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필름사진 중앙동아리 '찬빛'입니다.
2023년, 한 해가 밝았습니다. 새로운 다이어리를 사고, 목표를 세우고, 헬스장을 끊고, 금연을 다짐하는 달입니다.
누군가는 설렘이, 누군가는 두려움의 감정이 떠오르는 ‘시작' 여러분은 어떤 시작을 하고 있나요?
이번 레터에서 담청은 찬빛과 소중한 인연의 시작을. 익명의 부원은 여정의 시작부터 끝, 그리고 또다시 시작에 대하여, 익명의 야채쿵야는 출발선이 두려운 이에게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여러분의 다양한 시작의 순간을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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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과 필름 - 담청
안녕하세요, 담청입니다. 출사 기록에 이어 저의 글을 또다시 보여드릴 수 있어 기쁩니다. 참 많은 일들이 있었던 한해가 지나고, 2023년의 긴 여정이 시작되었네요.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이 가득한 텅 빈 캘린더를 바라보며 오늘 저는, 시작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여러분에게 시작은 어떤 의미를 가진 단어인가요? 두려움, 설렘, 모험과 도전… 저에게 시작은 전에 없던 모든 것들을 나타내는 단어이기 때문에 어떤 것으로도 나타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건넨 말 한마디이면서 나의 세계를 완전히 뒤바꿔 놓을 수 있는 힘을 가진 마법과도 같습니다. 이러한 저만의 시작을 잘 담아낸 필름 사진 몇 장을 소개해드릴게요. 사진에 담긴 아끼는 마음들 역시 함께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시작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찬빛’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2021년 겨울, 저는 익명 커뮤니티에서 만난 초면의 사람과 교내 첫 필름 사진 동아리를 만들어내고자 결심했습니다. 요즈음에도 저는 ‘그때 그 글이 없었다면, 우연히 글을 보지 못했다면, 댓글을 달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하고 생각하곤 합니다. 가슴이 뛰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내디딘 첫 발걸음은 수많은 사람에게 닿아 나란한 발자국이 되었습니다. 나란한 발자국들은 노을빛이 예쁘고 바람 냄새가 좋은 곳이라면 어디든 곳곳을 누볐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여정을 통해 새로운 꿈과 인연 또한 시작되었지요. 결국 저에게 있어 시작은 저희 동아리 ‘찬빛’을 나타내는 말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보내드리는 사진은, 2022년 1월 소모임으로 시작한 찬빛의 첫 출사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사진 일부가 노랗게 나온 것은, ‘필름이 탔다’라고 표현하는 현상입니다. 제가 참 좋아하는 현상인데, 필름이 빛에 닿았을 때 생기게 됩니다. 보통은 필름을 카메라에 넣을 때 빛에 닿은 첫 부분이 타곤 합니다. 그러니 이 사진은 찬빛 첫 출사에서 제가 찍은 첫 번째 사진이네요. 저에게 더없이 소중한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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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보여드릴 사진은 제게 소중한 사람과의 ‘첫 만남’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세상 어떤 것보다도 예측할 수 없는 건 인연의 시작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날의 저 역시 그랬습니다. 처음 써보는 유통기한 지난 필름으로, 처음 만났던 그 친구를 뷰파인더에 담았습니다. 빈티지 필름을 다루는 것이 미숙하여 반짝이던 겨울 강물은 깊은 바다처럼 어둡게 표현되었지만 제게는 정말 소중한 사진입니다. 이후로 저는 빈티지 필름의 매력에 빠져 굳이 유통기한 지난 필름을 찾아 헤매는 사람이 되었고, 동시에 사진에 담긴 인물과의 인연도 시작되었으니까요. 이번에도 역시 그날 찍은 첫 번째 사진을 공유해드릴게요. 겨울 공기와 반짝이던 윤슬이 기억에 생생한 노들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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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못할 시작의 기억을 공유하다 보니 벌써 이렇게 글이 길어졌네요. 2023년, 아무쪼록 읽어주시는 모든 분의 한해가 용기 있는 멋진 시작들로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모든 순간은 어찌 보면 새로운 시작의 연속이니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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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작은 결국 끝이고, 끝은 곧 시작이니까
글과 필름 - 익명의 부원
떨린다. 두렵고, 혼란스럽다.
이런 감정들이 낯설다.
그리고 나는 이런 복잡한 감정들을 다루는 데에 서툴다.
간절히 바랐을 수도, 혹은 간절히 피하고 싶었을 수도,
어쩌면 시작된 지 몰랐을지도.
