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필름 사진 중앙동아리 찬빛입니다.
한낮의 태양빛이 저물어 가고 초록빛의 뜨거움이 사라질 때
청춘의 절정이 담긴 밴드 기타의 진동, 그 진동 위에 얹어지는 설렘의 심장박동으로 우리는 모두 떠나가는 여름밤의 열기를 붙잡고자 했을지도 모릅니다.
모든 꽃에는 저마다의 꽃말이 있듯이, 불꽃놀이의 꽃말은 축제인 것 같습니다.
형형색색의 빛들이 어우러져 칠흑 같은 밤의 어둠을 밝게 비추는 불꽃놀이,
어두운 저녁을 밝게 비추는 수많은 불꽃을 볼 때면 그 사이 어딘가 나의 마음들을 실어 보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빛과 어둠 사이에서 사라지는 불꽃에 어떤 이야기를 담아 보냈나요?
몽돌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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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과 필름 - 수아
시끄러운 음악 소리, 움직일 틈 없이 붐비는 사람들… 사실 저는 축제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부모님이나 친구들의 손에 이끌려 적당히 구경하다가, 먼저 집에 돌아가고 싶어 했던 것 같아요. 축제에서 어떤 의미를 찾으려 했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느꼈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즐거운 마음으로만 축제를 즐기지 못해서, 다른 사람들을 보며 괜히 심술이 나기도 했어요.
이번 여름엔 인생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후쿠오카로요. 여름의 끝자락에 떠난 여행은 정말 더웠지만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그 여행 사이엔 축제가 있었습니다. 여행 2일차 저녁에 역 앞을 지나는데, 엄청나게 큰 음악소리와 북적이는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사람들을 따라가자, 만화에서만 보았던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과거에 보았던 축제와 비슷했지만 마음가짐이 달라서인지, 축제를 보고 크게 환호하는 친구들을 보아서인지, 여유를 가지고 바라본 축제는 정말 신나고 즐거웠습니다. 간식을 먹기도 하고 게임도 하면서 축제를 즐겼습니다. 그리고 음악소리에 맞추어 춤을 추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사람들의 웃는 얼굴을 보았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들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나는 평생 이 장면을 잊을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에게 축제란 이제 그저 시끄럽고 불편한 게 아니라, 춤을 추는 사람들과 친구들의 웃는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아, 그리고 불꽃놀이도요.
여러분에게 축제는 어떤 것을 떠올리게 하나요?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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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찍었던 한 컷. 왠지 축제를 하는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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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우리만의 축제를 여는 거야!
글과 필름 - 못
안녕하세요 님. 새로이, 혹은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못입니다.
심도 Vol.4의 마지막 글을 적을 때만 해도 무더운 여름이었는데 벌써 조금은 춥게 느껴질 만큼 쌀쌀한 가을이 되었네요. 님은 무사히 계절을 건너오셨나요? 저는 가을에 있을 많은 축제를 기다리며 신나는 발걸음으로 건너왔답니다! 제가 기다려온 축제의 이야기들을 들려 드리기에 앞서 🎵나상현씨밴드 - 축제를 함께 듣고 싶어요! 좋아하는 노래이자 이번 심도와 아주 잘 어울리는 노래랍니다.
