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필름 사진 중앙동아리 찬빛입니다.
기억이라는 게 참 짓궂지요.
망각하고 싶은 날들만을 골라 집요하게 수면 위로 보내고,
가끔은 그날과 달리 본떠져서 나를 난감하게 만들기도 하고,
아무리 자세히 보고 싶었던 얼굴들도 더 이상 선명히 그릴 수 없게 만들고,
필요한 시간만큼 붙잡아둘 수도 없으니까요.
주저앉은 나를 붙잡고 뛰어주기도, 나를 망망대해에 침잠하게 두기도 하는,
그 모든 기억을 사랑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결국 나를 나아가게 만드는 것 같아요.
지금은 밉더라도 내일은 반갑게 맞이할 수 있기에
당장의 순간을 너무 미워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무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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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보석 상자
글과 필름 - 기
간직하고 살아가는 기억들은 마치 작은 보석 상자와 같다. 그 안에는 수많은 순간이 빛나는 보석처럼 담겨 있어, 꺼내 볼 때마다 우리를 기쁨과 슬픔, 감동과 회상으로 이끈다. 이러한 기억들은 살아가면서 겪는 모든 경험과 감정을 담아내고, 때로는 힘든 순간을 이겨낼 힘이 되기도 한다.
어린 시절의 행복한 순간, 친구들과의 즐거운 시간, 그리고 가족과 함께한 따뜻한 추억은 모두 우리 마음속에 소중히 간직되어 있다. 시간이 지나도 빛을 잃지 않고, 언제나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때론 이러한 기억이 아련한 그리움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그만큼 우리에게 큰 의미와 감동을 준다. 그러한 기억들은 차곡차곡 쌓이고, 우리의 청춘을 더욱 빛나게 한다. 그렇게 언제나 우리 마음속에 살아 숨 쉬고 있다.
소중한 사람들과의 추억은 우리의 삶에 빛을 더해주고, 그 순간들을 떠올릴 때마다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함박눈이 내리던 추운 겨울날, 동생과 장갑 한 짝을 나눠 끼고 눈사람을 만들었던 사소한 기억까지도 말이다. 힘들고 지칠 때, 그런 희미하지만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얻기도 한다.
결국, 간직하고 살아가는 기억들은 우리 삶의 중요한 부분이다. 기억은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보게 하고, 현재를 소중히 여기게 하며, 미래를 꿈꾸게 한다. 이러한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며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일지 모른다.
Film.
빛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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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추억의 힘
글과 필름 - 버즈
누군가에게 기억은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고는 합니다. 이 문장은 저에게도 적용되는데요. 저는 가끔씩 원동력을 얻기 위해 옛날 사진이 담겨있는 사진첩을 들춰봅니다. 사진첩을 열어보면 최근에 무엇을 했는지부터 고등학교, 중학교, 초등학교의 추억들이 저를 반겨줍니다. 사진을 보다 보면 옛날에는 그저 작은 일상이고 스쳐 지나간 상황들이 ‘시간’이라는 하나의 변화 요소로 가치가 늘어났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추억의 장소를 하나 골라보라고 한다면, 저는 가장 먼저 집 앞 놀이터를 고를 것 같습니다. 지금은 눈길 한 번을 주지 않고 쌩 지나가는 장소로 변했지만, 어릴 적에는 어느 보물보다 소중한 아지트였습니다. 초등학생일 때, 학교 수업이 다 끝나고 집 가는 길에 친구들과 즉흥적으로 ‘우리 4시에 광장에서 봐~’하고 약속을 잡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면 집에 있는 간식을 챙겨 먹고 한 손에는 문방구에서 간식을 사 먹을 오백 원, 그리고 다른 한 손에는 자전거를 끌고 나갔던 것이 저의 방과 후 루틴이었습니다. 그때는 아무 걱정 없는 상태로 놀아서 그런지 머릿속에 어렴풋이 남아있었지만 가끔 가다가 놀이터에서 쌓았던 많은 추억들이 문득 떠오르고는 합니다.
추가적으로, 얼마 전에 머리를 쿵 맞은 것처럼 저에게 충격을 줬던 문장이 있습니다. 바로 “놀랄 만한 사건은 더 풍부하고 촘촘한 기억을 만들어준다. 많은 것을 처음 접하는 아이들은 그것을 정보로 저장하면서 기억을 풍부하게 하지만, 이미 많은 것을 경험한 어른들은 기억으로 남길 만한 새로운 것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입니다. 이 문장을 통해서 새로운 추억을 만들수록 파노라마에 새겨지는 장면은 늘어나니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어른이 될수록 추억이 줄어들게 되면서 공허함을 많이 느끼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잠시 바쁜 일상 속에서 벗어나 추억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본인만의 방식으로 만든 추억은 내가 잠시 주저앉았을 때, 나를 일으켜주는 손이 되어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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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보물 1호였던 저의 자전거를 떠올리며 사진을 찍어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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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과 필름 - 익명의 부원
‘기억’이라는 주제로 심도 원고를 쓰기 앞서 지난 일기를 읽어보았습니다. 작년 이맘때 일기에는 이런 말을 적어 놓았습니다.
