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오카, 오호리 공원 옆을 하염없이 걷고 있다.
H는 디저트를 위해 아침 10시부터 지하철을 타고 유명한 가게가 많다는 오호리 공원에 도착했다. 쌀쌀하지만 차분한 공원에 앉아 여유를 즐기다, 더는 추위를 견디기 힘들어 카페로 자리를 옮기는 중이었다.
“여기가 어디지?”
언니, 동생과 함께 지도를 보면서 길을 찾았다. 먼저 가려고 한 가게는 문을 닫았다. 실패였다… 그리고 첫 번째 가게와 가까운 다른 가게 역시 실패였다. 웨이팅이 너무 길었기에 추위에 떨고 있던 셋은 동시에 포기했다. 그리하여 마지막 가게로 열심히 걸어가게 된 것이다. 공원 밖으로 나와 낮고 고급스러운 주택가를 요리조리 걸어 다녔다. 건물들 사이로 공원이 슬쩍 보였다.
낡은 2층 건물 앞에서 셋은 걸음을 멈췄다. 입구와 출구가 각각 있는 작은 가게였다. 문을 열고 좁은 복도를 따라 걸어가니 막 구운 듯한 빵 냄새가 한 발짝 더 가까워졌다. 안쪽의 문을 하나 더 여니, 드디어 빵이 보였다. 아이들이 줄을 선 것처럼 나란히 진열되어 있는 갓 구운 빵들이 잔뜩 있었다! 소박한 소금빵조차도 정말 맛있어 보였다. H는 차분하게 정신을 차리고 쟁반을 들었다.
‘좀 이따가 점심 먹을 거니까 딱 하나만 고르는 거야.’
반숙 달걀이 올라간 빵… 달걀을 좋아하는 사람은 고민했다. 진짜 맛있을 텐데, 방금 구운 거면 따뜻하고 말랑할 텐데… 배의 포만감을 고려하여 눈을 감고 포기했다. 팥앙금이 듬뿍 들어간 단팥빵. 너무너무 맛있어 보였다. 반으로 가르면 팥에서 김이 나는 건 아닐까? 하지만 오늘은 팥 기분이 아니었다. 다른 빵들을 구경하다 지나칠 수 없는 빵을 봐버렸다.
레몬 케이크 빵. 이거다!
상큼한 아이싱이 살짝 올라간, 동그랗게 부풀어 있는 빵. 마음에 빵이 둥글둥글 가득 찼다. 각자 빵을 하나씩 고르고 음료를 골라 계산했다. 우유를 마시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메뉴에 없는 것 같아 레모네이드로 통일했다. 그리고 H는 5분 뒤 후회했다. 레몬 맛이 나는 빵을 골라놓고 레모네이드를 선택하다니, 정말 바보 같은 실수가 아닐 수 없다. 빵이 주는 감동을 온전히 느낄 수 없는 선택이었다… 물론 음료도 맛있긴 했지만.
따뜻하고 조용한 가게에 앉아 여유를 즐기던 셋은 빵의 흔적도 없이 사라진 쟁반을 바라보다,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났다. 점심을 먹을 차례였다. 디저트 다음에 밥을 먹는 건 평소와 정반대의 순서였지만, 여행 중엔 오히려 신나고 재밌을 뿐이었다. 어쨌든 단짠단짠이 아니겠는가. 일본에서 먹은 디저트 리스트에 맛있는 레몬 케이크 빵이 추가되었다.
📍 ロヂウラベーカリー黒門店
〒810-0055 福岡県福岡市中央区黒門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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