훈과 아쉬움을 찾았습니다. 한마디로, 제 삶의 중심은 너무 많은 것들에게 영향을 받았고 지나치게 자주 바뀌곤 했죠. 그러다 한번은 마치 과부하가 걸린 듯한 느낌이 들었고, 진짜 ‘나’는 뭐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 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습니다. 이후 많은 고뇌의 시간을 거쳐 내린 결론은 ‘지금’ 일어나는 일을 중심에 두고 살아가자!였습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나 자신이 삶의 중심이 되고 과거가 아닌 현재가 나의 초점이 되는 삶을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렇지만 생각이 쉽지, 정말로 그렇게 살아가는 것은 사실 어렵습니다. 아직도 저는 문득 과거를 떠올리며 허공에 발길질을 하고, 영화를 보고 나와선 이 영화가 내 삶을 바꿀 것 같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결국 ‘나’라는 사람은 지금을 사랑하고, 그런 현재가 중심이 되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어쩐지 마음이 편안해지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뭔가 잘 살아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초점을 어디에 맞추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사진이 나오는 것처럼, 삶도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살아가냐에 따라 내 삶의 사진들은 확연히 달라지겠죠? 부디 그 사진들이 만족스럽길 바라며,
시끄러운 먼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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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지금 당장 여기서
글과 필름 - 진담
매 순간마다 1초를 살아내고, 그 결괏값을 시간 수평선의 뒤쪽으로 넘겨버린 후, 또다시 1초를 살아내는 무한한 과정에 놓여 있습니다. 이런 힘겨운 삶 속에서 어떤 것에 초점을 맞춰야 <나의 삶>이라는 제목의 책 속 ‘챕터 2025’에 얼마나 많은 인덱스를 붙일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열심히 앞만 보고 달리면 언젠가 펼칠 ‘챕터 2040’이라는 하이라이트엔 무수히 많은 인덱스가 붙으려나, 생각했습니다. 그런 지 한 시간 후, 인생 최고의 딸기 케이크를 먹고 나서 저는 인덱스를 쥐고 이 딸기 케이크를 먹은 순간의 페이지를 펼쳐두고 고민했습니다. 고작 이런 일을 ‘즐거웠고 행복했던 사건’으로 인생 전체에서 영원히 기억해도 좋을지 말입니다.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그때처럼 그렇게 행복했던 순간은 좀처럼 없었습니다. 어렸을 때 사이다를 처음 먹었던 그때가 정말 행복했더라, 생각하며 이제 앞으로 마주할 모든 ‘최고의 딸기 케이크’의 순간에 인덱스를 붙이리라 결심했고, 작은 노트에 그 많은 순간을 매번 자세히 적어 내렸습니다.
그렇게 쌓인 내 순간들을 쭉 돌아보니, 내 삶의 초점은 말 그대로 보이는 것 자체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무엇 하나에 집중하는 삶이 아닌 내 눈동자의 초점이 닿는 그것을 잡아두며 모았습니다. 자세히 본 제비꽃잎의 살결. 산책길에 본 강아지의 커다란 꼬리. 오랜만에 맞는 강한 햇빛. 애정을 담은 나의 눈은 보이는 족족 사랑했고 또 행복했습니다. 이 지구에도 날 행복하게 하는 멋진 순간들이 이렇게 많았구나, 생각하며. 언젠가 영원히 떠나버리고 싶은 날이면 이 노트를 펼쳐봅니다. 언제든지 난 삶의 순간에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생각하며. 또다시 시선에 애정을 담습니다.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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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 모아온 귀여운 소라게들
지금 당장 여기서, 사랑하기.
이후에 오는 후회는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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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심도 깊은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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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소적인 태도를 가지기 쉬운 세상에서 다정은 연약해 보이지만
사실 그 무엇보다 강하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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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김수경 박유영 조현진 홍희서
교정 이지민 정유민 홍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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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도의 97번째 이야기,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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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음 주 금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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