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필름 사진 중앙동아리 찬빛입니다.
여러분들은 '파란'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저는 누군가의 찬란한 순간들을 한 아름 담은 듯 빛나는
여름의 바다가 먼저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그 끝이 어딘지 모르게 이어져 있는,
하늘과의 그 경계마저 모호한 곳.
행복한 기억들이 머리 끝까지 차올라 범람하여,
그저 하염없이 그리워하게 되는 곳.
저에게 바다는 그런 곳입니다.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기억 조각들만을 모아놓은 보물 창고 같아,
살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뭍에 내던져진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숨이 막혀 무엇도 할 수 없을 때 꺼내 숨쉴 수 있는 그런 곳 말입니다.
우리 모두가 각각의 추억을 담은 ‘파란’ 속에서
영원을 헤엄칠 수 있기를 바라며,
이번 찬빛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Raven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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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의 푸른 동심
글과 필름 - 버즈
저는 ‘파란색’ 하면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로 시작하는 노래가 먼저 떠오르는데요, 혹시 여러분도 이 노래가 익숙하신가요? 저는 이 노래를 부르면 친구들과 재미있게 손뼉을 치고 놀던 어린 시절이 새록새록 기억납니다. 나아가 급식을 먹었던 초등학생 때부터 학업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던 고등학생 때까지의 추억 여행을 자연스레 하게 되더라고요.
동심은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말랑하게 만들면서도 촉촉하게 해주는 마법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옛날 기억을 마음속 깊이 담아두곤 꺼내 보지 못하다가 갑작스레 마주하게 되니 그런 것 같네요. 저도 어릴 적부터 타고 다녔던 자전거나 즐겨 먹었던 식품을 우연히 보게 되면 깜짝 놀라면서도 그리움 때문에 울적해지기도 합니다.
동심이라는 존재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넘어, 희미한 옛날이기에 더욱 소중한 것 같은데요. 요즘 들어 잠깐 잊고 있던 어릴 적 순간이 많이 떠오르면서 ‘저 때 정말 어리고 푸릇했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립긴 하지만,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그때의 시간은 그때의 나에게, 현재의 시간은 현재를 살아가는 나에게 온전히 선물해 주고 싶은 마음이라서요.
어릴 적 경험했던 시간은 잡을 수 없는 먼 순간 같지만, 의도적으로 기억하지 않아도 영원히 가슴속 한편에 남아 있는 존재라 어쩌면 나와 가장 가까운 오묘한 친구 같습니다. 말 그대로 내 안에 추억 저장소가 있는 것처럼 영원히 잊히지 않더라고요. 그렇지만 가까이 있다 하더라도, 너무 아끼는 존재니까 예쁜 상자에 소중히 넣고 추억 저장소에 보관했다가 힘들 때 가끔 열어본다면 동심의 의미를 더 깊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해요.
어릴 적 사진첩을 열어보며 추억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요? 여러분의 동심이 내일을 살아갈 힘을 줄 것이라 장담합니다. 맑은 하늘 아래 신나게 뛰어놀던, 정말 파랬던 우리들의 시절을 머릿속에 그려 보세요. 여름의 더위를 잠시 잊을 만큼 찬란한 순간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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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동심을 나타내는 핵심적인 아이템인 자전거를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부모님께 자전거를 배우던 순간부터 친구들과 동네를 가로질러 다니던 순간까지 소중한 추억을 많이 만들어준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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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높은 바다
글과 필름 - 기
‘파란색’을 보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나는 가장 먼저 ‘바다’가 떠오르곤 한다.
나는 한평생을 인천에서 살아온 사람이다. 흔히들 인천엔 바다가 있지 않느냐고, 푸른 바다를 자주 볼 수 있어서 부럽다고 말한다. 안타깝게도, 인천에는 아름다운 푸른빛의 바다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갯벌 진흙을 잔뜩 머금은 잿빛의 바닷물만 끝없이 펼쳐져 있을 뿐이다. 속초의 푸르다 못해 새파란 색깔도, 제주의 에메랄드빛도 인천 을왕리 해수욕장에선 기대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종종 바다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잊어버리기도 한다. 파란색을 보면 바다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유는 그 아름다움을 잊지 않으려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항상 파랗고 맑은 바다의 색에 목말라 있다. 그나마 가장 비슷한 색을 가진 것이 해가 쨍하니 맑은 날에 보이는 하늘이라, 날마다 바뀌는 하늘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 게 습관이 되었다. 그러니까 내게 파란 하늘은 조금 높이 있는 바다 같은 것이다. 구름이 없으면 잔잔한 물결 같고, 구름이 많으면 거센 파도처럼 보인다. 바다를 닮은 그 모든 모습이 좋아서 사진으로 기억한다. 나무 아래서 하늘을 바라보면, 나뭇잎들 사이로 빛이 들어오고 파란 하늘이 보일 때가 있는데, 그게 마치 윤슬처럼 보이는 순간이 있다. 나는 그 순간 때문에 나무 아래에서 보는 하늘이 더욱 바다와 닮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하늘을 보면 마음이 조금은 편해진다. 인천의 잿빛 바다와 다르게, 하늘을 통해서 푸른 바다의 느낌을 받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하늘을 보며 바다를 꿈꾼다.
Film.
덕수궁 나무 아래서 바라본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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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파란에 대한 단상(斷想)
글과 필름 - 칠셋
누군가 나에게 가장 좋아하는 색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주저 없이 파란색이라고 답할 것이다.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의 주된 색깔도 파랑, 산보다는 푸른 바다, 잡화류에 다양한 색상 선택지가 있다면 푸른 계열부터 뒤적였고, 내 손으로 모든 곳을 꾸몄던 방은 곳곳이 파랗게 물들어 있었다.
언제부터 그 색을 좋아하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기억하는 순간부터는 그 색을 좋아하고 있었다. 알게 모르게 청개구리 심보를 갖고 있는 나는, 태어나자마자 자연스레 남아는 - 파란색 여아는 - 분홍색을 부여하는 한국 사회에 반항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이유를 자처하고. 어느 순간 내 눈은 자연스레 그 색을 좇고 있었고 파란색은 선택을 용이하게 하는 취향이자 나를 공고히 하는 색이 되었다.
파란색 파란(*잔물결과 큰 물결.)을 가득 볼 수 있는 곳은 바로 바다인데, 인간은 늘 숨 쉬고 살고 있으면서 그 공간 앞에서야 비로소 살고 있다고 느끼기도 한다. 도시에, 일상에, 주변에 무수한 파란색이 있지만 푸른 바다에 가야 숨이 놓이는 것. 파도의 박동이 심장과 닮아서인지. 같은 색 하나 없는 파란 하늘과 파란 바다를 겨우 지평선 하나로 죽 그어놓은 자연이 경이로워서일지. 전혀 모르겠으나 이리도 푸르른 여름, 파아란 바다를 함께 떠올리곤 한다.
파란에 대한 단상(斷想) 마침.
Film.
무작정 파란을 찾으러 떠난 그날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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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이유진 최재원 홍수아
교정 김수경 박유영 장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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