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필름사진 중앙동아리 '찬빛'입니다.
벌써 6주차 메일이네요.
극심한 한파에 밖에 나가기조차 두려워지는 요즘입니다.
이 겨울을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지나온 계절의 사진들을 보며 그때의 따뜻함을 떠올려보는 것도 추위를 이겨내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 같아요.
1월 겨울, 눈으로 뒤덮인 서울숲
5월 봄, 부처님 오신 날의 봉은사
7월 여름, 무더운 서울 식물원
10월 가을, 단풍으로 물들었던 경복궁 향원정
이번 주에는 우디, 뮤시, 헤이즐넛이 사계절의 찬빛 출사기록을 담아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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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과 필름 - 우디
안녕하세요. 1월에도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어 기뻐요.
항상 새로운 마음으로 가득 차는 첫 달,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시작에 대한 이야기는 1주 차 글에서 만나셨을 거라고 생각하고, 저는 작년 1월을 떠올려보려고 합니다. 작년 1월, 저의 새로운 도전과 시작은 찬빛에 들어간 일입니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그때는 많이 고민하고 주저했어요.
그럼, 출사의 매력과 재미를 알게 해줬던 1월의 ‘서울숲 출사’를 얘기해 보겠습니다. 눈이 오고, 세상이 하얗게 뒤덮인 날이었어요. 아직 사람들도 낯설고 눈 오는 날 출사는 처음이라 조금 걱정했지만, 가방에 눈오리집게를 달고 오는 부원분을 보니 긴장이 풀리는 기분이었어요. 틈틈이 뒤를 돌아보면 열심히 눈사람을 만들던 귀여운 모습이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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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서울숲은 조금 황량한 분위기인데, 눈이 와서 더 운치 있고 멋진 풍경이라 오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출사가 아니었다면, 언제 눈이 오는 날 이곳에 와봤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눈이 가득 쌓인 숲과 호수, 귀여운 눈사람을 보니 추위를 잊어버릴 만큼 즐거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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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다니다 보니 코에서 물이 나기 시작해서(…) 카페로 자리를 옮겨 또 한참을 열심히 떠들었어요. 우리는 대체로 카페에서 이야기를 하며 출사를 마무리하곤 하는데요, 저는 그 시간도 참 좋아합니다.
최근에 깨달은 게 있다면 제가 사람들을 만나는 데 있어서 관심사와 대화의 주제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거예요. 그래서 동아리에 오면 ‘사진’이라는 공통된 관심사를 갖고 있고, 아날로그를 사랑하는 만큼 ‘낭만’을 중요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에서도 찬빛 사람들을 애정합니다.
눈이 오면 참 불편한 게 많아요. 출근길 지하철이 가득 차고, 눈이 얼어 항상 조심하며 다녀야 하죠. 그럼에도 저는 올해 겨울이 가기 전에, 눈 오는 날 재밌는 출사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독자님들도 눈 오는 날의 낭만을 즐겨보시길 바랍니다. 눈길 조심하세요!
ps. 겨울 출사에는 장갑이 필수인 거 아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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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글과 필름 - 뮤시
필름 사진을 다양한 장소에서 찍으면서 많은 사진들이 쌓였지만, 요즘에는 필름 값이 금값이라 적게 찍다 보니 출사 기록용 글로 쓸 사진들이 마땅치 않아서 오랫동안 고민했다. 출사를 나가면 필름이 아까워서 3장 이하로 찍는데 오늘 소개할 출사지는 웬일인지 5장을 찍었다. 이날은 10월 14일로 아직 서울에는 찾아오지 않은 단풍을 기다리던 때였다. 단풍 명소를 검색해보다 경복궁 향원정을 발견했다. 이전에도 경복궁을 여러 번 가봤지만, 항상 경회루까지만 보고 나갔었다.
평일 낮 출사여서 경복궁을 방문한 사람들은 적었고, 하늘이 높고 맑아 설렜다. 아직 단풍이 오기엔 이른 시기지만 울긋불긋한 나무가 조금은 있을까 내심 기대를 했다. 기대와 달리 경회루는 아직 초록색이 가득했다.
평소 흐린 사진을 좋아한다. 그래서 경회루를 정직하게 찍는 것보다 물에 반영된 모습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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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회루를 둘러보고 지도 어플을 켜서 향원정으로 가는 길을 찾았다. 지도를 보며 가는 길에는 찬빛 부원들 밖에 없어서 맞는 길인지 의심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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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원정으로 가는 길이 예상보다 더 깊숙했고, 그 때 ‘내가 알던 경복궁은 정말 일부분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걷다가 핸드폰을 잠시 내려두고 그림자가 짙게 새겨진 한옥 담 앞에서 서로를 열심히 찍어줬다.
