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필름 사진 중앙동아리 찬빛입니다.
새해에는 늘 새롭게 살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일찍 일어나고,
운동을 하고,
매일 책을 읽겠다고요.
하지만 매년 잘 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작년의 아쉬움과
새로운 한 해에 대한 기대와
약간의 조바심이 담긴 게
다짐이 아닐까요.
과거의 내가 놓쳤던 무언가를 올해엔 얻겠다는 다짐.
그것만으로도 다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찬빛의 다짐엔 어떤 게 담겨 있을까요?
수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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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과 필름 - 시끄러운 먼지
다사다난했던 2024년이 드디어 끝나고, 안 올 것 같던 2025년이 찾아왔네요. 벌써 2025년이라니... 이런 숫자는 제가 어릴 적만 해도 sf 영화에나 나올 연도인 줄 알았는데 말이에요!
여러분은 새해가 오면 어떤 다짐을 하시나요? 저는 새해가 오면 어쩐지 뭐든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 말도 안 되는 다짐을 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대단한 포부를 담은 다짐보다는, 이번 한 해도 무사히 잘 살아갈 수 있을 만한 다짐을 해보려고 해요.
저의 다짐은, 이번 한 해를 ‘온전히 살아가는 것’입니다. 큰 성취를 이루기보다는 매일 크게 웃을 일이 하나씩만 있는 하루가 작년보다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소소한 행복을 놓치지 않고, 순간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다짐해 봅니다.
여러분도 올 한 해 소소한 행복이 가득하시길 바라며, 이번 연도가 우리 모두에게 좀 더 따뜻하고 밝은 해가 되길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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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무언가 ‘다짐’하고 싶어질 때마다 광화문을 찾아갑니다. 웅장한 광화문을 보고 있으면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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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생은 바다처럼!
글과 필름 - 흰동가리
어느새 또 한 해가 지나갔습니다. 저에게 2024년은 정말로 변화무쌍하고, 무책임하게 흘러가 버리는 시간이 마냥 야속하게 느껴지는 한 해였습니다. 머릿속을 어지럽게 떠다니는 일 년 동안의 기억 중에는 기쁜 것, 슬픈 것, 외로운 것… 이외의 많은 감정들이 역시 존재합니다만, 이들을 모두 뒤편에 남겨 두고서 내일로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조금은 애석하기도 합니다.
제게 남은 수많은 기억 중 유독 심지가 굳은 것들은 바다에 관한 일입니다. 가만 눈을 감아 보면 친구들과 부산 바다에 놀러 갔던 것, 수족관에서 바다 친구들을 봤던 것, 또 강릉 바다로 출사 나갔던 것들이 전부 떠오르네요.
언제부턴가 바다를 참 좋아했습니다.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끝없이 이어지던 상념이 뚝 그치는 듯한 느낌이 드니까요. 정말 행복한 일이지요. 그래서인지 저는 몇 년 전부터 ‘바다처럼 살아가야겠다.’라는 다짐을 줄곧 해 오곤 했습니다. 그리고 이 다짐은 올해에도 유효할 것 같습니다.
바다처럼 산다는 말이 조금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나름의 의미가 있습니다. 바다는 모든 걸 집어삼킬 듯 파도가 몰아치다가도 때론 조용하고, 아주 깊은 물속에는 셀 수도 없이 많은 생물이 살고 있고…… 여하간 이런 바다의 특성을 닮으면 세상도 살아갈 만하겠다 하는 마음입니다.
올해도 참 많은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막연한 예감이 듭니다. 또 새로운 일 년을 마주하는 게 솔직히 약간 두렵기도 하지만, 바다처럼 자유롭게 휩쓸리며 살다 보면 분명 우리는 저 멀리까지 나아가 있겠지요.
