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필름 사진 중앙동아리 찬빛입니다.
짧게 스쳐가는 시간은 언제나 아쉽게 느껴져요.
그래서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그 시간을 붙잡아보려 합니다.
사진으로, 그림으로, 글로…
그 시간을 영원히 정지시키지요.
이런 순간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우리의 생은 한 점이 아닌 아주 긴 스펙트럼처럼 흘러갑니다. 그렇기에 긴 삶 속, 찰나라는 한 점에서 만나게 되는 존재들을 소중히 여기고 싶어져요.
여러분이 영원히 간직하고픈 찰나는 어떤 순간인가요?
오늘은 뮤시, 우디, 최소가 붙잡은 찰나를 만나보아요.
메론빵 드림.
오늘 레터로 심도 Vol.3가 마무리됩니다. 그동안 읽어주신 구독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3월은 한 걸음 쉬어가고, 봄바람이 부는 4월에 심도의 네 번째 시즌 Vol.4로 다시 찾아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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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과 필름 - 뮤시
사진가라면 ‘사진은 타이밍’이라는 걸 몸소 느껴본 적 있을 거예요. 사실 저는 사진에 순간의 찰나가 중요하다는 걸 알지 못했어요. 제가 주로 찍던 사진은 음식사진, 멈춰있는 자동차, 혹은 한 자리에 굳게 서서 바람을 맞고 있는 나무가 다였답니다. 그런 대상들이 찍기 더 편하고, 사진 속으로 들어오면 한순간에 나가는 찰나의 피사체는 찍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요.
위에 나열한 대상들 또한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것들이지만, 형태가 비슷하고 출현과 사라짐이 반복적인 것들이기도 해요.
사진을 거듭해서 찍으면서 찰나의 순간을 자연스럽게 중요하게 인식하게 됐어요. 저는 사진에 있어 찰나는 사진에 개입하는 사람들과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예전의 저와는 많이 달라졌죠? 이제는 마음에 드는 구도를 발견했을 때, 지나가는 사람이 프레임 안으로 들어오기 전까지 기다릴 정도가 되었어요.
아래 사진을 보면, 제가 후쿠오카 여행을 할 때 붉은 벽돌의 건물 앞에 붉은색 사인이 이어지는 구도를 발견했답니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구도와 색감이지만, 이대로 사진을 찍으면 이야기가 덜하고 평면적인 사진이 될 거라는 생각에 잠시 기다리던 찰나, 빨간색 상의를 입은 분이 등장했어요. 이 찰나는 꼭 프레임으로 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셔터를 꾹 눌렀답니다.
사람이 찰나와 가장 잘 어울린다는 제 말이 잘 느껴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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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찰나와 어울리듯이, 사람이 찰나의 순간을 만들고 찰나를 엮어서 인연을 만든다고 생각해요. 사진에 사람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게 된 것도 찰나의 제 선택으로 찬빛에 들어온 후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의 표정과 행동을 카메라에 담는 게 자연스럽게 더 좋아진 것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맑게 웃으면서 뛰어가는 아이, 경치를 감상하는 행인, 카페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도 찍기 시작했어요. 이제는 음식은 필름으로 찍기 아깝다고 생각할 만큼 많이 바뀌었답니다. 친구/가족 혹은 지나가는 행인의 찰나를 담기 위해 적절하게 깔끔한 배경과 좋은 빛, 그리고 피사체가 카메라를 의식하기 전에 카메라 앞에 서 있을지 등을 실시간으로 생각하다 보니 상대의 표정과 행동을 더 유심히 보게 되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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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사진에 사람이라는 찰나를 개입해 보면 사진에 이야기가 생겨 더욱 재밌어지는 것 같아요. 여러분들도 소중한 사람들이나 행인을 사진에 담아보세요! 카메라를 의식하는 것보다 다른 행동을 하고 있을 때 빠르게 담아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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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순간이라는 건 늘 바로 지금
글과 필름 - 우디
사진가들은 찰나의 일렁이는 빛, 사람들의 표정, 움직이는 거리, 저물어가는 해, 지나가는 고양이,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와 같은 것들을 담기 위해 카메라를 듭니다. 그러나 카메라를 꺼내고 렌즈캡을 열고 셔터를 누를 준비를 하는 신중한 과정 동안 그 찰나의 모습은 사라져버리기도 합니다. 특히 필름 카메라라면 더 그렇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뷰 파인더에 눈을 댄 채로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때도 있습니다. 언제 원하는 모습이 뷰파인더 안에 들어올지 알 수 없으니까요. 이런 점에서는 어떤 카메라도 핸드폰 카메라의 편리함을 따라가기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들을 보면 동일한 모습을 필름으로 다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똑같은 찰나의 시간이라도 필름은 그 시간의 분위기와 감정을 더 잘 담아 주니까요. 어쩌다 보니 결국 또 필름을 사랑하는 이유를 얘기하게 됐네요. 나도 모르게 좋아하는 것에 대해 얘기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봅니다.
