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필름 사진 중앙동아리 찬빛입니다.
어떤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급하게 휴대폰의 카메라를 키려고 했던 적이 있으신가요?
웃긴 춤을 추는 친구,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
식빵을 굽고 있는 삼색이…
우리 주변에는 그 순간에만 볼 수 있는 것들로 가득합니다.
저는 등교하는 날 아침, 달려가는 턱시도 고양이를 찍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지만 결국 못 찍어서 아쉬웠던 기억이 납니다.
타인의 눈에 보이는 순간은 어떨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오늘은 매실, 익명의 부원, 사랑으로-, 버즈 부원이 포착한 순간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수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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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parkle
글과 필름 - 매실
오랜만에 인사드리는 매실입니다. 심도의 새 시즌이니 처음 뵙는 분도 계시겠네요! 글과 사진으로 만나게 되어서 정말 반갑습니다.
교양 교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봄은 직진하지 않고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하는 계절이다.’ 지난 3월은 유독 쌀쌀하지 않으셨나요? 잠깐 따뜻해졌다가 다음 날은 다시 추워지고... 그런 낯선 공기와 움츠러드는 기분을 안고 지냈더니 어느덧 4월이 되었어요. 여러분은 요즘 어떤 일상을 보내고 계시나요? 저는 매주 생기는 과제가 흥미로우면서도...? 두렵습니다. 머리를 부여잡는 시간이 길어졌어요. 근데 일주일의 일과가 반복적이어서 그런지 시간은 금방 지나가는 것 같아요. 아무튼 멀리서 볼 땐 여느 대학생의 평범한 일상이랍니다. ;-)
평평하게 흘러가는 일상에도 가끔 솟아오르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무작위로 틀어 놓은 플레이리스트에서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노래를 만났을 때, 길을 걷다가 그림 같은 장면을 발견했을 때, 사소한 한 마디지만 머릿속에 팍하고 새겨지는 누군가의 말을 들었을 때 등등... 이런 특별한 순간에는 몸이 세워지고 눈이 선명해지면서 어딘가 높게 올라가는 기분이 들어요. 고양감이라고 하나요? 그래서인지 그것들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고, 오래 잡아두고 싶습니다. 하지만 두 번 세 번 꺼내볼수록 그때의 감정은 결국 변하고 말아요. 그런데도... 그 순간들을 쌓아가는 과정이 즐겁습니다. 형체도 없이 스쳐가는 것일 뿐인데 사람을 풍족하게 만들어주니까요. 때때로 무기력해지곤 하는데, 이 기억을 떠올리면 ‘그래도 이만큼 빛나는 순간들이 있었으니까, 내 삶은 소중하고 특별해!’라고 고개를 끄덕이고 기운을 차리게 됩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제게 다가올 작은 순간에 집중하며 살아가 보려고 합니다. 온전히, 자연스러운 마음으로 받아들이면서요. 먼 미래에 일어날 어려움과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현재의 나에게 충실하고 싶어요. 차근차근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 꿈에 그리던 멋진 순간을 포착할 수 있지 않을까요!
글을 마치며, 또한 여러분의 일상도 더욱 빛나는 순간으로 채워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p.s. 우연히 마주친 누군가의 순간을 포착한 사진입니다. 산책하는 할아버지, 핸드폰을 보는 사람, 골목길의 강아지는 각자 어떤 삶의 순간들이 있을지 궁금하네요.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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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글과 필름 - 익명의 부원
제목으로 인용한 문장은 <바람이 분다>라는 지브리 애니메이션으로 알게 된 폴 발레리의 시 <해변의 묘지> 중 일부입니다. 바람 한 줄기만으로 삶의 의지를 다지는 시구처럼 저도 소소한 순간으로 손쉽게 행복해지고, 일상에서 밀도 높은 사랑스러움을 포착하면 남은 오늘을 살아가고 내일을 기대하게 됩니다.
버스킹 공연을 들으며 플래시를 흔들던 인파와 일행과 마주 보고 노래에 맞춰 춤을 추던 사람들을 바라보던 순간은 코끝이 빨개지도록 시린 겨울날 마음만큼은 따뜻하게 하는 크리스마스트리의 전구가 되었고, 와인과 함께 강둑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을 포착한 순간은 삶의 광택제가 낭만이라는 것을 다시금 믿게 해주었습니다. 트램 안에서 학생 오케스트라가 엉성하지만 즐겁게 연주하는 음악을 듣기 위해 내릴 정류장을 일부러 놓친 순간은 봄의 초입에서 여름까지 달릴 수 있게끔 단단히 동여맨 신발 끈이 되었고, 어릴 적 읽은 책의 삽화가 눈앞에 펼쳐진 여행의 순간은 어떻게 살고 싶은가에 대한 대답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순간은 너무 찰나이거나 우연의 중첩이기도 하고 몰입을 깨고 싶지 않아서 카메라로 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셔터를 눌러 밀봉하지는 못해도 마음속에서 심지를 태우며 빛나는 순간들은 한 계절을 나기에는 충분합니다. 계속해서 불어오는 바람처럼 다음 계절에는 다른 순간을 찾으면 됩니다. 자꾸만 삶에 욕심을 내게 하는 순간들 중 카메라로 포착한 순간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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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 <아빠와 함께한 베니스 여행>이라는 책을 몇 번씩 읽으며 베네치아에 가 보고 싶다고 막연하게 꿈꿨는데 올 2월 드디어 베네치아에 갔습니다. 초등학생인 저와 함께 여행하는 것 같아 기분이 묘했습니다. 최근 들어 어렸을 적 막연하게 소망하던 것을 이룰 기회가 많았는데 앞으로도 크고 작은 꿈을 계속 꾸고 실현하며 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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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과 필름 - 사랑으로-
안녕하세요, 심도 구독자 여러분! 사랑으로-입니다.
