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필름 사진 중앙동아리 찬빛입니다.
남기고 싶은 이야기가 가득해서 빼곡히 써 내려갔던 일기장에는 즐거웠던 순간, 혹은 남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로 가득합니다.
솔직한 마음으로 기록한 일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빛이 난다고 생각해요. 일기로 인해 나 자신이 더욱 단단해지고, 삶을 유일하게 만들어주니까요.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못, 온주, 메론빵, 익명의 부원의 일기장을 넘겨보며
흘러가는 순간을 기록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매실 드림.
📮 . . . . . 💌
한 구독자님께서 찬빛 부원들이 사용하는 카메라 기종이 궁금하다는 질문을 남겨주셨는데요. 지난주 52번째 레터를 보낸 부원들이 사용한 카메라 기종은 순서대로 [캐논 오토보이 A, 캐논 오토보이 S, 미놀타 X-700]이랍니다. 그 밖에도 찬빛 인스타그램 계정(@chan_bitt)을 팔로우하시면 부원들의 출사 기록과 함께 사용한 카메라, 필름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어요.
심도를 봐주시고, 소중한 마음이 담긴 답장들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찬빛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찬란하게 빛나는 순간들을 담아 보낼게요!
p.s. 감상과 피드백은 글 마지막 '심도와 소통해요' 버튼을 통해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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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과 필름 - 못
안녕하세요 님! 못입니다. 님의 오늘 하루는 어떠셨나요? 저는 혼자 서촌 곳곳을 누비다 카페에 들어와 추운 몸을 녹이며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어제 오늘의 일기를 적고, 그간의 날들을 들여다봅니다. 와있는 연락에 답장도 하고, 소중한 이들의 안부를 묻습니다. 하루를 살펴볼 마음의 여유가 있는 지금, 저는 오늘 하루가 평온하다고 느낍니다. 님의 오늘도 추운 날씨에도 마음 한구석에는 따뜻함이 피어나는 하루였길 바라며 이번 심도 시작합니다.
님은 일기를, 기록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어렸을 적부터 기록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아카이빙을 참 좋아하는 아이였습니다. 매 학년 받은 상장과 성적표, 편지 등을 파일에 구분하여 보관하고, 파일 앞에는 예쁘게 제목을 적어두었고요. 정성껏 필기한 교과서들도, 학급신문도 초등학생부터 차곡차곡 모아두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항상 필요 없는 건 좀 버려라-라고 말씀하셨지만 저에게는 이 모든 게 필요를 떠날 만큼 소중해서 오래도록 끌어안고 지냈죠. 방에 물건이 조금(많이) 넘치긴 했지만 그 속에 담긴 추억이 더 넘치는 것만 같아 아무래도 좋았습니다. 시간이 지나 이사도 하며 많은 걸 정리했지만, 8살 때부터 지금까지 쓴 일기장들은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니 일기 숙제를 매우 성실히 했던 아이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습니다. 써낸 일기가 검사의 대상이라는 걸 인지하게 된 이후로는 말 그대로 숙제처럼 느껴졌습니다. 더 자라나 스스로가 궁금해지기 시작한 때부터 일기쓰기가 좋아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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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에 위치한 ‘파피어프로스트’입니다. 좋아하는 문구 브랜드인 ‘아날로그키퍼’의 오프라인 매장이자 기록하는 이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제품을 구입하면 매달 다른 편지를 주십니다 💌 매장 내에 기록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있어요. 다정한 기록으로 둘러쌓인 공간! 새해 목표로 ‘일기쓰기’를 적어두셨다면 방문해 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 ᷇࿀ ᷆⸝⸝
일기를 쓰며 정돈되는 기억들과 마음도, 그저 기록 자체가 좋아서 해오던 일기쓰기가 더 좋아진 순간이 있습니다. 바로, sns에서 우연히 ‘사람들이 일기를 쓴다는 것은 누구도 보지 않을 책에 헌신할 만큼 자신의 삶이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라는 문장을 봤던 순간입니다. 이 문장을 마주친 때로부터 6년이 흐른 뒤, 무감한 일상에 지쳐 그토록 기록을 좋아하는데 오래도록 일기를 적지 않았다는 게 떠올랐던 날이 있습니다. 이때, <알쓸인잡>에서 이호 교수님이 하신 말이 떠올랐습니다. ‘희망 없인 일기를 쓰지 않는다.’던 말이요. 반복되는 그저 그런 날들은 기록할 만한 가치가 없어보였었습니다. 사실은 그 안에서도 많은 순간들이 저를 이루었을 텐데 희망이 없어서 일기를 적지 않았습니다. 희망 없이는 일기를 쓰지 않는다- 그렇다면 희망을 품으려 일기를 쓸 수도 있겠지요. 이런 희망과 함께 다시 기록을 시작했었습니다.
