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조금 엉뚱한 이야기로 시작하려고 해요.
사실 야경이라는 주제를 들었을 때
저는 수족관의 야경에 대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늘 해오던 생각이 있었거든요.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그곳에서 물고기들은 낮과 밤을 어떻게 구분할까, 늘 궁금했습니다.
그전에는 해와 달로 밤과 낮을 구분했다면
지금은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거대한 수조 안에서 헤엄치고 있으니까요.
이제는 관람객들이 그들에게 시계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낮에 왔던 수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오고 가지 않으면 ‘이제 밤이구나’라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시끌벅적하던 수족관이 밤이 되어 조용해지면,
물고기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그리고 모두가 잠든 밤에 그들은 어떤 꿈들을 꿀까요?
만약 이 물고기들이 바다에서 왔다면,
그들이 바다에 있을 때 보았던 그 야경들을 기억하고 그리워할지 궁금합니다.
바다에 은은히 비치던 달빛을,
금방이라도 물에 떨어질 것 같은 수많은 별들을,
제가 물고기였다면 꽤나 그리워할 것 같습니다.
수족관에 가면 늘 무언가 말하고 싶은,
그런 눈을 하고 있는 물고기들을 보며,
저는 가끔 이러한 생각들을 하고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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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낮보다는 밤에 더 생동감 있는 새벽형 인간으로서
야경을 참 좋아합니다.
힘든 시험 기간에 유일하게 즐기는 것이
새벽에 나 혼자 깨어있는 것 같은 고요한 분위기의 야경을 즐기는 것이니까요.
모든 곳이 반짝이는 불들로,
그리고 활기 넘치는 사람들의 시끌벅적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던 서울이
새벽이 오면 하나 둘 빛을 잃기 시작합니다.
빛을 잃는 건 슬픈 일이 아닙니다.
밝을 때는 보지 못했던 것들을 만나게 되니까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 불이 켜진 곳보다 꺼진 곳이 더 많아졌을 때,
그 서울의 모습은 밤하늘의 모습과 닮아있습니다.
넓은 밤하늘에 꺼지지 않은 별들이 수놓아져있는 것처럼
모두가 잠든 밤에도 잠들지 않고 깨어있는 몇몇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저는 제가 그 별들 중 하나가 된 것 같은 기분을 참 좋아합니다.
그래서 때때로는 그 풍경을 보기 위해 무거운 눈꺼풀을 견디기도 하죠.
그런 야경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낮에는 잘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주인공이 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늘 존재하고 있지만 낮에는 더 빛나는 것들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밤이 되면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며 그 자태를 드러내기도 하니까요.
여러분들이 밤에 드러나는 것들 중 사랑하는 건 무엇인가요?
저는 꽤나 특이한 걸 사랑합니다.
낮이면 모두가 바쁘게 지나치는 그 도로가 텅 빈 모습을
저는 좋아합니다.
그렇게 많던 서울의 차들도
지나가지 않는 시간대가 오면
시끄러운 소리,
매캐한 연기,
답답한 교통 체증으로,
항상 꽉 차있던 도로가
속 시원하게 뻥 뚫려있는 모습이 좋습니다.
저는 한 번쯤 텅 빈 도로를 가로질러 달려보고 싶습니다.
유일한 빛은 신호등이고,
유일하게 도로에 나와있는 사람은 저뿐이고
그 외의 모든 것들은 잠들어있을 테니까요.
그런 일은 분명 신이 날 테고,
또 분명 자유로울 테니까요.
우리에게 그런 자유를 상상하게 하는 그 야경이 저는 참 좋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야경을 사랑하시나요?
Fil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