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필름 사진 중앙동아리 찬빛입니다.
여러분, 꿈이란 무엇일까요?
오밤중에 헤매는 무형의 이야기? 아니면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간절한 목표?
잠에 들기 직전까지 미래를 꿈꾸고, 잠에 들고 나서는 나만의 세상을 헤엄치곤 합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꿈들은 나를 달콤한 환각 속에 넣어서 괴롭게 만들기도 하지요.
뭐가 되었든, 우리는 계속 꿈꾸고 있다는 것입니다. 꿈을 되뇌는 매일 밤이 있기에, 우리는 내일의 낮을 살아가곤 합니다.
그리고 수많은 낮을 살아가게 해준 밤의 이야기들이 여기에 있습니다.
몽돌, 영원, 칠셋, 흰동가리의 꿈결을 소개합니다.
진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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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꿈보다 해몽
글과 필름 - 몽돌
안녕하세요, 이번에 처음 인사드리게 된 몽돌입니다. 어쩌다 보니 제목의 끝이 몽이고, 이름의 처음이 몽이 되었네요. 또한, ‘꿈(夢)’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게 되니 기분이 몽글몽글 설레고, 가슴이 두근두근 뛰는 것 같아요.
저는 속담 중에서 ‘꿈보다 해몽’을 가장 좋아합니다. 좋은 꿈만 꾸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걱정되는 일이 있거나 속상한 일, 오지 않았으면 하는 일들이 쌓이다 보면 잠자리가 사나울 때가 있습니다. 중요한 행사를 위해 연습을 진행할 때마다 같은 부분에서 실수했었습니다. 행사 당일에는 절대로 실수하지 않고 싶은 마음에 과도한 긴장을 하였더니 행사를 무사히 마치고 난 날 저녁에 무시무시한 ‘쓰나미 꿈’을 꾸었습니다.
생생한 악몽을 꾼 날에는 졸린 눈을 부릅뜨고서 메모장을 킨 후, 어떤 꿈이었는지 기록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아침에 메모장에 쓰인 글을 보니 ‘쓰나미가 마을을 덮쳐 사람들이 도망치고, 나는 결국 끝까지 살아남았다. 꼭대기에서 물이 빠지는 아래를 보니 무섭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내용만 보면 아포칼립스 세계에서 폐허가 된 마을을 살펴보는 주인공의 허망한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걱정하던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였기에 어지럽게 쌓인 도시의 철근들이 거센 파도에 무너지는 꿈을 꾼 것은 오히려 머릿속에 어지럽게 펼쳐졌던 여러 고민들이 한 번에 씻겨나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더 이상 쓰나미 꿈이 무섭지 않았습니다.
여러분들은 무서운 꿈을 꾸었을 때 싱숭생숭한 기분을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저처럼 해석을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고, 아니면 아무렇지 않게 다시 잠드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부디 심도의 글을 읽으시는 날에는 아무런 꿈도 꾸지 않고, 가을의 선선한 바람을 느끼며 푹 주무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더운 여름날 시원한 공중전화 부스에서 낮잠을 자는 고양이 사진을 보내드립니다.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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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꿈을 꾸는 꿈
글과 필름 - 영원
타인이 품은 꿈을 꾸는 꿈에 들어가고 싶다 말한 적이 있다.
아무도 모르게 속삭인 한마디에 날아온 초대장도,
짧지만 강하게 각인된 시간도.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뛰어든 꿈에서 만난 것은 다름 아닌 당신,
타의에 따른 시작에 마지못해 영위하는 삶이라며 말끝을 흐린 당신,
낡은 양피지에 휘갈긴 초청의 문장에 별다른 의미가 없다 말한 당신,
정녕 이것이 꿈이 아니고서야 내가 알던 모습이 아닌 당신.
그런 당신은 누구십니까?
꿈을 꾸는 사람의 꿈은 그것이 가진 본래의 뜻과 어긋날 때 가장 우리와 가까워진다는,
다시 말해, 꿈은 꿈으로서 존재하지 않음으로써 우리의 가장 가까운 곳에 곁을 내어준다는 말.
꿈은,
나만이 간직하는 것이 아닐 때,
나만이 들려주는 것이 아닐 때,
비로소 우리의 것이 되었을 때.
때, 때, 때…
가 모였을 때 비로소 꿈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새벽녘의 한 대화.
이를 당신은 기억하십니까?
그렇다면 당신은 누구십니까?
우리가 나눈 대화를,
대화를 나눈 우리를,
우리에 속한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당신에게.
어느 몽상가의 일이 땅에 닿아있으면, 이 세상 모든 꿈은 중력의 힘을 받지 않겠는가.
보편적인 과학 법칙을 거스른 채 나아가는 것이 꿈이라고 정의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게 우리에게 꿈은 땅이 아닌 하늘에 투영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꿈을 꾸는,
꿈을 꾸는,
사람의 꿈.
그것은 아직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 이의 망가뜨려야 하는 꿈이다.
당신의 꿈이 투영된 나의 꿈의 밤은 시리도록 푸를 수밖에.
만질 수 없는 꿈을 먹고 자란 별은 파란 하늘 위 태양보다 멀리 있음이다.
Film.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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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징크스
글과 필름 - 칠셋
깨닫던 순간을 기억하나요, 예를 들어 누군가를 좋아한단 걸 깨닫게 되는 순간이라든지. 사소하고 무수한 순간이 쌓여서, 혹은 어느 한 찰나의 사이에 빠져서. 완전히 좋아져 버렸다던가.
