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필름 사진 중앙동아리 찬빛입니다.
우리는 좋아한다는 감정을 느낄 때 오직 그 감정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생각하며 그 목적어에 초점을 둡니다.
현상된 필름은 그때의 현재를 담아 미래의 나에게 과거를 보내는 타임머신과도 같습니다. 내가 담고 싶은, 찬란한 빛을 가득 머금은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을 때 저절로 우리는 현재를 담고 싶기에 카메라를 듭니다.
스스로에게 낭만 있는 편지를 쓰고 싶을 땐 필름을 통해 카메라에 담아 보내는 것도 하나의 방식입니다.
주어인 ‘나’의 시선과 마음을 앗아간 ‘그것’을 알아가기 위해서는 ‘왜?’라는 물음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깊은 심연으로부터 시작된 감정의 이유를 알아가는 부원들의 이야기를 담아 심도를 보내드립니다.
추운 겨울 속 따뜻한 필름 이야기를 담아,
몽돌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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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Fuji auto-auto 200
글과 필름 - 매실
안녕하세요. 부쩍 추워진 날씨 속에서 따뜻함은 미리 챙겨두고 계신지요. 오랜만에 인사드리는 매실입니다. 울긋불긋 물든 나무들을 보면 어느새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합니다. 이 글이 발행된 시점에는 낙엽이 다 져버렸을지도 모르겠네요. 추운 계절이 다가오면 초록 잎이 잠시 자취를 감춘다는 사실이 참 아쉽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초록을 보여주는 필름, ‘후지 오토오토 200’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혹시 필름도 유통기한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화학 작용을 거쳐서 만들어진 필름은 빛과 반응하여 색을 띠게 되는데, 시간이 흐르면 필름이 변형되어 결과물에도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한창 독특한 색감을 가진 필름에 관해서 호기심이 많았던 시기에 동아리 부원들이 유통기한 지난 필름으로 찍은 사진을 보게 되었습니다. 사진들은 어둡게 얼룩지거나 색감이 변하고 빛이 바래 형체를 알아보기도 힘들었어요, 부원들은 아쉬워했지만 저는 오히려 그런 점이 인상 깊었어요. 결과를 전혀 예상할 수 없는 흥미진진한 촬영 과정 그리고 추상화처럼 몽환적인 결과물이라니! 곧바로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유통기한 지난 필름을 찾아봤고, 그때 만난 필름이 바로 후지 오토오토 200이었습니다. 꽤 저렴하게 팔고 있어서 미심쩍긴 했지만... 일단 샀습니다. 도전은 항상 그런 법이니까요.
6월의 어느 오후에 혼자 출사를 하러 경희궁 공원으로 향했습니다. 사실 경희궁보다 옛 기차 모형을 촬영하기 위해서 간 곳이었습니다. 주변을 더 둘러보니 분수도 있었어요. 앗싸! 천천히 걸어 다니며 경희궁 바로 옆 서울역사박물관까지 아우르는 공간을 구경했는데 돌계단, 작은 정원, 물길 등 자연과 잘 어울리는 이색적인 풍경이 마음에 쏙 들었답니다. 숨어있던 비밀 정원을 발견한 기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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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후 필름을 다 쓰고 사진을 확인했는데, 생각보다 멀쩡해서 놀랐습니다. 그래도 매우 만족했어요. 전체적으로 녹색이 두드러지고 다른 색은 채도가 많이 빠져있는데 흰 부분에서 살짝 분홍빛이 감도는 점이 정말 매력적이지 않나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따뜻한 초록의 색감을 이렇게나 잘 표현하다니! 필름에게도 기특함을 느낄 수가 있네요. (사실 필름을 잘 보관해 주신 중고 거래 판매자분께 감사합니다. 필름 상자의 유통기한 칸에 ‘이천칠년 오월’로 적혀있었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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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만난 감정은 더욱 빛나고, 필름에 내려앉은 햇살은 유일했습니다. 후지 오토오토 200을 만나고 나서 알 수 없는 미래가 두렵기보단 기대되었고 그 사이 흘러가는 시간을 사랑하게 되었어요. 유통기한 지난 우유는 먹으면 배탈 나지만 유통기한 지난 필름은 어떻게 나올지 아무도 모르니까요! 여러분도 한번 도전해 보실래요? ദ്ദി⑉¯ 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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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Kodak Color Plus 200 + ?
