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필름 사진 중앙동아리 찬빛입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거리를 지나다닙니다.
학교를 가는 익숙한 길에는 따분함을, 기다리던 이를 만나러 가는 길은 설렘을 느끼면서요.
가끔은 행선지로 향하는 도중에 낯선 거리에서 길을 잃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런 익숙하지 않은 길에서 만나는 우연들이
그 순간을 소중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기대하지 않았던 기쁨을 선사해 주니까요.
어떤 길이든 반드시 그곳을 지날 때만 목격할 수 있는 것들이 있어요.
거리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에서도요.
그러니 길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마음껏 길 잃으시길, 그리고 많이 눈에 담으시길 바랍니다.
무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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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처 없는 거리
글과 필름 - 기
문득 정처 없이 걷고 싶은 날이 있다. 어디로, 어떻게 갈지 무엇도 정하지 않은 채 걷고만 싶은 날. 나는 종종 지도 없이 초행길을 다니곤 한다. 지도가 없으면 내가 갈 길을 상상할 수 있다. 정해진 길에 얽매이지 않고, 나만의 길을 만든다. 이럴 땐 길을 잃어도 좋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며 지나온 것들을 다시 눈에 담으면 되고, 혹은 전혀 예상 못 한 새로운 골목으로 나아가면 되니까. 길을 잃는 것은 두려운 일이 아니다.
언젠가 해외여행을 갔을 때, 와이파이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혼자 밤거리를 걸은 적이 있다. 후줄근한 잠옷을 입고 그 밤거리를 홀로 달렸다. 공기는 딱 기분 좋을 만큼만 습기 있고 시원했다. 달리며 숨을 마시면 기분 좋은 공기가 코와 입, 폐부를 따라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시간이 지나니 차갑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 차가움이 좋았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가고 싶은 곳을 가는 거리. 그 거리에서는 나 말고 그 누구도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오로지 나 자신이 되어가는 장소였다.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니까, 내가 정처 없이 걷고 싶은 날에는 그날의 자유로움을 그리워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거닐고 싶은 거리는 진정으로 내가 되는 길인가 보다. 그걸 기대하면서 거리를 걷나 보다.
목적지 없는 여정에 목적이 없는 것은 아니기에, 뜨겁기보다 차가운 거리에서 내가 되어가는 과정의 종단終端을 발견하기를 바라며. 나는 또다시 정처 없이 거리를 거닌다.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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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과 필름 - 하나
여러분 안녕하세요, 하나입니다. 이번 시즌에서도 계속해서 제 글과 사진을 전할 수 있게 되어 기뻐요. 이제는 심도가 제 일상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글을 쓰는 동안에는 제가 꺼내놓는 글자 하나하나에만 온전히 집중하게 돼요. 얽히고설키며 갈 곳을 잃은 채 머릿속을 부유하는 잡생각들로부터 잠시나마 멀어질 수 있죠. 여러분에게도 그런 존재가 있나요? 복잡한 생각들로부터 나를 분리해낼 수 있도록 만드는 그런 존재가요. 음악을 듣는 일, 영화를 보는 일, 반려동물과 노는 일… 여러 가지가 있겠네요. 그중에서도 많은 분들이 산책하는 걸 좋아하실 것 같아요. 저 역시 산책하는 걸 즐깁니다. 날씨가 좋은 날엔 더더욱이요. 저에겐 글쓰기만큼이나 일상의 쉼표가 되어주는 존재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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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자연을 찍는 것도 물론 좋아하지만, 도시의 일부분을 찍는 걸 참 좋아합니다. 그중에서도 사람들이 거니는 골목길이나 거리의 모습을 찍는 걸 좋아해요. 사람의 손길이 닿은 것들에 담긴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저마다의 속도와 방향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이 길은 어떻게 생겨났으며 또 어떻게 사라지게 될지 궁금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반드시 어떠한 길 위에 서 있게 돼요. 그건 우리가 계속해서 살아가고 있다는 의미임과 동시에 이 세계가 영원토록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요. 그러므로 굳이 시간을 내어 걷는다는 것은, 스스로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방법 중 하나라고나 할까요. 그런 이유로 산책할 때면 카메라에 담고 싶은 풍경을 자꾸만 구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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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가는 시간은 멈출 수 없고 빠르게 넘어가는 달력은 야속하기만 해요. 멈추지 말고 자꾸만 나아가라고 재촉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건 멈출 줄 아는 자만이 숨을 고를 수 있고, 숨을 고를 줄 아는 자만이 어디로 갈지 고민할 수 있습니다. 글을 쓰고 거리를 거니는 일이 저에게 그러하듯 여러분께도 그런 일들이 반드시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하단의 소통하기를 통해 여러분의 쉼표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시면 기쁠 것 같습니다. 성큼 다가온 봄을 부디 만끽하시길 바라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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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거리
글과 필름 - 칠셋
거리로 나서는 이는 새로움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다는 걸 뜻합니다. 사랑하는 이를 만나러 가는 거리, 돌아갈 곳으로 가기 위한 거리, 고대하던 무언갈 사거나 보러 가는 거리, 아닌 척 눈물을 훔치며 걸어봤던 그 거리. 거리를 거닐던 새 걸음걸음을 모두 기억합니다. 이번 시즌에도 만나 뵙게 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칠셋입니다.