이번 심도의 주제가 일기인 만큼 이번 심도의 대부분은 제 일기에서 빌려왔어요. 언젠가 책에서 ‘일기는 너무나도 인간적이고 선한 며을 가지고 있어서 누군가의 일기를 읽으면 그 사람을 완전히 미워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일기시대, 문보영)라는 구절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저 또한 누군가의 일기 속 담겨있는 다짐과 바램과 다정 속에서 사랑을 느끼며 다시 일상을 걸어내곤 합니다. 저의 일기를 읽고 있는 님도 하루를,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었길 바랍니다. 다음에 또 만나봬요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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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과 필름 - 온주
안녕하세요, 심도 구독자님들~ 잘 지내고 계신가요? 곧 봄이 오네요. 행복한 나날들로 가득한 2월을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
제 사촌언니가 카톡 상태 메세지를 '제가 혹시나 연락을 한다고 해도 청첩장/옥장판/보험 아님, 그냥 당신의 안부가 궁금한 것임' 이라고 적어 두었더라고요. 왜 이렇게 적었지? 궁금했는데 그 이유가 오랜만에 지인들한테 잘 지내냐고 연락하면 다들 “혹시... 결혼? 보험?” 이런 식으로 반응을 많이 한다고 하네요.
요즘은 안부를 묻기도 힘든, 남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는 현대 사회가 되었다는 걸 실감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저의 글에 관심을 가져 주시는 익명의 구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늘의 에피소드 또한 매우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재밌게 읽어주세요! (꾸벅)
📝 [시골에서의 잊을 수 없는 생일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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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의 한 작은 마을
2023-10-01
추석을 맞이해 엄마의 고향인 고흥에 놀러 왔다. 나에게 고흥이란 2n살을 먹은 내가 애기라고 불리고, 산해진미와 탁 트인 풍경으로 배와 영혼의 허기를 달래는 곳이다.
작년 추석 연휴에 내 생일이 껴 있어서 본의 아니게 고흥에서 생일을 맞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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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상
아침에 일어나 보니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둘째 삼촌은 시내에 나가 케이크를 공수해왔고, 승구 삼촌은 내가 꽃게 킬러라는 것을 알고 통발에 잡혀 있던 꽃게를 가져와 꽃게 케이크를 만들어 주셨다. (사진의 맨 앞에 있는 촛불이 꽃게 케이크다) 엄마와 이모, 외숙모는 미역국, 반찬 등을 맛있게 준비했다. 항상 우리 가족 네 명과 맞이하는 생일을 보내다가 대가족의 축하를 받으니 정말 감사했고, 많은 사랑이 느껴졌다.
그리고 승구삼촌이 장롱에서 잠자고 있던 필름 5개를 생일 선물로 주셨다. 이 선물을 받은 게 가장 기분이 좋았다 하하하. 덕분에 아낌없이 필름 사진을 찍고 있는 중이다. 감사해요 삼촌!
📝 [취업한 동기에게 밥 한 끼 얻어 먹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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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역 핑크 노을
2023-09-21
경영학과 동기로 동고동락했던 친구가 기자로 취업을 했다! 오랜만에 얼굴을 보고 싶어서 퇴근 시간에 맞춰 회사 근처로 걸어가던 중 파스텔 물감으로 칠한듯한 핑크 노을을 볼 수 있었다.
학교 수업을 들으며 왜 이리 수업이 어렵냐고 같이 불평하고, 피곤하면 쇼파에 널브러져 잤던 친구가 오랜만에 보니 어느새 멋진 사회인이 되어 있었다. 그 친구는 사회부에 소속되어 있었는데 그때 정치 이슈가 있던 상태라 밥을 먹으면서 중간중간에 노트북을 확인하는 프로다운 면모도 볼 수 있었다.