글을 한바닥 적어 놓고 나니 왠지 다짐보다는 삶의 모토에 더 가까워진 것 같아 조금 머쓱합니다. 하하. 오늘도 저의 두서없는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운 겨울 따뜻하게 보내세요:)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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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냄새는 죽은 생물들이 내는 냄새래”
그렇게 말하던 너의 살은 푸르고 짠 냄새가 났지
-황인찬 「너의 살은 푸르고」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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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과 필름 - 하나
얼마 전 친구들과 우스갯소리로 이런 이야기를 했었어요. 2025년은 소설 또는 영화에나 나올 법한 연도라고. 날짜를 쓸 때 20245라고 자꾸만 고쳐 쓰게 되는 건 제가 아직 지난해를 놓아주지 못해서일까요. 명백히 보내줘야 하고 놓아줘야 하는 것들은 자꾸 생겨나지만 전 그걸 받아들이는 게 늘 힘든 것 같습니다. 그게 무엇이든, 오래도록 곁에 있어 줬으면 좋겠다고 자주 생각합니다. 기억, 사람, 향기 같은 것들 말이에요.
2024년엔 단지 쉬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휴학을 하게 되면서, 초반의 몇 개월을 초조함과 다급함으로 보냈습니다. 왠지 휴식만 취하면 안 될 것 같고 무언가 커다란 목표를 세워서 이뤄내야 할 것 같았어요. 그러나 휴학 생활을 이미 겪어본 주변의 선배들 이야기를 들으며(생각해 보니 모두 찬빛 부원들이었네요. 언니들 항상 고마워요.),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지 갈피를 잡았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최고의 한 해를 보냈어요. 지금까지 보낸 2n 년의 시간 중 가장 행복한 한 해였다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로요.
작년 초에 세웠던 구체적인 다짐은 전혀 기억나지 않습니다. 만다라트를 그려보기도 했는데… 지금 보니 이룬 게 몇 개 없네요.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고 하지만(그리고 아직도 어떤 상황에선 이 말이 조금은 유효하다고 생각하지만), 제가 작년을 통해 깨달은 사실은 낙원을 찾아 도망치면 그만이라는 겁니다. 제자리로 돌아올 언젠가를 기약하며 잠시 떠나는 이의 도피는 도망이 아니라 여행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맘때쯤에 생각해 보는 올해의 다짐은, 작년 한 해 동안 얻은 에너지를 기반으로 다시 잘 살아가자는 것. 또다시 지칠 때면 스스로가 찾아놓은 낙원으로 잠시 여행을 갔다가 돌아오자는 것. 그것입니다.
지칠 때면 잠깐 쉬어가라는 말, 힘들 때 가장 듣기 싫은 말 중 하나였는데 결국엔 사실이더라고요. 아무리 쉴 수 없을 정도로 바쁘고 힘든 상황이더라도 어떻게든 쉬려고 하니 쉬어지더랍니다. 그 사실이 처음엔 우스웠던 것 같아요. 하지만 여러분에게도 언제든지 떠났다가 돌아올 수 있는 낙원이 존재하면 좋겠어요. 어떤 상황이든지 자신의 안위를 고려하고, 자신의 안쪽을 자꾸만 들여봐 주었으면 좋겠어요. 전 그걸 진심으로 바랍니다. 우리 올해도 함께 잘 살아가 보아요.
Film.
수많은 다짐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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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제는 진짜
글과 필름 - 매실
_기록하자.
‘올해부턴 달라지겠어!’의 시기가 또다시 찾아왔다. 하지만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작년의 다짐이 새해가 되면 재활용되곤 한다. 나를 희망차게 하고 후회하게 만든 여러 다짐 중 여전히 성공하지 못한 항목은 바로 일기 쓰기이다. 1, 2월은 빼곡하게 채우다가 3월부터 텅 비어버린 다이어리가 총 네 권 있다. 결국 마음의 짐으로만 남은 다이어리는 구석으로 밀려나고, 기록을 회피하게 되었다.
대신 사진을 많이 찍었다. 핸드폰 사진첩을 바라보며 일상이 잘 보관되고 있다고 믿고 안심했다. 하지만 작년 여름 즈음부터 용량이 부족해졌고 사진 정리를 미루다가 결국 몇몇 파일이 손상되어 불러올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특히 좋아했던 바다에서의 추억이 사라져서 많이 속상했다. 근데, 그 순간들이 과연 온전히 시각적인 것으로만 이뤄졌을까? 그때 느꼈던 생각과 감정, 나눴던 대화, 냄새와 소리, 촉감이 더 특별했던 건 아니었을까? 나는 다짐했다. 감각을 보관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인 일기 쓰기를 다시 시작해 보기로. 나만의 글씨로, 종이에 잉크를 묻혀가며 써 내려간 일상의 기록을 통해 흘러가는 시간 속 오늘을 생생히 기억하고, 훗날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되돌아볼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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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무엇을 먹었는지 말씀해 주세요. 그럼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드리겠습니다."