찰나의 순간을 잘 담는 것은 사진의 감도를 높이는 데 있어 중요하지만,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이기도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원하는 장면을 모두 담으려고 하면 그 시간에 오롯이 집중하지 못하게 되고 어떠한 감정도 없이 사진만 남게 됩니다. (물론 사진의 목적과 방식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저에게는 그렇습니다.) 이런 이유로 자꾸만 셔터를 누르고 싶은 마음을 참아볼 때도 있습니다. 역시 자주 실패하지만요. 그래서 한 번쯤은 디지털카메라 없이 필름 카메라 하나만 가지고 여행을 가보고 싶어요. 기억하고 싶은 찰나의 시간을 더 제대로 즐기며 담을 수 있을 거 같네요. 언젠가 도전해 보고 이곳에 공유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며칠 전 본 영화 <보이후드>의 대사와 함께 마칩니다.
"흔히들 이런 말을 하지, 이 순간을 붙잡으라고. 난 그 말을 거꾸로 해야할 것 같아. 이 순간이 우릴 붙잡는 거지."
"시간은 영원한 거지. 순간이라는 건 늘 바로 지금을 말하는 거잖아."
Film
육교 위에서 본 풍경, 나뭇잎 사이의 귀여운 연두색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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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찰나, 영원
글과 필름 - 최소
아주 오래전, 그러니까 약 46억 년 전. 이전 세대의 무거운 별이 죽음에 이르러 초신성 폭발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그 일로 인해 우주에는 별이 품고 있던 잔해들이 널리 퍼졌다고 해요. 그것들이 뭉치고 뭉쳐 태양계가, 그중에서도 4번째 행성인 지구가 만들어졌습니다. 우리 모두는 별의 조각에서 온 셈입니다. 우주의 시간은 인간의 삶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기준으로 돌아가죠. 성운 NGC 2264는 탄생한 지 ‘갓 수백만 년’ 된 어린 별들이라고 합니다. 터무니없이 긴, 광대한 시간을 살아가는 별의 일생 앞에서 나의 삶은 아무것도 아니어 보입니다. 그저 찰나일 뿐이지요.
1초에 지구와 달 사이를 약 10만 번 오갈 수 있는 속도인 초속 30억 킬로미터, 즉 광속의 1만 배의 속도로 달려나가도 우리는 다음 별로 온 생을 다 바쳐도 도달하지 못합니다. 이 우주는 별들로, 은하로 이루어져 있지만 빛의 속도의 3조 배를 해도 겨우 은하 사이의 거리를 천천히 오갈 수 있을 뿐입니다. 관측 가능한 우주 영역 밖은 빛 보다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있어 현생의 인류는 무엇을 해도 그 끝에 도달할 수 없어요.
그렇게 긴, 영겁의 시간을 상상해 보고 과거를 또 미래를 부유하다 보면 나는 종종 누군가의 과거에 도착합니다. 그 누군가가 울고 웃었을 대목에서 나 역시 울고 웃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은 한없이 덧없고, 또 무상하게 흘러갑니다. 행복은 찾기 힘들고 찾아도 잠시뿐이지요. 이 넓은 우주에서 우리는 외롭고 두려우며 자꾸만 흔들립니다. 오래 흔들립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사랑을 해야 해요. 서로를 붙잡고 앞을 보아야 합니다. 일직선을 그릴 삶의 궤도를 변형시켜요. 무한대를 그리는 8자처럼. 우리 영원히 찾아올 찰나를 맞이해요.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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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도(SIMDO)의 세 번째 시즌, Vol.3 (2023.10. ~ 2024.02.)
- 참여한 사람들 -
글과 필름 김나연(지구), 김미정, 문주원(우디), 박상은, 박유영(매실), 오은주(온주), 유수민, 뮤시, 정다은(담청), 최다윤, 최윤영(메론빵), 최재원(하나), 홍희서(57)
발행 레이아웃 김나연, 최재원 인트로 박유영, 최윤영
교정 유수민, 정다은
디자인 로고 박소연 카드뉴스 이윤혜
총괄 최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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