글과 필름 - Raven
사실 저는 필름 사진을 시작한 지 오래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아직 사용해 본 필름도 다양하지 않고, 저만의 느낌을 살릴 수 있는 필름을 찾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지금까지 사용한 필름들과 기대하고 있는 필름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첫 번째 필름은 ‘코닥 컬러 플러스 필름 200’입니다. 아마 다른 분들도 일상적으로 많이 사용하시는 필름일텐데요. 저는 이 필름 특유의 빛바랜듯한 느낌이 좋습니다. 제가 카메라에 담아내는 것들에 아련한 추억을 입혀주는 것 같달까요? 선명하게만 보이던 것들이 이 필름에 담기면 강렬함을 잃고 은은한 빛을 내는 추억으로 변하게 되는 것도, 그 은은함으로 저의 사진들을 아련한 추억들로 재해석해주는 것도, 모두 이 필름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필름은 사실 정확한 이름은 알지 못합니다. 첫 번째 필름을 인화하러 갔다가 우연히 만난, 가게 주인분께서 직접 감으신 흑백필름이었습니다. 필름을 제게 건네주시면서도 첫 번째 장과 마지막 장은 제대로 찍히지 않을 수 있다고 신신당부하셨는데요. 하지만 걱정과는 달리 생각보다 사진은 성공적으로 현상되었습니다. 이 사진이 제가 마지막 컷에 찍은 사진입니다. 끝부분이 조금 타긴 했지만 그마저도 마치 의도한 듯 사진에 잘 어울려 애정하는 사진입니다. 이렇게 흑백필름은 현상하기 전까지 어떠한 모습으로 나올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다는 점이 더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저희는 대부분 색으로 가득 찬 세상을 바라보기에 우리의 일상을 무채색으로 마주한다는 건 생각보다 흔치 않은 일이니까요.
마지막은 제가 써보고 싶은 필름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박찬욱 감독님의 영화를 좋아하는데요. 그 중 ‘박쥐’와 ‘복수는 나의 것’이라는 영화를 가장 좋아합니다. 물론 신비로운 듯 처절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때문도 있지만, 그 영화들을 사랑하는 데에는 영상미가 한 몫하는 듯 합니다. 앞에 이야기한 영화들 특유의 날것의 색을 담은 듯 서늘한 그 느낌이 저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 같습니다. 원색을 담은 듯 쨍하며, 그 색감이 ‘복수’라는 키워드에 맞는 강렬함을 주고, 또 동시에 신비로운 느낌을 잘 살려낸 푸른빛의 색감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왜 갑자기 영화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하실텐데요. 제가 기대하고 있는 필름이 바로 영화용 필름이기 때문입니다. 영화용 필름은 예전의 노란 텅스텐 조명 때문에 필름 자체 색감이 조금 파랗게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은근한 푸른 빛이 박찬욱 감독님의 영화와 같은 신비로운 느낌을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 필름으로 저의 온전한 일상들을 담아 영화처럼 특별한 순간들로 바꿔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여러분들에게 영화용 필름으로 찍은 사진을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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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Kodak Ektar 100
글 - 못 / 필름 - 못, 지구
안녕하세요 님 단풍을 마중 나가고 있는 시월의 못입니다. 이 편지를 받아보실 때면 님은 겨울을 맞이하고 계시겠네요. 차가운 공기에도 따스한 마음을 꼬옥 품어내며 겨울을 포근하고 건강하게 보내실 수 있길 바라요. 시린 겨울을 덜 미워하는 저만의 방법은 따뜻한 빛과 순간의 온기를 담은 필름을 보는 겁니다. 눈 내리는 차가운 풍경을 담아낸 필름에도 빛은 있으니까요.