저의 첫 레터 주제는 순간 포착이 되었네요.
글재주가 없지만 일기를 쓴다고 생각하며 편하게 써 내려가 보겠습니다.
여러분도 편하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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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을 담는 일은
[ 노력 . 기다림 . 사랑 ]이라는 단어를 통해 표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필름이 몇 장 남지 않은 상황, 빠른 현상을 위해 셔터 버튼을 누른 사진들은 피사체가 아름답다고 해도 항상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갤러리 깊숙이 넣어 두곤 하는데, 다시 꺼내 보아도 여전히 별로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결과물을 생각하며 노출과 초점을 맞춘 후, 숨을 참고 적절한 타이밍에 셔터 버튼을 누른 사진들은 대부분 큰 만족으로 이어진다. 혹여나 예상한 결과와 다르다고 해도 애정을 담았기에 특별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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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초점이 다 나갔다. 노력, 기다림, 애정이 없었냐고? 오히려 반대이다. 오랜 시간 벌이 꽃에 가까이 가기를 기다리며 숨을 참고 초점을 잡았기에, 처음 사진을 받았을 땐 매우 실망이 컸다. 그런데 다시 보니 이슬도 예쁘게 잡혔고, 꽃과 벌은 블러 처리가 되어 강조되어 보이기 시작했다. 오히려 초점이 잡혔다면 조금 식상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렇게 기다림과 노력을 통해 나만의 순간을 찾고, 사랑을 담아 셔터 버튼을 누르면 어떤 사진이든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 같다. 물론 타인이 보기에는 조금 모자란 사진일 수 있지만, 뷰파인더를 통해 직접 본 나만이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은 반드시 존재한다.
오늘의 일기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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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포착은 꼭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삶은 순간순간이 이어져 만들어지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 노력 . 기다림 . 사랑 ]과 함께 한다면, 그 어떤 장면이든 아름다운 사진이 되어 돌아올 것입니다.
여러분은 순간을 담는 일이 어떤 단어로 표현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이 글을 읽으신 후, 한번 생각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사랑으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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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소소한 포착이 주는 온실 같은 위로
글 - 버즈 / 필름 - 익명의 부원
저는 따사로운 햇살이 비치는 벤치에 가만히 앉아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에 집중하고 감상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해야 하는 일들이 몰아치면서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부족한 상태인 것 같습니다. 말 그대로 하루를 영상에 배속을 돌리는 것처럼 정신없이 보내고 있습니다. 이 상태에 대해서는 저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에 살고 있는 분들이 한 번쯤 고민해 봤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러한 상황을 겪고 있다 보니, 순간포착이라는 단어를 봤을 때도 쏜살같은 현상을 담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인 천천히 움직이는 존재 혹은 소소한 일상을 포착하는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고민이 많아 마음이 복잡할 때, 거창한 말이나 행동이 아니라 오히려 정말 소소하고 일상적인 것들에게서 위로를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낙엽을 쓸고 있는 경비원의 모습, 잠을 자고 있는 길고양이의 모습, 카페 테라스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는 할머님의 모습, 이 모든 것들을 볼 때면 세상에 겉돌지 않고 자연스레 스며든 것 같아 편안해지죠.
하고 있는 모든 것을 멈추고 가만히 앉아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면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온전한 시간을 주는 것 같고, 그 순간만큼은 온실에 있듯이 주변이 따뜻해지는 것 같은 설렘이 느껴진답니다. 마찬가지로, 평소에는 시간에 쫓기듯이 살았다면 이때는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아 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소개해 드리기 위해 가져온 익명의 부원의 사진을 보자마자 위로를 받아 마음 깊숙이 울적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김없이 찾아온 가을 속에 묵묵하게 길을 열어주고 계시는 경비원의 모습이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따뜻함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감동을 받으니 요즘에는 포장도로로 되어 있는 지름길을 통해 가기보다는 울퉁불퉁한 길이라고 하더라도 짧은 모험을 경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답니다. 여러분도, 잠시 멈춰서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는 것이 어떨까요? 생각보다 큰 울림이 여러분에게 선물처럼 다가올 것이랍니다. 저도 여러분의 소소한 행복과 일상을 조용히 응원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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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이유진 최재원 홍수아
교정 김수경 박유영 장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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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도의 59번째 이야기, 어떠셨나요?
레터를 보고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거나, 문의사항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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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음 주 금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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