하지만 이미 시작된 이상 되돌릴 수는 없다.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몰라도,
방금 내디딘 걸음이 없었던 일이 될 수는 없는 것처럼.
여정이 시작되면, 시간이 흐르는 게 아까울 만큼 행복한 순간을 맛보겠지만 결국 그 시간도 흘러갈 테고,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을 절망의 시간들도 견뎌야 할 거야.
시작의 설렘도 잠시, 숨 막힐 듯 고요하고 불빛 하나 없는 외로운 밤이 되겠지. 하지만 이내 수많은 별이 보이면 그렇게 외롭지만은 않을 거야. 그리고 어둠 속에서 배를 타겠지. 정든 곳을 떠나는 아쉬움과 알 수 없는 미지의 곳으로 간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바다 한가운데서 눈부신 태양이 떠오를 테고, 그 놀라운 광경을 보고 벅차오름에 눈물을 흘릴 거야. 태양은 점점 뜨거워지고, 강렬한 햇살을 피할 곳이 없는 너는 햇살을 견디고 또 견디겠지.
하지만 머지않아 익숙해질 거야.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언제나 그랬듯 언젠가 지나가겠지.
그렇다고 너무 아쉬워하지 않았으면 해.
지나간 그 시간 속에 존재했으니,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 흘러가버린 게 아니라 우리가 되었으니.
그래, 내 앞에 남겨진 날들로 가자.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만나면 사진을 찍어야지.
비가 내리지 않았으면 하지만 혹시 모르니 우산을 챙겨야지.
Film
시작은 끝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일출인지 일몰인지 알 수 없는 이 사진이 시작과 끝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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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과 필름 - 익명의 야채쿵야
시작이라는 단어, 당신은 어떤 생각이 드나요?
저는 무언가를 시작할 때면 항상 가슴이 두근거려요. 새로운 도전이라는 점에서 설레는 박동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 두려움의 박동으로 심장이 뛰어요.
시작이 두렵다는 이야기만 들어보면, 성격이 소극적이고 내성적으로 보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오히려 교우관계도 원만한 편이고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도 좋아하며, 심지어는 발표 수업도 선호하는 편이에요. 이래 놓고 시작이 두렵다니, 참 황당하죠?
제가 두려워하는 시작은 주로 주관적인 의지가 담긴 것들이에요.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것들이죠. 하자고 마음을 먹고 이를 행동으로 옮겨야만 비로소 출발선에 서 있을 수 있는 그런 것들이요. 새로운 도전, 시도, 경험... 필름 사진도 그중 하나였어요.
잘 찍지도, 어디에 게시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사진 찍는 것은 습관처럼 어느샌가 제 버릇이 되어있었어요. 좋은 것, 웃긴 것, 흥미로운 것을 보면 밥 먹듯이 핸드폰을 꺼내 들었죠. 그러다가 디지털카메라를 하나 갖게 되고, 필름 카메라까지 손에 들게 되었어요. 하지만, 자연스럽게 동아리까지 하게 되지는 않았어요.
필름 사진을 접했던 과정은 부드러웠지만, 동아리에 참여하는 것은 의지와 결정이 필요했기 때문이에요. 학교 커뮤니티에서 필름 카메라 소모임에 대한 글을 발견하고는 매일 머릿속이 꽉 찬 기분이었어요. 마음으론 이미 신청서를 냈지만, 그 이후에 새로 일어날 일들이 부담스러웠죠.
내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모임을 늘리기엔 너무 늦은 거 아닐까? 당연히 여러 일정을 잡게 될 텐데 잘 소화할 수 있을까…?
엉킨 실타래처럼 머릿속이 점점 까맣게 채워질 정도로 생각과 고민을 거듭했지만, 결국 필름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승리를 거머쥐게 되었죠. 찬빛이라는 새로운 동아리에 함께하고 나서는 언제 걱정했냐는 듯 고민했던 과거는 흐려지고, 새로 만난 인연과 경험에 유유히 헤엄치고 있답니다.
익숙했던 해가 지나가고 낯설고 새로운 해가 왔어요.
날짜의 가장 앞부분이 바뀌는 시기는 항상 설레면서 두렵기 마련인 것 같아요. 설렘 반, 두려움 반이 마음을 차지하고 있겠지만, 결국 끝에는 행복함만이 남기를 바랄게요. 당신의 새로운 시작을 기뻐하며 이만 마칠게요.
Film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용감한 발자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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