나를 열심히 찍어주는 부원 담청과 Ciel을 찍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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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원 담청이 찍어준 사진이다. 필름이 발 아래와 오른쪽 구석의 필름이 예쁘게 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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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사를 나가면 한 장소에서도 각자 다른 시선을 볼 수 있는게 재미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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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원정에 도착하고 보니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나만 모르는 핫플이었구나‘라고 생각했다. 위 사진은 경회루에서와 마찬가지로 물에 반영된 향원정을 촬영한 사진이다. 현상된 결과물을 받고 나서, 하늘과 물이 180도 뒤집힌 상태의 사진이라고 착각하게 만들었을 정도로 맑고 고요한 호수였다. 향원정 앞에서 남은 필름 1장을 찍을지 아낄지 고민을 한 후 찍은 것인데,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이 되었다.
가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향원정을 방문했던 10월 14일, 가을이 아직은 찾아오지 않은 모습에 실망했지만 경복궁 내 새로운 장소를 알게 되어 좋았다. 출사 이후 나무들이 모두 울긋불긋하게 염색했을 즈음 재방문했을 때에도 만족한 곳이다. 올해 가을 단풍이 찾아올 때 향원정을 꼭 가보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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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과 필름 - 헤이즐넛
안녕하세요, 12월에 이어서 두 번째로 글을 쓰게 된 헤이즐넛입니다.
이번 주제도 출사 기록이기에 이번엔 여러 개의 짧은 글들을 써볼까 합니다.
그동안의 사진들을 정리해보니 기억에 남는 출사들은 대부분 날씨와 관련되어있습니다.
평소에 비를 몰고 다니는 편은 아닌데 유독 출사를 하는 날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이 자주 있었던 것 같아요. 여러 출사 기록 중 두 개의 기억을 골라서 사진과 함께 출사 기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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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더웠던 7월의 출사 기록입니다.
날도 정말 정말 더웠지만 그날 저의 복장, 출사 장소... 삼박자가 기가 막히게 조화를 이루어 더위 먹기에 아주 알맞은 조건이었습니다. (다행히 더위를 먹지는 않았습니다)
출사 장소는 식물원이었습니다. 사실 식물원이어도 해가 쨍쨍한 외부보다는 건물 내부가 더 시원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식물들은 생각보다 더 따뜻한 환경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해당 장소는 온실 식물원이었고 열대식물들도 볼 수 있는 곳이었기에... 출사가 길어질수록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부원 분들이 점점 더위에 지쳐갔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의지의 한국인...! 무더운 더위에도 식물원의 모든 곳을 구경하고 급하게 카페로 도망을 갔던 기억이 납니다. 다른 부원 분들 모두 더위 때문에 짜증이 날 법도 한데 그 누구도 짜증을 내지 않는 모습, 더위에 괴로워하는 와중에도 카메라를 들이대면 활짝 웃어주는 모습, 서로를 찍어주려 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들 순박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날의 출사는 여름 하면 떠오르는 식물들의 푸른색들을 저의 카메라와 필름에 담을 수 있었기에, 더웠고 힘들었음에도 정말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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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기묘한 사진과는 달리 매우 화기애애했던 5월의 출사 기록입니다.
이날의 출사 장소는 봉은사였습니다.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저는 이날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절에 방문한 날이었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 행사가 한창이었던 봉은사는 많은 사람으로 북적이고 활기가 넘쳤습니다.
작은 부스를 마련하여 음료와 과자를 나눠주시는 분 중 성신여자대학교에서 수업하셨던 분을 만나기도 하고, 긴 줄을 기다려 연꽃과 염주 팔찌를 만들어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도 했습니다. (연꽃이 예쁘다며 사진을 찍어가셨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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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날씨도 흐리고 몇몇 부원님들의 카메라가 고장이 나는 등 순탄치 않은 시작이었지만 크고 작은 즐거움과 행복이 모여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필름 사진을 찍을 때에는 날씨가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날이 너무 흐리면 사진이 찍히지 않거나 하늘이 하얗게 날아가 버리니까요.
하지만 즐거운 추억을 만들 땐 날씨 따위야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출사 기록을 돌이켜보니, 찬빛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다채로운 추억들로 1년을 가득 채울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저의 첫 동아리가 찬빛이라는 사실이 정말 행운이라고 느껴지는 2022년이었습니다. 여러분의 2022년은 어떠셨나요? 가장 즐거웠던 기억을 한 가지만 뽑기에는 어려울 정도로 많은 추억을 쌓으셨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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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도의 여섯 번째 이야기,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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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음주 금요일에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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