💿 나상현씨밴드 (BAND NAH) - 축제 (Festival) MV
축제 하나, 생일
살갗에 닿는 폭신한 바람결만으로도 기다려질 이유가 충분한 가을이 더 기대되는 이유는 저의 생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9월과 가을과 함께 시작했던 저의 생. ‘오늘의 식탁에는 내가 좋아하는 꽃게가 있을까?, 무슨 선물을 받게 될까?’ 밤을 새우며 두근거렸던 어린 마음은 이제 희미해졌죠. 그럼에도 생일을 핑계로 전해 받는 다정은 여전히 선명한 박동으로 두근거려요. 일 년 중 가장 많은 축하를 받는 하루. 나를 위한 우리만의 축제,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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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둘, 2024 수정대동제
찬빛과 함께한 두 번째 수동대동제이자 재학생으로서 마지막일 성신에서의 축제. 마지막 날 찬빛 부스에서 상주하던 중, 전날 심도 책자를 구매해주신 분께서 부스를 다시 방문해주셨어요.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실는지요. 책을 하루 만에 다 읽고, 서문에 큰 감동을 받았다며 다정한 말씀을 전해주셨어요. 오프라인에서 독자님께 이런 이야기를 직접 전해 듣는 게 처음이라 너무나도 생경하여 횡설수설 답변드렸지만, 이 글을 빌려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글쓰기가 힘에 부치거나, 제 글이 못나 보이는 날이면 그 말을 오래도록 떠올릴 것 같아요. 독자님의 다정한 말씀이 저에게도, 찬빛에게도 정말 큰 원동력이 되었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부스를 무사히 마무리하고, 친구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갔어요. 저녁을 먹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 불꽃놀이를 보기로 했죠. 맛있게 감자탕을 먹고 있던 그때... 지금 들려서는 안 될 큰 폭죽 소리가 들렸습니다...! 모두가 축제 시간표를 착각했던 거죠... 감자탕을 먹다 뛰쳐나와 모두가 앞치마를 맨 채로 불꽃을 보던 순간, 영원이 있다면 지금이길 바랐어요. 그 누구도 시간표를 착각했다고, 가까이서 보지 못했다고 아쉬워하지 않았어요. 예상치 못했기에 더 큰 선물로 느껴진다며 기뻐했죠. 불꽃이 가까이서 피어오르지 않아도 그 순간 가장 환한 곳은 제 눈앞이었답니다. 찬빛이 만들어준 행운들이 더 환하게 웃고 있었거든요. 게다가 소중한 친구의 생일날이었기에, 노랫말처럼 정말 우리만의 축제였죠^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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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필름으로 담지 못하여 저의 첫 롤으로 담아낸 작년 수정대동제의 불꽃놀이 사진으로 대신 전합니다. 🎇
이 편지를 읽는 동안 님이 떠올린 축제는 무엇일지 궁금해요. 매일매일이 축제 같을 수는 없겠지만 수많은 밤, 수많은 꿈, 수많은 이야기를 써내려 갈 우리만의 축제를 보내다 11월에 다시 만나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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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과 필름 - 진담
저마다 각자의 심박수였다가도, 150 bpm의 노래가 시작되자마자 우리의 심장은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가 같은 박동으로 고동치기 시작한다. 모두 모여서 같은 속도로 심장이 뛰는 낭만적인 순간이, 이곳 축제에서는 펼쳐진다.
뮤직 페스티벌에 자주 다니며, 나는 이런 특별한 순간들을 자주 경험한다. 각기 다른 사람들이 하나의 음악, 하나의 리듬에 맞춰 하나가 되는 마법 같은 순간. 어쩌면, 어제 아침에 지하철 4호선에서 마주친 사람과 지금 이곳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이상은의 '언젠가는'을 열창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눈 마주친 너는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지금 하나가 되어 같은 노래에 호흡하고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다. 불특정 다수와 커다란 연대를 느끼며, 나는 비로소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감각을 깨닫는다. 여기서는 아무도 혼자가 아니며,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잡은 손을 타고 모두에게 전해진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니, 붉게 물든 노을이 구름 위에 펼쳐져 있었다. 축제의 열기만큼이나 타오르는 듯한 하늘은 지금 이 찬란한 순간의 배경지가 되고,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게 만든다. 저 구름 너머로 우리의 환호가 닿을 것만 같았다.
둘러보면 웃음이 가득하다. 아이들은 존중받고, 무지개 깃발이 휘날린다. 사람들은 얼굴에 보석을 붙이고, 우리의 어제를 잊는다. 잠시 현재를 떠나 먼 곳으로 와 꿈을 꾼다. 서로의 차이를 넘어, 함께 같은 꿈을 유영하는 기적을 경험한다.
이곳에서 얻은 조각은 내 마음 깊은 곳에 깊이 박혀서, 삶의 순간마다 날 콕콕 찌르곤 한다. 그때 사람들과 나누었던 형용하기 어려운 그 감정을 통째로 담아두고 곱씹는다. 이름도, 얼굴도 몰랐던 사람들이 내쉰 숨을 한가득 머금어 두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들이쉰다. 그 숨으로 살아간다.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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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흘려보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지나간 기록을 보면 마냥 그렇지는 않다는 걸 알려주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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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조현진 최재원 홍수아
교정 유수민 유혜원 이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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