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님 오월의 못입니다.
그간 잘 지내셨나요? 봄과 여름의 틈에서 여름이 주춤주춤 오고 있네요.
님은 편지 쓰기를 좋아하시나요? 저는 좋아합니다. 얼굴을 맞대고, 말로 하기에는 쑥스러운 마음도 글로 적으면 아무렴 괜찮기 때문입니다. 새삼스러운 안부를 묻고, 안녕을 빌며 꾹꾹 눌러 적은 편지를 통해 사랑을 건네지만, 결국 사랑은 편지를 건네는 저에게 가장 크게 남는 것 같습니다.
이번 심도의 주제가 편지라 제가 가장 최근에 쓴 편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지난 5월 10일 찬빛의 두 번째 사진전 <연: 나를 둘러싼 것들에 대하여>에서 찾아주신 관객분들께 남긴 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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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읽고 계실 즘이면 <연> 전시가 관객분들을 맞이한 이후겠네요.
안녕하세요 저는 <연: 나를 둘러싼 것들에 대하여>를 총괄한 찬빛 5기 회장 못입니다.
이번 전시는 온 맘 다해 사랑하는 찬빛의 두 번째 전시입니다.
제가 참여하는 첫 전시이자, 처음으로 기획한 전시이기도 합니다.
지난 3월부터 전시는 저에게 내내 가장 커다란 마음이었습니다.
예술과는 거리가 먼 전공인지라,
찬빛이 아니라면, 함께가 아니라면
해보지 못했을 일들이 몇 달간 이어지고 있네요.
자신이 없어 자꾸만 주저앉고 싶다가도
이 넓은 전시실에 걸릴 27개의 시선을 그려보고,
반짝임을 품은 눈으로 작품을 보고 계실 관객분들을 떠올리며,
미리 건네받은 반짝임으로 지난 두 달을 나아왔습니다.
전시는 어떠셨을까요?
마음에 이어지는, 이어가고 싶은 사진과 글이 떠오르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우리의 삶은 끊임없는 연결고리와 함께 흘러가죠. 이 연결고리는 때로는 우리를 우연으로 이끌고, 우리를 무언가에 연연하게 만듭니다. 연결고리 속 우리는 심연을 들여다보며 우리를 둘러싼 것들에 대하여 탐구합니다.
예기치 못하게 찾아온 우연에 연연하게 되고, 결국에는 심연을 마주합니다.
27명의 작가가 건네는 연으로 나를 둘러싼 것들과 연결되고, 우리의 세계가 확장되기를 바랍니다.
단어들이 모인 문장이 행이 되고 행이 모여 하나의 연이 됩니다. 연이 모여 시가 되듯 우리를 둘러싼 무수히 많은 연이 모여 순간을 이룹니다.
당신에게 찬빛 또한 오늘 새로이 이어가는 하나의 연이길 바라며, 이만 마칩니다.
귀한 시간 내어 방문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봄과 여름의 연에서, 못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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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관람해 주신 모든 분들도, 이 글을 읽고 계실 님도 찬빛과의 소중한 ‘연’이지요.
글로, 사진으로, 마음으로 오래도록 이어질 우리의 연을 고대하며 이만 마무리합니다.
다음 글에서 또 만나요!
Fil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