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필름 사진 중앙동아리 찬빛입니다.
저는 원래 비오는 날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서늘하고 어두우며 온 세상이 꼭 누군가의 눈물에 잠식된 것만 같아 슬펐달까요.
하지만, 얼마 전 찬빛 부원들과 함께 출사를 나갔던 날
저는 비 오는 날을 그저 하염없이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이들과의 첫 출사에서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저와 함께 있던 이들은
누구도 불쾌한 기색없이 행복한 듯 저와 함께 비를 맞아주었습니다.
축축하고 어둡기만 했던 비도 함께 맞아줄 이만 있다면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저는 20살의 여름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에게 비오는 날은 어떤 의미로 기억되나요?
여러분들의 모든 날씨에도 행복한 추억들이 깃들기를 바라며
찬빛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Raven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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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맑은 날(晴れの日)
글과 필름 - 수아
최근, 몇 번의 비가 내리고 다시 화창해진 날씨를 느끼셨나요? 전 공강에 친구들과 피크닉을 즐기기도 하고 친한 언니와 밤 산책을 나가기도 했습니다. 서울에서 지내는 첫해여서 그런지 무얼 하든 괜히 더 기분이 좋은 것 같아요. 날씨가 좋은 날이 많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물론 과제는 맑은 날씨와 비례하게 쌓이는 중입니다. 애써 모르는 척, 화창한 날들을 즐기고 있고요. 다들 저와 비슷하시길 마음속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이렇게 좋은 날에, 밖을 돌아다니지 않는 건 너무 아쉽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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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는 조금 지치고 귀찮지만... 친구들과 잔디밭에 누워 쉴 수 있는 건 정말 좋아요. 오늘은 피크닉을 하면서 찍은 사진을 가져왔습니다. 그날따라 날씨가 정말 화창했고, 구름이 뚜렷하고... 하늘이 진한 파란색이었던 기억이 나요. 사실, 하늘이 어땠는지는 이렇게 생생하게 떠오르는데... 친구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는 생각보다 잘 기억이 나지 않아요. 지나가는 일상의 한 부분이었기 때문일까요. 하지만, 사소한 이 일상의 한 조각이 미래의 제가 영원히 가지고 갈 기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맑은 날씨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 마침 LUCY의 ‘날씨가 미쳤어’라는 노래가 떠오르는데요. 맑은 날씨에 정말 잘 어울리는 노래입니다!♪(๑ᴖ◡ᴖ๑)♪ 제가 드릴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의 눈 그리고 귀가 화창한 날이 되기를 바랄게요! 수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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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과 필름 - 익명의 부원
- 날씨와 감정
때로는, 하늘의 색이 그날의 기분을 결정하는 것만 같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창문 너머로 보이는 하늘의 색깔이 그날의 첫 번째 감정을 선물한다. 맑고 푸른 하늘이라면, 왠지 하루의 시작이 좋지만 구름이 잔뜩 낀 회색 하늘은 어딘가 우울함을 안겨주기도 한다. 날씨는 우리의 감정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때로는 우리의 기분을 반영하고, 때로는 우리의 마음을 위로해 준다. 맑은 날의 따스함, 비 오는 날의 고요함, 눈 내리는 날의 마법, 봄바람의 생명력. 이 모든 것이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고, 일상에 색다른 감정의 물결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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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 장마
아직 조금 남았지만, 서서히 여름은 오고 있고, 여름의 한창때에 가서는 장마도 시작되겠지. 여름 날씨는 때로는 견디기 힘든 더위와 무섭게 쏟아지는 비로 우리를 지치게 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소중한 추억을 만들고, 그 추억들은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다.
비 오는 날이면, 세상이 조금 더 조용해지는 것 같다. 비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리고 특히 할머니 집에서 누워 듣는 슬레이트 지붕에 내리는 빗소리는 일상에서 벗어나 기억 속에 머물러 있는 추억에 잠기게 한다.
여름 장마철, 다 같이 식탁에 둘러앉아 먹었던 얼음 동동 콩국수와 할아버지가 잘라주신 수박… 그날 밤 거실 바닥에 누워 듣던 슬레이트 지붕으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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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오늘 날씨는 ( )겠습니다.