좋아져 버렸다?
깨닫다니. K는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그리고 속으로 되뇌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걸 깨닫던 반짝이는 순간은 없던 것 같습니다.’ 유심하고 싶어 무던히 애쓰는 무심한 K의 성격상, 아마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주의 깊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라. K는 자기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이런 무심한 인간이라도 신께선 어찌저찌 깨닫고 살아보라는 듯 스물한 살 언저리 K에게는 어떤 징크스가 생기고 만다. 꿈에 나온 그 사람을 결국 좋아하게 되어버린다는 징크스 말이다. 이 징크스는 몇 번의 사랑을 거쳐 깨닫게 되었는데 스물한 살의 K는 처음으로 자신의 꿈속에 나온 H를 좋아한다고 인정했다. 현실에서 H의 인상은 그냥 단순하게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 나와 다른 무리에 있는…. 음 노래하는 걸 좋아했던가. 딱 이 정도에 그쳤던 H가 꿈에서 어느 연인과 다를 바 없이 행동하고 있었다. 연인이라는 설정부터 곤란한데 그는 어찌 알았는지 내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행동들을 반복해 매번 기분 좋은 당황에 빠트렸다. 눈 뜨면 사라질 꿈은 일주일 혹은 그 이상 반복되어 내내 K를 괴롭혔다. 현실의 정적인 괴리감과 상반되게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일어나 어쩔 수 없이 H를 좋아한다 깨닫고 인정한 순간. 신기하게 H가 나오던 꿈은 더 이상 꿀 수 없었다.
꿈의 일부는 이루어졌고 혹은 완전히 달랐다. 서로의 손 틈 사이 빈 공간을 짜맞춰오며 자신의 어떤 점이 좋았냐고 묻는 H의 말에 K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게 꿈속의 너인지 아니면 눈앞의 너인지…. 속으로 생각하며 답변을 얼버무렸다. 연인으로서는 그다지 적합하지 않은 태도였다.
대신 스물셋을 바라보고 있는 K는 그 대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꿈보다 마음이 앞섰던 거라고. 남색의 단순한 자수 로고가 그려진 티셔츠들은 어떤 브랜드인지, 한결같이 들고 다니는 물병 속에는 무슨 액체가 들어있는지, 네가 가장 좋아한다는 노래와 언젠가 귀 동냥으로 들은 그가 꿈꾸던 본래의 꿈. 그리고 조용히 응원하던 자기 자신. 애써 부정하고 쫓지 않으려 눈을 감은 순간에도 부단히 그를 찾고 있었다. 대답할 수 있다. 첫눈에 몸과 마음 온갖 생각이 이미 너에게 도달해 있었다.
몇몇 징크스 같은 사랑을 했다. 지나간 사랑에 대해 생각이 잠기는 날에 K는 자주 솔직하지 못했던 자신을 떠올린다.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게 신호탄을 쏘아 올렸던 꿈에 대해 미소 짓다가도, 그가 정말로 보고 싶어도 다시는 꿔지지 않는 꿈들에 갈망하고 원망한다. 눈을 감고 축축한 현실을 마구 뒤적이던 밤이었다.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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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꿈에 대한 단상
글과 필름 - 흰동가리
고향으로 향하는 버스 안, 사람들은 저마다 고개를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떨구며 영혼을 잠재우고 있었습니다. 한밤의 꿈이 한낮으로 이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꿈. 꿈이란 무엇일지…… 그런 고민을 하는 나야말로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하염없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저로서 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황인찬 시인의 「무화과 숲」이라는 시였습니다. 사실 꿈 자체와는 크게 관련이 없는 시이지만, 오로지 마지막 구절 때문에요.
밤에는 눈을 감았다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
황인찬 시인이 주로 하는 이야기들은 꽤나 안으로 굽어 있기에, 그의 시를 제 나름대로 해석하려 시도하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 시를 읽은 지 한참이 되어 감에도 저는 여전히 시인의 의도를 알지 못합니다. 다만, 생각해 볼 뿐입니다. 나는 꿈속에서 사랑을 발화한 적이 있었던가, 하고 말입니다. 잠에서 깨면 속절없이 꿈에 대한 기억이 사라지는 탓일지 모르겠지만 곰곰 생각해 보아도 역시 그런 일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제 꿈속에선 전쟁이 일어나기도, 범죄자를 쫓기도, 심지어는 누군가와 뜨거운 포옹 끝에 이별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무얼 해도 꾸지람 듣지 않는 꿈에서조차 무구히 사랑을 내뱉지 않는다니…… 참 애석한 일입니다. 꿈속에서 사랑을 속삭일 만큼 애틋한 사람이 없는 탓일까요. 하하.
어쩐지 꿈에 대해 이야기하려 하면 할수록 자꾸만 꿈 바깥의 이야기를 하게 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만, 이쯤에서 당신께 묻고 싶네요. 당신은 꿈속에서 사랑을 말해 본 적이 있나요? 당신은 어떤 꿈의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나요?
사실 꿈이야 아무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추운 계절로 약진하는 이 시점,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춥지 않은 꿈을 꾸길 바랍니다. 깊은 밤 보내세요 :)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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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간직하고 살아가는 기억들은 우리 삶의 중요한 부분이다. 기억은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보게 하고, 현재를 소중히 여기게 하며, 미래를 꿈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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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조현진 최재원 홍수아
교정 유수민 유혜원 이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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