사랑하는 이를 만나러 가는 거리
위에선 시간과 공간이 뒤틀어지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거리 위에서 쏟은 시간이라든가, 내가 그이를 생각하는 절대적 시간이 더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도 아깝지 않은 기분이 듭니다. 거리감을 상쇄하고도 남을 둘만의 결속을 알고 있기에 그런 것일까요. 둘 사이의 거리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집니다.
돌아갈 곳으로 가기 위한 거리
가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행복하단 걸 깨닫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긴 여행 후 돌아가는 거리, 서울 생활 중 돌아갈 고향이 있는 곳으로 가는 거리. 같은 곳에서 우르르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저 사람들도 나와 같을까 생각하지만 이내 뿔뿔이 흩어지는 사람들을 보며 속으로 인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조심히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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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하던 무언갈 사거나 보러 가는 거리
에서 왕복 5시간의 시간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가는 내내 그것에 대해 알아보고 기대하고 준비하는 데에 열중하였기에 그 거리는 전혀 지겹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떨리기까지 했던 그 길 위에서 물건을 사고 멀리서 온 분이시냐는 상대의 물음엔 웃음으로 무마합니다. 추운 거리 품 안에서 아직 차가웠던 카메라를 녹이던 그날은 참으로 행복합니다.
아닌 척 눈물을 훔치며 걸어봤던 그 거리
취약한 모습은 보이기 싫어 티를 내지 않는 자신이 나름 철저하다 생각합니다. 참을 수 없던 어느 날, 밖에서 턱을 쓸어내리는 행동조차도 주목의 대상이 될까 눈물을 바람에 맡기고 흐르는 대로 걷습니다. 모두가 서로에게 관심이 없는 거리가 매정하다 느꼈지만 오히려 철저한 타인이라는 사실에 위안을 얻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저 모르게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줬을지도요.
좋은 것도 그렇지 않은 것도, 무엇이든 늘 새로운 것을 주는 거리. 어떤 것이 닥칠지 모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을 박차고 나설 줄 아는 그런 사람으로 거리를 끊임없이 거닐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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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 - Raven / 필름 - 나비
안녕하세요. 새 봄을 맞으신 모든 구독자분들, 2024년 여러분들의 시작은 어떤가요? 여러분들의 시작이 어떠했든지 간에 우리 모두가 자신만의 모습으로 빛날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라며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 합니다.
지난해 겨울은 유독 지독하게도 추웠던 것 같습니다. 사실 어느 해의 겨울을 지나고 나면 그 전년도 겨울의 추위가 얼마나 매서웠는지는 새까맣게 잊게 되는 것 같습니다. 춥지 않은 겨울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그런데도 그저 이번에 겪은 겨울이 더 추웠겠노라고 지레짐작하며 느리게 다가오는 봄을 기다리곤 합니다.
올해도 동물들을 잠재우고, 강의 흐름을 멈췄던 두터운 얼음을 깨고 따스한 햇빛이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는 그런 날들이 우리를 찾아오고 있습니다. 어디가 끝일지 모를 높고 푸르른 하늘과 아이들의 웃음처럼 배시시 피어나는 꽃봉우리들이 봄이 우리에게 거의 도달했다는 증거겠지요.
이런 여유로운 봄날에는 길을 잃는 것조차도 낭만적으로 느껴집니다. 가끔은 처음 마주한 거리에서 운명적인 것들과 마주할지도 모르니까요. 그것은 운명적 사랑이 될 수도, 잊고 있던 추억이 될 수도, 전혀 새로운 인연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 무엇이든 어떨까요?
결국 모두 소중한 나의 기억의 일부가 될 텐데.
그러니 우리, 이번 휴일에는 지금 당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누군가와 함께 어딘가를 거닐어 보는 건 어떨까요?
당신이 원하는 곳 어디든, 그곳이 당신만의 거리가 될 테니.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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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이유진 최재원 홍수아
교정 김수경 박유영 장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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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도의 58번째 이야기,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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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음 주 금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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