‘6월은 한밤중에 퉁—하고 매실이 자전거 보관소 지붕에 떨어지는 소리가 나는 것. 하룻밤 자고 일어날 때마다 매실나무 아래 세워둔 자전거 바구니에 들어 있는 매실이 늘어나는 것.’
이번 6월에는 듣지 못했지만 일기를 읽자 매실 떨어지는 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합니다. 자려고 누운 고요한 밤이 되어서야 들리는 퉁—하는 소리처럼 약하고 자그마한 것들이야말로 간직하고 살아가야 하는 게 아닐지 생각합니다. 단번에 성큼 마음에 들어와 가을밤마다 떠오르는 시가 아니라 일기를 쓰고 사진을 찍어야지만 기억할 수 있는 것들 말이에요. 술 마실 때 자두를 먹으면 맛있다며 지난여름 찬빛 MT에 자두 몇 알을 말끔히 씻어서 가져왔던 부원이라든지, 고소공포증 때문에 판테온 꼭대기에서 문틀을 잡고 고군분투할 때 같이 가자며 내밀어준 낯선 손이라든지, 우정을 기억하고 용기내어 보내준 생일 축하 메시지나 안부 연락을 떠올립니다. 냉소적인 태도를 가지기 쉬운 세상에서 다정은 연약해 보이지만 사실 그 무엇보다 강하다고 믿습니다. 다정의 층이 겹겹이 쌓이도록 기록으로써 다정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오랫동안 기록을 계속하다 보면 오늘 날짜의 부피가 생긴다. (중략) 겹겹이 층이 쌓이는 페이스트리 빵처럼 그 속에 기억과 장면들이 깃든다.’(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도우, 시공사)
오랫동안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될지 고민했습니다. 요즘은 그보다는 내가 세상과 사람을 어떻게 기억하고 싶은지 생각합니다. 그 답은 다정인 것 같습니다.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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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과 필름 - Raven
기억은 수많은 포장 식품들과 같다.
약간 예쁘게 색을 칠하고
그렇게 해도 그다지 해롭지는 않다. -모리스 슈발리에-
누구나 평생을 담고 살아가는 기억들이 있을 겁니다. 잊고 싶지 않아 매일 되뇌는 행복한 기억도 있고, 잊으려고 해도 잊을 수 없어 과거에 자신을 얽매였던 기억도 있을 겁니다. 또한 잊고 살고 있다가 어느 날 문득 떠올라 우리를 찬란했던 순간으로 데려가기도, 갑자기 모든 것을 두렵게 만들기도 하는 것이 우리의 기억이겠지요. 사소한 기억이라는 조각들이 더해져 완성되는 것이 삶이라면 저는 그 기억의 조각들을 고르고 골라, 행복한 순간들로만 가득 채우고 싶습니다. 불행한 순간들의 기억으로 나의 삶을 채우고, 그걸 평생 돌아보며 살기엔 우리의 삶은 너무도 짧으니, 저는 아름다운 순간의 기억들로 점철된 삶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저는 사랑이라는 감정과 결부된 기억의 조각들을 사랑합니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에게 사랑받았던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 않고, 마음속 한구석에서 찬란한 빛을 내는 것 같습니다. 혹여 그것이 혼자만의 사랑이었다 하더라도 모든 걸 쏟아부어 사랑한 기억들은 문득 떠올라 저를 다시 행복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반대로, 누군가를 미워하고 미움받았던 기억들은 이미 지나간 것임에도 어째서인지 다시 돌아와 저를 아프게 합니다. 그렇기에 전 최대한 많은 것들을 사랑하며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내가 만들어 낸 사랑이 날 채워주는 행복한 기억의 일부가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망각은 고상한 것이다.
상처를 기억하지 않는 것 말이다.
-찰스 시몬즈-
무엇 하나 잊지 않고 나의 영원을 기억하는 것, 저는 그것이 축복이라 생각했습니다. 기억은 사람을 구성하고, 사람들은 그 기억으로 살아가기에 하나라도 사라지는 게 있다면 그것이 제일 큰 슬픔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세상엔 제 과거의 바람처럼 모든 순간을 마치 어제처럼 기억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나의 모든 찬란한 순간들을 기억할 수 있어 기쁘지만, 동시에 아프고 슬픈 기억들 역시 어제 일처럼 생생하기에 마치 축복 같기도 저주 같기도 하다는 그녀의 말과 표정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누군가 소중한 기억들로 삶을 채워나가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 묻는다면, 주저 없이 ‘망각’이라 답하고 싶습니다. 아무리 좋은 기억들을 계속 채워 넣어도 이미 넘칠 정도로 가득 찬 아픔이 있다면 그것들이 담기지 못하고 흘러갈 테니까요. 그러니 우리 모두 잠깐의 미련으로 영원한 슬픔을 끌어안고 살지 않기를, 행복한 기억들은 모두 담고 감당할 수 없이 아픈 기억들은 모두 흘려보낼 수 있기를, 그래서 여러분의 삶이 찬란한 조각들로만 점철된 아름다운 작품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 바람을 사진으로 담은 저의 찬란한 기억의 일부로 여러분께 전하며 이 글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떤 기억의 조각들로 이루어진 삶을 살아가고 계신가요?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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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이유진 최재원 홍수아
교정 김수경 박유영 장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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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음 주 금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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