글과 필름 - 뮤시
오늘 날씨는 오전에는 부분적으로 흐림, 오후에는 날이 개어 맑을 예정입니다. 내일 날씨는 오전과 오후 동안 흐리며 특히 오후에는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리므로 우산을 챙기시길 바랍니다.
‘날씨’는 경험과 데이터(블로그, 수년간 쌓인 기억 등...)로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지만 변수가 항상 존재합니다. 예상보다 비가 거세게 오거나, 소나기가 내리거나, 습도가 높거나 예년보다 기온이 낮거나 등이 있어요.
이런 변수와 변화가 다양한 날씨처럼, 우리의 일상도 예상하기 어려워요. 필름 사진을 찍을 때는 피사체를 잘못 잡아 초점이 나가거나 필름을 잘못 구매해 보랏빛 세상인 사진을 받거나, 필름이 타버려 하루 동안 찍은 게 통째로 날아가는 등… 너무나도 많은 시행착오가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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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비슷하게, 한 학기 동안 주어진 시험, 과제, 프로젝트나 알바 등도 원하던 만큼과는 소화해 내는 정도와 완수해 내는 속도가 다를 때가 더 많죠.
잘하고 싶었지만 결과는 애매하기만 할 때, 허망함과 동시에 그때의 날씨가 내 기분을 대변하기도, 반대로 내 기분과 대치하기도 합니다. 의지와 다르게 바뀌는 날씨와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 속 나의 날씨, 나의 시간을 잃어버린 채 허덕이는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한국 안에서도 각자 있는 지역에 따라 날씨가 다르듯, 우리는 각자 맞는 것이 다르고, 날씨와 시간의 흐름과 속도도 다릅니다. 시간은 빠르거나 느리며 균질적이지 않습니다. 느림과 빠름 속에서 우리는 빠름에 쫓기고, 끌려다닙니다. ‘급할수록 느리게 돌아가라’와 ‘느린 속도가 행복을 만들어내는 것이다.’라는 말처럼, 각자에게 맞는 속도로 나아가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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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아가미
글과 필름 - 무개
당신은 어떤 얼굴을 한 하늘을 기다리나요?
저는 하늘의 변덕을 기다려요. 아무 그늘 없는 맑은 내색으로 갑자기 쏟아내는 빗방울 같은 것들이요.
한 걸음씩 낙하해 둥근 발자국을 남기는 물방울을 하나하나 세다 보면
더 이상 셀 수도 없을 만큼, 마른 바닥에 찍힌 저마다의 흔적을 가름할 수도 없을 만큼,
메마른 이의 마음의 못을 다 채우고도 넘칠 만큼 몇 층이나 되는 물이 추락해요.
하늘은 무얼 토해내나. 남의 불행한 낯을 빌어도 되나
하늘에서 쏟아지는 수천 개의 바늘이 내 눈앞까지, 더 긴밀해질 수 없을 때까지 다가와
내 시선을 잘라내요. 더 멀리 볼 필요 없다는 듯이.
그럼 내 눈길은 끝내 내 주변에 머물러요.
젖은 얼굴을 꺼내면서까지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이 무얼까
그런 날이면 가장 감각이 곤두서요.
닿는 순간 일그러지는 물방울들. 나무, 흙, 물, 땀 같은 것들이 한데 뒤엉켜 내는 비릿한 내음.
한 걸음 뗄 때마다 끈질기게 발을 붙잡아오는 손들.
바람에 부딪히고, 잎에 휘청이고, 이리저리 충돌하는 비가 내는 소리들.
감각하는 것이 많아요.
발견하는 것이 많아요.
차창에 맺힌 물방울을 와이퍼로 아무리 지워도 소용없다는 것. 그걸 비웃듯 아무렇지 않게 그들은 다시 피어난다는 것.
눈에서 코가, 발이, 귀가, 잔뜩 젖고 나면
결국 나에게 시선이 그쳐요.
우리를 물속에서 호흡하게 해
물에서 뱉어내고 들이마시는 법을 알려줘
저마다의 아가미를 달아줘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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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이유진 최재원 홍수아
교정 김수경 박유영 장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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