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필름 사진 중앙동아리 찬빛입니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면 꼭 하얀 부분만 밟고 지나가던 어린 저와 님은 이렇게 자라 어른이 되었습니다.
어른이 된 우리는 이제 아침 횡단보도 앞에서 신발끈을 꼭 묶으며 오늘을 살아감을 다짐합니다.
매일 마시는 캔 커피, 오늘도 올려다본 공원의 하늘, 박자에 맞춰 걷는 발걸음.
오늘은 캔 커피에서 특별한 찌그러짐을 발견할 수 있고, 올려다본 하늘에선 별안간 폭죽이 터질 수 있습니다. 음악의 박자가 빨라져 보폭이 줄어든다면 그것대로 새로운 즐거움입니다.
순간을 사랑해 내 것으로 만든 부원들의 이야기가 여기 이어집니다.
진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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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과 필름 - 못
안녕하세요 님
새로운 해에서 인사드리는 못입니다.
그저 그렇게 반복되는 따분한 일상도 새해가 밝았다는 이유만으로 조금은 반가워지지 않나요. 저는 올해는 매일 다가오는 하루들을 더 반갑게 맞이하며 정돈된 일상을 보내보려고 해요.
님은 새해를 맞아서 새로이 실천하기로 다짐한 습관, 루틴 등이 있으신가요? 저는 예측 불가능한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편이에요. 우리의 삶은 알 수 없는 것들로 가득 차있으니, 매일매일이 조금씩은 두려워요. 붙잡을 수 없는 많은 날들 속에서 이 하나만큼은 온전히 내가 해내고 있다는 안전함을 느끼려 루틴을 행하는 것 같기도 해요. 반복되는 일상이 지겨워 역설적으로 그 반복을 깨는 루틴이 있을 수도, 불안을 잠재우려 일상을 달래는 루틴이 있을 수도 있겠네요. 저의 루틴들은 주로 후자에 해당하는데요. 그런 루틴들에 무엇이 있는지 소개할게요.
🎒 여행: 플레이리스트 만들기, 여행 수집 노트 쓰기 • • •
이전 심도 ‘플레이리스트’ 편에서도 이야기한 적 있는데, 여행을 떠날 때마다 그 여행을 준비하며, 여행 내내 듣기 위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곤 해요. 파리로 떠나는 여행에서는 Taylor Swift의 Paris로 시작하는 플레이리스트를 들었고요, 혼자 떠나는 여행마다 레드벨벳의 Cool World를 들었습니다. (Cool World의 노랫말이 참 사랑스러워요!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으실 때 들어보세요!) 또, 여행마다 한 권의 노트를 씁니다. 노트의 첫 페이지에 여행 장소를 크게 적어놓고, 여행 준비부터 여행 내내의 기록도 모두 담아와요. 좋아하는 걸 맘껏 보고 듣고 누린 시간들을 종이 위에 담는 그 순간들이 맘속에서 오래도록 반짝이더군요. 님도 여행을 떠날 때 플레이리스트 하나, 노트 한 권과 함께하시는 거 어떨까요? 노래와 필름으로 기록된 <여행지>라는 영화가 있다면 우리는 그 영화의 음악 감독, 로케이션 섭외, 콘티 등을 맡는 거죠 ( ⸝⸝⸝ᵔ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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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ew in Saigon - Specialty Coffee
혼자 떠난 호치민 여행의 마지막 날, 여행 수집 노트를 적었던 카페의 풍경입니다. 호치민에 가실 계획이 있다면 추천드립니다!
🌅 새로움을 맞이하며: 노트 맨 뒤에 쪽지 적기, 월간 정산, 스투키에 물주기 • • •
새로움을 맞이하며 하는 루틴이 몇 가지 있습니다. 자잘하게는 매달 1일에 칫솔을 교체해 주고, 세탁조를 청소하거나 하는 대청소를 하는 것부터 새로운 공책을 맞이할 때의 루틴까지 말이죠. 새 일기장을 사거나, 선물할 때면 맨 뒷 장에 쪽지를 적어둡니다. 이 노트를 다 쓴 날을 위한 편지처럼요. 새로운 주를 맞이할 때면, 다음 주의 일정과 할 일을 업무, 공부, 개인 등으로 분류해서 적어놓아요. 다가오는 한 주도 차근차근 잘 나아가보자는 마음을 담아서 벌써 8년째 해오고 있는 루틴입니다. 새로운 달을 맞이하기 전에는 그달의 노래, 행복한 순간, 소비, 공간 등을 정산해 봅니다. 저만의 월간 시상식인 거죠. 한 해 동안의 월간 정산을 모아보면 그간의 취향의 축적과 변화를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해요.
저의 루틴들은 루틴이라고 하기엔 너무 사소할지 모르지만, 수년째 저와 함께하며 저를 평온하게 해주고 있답니다.
님이 하는 크고 작은 루틴들에는 무엇이 있나요? 추천해 주실 루틴이 있다면 언제든 공유해주세요!
