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겪은 우연들이 사실 필연이었다면 어떨 것 같나요?
누군가에게 첫눈에 반하게 되는 순간, 지나다 발견한 작은 빵집에서 잊지 못할 만큼 맛있는 빵을 발견하는 사건 같은
우연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사실은 나에게 배정된 필연의 연속이라고 한다면
저는 이번 1월 대학교 졸업을 기념할 겸 한달 간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아주 짧은 유럽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숙소를 나와 조금만 걸어도 보이는 유명한 문화재들과 책에서만 보던 미술품이 가득한 박물관을 구경하며 좋았던 순간들이 많았지만, 파업으로 인한 기차 지연으로 환승을 6번이나 하고, 익숙하지 않은 계산 방식에 얼굴이 빨개질 만큼 당황한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너무 좋아서 나에게 반드시 주어져야 할 필연이라고 느끼고 싶은 순간, 우연이라고 넘기며 빨리 휘발되었으면 하는 순간을 지나며 내린 결론은 ‘모든 우연이 사실 필연이었던 것 같다.’ 하는 것입니다.
여행은 참 우연을 가벼이 넘기기 어렵게 만듭니다.
어딘가로 떠나는 이들로 가득해 긴장감이 가득한 역사 안 이었지만, 툭 하고 놓여진 피아노를 자유롭게 연주하는 이들이 기억에 남아있는 것처럼
걱정을 가득히 싣고 올라탄 야간 이동 기차에서 만난 따뜻하고 친절한 친구들처럼
걷고 걸어 이 길의 끝이 어딘지도 모를 힘든 여정에서, 마주했던 옥빛 바다와 햇살처럼
우연이 나에게 양분이 되었고, 인연이 되었고, 결국 필연이라 느끼게 해주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