가장 좋아하는 필름이 무엇일까 가만가만 생각해보다가 써본 모든 필름을 되짚어보았습니다. 무난하게 자주 쓰이는 필름부터 잘 판매하지도 않는 필름까지 열 종류가 넘는 필름을 감아보았더군요. 그 중 최근에 가장 애정하게 된 필름 '코닥 엑타 100'을 소개합니다!
해가 지기 한 두 시간 전, 저의 시선과 햇빛의 시선이 맞닿는 시간대의 빛을 좋아해요. 이런 따스한 빛을 닮은 친구가 여행에서 담아낸 사진들을 보여주었는데 그 사진이 꼭 그러한 빛깔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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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에 몰두하고 계시는 책방 사장님과 주변에 번진 불빛들이 참 따스하지 않나요? (지구의 필름)
이 사진을 담아낸 필름이 바로 코닥 엑타 100이었답니다. 친구의 사진들을 보고 엑타의 빛깔에 반해 엑타만 두 롤 들고 여행을 떠났어요.
여행에서 엑타로 담은 풍경들입니다.
🛵뜨거웠던 호치민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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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 필름 카메라 Nikon fm 2
선 스프레이를 뿌리러 나갔던 테라스에서 마주친 풍경입니다. 베트남의 풍경을 떠올리면 오토바이들로 가득찬 도로가 가장 먼저 생각납니다. 바쁘게 각자의 일상을 시작하는 오토바이들과 알록달록한 호치민의 건물들이 경쾌해보여요. 특히나 엑타는 붉은 빛을 아름답게 담아낸다고 생각하는데요. 붉은 건물이 많은 베트남을 담아내기에 적합한 필름인 것 같습니다.
🚣눈부신 자그레브의 물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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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 필름 카메라 Canon Autoboy N130 II
별가루를 뿌려놓은 것만 같던 플리트비체 호수입니다. 모든 것에 산란되던 햇빛 때문에 필름이 다 날아갈까 걱정하며 찍었던 기억이 나네요. 다행히 선명하고 진득한 엑타의 색채가 순간의 빛을 필름에 잘 붙잡아주어 더 오래 더 선명하게 여행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답니다.
🌅찬란하게 빛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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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 필름 카메라 Nikon fm2
대개 필름 고유의 색감은 수동에서 두드러지게 잘 보이는데요. 엑타 100은 자동, 수동 카메라 종류를 가리지 않고 자신이 가진 색을 보여줍니다. 햇빛이 쨍쨍한 날에는 유화 물감으로 여러번 덧댄 듯 녹진한 색채를 담아내요. 세 번째 사진 속 햇살이 내려앉은 물빛이 정말 쫀득해보이지 않나요? 조금 어두울 때에는 촛불 옆에 번진 빛처럼 따스하구요. 엑타 100을 알게 된 지 불과 3개월도 안 되었지만 벌써 엑타로 네 롤을 담아냈어요. 앞으로도 오래도록 이 필름을 사랑할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위에 담은 순간들로 님께도 가닿았겠지요? 님도 소중한 순간을 필름에 담고 싶은 날, 엑타 100으로 담아보세요!
따스한 빛을 담아낸 필름과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는 지금만큼은 바깥의 추위를 잊는 시간이었길 바라요. 지금 전해드린 온기를 품고 지내다 12월에 또 만나요. 안녕!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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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Kodak Ektar 100
글과 필름 - 칠셋
안녕하세요, 11월의 칠셋입니다. 님께선 평소 ‘필름’에 관심이 많으신가요? 찬빛의 필름 레터 심도를 구독하고 있는 한, 평균 이상의 관심이 있지 않을까 감히 예상해 봅니다.