님의 매주 금요일 루틴에 심도를 읽기가 들어갔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이야기해 보며 마칠게요 ( ⸝⸝⸝ᵔᵔ⸝⸝⸝ ) 2025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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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떴다면, 감을 것
글과 필름 - 영원
‘특정한 순간에 이루어지는 것’
이것이 가지는 범위의 구체성을 설정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자.
나는 이것을 온전히 실행할 수 있겠냐고 자문했으며, 모든 때를 불문하고 생각은 필연적이며, 행동은 당위적이라고 자답했다. 한 마디로 그것은 내가 쉽게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가령 ‘뜨고, 감기’가 ‘특정한 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에 대해서.
나는 1년 중 밤이 참으로 길다는 하지부터 동지까지의 시절 동안 다양한 색의 새벽을 유독 자주 만났다. 우선, 이불 속에서 눈을 아무리 ‘뜨고, 감기’를 반복해도 영영 밤이었기에, 내 방 베란다가 보여주는 다층적인 하늘의 색을 시시각각 보았다. 이 시기 유독 나에게 쏟아져 내리던 타인과 나의 세계 사이의 끝이 없는 합과 충의 현장도. ‘뜨고, 감기’는 밤에도 낮과 다름없이 이루어져야 할 사명을 가지고 있음을, 또한 사명의 완수를 통해 무의식 세계는 휴식을 얻어야만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다양한 세계를 만나고 이를 넓히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뜨고, 감기’의 빈도가 잦아야만 했다.
사실 어쩌면 이때 내가 무의식으로부터 계속 벗어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것은 영원히 실존할 수 없는 세계가 만들어낸 산물의 불규칙한 연속성이 만들어낸 파동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잊고 싶은 기억과 보고 싶은 얼굴의 반복이 평화를 수호하는 본래 나의 뇌파를 밀어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의 껍질이 가장 얇아지는 순간에 나를 모방했을 뿐인 다른 파형의 침입을 느낄 새도 없이 내가 벗겨져 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정신이 살아나고 육체가 죽어버리는 시간은 매 순간이 진실 혹은 거짓이 보낸 속임수를 속절없이 겪어야 하므로.
내가 모르는 사이에 자의 없이 나의 파동을 바꿔치기 당했다면,
그렇기에 더 이상 스스로 ‘특정한 순간’을 규정할 수 없게 되었다면,
나는 ‘뜨고, 감기’가 ‘특정한 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에 대하여 자신 있게 단언할 수 있을까.
그러므로 나는 한 번 더 자각해야만 한다.
점점 길어지는 낮의 길이 속에서 내가 다시금 해야 하는 일이 있다는 것을.
“반드시 떴다면, 반드시 감을 것을.”
Film.
규칙을 부수기 위한 규칙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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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과 필름 - 희미
안녕하세요, 희미입니다. 어떤 행동이 루틴이 되기까지는 많은 과정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한 번의 행동으로 시작했지만, 그 행동이 반복되며 점차 나만의 작은 의식으로 자리잡게 되니까요.
저에게도 약간의 행운이 필요할 때마다 하는 루틴이 있는데요. 바로··· 소박하지만! 페퍼톤스의 ‘행운을 빌어요’라는 노래를 듣는 것입니다. 약간 미신과도 같은 이 행동이 저의 루틴이 된 별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이 노래를 듣고 나서 우연히 제가 간절하게 원했던 결과를 얻게 되었거든요. 물론, 이 노래와 그 결과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없을 겁니다. 그렇지만 이 노래를 들을 때면 누군가가 나를 위해 진심으로 행운을 빌어주고, 그로 인해 약간의 행운이 따르는 것 같습니다. 우연이겠지만요!
이건 또 다른 저의 루틴인데··· “새해에 처음 듣는 노래대로 한 해가 흘러간다”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어쩌면 이 말은 새해를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바람을 노래에 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매년 새해가 밝으면 어김없이 ‘행운을 빌어요’를 새해 첫 노래로 듣습니다. 한 해의 시작에서 나 자신에게, 그리고 내 주변의 모든 이들에게 행운을 빌어주는 의미로요.
이렇듯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루틴이 있을 겁니다. 그것은 행동일 수도, 습관일 수도, 혹은 저처럼 한곡의 노래일 수도 있겠죠. 중요한 것은 그것이 자신에게 의미를 주고, 위안을 주며, 조금이라도 더 나은 하루를 만들어준다는 점일 것입니다. 때로는 우리의 평범한 행동들이 삶에 특별한 힘을 불어넣을 수 있으니까요.
그럼 2025년에도 “긴 여행의 날들, 끝없는 행운만이 그대와 함께이길!”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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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심도 깊은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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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은 마음 속에 떠돌아다니는 무의식을 현실 속에서 비추는 거울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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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조현진 최재원 홍수아
교정 유수민 유혜원 이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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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도의 90번째 이야기,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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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음 주 금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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