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일으키는 말은 무엇일까. 위로의 뜻으로 가장 많이 건네어주는 말은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이다. 과연 이 말이 옳을까? 처음에는 마냥 틀린 말 같았다. 상대방이 건넨 그 말은 미래의 나에게 기대를 걸어보라는 말일뿐, 현재의 나에게는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괜찮아질 것이라 믿으라 했던 ‘미래’로 가는 길에는 괴로움과 외로움이 기다리고 있고, 나는 또다시 이겨내기 위해 부단히 애써야 한다. 결국 힘든 시간 속 나의 노력도 없으면 시간의 약효도 없다.
그런데 야속하게도 시간은 사람이 느끼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흐른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었다. 그리고 깨닫지 못했었다. 끝이 날 것 같지 않은 순간도, 긴 터널 속에 있는 것 같은 상황도 언젠가는 끝이 있다는 사실을.
그 순간부터 시간의 힘을 믿어보았다. 눈 떠보니 시간의 끝에 와 있고 그 순간과 이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영원히 닫히지 않을 것 같았던 문을 직접 잠그며 탈출할 수 있었다. 시간의 순리를 통해서 느낀 해방은 어떤 시련이 와도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는 것, 기다리면 이 순간도 웃으며 바라볼 또 다른 과거가 될 것이라는 조언이 되었다.
When I find myself in times of trouble (매번 내가 곤란에 처할 때)
Mother Mary comes to me (성모 마리아가 내게 다가와)
Whisper words of wisdom let it be (순리에 맡기거라 라고 지혜롭게 속삭이셔)
Let it be (순리에 맡기거라)
- The Beatles, <Let it be>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주었던 비틀스의 노래에서도 알 수 있다. 힘든 시간에서 이겨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가끔은 아무런 생각 없이 순리에 맡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을.
이렇게 생각한다고 한들 미래의 내가 짊어야 하는 것이 없어지지 않지만, 그것 또한 결국 잘 이겨낼 것이라고 믿고 부담을 내려놓아야 한다.
시간이라는 치료법의 본질은 헤쳐 나아가는 나를 굳게 믿고 잠시 멈춰 숨을 고르라는 뜻이다. 그때부터 온전한 위로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순리에 대한 나의 사색이 누군가의 위로의 한 마디로 다가오길 바라며.
Fil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