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싫지만 필름에 담긴 여름 해방촌 풍경은 좋은 익명의 부원 5월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는 날 경춘선 철길과 뜨거웠던 시위를 기록을 해준 담청 따뜻한 겨울 출사 장소로 실내 식물원을 소개해준 sEo
벌써 23년 1월이 끝나가네요. 유독 1월에는 새해, 설 여러 구실로 안부를 전하곤 했습니다.
2월에도 계속해서 저희 찬빛의 안부를 보낼게요.
안부 - 박서영
세월이 흐른 후에 물어보는 사람이 꼭 있어
그때 무슨 일 있었으냐고
지금은 괜찮으냐고
(중략)
부서져야 서로에게 흘러들 수 있습니다
하늘과 땅이 부서져서 바다가 되고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녹아서
같은 해변에 도착하고 있는 걸 보았다
#1.
글과 필름 - 익명의 부원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은 출사 기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여러분이 가장 좋아하는 계절과 싫어하는 계절은 언제인가요?
저는 겨울을 가장 좋아하고 여름을 가장 싫어하는데요. 이유를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땀이 많은 편이라 조금만 움직여도 여름에는 쉽게 땀이 나고, 저에게는 겨울옷이 더 잘 어울리는 편이라 자연스레 겨울을 좋아하고 여름을 싫어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여름을 싫어하는 제가 초여름에 다녀온 해방촌 출사에 관련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해방촌 출사는 6월 말에 다녀왔는데 제 기억으로는 한여름처럼 뜨겁게 더운 날씨가 아니라 기온도 높고 공기 중에 은은하게 습기가 머물러 있는 날씨였어요. 아마 장마의 시작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는 출사지를 결정할 때 뚜렷한 의견이 없는 편인데요, 이날은 제가 무슨 생각이었는지 아주 당차게 해방촌은 어떠냐고 제안했었습니다. 그렇게 해방촌으로 출사를 가게 되었어요. 부원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해방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어느 언덕 꼭대기에 도착했고, 다들 지친 기색이 역력해 보여 그곳에서 버스를 타고 카페에 가기로 했어요. 버스를 기다리면서도 사진을 몇 장 찍고 버스를 탔을 때의 시원하고 쾌적한 공기를 잊지 못합니다. 정말 너무 쾌적했거든요. 그렇게 카페에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이날의 출사는 마무리되었습니다.
몇 개월 후에 해방촌 출사 기록이 있는 필름을 현상했는데, 여름은 제가 싫어하는 계절이지만 여름 풍경은 필름과 정말 잘 어울렸어요. 버스를 기다리며 찍은 사진을 함께 첨부하며 이번 글을 마무리해 봅니다.
#2.
글과 필름 - 담청
안녕하세요, 담청입니다. 여러분께 벌써 세 번째 인사드리게 되어 반갑고 기쁘네요. 새해 잘 지내고 계신가요? 이 글이 발행되는 시점에는 저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도 따뜻하고 즐거운 저녁 보내고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1월은 한겨울인 만큼, 새하얀 눈도 쌓이고 가슴 시릴 만큼 차가운 바람이 불기도 하는데요. 추위를 많이 타는 저로서는 참으로 혹독한 나날들의 연속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2022년 5월 12일에 있었던 뜨거운 초여름의 출사를 추억하며 겨울 공기에 얼어버린 몸을 녹여 보고자 합니다.
2022년 5월 12일은 유난히도 더웠습니다. 5월은 분명 봄인데,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초여름이라 할 수 있을 만큼 기온이 상승하여 해가 쨍쨍하고 들이쉬는 숨마저 뜨거운 날이었습니다. 이날의 출사 주제는 ‘철길’이라서, 구 화랑대역이 있는 경춘선 철길로 향했습니다. 날씨가 많이 덥긴 했지만 아름다운 5월의 장미와 다양한 꽃들, 내리쬐는 태양빛을 받으며 반짝이는 푸른 잎들을 보면서 철길을 걸으니 발걸음만은 가벼웠습니다. 잠시 한숨 돌리려 마스크를 내리면 발그레한 얼굴을 한 부원들이 안쓰러우면서도 귀여웠습니다. 찌는 듯한 더위에 두 볼이 붉어져도 멈추지 않고 재잘거리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참 따스하고 사랑스러운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필름 카메라와 멋진 풍경, 그리고 좋은 사람들은 정말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조합입니다. 필름 사진으로 담은 그 순간을 공유해 드릴게요.