프랑스 법률가이자 미식가로 유명했던 장 앙텔름 브리야 사바랭 (Jean Anthelme Brillat-Savarin)의 저서 <미식 예찬> 속 문장.
_용기 내자.
2024년을 되돌아보니 참 여러 가지 시도를 했었다.
일본에서 귀국하지 못할 뻔했는데 일본인과 엉거주춤 대화하며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왔고, 수백 명의 대규모 합창 단원 중 한 명으로 무대에 올랐고, 대학교 친구들을 고향으로 초대해 가이드처럼 움직였고, 우연히 들른 책방에서 인연이 닿아 그림책 출판 준비를 하게 되었고, 영상과 설치미술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탐색해 봤으며, 강릉으로 당일치기 출사를 갔다 오고, 즉흥적으로 파마를 했다.
매사에 신중하고, 쉽게 결정 내리지 못하는 성격이었으나 지난해는 삶 곳곳에서 자극을 받았는지 그동안의 나와는 살짝 달라졌다. 새로운 도전이 내게 뿌듯함이란 감정을 가져다주었기에 앞으로도 무언가를 계속 시도해 볼 생각이다.
때론 너무 깊이 고민하지 말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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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에서 만난 갈매기. 갈매기들은 매서운 파도가 발끝까지 밀려와도 깜짝 놀라거나 도망가지 않는다. 되려 파도를 즐긴다.
_사랑하자.
사랑은 나와 참 멀리 있는 존재다. 그래서 어렵다고 생각했다. 깊은 속내를 꺼내 보이는 행위가 꺼려졌는지 나를 자꾸만 감췄다. 그런데 지난해 친구의 모습을 지켜보며 든 생각이 있다. 그 친구는 나보다 더 사랑을 어색해했다. 감정 표현이 어렵고 대화가 어렵다며 종종 고민을 털어놓았다. 물론 나도 사랑을 잘 알진 못하지만 함께 고민하며 도움이 될만한 방법을 알려주었다. 어느새 친구는 연인이 생겼고, 행복해하다가, 싸우기도 하고, 결국 헤어졌다. 눈물을 많이 흘려서 퉁퉁 부은 얼굴로 말했다. ‘나는 이제야 솔직해졌는데, 걔 마음은 이미 식어버렸어.’
고단한 사랑을 떠나보낸 친구는 이제 자신이 먼저 새로운 사랑을 찾아 뛰어들었다. 전보다 더 활짝 웃었다. 취미에 더욱 열정을 담았고, 겨울 방학 계획을 멋지게 세웠다. 나름대로 사랑을 터득한 것이다. 그저 그러면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도 사랑을 외면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무엇을 향한 사랑이든 곧게 바라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좋아하는 음악, 색, 향, 장소, 문장, 감정, 사람을 발견하면 ‘좋아하니까’란 단순한 이유를 떠올리며 곁에 둘 것이다. 또한 스스로에게도 사랑을 풍족하게 나눠 줄 것이다. 내가 부끄럽고, 싫은 순간이 많지만 나를 인정하고, 제대로 마주할 줄 알아야 사랑하는 대상을 향해서도 솔직한 마음을 꺼낼 수 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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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그림자에서 발견한 사랑. 사랑은 어디에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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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심도 깊은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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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곁에서 방랑하며 부딪쳐 우리에게 흠집을 주기도, 우리가 직접 말을 걸기도,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기도 하고 떠나가기도 합니다. 마치 길거리에 있는 나를 주변으로 바삐 지나가는 사람들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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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조현진 최재원 홍수아
교정 유수민 유혜원 이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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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도의 89번째 이야기,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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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음 주 금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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