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필름사진 중앙동아리 '찬빛'입니다.
이번 주도 무탈히 보내셨나요? 오늘의 메일로 한 주를 잘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
남에게는 그저 지나가는 것 중 하나지만 나에게만은 특별하고 계속 눈에 들어오는 나만의 취향!
이번주는 ‘취향’을 주제로 CIEL, 익명의 부원, 57이 저마다의 취향을 가득 담아 보냅니다.
추신_ CIEL, 익명의 부원, 57과 여러분 사이에 겹치는 취향 혹은 독자 여러분만의 취향을 아래 소통하기를 통해 공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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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과 필름 - CIEL
안녕하세요. 심도의 구독자 여러분들, 또 만나서 반가워요. 이번 주 주제 ‘취향’은 한자로 뜻 취(趣)에 향할 향(向)을 씁니다. 제 마음이 향하는 곳을 소개해 드릴게요.
우연한 기회, 또 보자는 인사, 따뜻한 온수 매트, 대청소 직후의 방, 나를 보고 웃는 당신, 특별하게 저장한 별명, 사사로운 일상의 공유, 2박 3일 여행의 둘째 날, 평가 없이 주고받는 의견, 성 떼고 이름을 부르는 것, 12시가 되자마자 오는 축하,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 창문을 반쯤 열어놓은 조수석, 신발과 양말의 색을 맞춰 신기, 불규칙하게 치는 파도의 높낮이, 예전에 쓰던 가방에서 나온 지폐, 반듯하게 다려진 흰색 호텔 침구, 방 청소 중 발견한 오래된 일기장, 알람 울리기 전에 깬 후 안심하기,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하는 것, 가사 없는 음악이 흘러나오는 카페, 예상치 못하게 온 첫눈을 함께 맞기, 거품이 많이 나는 입욕제를 푼 욕조, 오랜만에 만나도 어색하지 않은 친구, 랜덤 플레이리스트에서 재생되는 최애곡, 번지지 않는 펜과 자물쇠가 달린 다이어리, 같이 비를 맞아주는 친구와 해방감을 주는 소소한 일탈, 막 찍은 사진이 생각보다 잘 나올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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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언제나 무형의 행복이 함께할 심도의 구독자와 찬빛
이번 주도 안온한 주가 되길 바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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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소하지만 강력한
글과 필름 - 익명의 부원
매서운 추위와 함께 새로운 해를 맞이한 지 3주가 지나가고 있네요. 여러분은 포근한 겨울을 보내고 계시나요?
신선한 마음가짐으로 새해와 겨울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잘 맞이하고 계시리라 믿어요.
저는 추위에게 늘 지는 사람이라 겨울을 좋아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겨울만이 줄 수 있는 따뜻함을 좋아해요. 거대한 추위 사이에 조그만 양의 온기가 있으면 그 형체가 크게 느껴지는 것처럼, 춥기에 작은 따뜻함이 부각될 수 있음을 생각하기도 하면서요.
차가운 겨울의 공기가 느껴질 때면 인상 깊었던 이전 겨울의 추억들이 스쳐 떠올라요. 또 겨울 분위기의 재즈 음악이 듣고 싶고요. 생각해 보면 제가 좋아하는 것들은 겨울에 더 해당이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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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면 모두 조용하고, 정적이고, 따뜻하며 친근한 것들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조용한 성격만큼 차분한 것들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시간이 흐르면서 관심사에 변화가 생길 줄 알았지만 성격이 변하지 않는 만큼 기존의 관심사 그대로더군요.
특히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거나, LP를 모은다거나, 기타를 친다거나, 아끼는 잔에 향긋한 차를 마신다거나 하는 잔잔하고 정감 있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사소하지만 저를 채워주는 강력한 힘이랍니다.
그중 이 계절에 있어 가장 진심인 취향은 LP인데요, LP에 빠지게 된 계기는 생각보다 단순했던 것 같아요.
19년 겨울, 홍대에서 입시를 하던 중 친구 따라 근처 LP 바에 가게 되었어요. 그곳의 분위기와 LP의 깊은 맛에 매료되었어요.
매력에 대해 차츰 알아가던 중 실제 제 손에 들어오게 된 것은 다음 해인 20년도였어요.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1집 앨범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정말 애정하는 앨범이라 턴테이블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으면서 덥석 구매했던 기억이 있네요. (그때부터였을까요 비싼 취미가 시작된 게..)
많이 소장하고 있진 않지만 좋아하는 아티스트나 앨범이 나오면 구매하는 편인 것 같아요. 한 장 한 장 구매해서 듣게 되면 그 음악을 진정 소유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더 구매욕이 생기는 걸까 생각해 봅니다. 또한 음악을 듣기까지의 수고로운 과정이 음악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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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갖고 싶었던 음반을 구하기 위해 서울 곳곳의 레코드샵을 다녀왔어요. 매장마다 분위기가 달라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네요. 주로 가는 곳은 종로나 회현상가인데, 다른 곳보다 깊은 세월이 묻어 있는 점이 좋더라고요.
빠른 세상에 반해 저는 옛것과 느린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에요. 어릴 적부터 오래된 것들에 대한 로망이 있었던 것도 큰 몫을 하는 것 같고요. 아마도 이 취미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더하면 더했지 그만둘 일은 없을 것 같네요.(하하)
어떤 것이 여러분에게 소소하지만 강력한 행복을 가져다주나요? 각자의 멋진 관심사를 가지셨을 거라 생각하고 또 그게 무엇인지도 궁금하네요.
개인적인 취향이 담긴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온한 연휴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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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취향 조각을 모아서,
글과 필름 - 57
취향이 생기는 과정은 꽤 단순하다. 어떤 것을 좋아한다고 반복적으로 느끼고, 지속해서 찾는다면 그게 바로 취향이다. 그리고 그런 여러 개의 취향 조각들이 모이면 한 개인이 되기 마련이다.
내 취향에 대해서 말해보자면 나는 노란빛이 들어오는 창문과 이로 인해 생기는 그림자를 좋아한다. 한여름에 피는 능소화를 좋아한다. 작년 8월에 경주 대릉원에서 보고 온 짙은 초록이 좋다. 대학로에 있는 학림다방의 비엔나커피를 좋아하고 종로 국립현대미술관 한가운데 앉아서 사람 구경하는 게 좋다. 또 나는 다니엘 트루스 밤쉘 향을 좋아하고, 체크무늬가 들어간 파자마와 양말을 좋아한다.
내 지인 중 H는 여름에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능소화를, Y는 초록색 핸드크림을 보고 나를 떠올렸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취향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게 되었다. 자기 물건을 사려고 들어간 가게에서 초록색 핸드크림을 보고 어떤 사람을 갑자기 떠올리고 선물하기까지는 쉽지 않으니까.
난 자신만의 취향이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매력 있다고 느낀다. 그 사람의 조각을 모아두면 그 사람이 생각나는, 취향은 아주 멋진 것이다. 내 취향을 잘 모르겠다면 지금부터 하나씩 그 조각들을 찾기 시작하면 된다. 조각들이 모여 당신이 될 때까지.
Film
1. 대릉원의 짙은 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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