철길을 따라 걷던 도중, 저는 카메라에 끼워놓았던 필름을 다 써서 새 필름으로 교체하였는데요. 새로 사용한 필름은 ‘센츄리아 100’으로, 유통기한이 20년 가까이 지난 필름이었습니다. 유통기한이 지난 필름은 이전에도 카메라 노출값을 조정하며 사용해 본 적이 있지만, 센츄리아 필름은 처음 사용해 보는 것이라 굉장히 떨렸습니다. 그런데 현상을 하고 보니 무척 마음에 드는, 제가 손에 꼽을 만큼 좋아하는 결과물이 나와서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으로 하나 보여드릴게요!
더위에 지친 부원들은 철길 공원 내부에 있는 카페에서 휴식을 취했습니다. 장난감 기차가 지나가는 레일이 있고, 기차가 그곳을 지나며 테이블에 음료를 서빙하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철길 컨셉을 너무도 잘 소화하고 있어서 부원들과 신기해하며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있네요.
마지막으로 5월 12일의 출사가 크게 기억에 남는 중요한 이유가 또 하나 있습니다. 이날은 바로 총학생회 찬란으로에서 진행한 이사회 총장 선임 대규모 규탄 시위가 있던 날이었는데요. 출사를 마친 뒤 몇몇 부원들과 학교로 가서 참여하였습니다. 이때 찍은 사진들도 첨부합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나 흘렀지만, 아직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것들입니다.
잔뜩 붉어진 볼로 부원들과 신나게 웃으며 맞이한 초여름, 그리고 학우들과 함께 소리치던 순간 가슴속에 뜨겁게 차오르던 열기를 추억하니 쌀쌀함에 얼어붙었던 몸과 마음이 녹아내리는 듯합니다. 읽어주신 여러분들께도 이 온기가 전해졌기를 바라며, 이만 마칩니다. 따뜻한 겨울 보내세요!
#3.
글과 필름 - sEo
안녕하세요. sEo입니다. 다시 만나서 정말 반가워요! 그동안 여러분은 어떻게 지냈나요?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의 저는 종강을 하고 아끼는 지인들을 만나면서 꽤 따뜻한 연말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 글이 발행될 시점에는 벌써 새로운 해를 맞이하고 있겠네요. 겨울을 날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올겨울은 유독 추운 것 같지 않나요? 오늘은 여러분들께, 긴 겨울을 지루하지 않게 보내기 위해 추위로부터 도망갈 수 있는 따뜻한 실내 출사 장소를 알려 드릴까 합니다. 바로 마곡에 위치한 ‘서울 식물원’이라는 곳인데요. 혹시나 지방에 계신 분들은 서울이 아니더라도 주변에 실내 식물원이 있다면 한번 방문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분명 따뜻한 하루를 기록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럼, 오늘도 사진과 함께 출사 이야기를 짧게 들려 드리겠습니다.
작년 1월부터 시작한 소모임, 아직 출사가 어색한 두 번째 만남이었습니다. 마곡나루역에서 내려 식물원 방향으로 가는 길에는 작은 호수와 산책로가 나란히 이어졌습니다. 마침 점심시간부터 눈이 내리는 날이었는데요, 당시에 저는 필름 카메라로 눈 내리는 풍경을 찍어본 적이 없어서 몇 장 기록해보았습니다.
부원들을 만나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식물원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참고로 팁 하나를 드리자면 온실 내부가 매우 따뜻하기 때문에 외투는 사물함에 보관해서 구경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온실은 크게 열대관과 지중해관으로 나뉘어 있는데 저희는 열대관부터 구경했습니다. 처음 입구에 들어선 순간 온통 풀 천지에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름에 맞게 열대 지방으로 해외여행을 온 착각이 들더라고요! 들뜬 마음으로 필름 카메라를 꺼내서 촬영하려는데 실내외 온도 차로 인해서 뷰파인더에 뿌옇게 김이 서렸습니다. 그래서 찍을 때마다 렌즈를 몇 번씩 닦으면서 촬영하고 의도치 않게 평소보다 조금 흐릿한 결과물을 얻었습니다. 여기서 팁 하나 더 드리자면 렌즈를 닦을 수 물품도 함께 챙겨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열대관과 지중해관까지 쭉 둘러보면서 우리나라에선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종류의 식물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길쭉한 야자나무부터 얼굴보다 큰 나뭇잎, 사막에서 볼 수 있는 선인장까지 처음 보는 식물들이 대부분이었고 어디를 둘러봐도 눈이 즐거웠던 출사였습니다. 이날 이후로 서울 식물원은 겨울마다 방문하고 싶은 장소로 제 마음속에 자리 잡았습니다. 이번 겨울 출사에도 다시 한번 찾아가고 싶네요. 여러분도 추운 도심 속에서 울창한 산림과 이국적인 풍경을 느끼고 싶으시다면 실내 식물원을 꼭 한번 방문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