오늘 제가 소개해 드릴 필름은 바로 ‘코닥 골드 200 Kodak Gold 200’이라는 필름입니다. 필름 카메라의 필름은 이름에 많은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이름만 보아도 대략 어떤 필름인지 알 수 있죠. ‘코닥 골드 200’은 코닥 Kodak – 이라는 제조사에서 / 골드 Gold – 라는 이름을 붙인 / 200 – 200 감도(ISO)를 가진 필름입니다. 이 공식을 다른 필름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코닥 골드 200은 필름 카메라라고 하면 가장 대중적으로 떠오르는 소형카메라에 쓰이는 35mm 규격의 필름입니다. 200이라는 낮은 감도(*감도 - 필름이 빛에 반응하는 정도, 감도가 높을수록 광량이 적은 조건에도 적정 노출을 얻을 수 있다.)를 갖고 있어 빛이 적은 실내보다, 빛이 충분한 야외에서 사용이 적합합니다. 코닥 골드 200은 현상 시 우리가 보는 색상이 반전되어 나타나는 컬러 네거티브 필름이며, 코닥 골드 200을 포함한 대다수의 필름은 컬러 네거티브 필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스물네 번을 찍을 수 있는 24컷과, 서른여섯 번을 찍을 수 있는 36컷으로 나뉘어 판매되고 있습니다.
대중적인 35mm 코닥 필름,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은 감도 200, 컬러 네거티브라는 특징을 갖고 있는 ‘코닥 골드 200’은 구하기 쉽고 가격이 합리적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많은 이들이 찾는 필름 중 하나입니다.
다음으로는 필름 사진의 느낌을 좌우하는 색감에 대해 저의 사진을 덧붙여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코닥 골드 200’은 코닥사의 따뜻한 색감을 대표하는 필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필름은 ‘골드’라는 이름에 걸맞게 금빛의 노랗고 따뜻한 색감을 갖고 있습니다. 푸른 잎을 촬영할 때면 노란색이 한스푼 섞인 녹진한 초록색이 나타나곤 하며, 별거 없는 돌담이나 담벼락도 따뜻한 시선으로 담을 수 있는 필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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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닥 골드 200’에 대한 첫인상을 솔직히 말해보자면 ’굳이?’였습니다. 대중적이고 무난하다는 특징이 오히려 메리트가 없게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때론 골드를 미워하기까지 했는데, 저의 실수로 빛에 노출시켜 잔뜩 태워버린 첫 롤이 바로 골드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쉬운 마음에 괜히 골드를 미워했던 것만 같습니다. (웃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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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필름이었던 코닥 골드 200과, 첫 실수가 담긴 사진입니다.
골드를 미워하기만 했던 이런 제가 골드를 결국 좋아하게 된 롤이 있는데요. 그건 새 카메라를 구입하고 카메라 테스트 겸 촬영했던 첫 롤이었습니다. 새로운 RF 수동 카메라와 골드 필름의 새로운 조합은 제 필름 인생에 있어 정말 잊지 못할 결과물을 남겨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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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녹진하다고 느껴졌던 초록이 뭉치지 않고 표현이 잘되었다는 점, 지는 해가 참 따스해 셔터를 눌렀는데 그 따스함을 올곧이 담아준 점들이 골드를 사랑하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쁜 필름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저 그 필름과 어울리는 장면을 아직 담아내지 못했을 뿐이었습니다. 이 공식은 사람에게도 다르지 않게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필름에게 배운 이 공식을 저도 종종 사용하곤 하는데요. 어떤 사람이 달갑게 느껴지지 않을 때, 미움을 택하기보단 내가 아직 그 사람과 어울리는 매력적인 장면을 보지 못했구나! 하며 기다리고 지켜보고 너그러워지는 쪽을 택해보기로요.
님은 저와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나요? 혹은 님이 가장 좋아하는 필름은 있는지요. 메일 하단의 ‘소통하기’ 버튼을 통해 찬빛에게 여러분의 이야기를 나눠주세요. 그렇다면 저는 이제 여기서 인사드리겠습니다. 다음 주 금요일 6시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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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려 하얀 세상을 마주할 때, 잠시 환상에 머무르고 뒹굴다가 가라앉다가 이내 몸을 꼭 끌어안게 만드는 추위에 나만큼 소중한 누군가가 떠올라 간절히 안부를 묻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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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조현진 최재원 홍수아
교정 유수민 유혜원 이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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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도의 84번째 이야기,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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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음 주 금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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