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필름 사진 중앙동아리 찬빛입니다.
사람들은 영원을 추구합니다. 손에 잡히는 영원함을요.
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 아끼는 책, 좋아하는 색의 셔츠.
지금의 자신이 간직한 채로 영원히 남아있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사실은 알고 있겠죠.
영원히 변하지 않는 건 없다는 걸,
그리고 변화하는 것은 영원한 것보다 아름답다는 걸.
낡은 사진을 보며 과거를 회상하기도 하고
애지중지했던 인형을 보며 웃음을 짓기도 합니다.
여러분에게 변화는 어떤 것을 떠올리게 하나요?
찬빛이 느낀 변화를, 오늘 함께 느껴보면 좋겠습니다.
수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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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과 필름 - 익명의 부원
안녕하세요 심도 독자분들. 5월에서 6월이 되고 봄에서 여름이 되는 시기에 변화라는 주제로 글을 씁니다. 작년에 비해 여러분은 많이 변하셨나요? 작년 이맘때 일기를 찾아보니 벼락치기를 하는 습관도, 근육을 키우고 싶어 운동하려는데 운동을 하기에는 근육이 부족한 상황도 크게 변하지 않아 웃음이 납니다.
변하지 않은 부분이 있듯 변한 점도 있습니다. 요즘의 저는 식사를 마치자마자 바로 설거지하는 사람과 모든 1인 가구의 가장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성실할 때는 티가 나지 않지만 거르면 티가 나는 일을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더라고요. 학교 다니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집과 자신에게 책임이 있는 유일한 사람으로서 일상을 쓸고 닦고 요리해야 했던 자취생들에게 새삼스레 존경스러운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언젠가의 심도에 아직도 많은 것에 서툴고 미숙한 저를 지켜보는 게 힘들다고 썼습니다. 저는 매년 그해의 문장을 찾아서 한 해 동안 곱씹어보는데 올해의 문장 중 하나는 ‘못하는 나를 견디기’입니다. 못난 모습을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보는 게 여전히 힘들지만 부족할 수밖에 없음을 받아들이고 부족함을 드러내는 걸 부끄러워하고 싶지 않습니다. 지난 이십여 년 동안은 현재의 모습에서 변화를 도모하고 얕은 마음과 생각을 숨기기에 급급했는데 올해는 제 바닥을 선뜻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듭니다. 잘 모르기에 멋져 보이는 타인과 잘 알기에 못나 보이는 자신 사이에서, 저는 얄팍한 마음을 보이기를 꺼리지 않으며 함께 못날 수 있는 사람이 되어보고자 합니다.
심도 독자분들도 올해의 다짐이나 변화가 있다면 아래의 ‘소통하기’를 통해 알려주세요.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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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담벼락에서 발견한 귀여운 미니어처입니다. 새로 산 카메라의 첫 롤이어서 마구 찍었더니 초점이 하나도 맞지 않아 아쉽지만 더 이상 밉지는 않습니다. 지금의 미숙함도 시간이 지나면 견딜 만할 것 같습니다. 서툰 자신을 편하게 바라볼 수 있는 날을 천천히 기다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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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과 필름 - 뮤시
변화. 이 한 단어에 다양한 의미가 머무르고 있습니다. 흔히 관계, 기온, 계절, 마음, 태도의 변화 등 다양한 의미로 변주합니다.
글을 쓰고 있는 5월, 5월은 봄의 시기에서 여름으로 넘어갈 6월을 준비하는 달이에요. 낮이면 ‘곧 여름이구나’ 싶다가도, 오전과 밤의 공기가 몸속 구석구석을 훑고 가면 ‘아직은 춥구나’ 생각하게 되는 모호한 온도를 가진 달. 5월의 저는 오전 7시, 햇빛이 한 발짝 뒤에서 빼꼼히 인사하는 듯한 추위를 들이마시며 아직은 오지 않은 혹은, 아직은 오지 않았으면 하는 여름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저는 따수움과 추움을 오가는 모호한 계절을 맞은 지금 다른 변화도 생각해 봅니다. 기대를 갖고 이어나갈 관계와 기대를 놓고 끊어야 할 관계 사이에서 갖고 있던 기대를 내려놓는 것, 내려놓은 기대를 채워주는 다른 관계의 등장. 새로운 관계의 시작으로 숨기고 드러내지 않던 사고 혹은 감정, 부유하던 생각들을 자주 꺼낼 수 있도록 바뀐 것, 1년 동안 고대했던 미국을 여행한 후 싫어했던 향신료인 고수를 좋아하게 된 것, 4학년이 되어 학교에서의 순간들을 다른 시선으로 포착하려는 것 등.
이렇게 정리해 보니, 2024년의 저는 여러 변화를 맞았네요. 변화는 곁에서 방랑하며 부딪쳐 우리에게 흠집을 주기도, 우리가 직접 말을 걸기도,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기도 하고 떠나가기도 합니다. 마치 길거리에 있는 나를 주변으로 바삐 지나가는 사람들처럼요. 여러분은 2024년, 어떤 변화를 보내고 맞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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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옷을 입은 사람(=나)의 주변으로 지나가는 어두운 옷들의 사람들.
횡단보도를 건넘으로써 다른 모습의 변화로 가기로 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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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옷을 입은 사람(=나)의 주변으로 지나가는 사람들, 흩어진 모습.
내 곁의 변화를 택하지 않고 흘려보내기로 한 나 혹은 변화들을 받아들인 나의 모습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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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과 필름 - 하나
계속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합니다. 멈추지 않고 나아가거나, 고여있지 않고 흐르거나, 끊임없이 펼쳐지는 것들에 대해서 말입니다. 그러나 제가 깨달은 사실은, 어떤 것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그 시작점을 단단히 붙잡은 채 쉽게 놓아주지 않을 무언가가 존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자리에 멈춰있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가려면 우리의 두 다리는 튼튼해야만 합니다. 바다가 고여있지 않고 계속해서 흐른다고 하여 제자리에 있던 바닷물이 영영 사라져 버리지는 않습니다. 끝없이 펼쳐지는 도시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수많은 세월과 함께 반듯한 건물을 쌓아 올릴 줄 아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여러분이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순간에도 우리는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도 꾸준히 변화하고 싶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왕이면 좋은 모습으로요. 저를 그런 방향으로 변화하고 싶게 만드는 것들에 대해 떠올려 봅니다. 좋아하는 장면을 찍는 일, 익숙한 사람과 익숙한 시간을 보내는 일, 거친 파도 소리를 듣는 일, 귀와 심장이 터질 듯한 음악을 듣는 일, 방해받지 않는 시간 속에 존재하는 일, 영원히 잊고 싶지 않은 문장을 읽는 일, 그리고 여러분께 보내는 이 편지를 쓰는 일이 그렇습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저는 제가 사랑하는 것들로부터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고자 하는 다짐을 얻는 것 같아요. 글을 마치기 전에 오늘 심도의 주제와 잘 어울리는 노래를 하나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을 살아내고 우리 내일로 가자’라는 가사가 유명한 노래예요. 계절과 계절의 중간에 있는 이 시기에 생각나는 노래이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 계속되는 삶의 변화에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를 단단히 붙잡았으면 좋겠습니다.
💿 난춘 - 새소년
https://youtu.be/KsznX5j2oQ0?si=8BHlzWsCBO6nFgZ9
Film.
나를 변화하게 만드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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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이유진 최재원 홍수아
교정 김수경 박유영 장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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