주변 친구들이 하나씩 자기의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 내가 키우진 않았지만 기특하면서도 신기하다. 맛있는 밥도 얻어먹고, 그동안 못다한 수다도 떨고, 집으로 가는 길에 높은 빌딩들을 보며 내 진로에 대한 고민도 쪼끔하고. 몽글몽글한 기분으로 가득했던 하루였다. 나에게도 친구에게 취업턱을 쏘는 날이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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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과 필름 - 메론빵
안녕하세요, 심도 구독자 여러분. 메론빵입니다.
시작부터 TMI이지만 제 MBTI는 ISFP 인데요. 물론 재미로 보는 거지만, 인터넷에서 ISFP의 특징을 보면 항상 ‘다이어리 끝까지 쓴 적 없음’ 이라는 문장을 발견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저는 다이어리를 무려 두 번이나 끝까지 써본 ISFP 랍니다!! 물론 단 하루도 빠지지 않은 건 아니고 중간중간 건너뛴 날도 있긴 했지만요…
제가 처음 일기를 쓰기 시작한 이유는 부정적인 감정을 털어버리고 싶어서였어요. 한창 우울했던 시기에 스스로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을 때면 일기장에 제 마음을 다 적어뒀어요.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은지에 대해 써내려 가다 보면 어느 순간 부정적인 감정이 조금 가라 앉더라고요. 털어버리고 싶은 감정은 글자로 모두 털고 일기장을 덮는 순간 속상했던 일도 같이 덮어버리는 거죠. 물론 지금은 단순히 일상을 기록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있어요! 예전 일기장을 펼쳐 보는 것도 정말 재미있더군요. 그 당시 느꼈던 행복, 우울, 분노, 즐거움 같은 사소한 감정이 다시 생생하게 기억나니까요! 그리고 이런 감정과 생각, 일상이 한 장 한 장 쌓여가는 걸 보면 어쩐지 뿌듯한 기분이 들어요. 이렇게 삶을 한 페이지씩 써내려 가면서 먼 미래의 언젠가에는 일기장으로만 책장 한 면을 가득 채우고 싶어요.
“할까 말까 고민하는 일이 있다면 무조건 해보고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작년 일기장 첫 페이지에 썼던 문장입니다. 저의 2023년 한 해의 목표이기도 했고요. 저는 어떤 일을 처음 시작하기 전에 겁을 먹고 머뭇거리며 망설이는 시간이 너무 길어 놓쳤던 일이 많아요. 심지어 놓친 일에 대해서 계속 후회를 하는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2023년의 목표는 딱 하나였답니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들었으면 일단 도전해보자! 결국 2023년은 저 목표 덕분인지 새로운 도전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게 되었던 한 해가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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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필름카메라를 사고 나서 카메라를 들고 처음 외출했던 날 찍은 사진입니다. 첫 롤 36장 중에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기도 해요. 필름카메라도 찬빛도 경험해보지 않으면 계속 후회할 것 같아서 일단 해보자! 하고 시작했던 일들인데 어느덧 제 일상에 완전히 스며들었네요. 저는 앞으로도 글과 사진으로 제 일상을 계속 기록하고 싶어요. 밋밋했던 오늘도, 행복했던 오늘도 아마 나중에는 똑같이 흐릿하게 기억할 테니까요. 밋밋한 기분도 행복한 기분도 모두 생생하게 남겨두고 싶어요! 아직 날이 많이 추운데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모두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라며 이번 글은 여기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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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일기는 생존에 도움이 된다
글과 필름 - 익명의 부원
여러분의 일기는 어느 재질인가요? 인터넷에서 ‘아이유 일기 vs 최강창민 일기’ 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아이유의 일기 같은 경우 그날의 감정이나 본인 생각 위주로 작성한 반면, 최강창민의 일기는 그날의 사건을 중심으로 서술한 나열 형식입니다.
제 일기는 정확하게 아이유+최강창민 방식을 모두 포함합니다. 어느 날은 감정 위주로, 어떤 날은 있었던 일 위주로 쓰기도 하고, 제가 감동 받거나 좋다고 느낀 건 죄다 적습니다. 보통 다이어리를 보면 뒤쪽에는 프리노트가 있어서 그 페이지에 책 읽다가 좋은 구절들을 필사하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본 좋은 기사나 노래 가사를 적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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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는 중학교 들어가서부터 꾸준히 일기를 써왔습니다. 그 전에는 검사 받기 위한, 선생님이란 독자를 위한 일기였다면, 중학생때부터는 온전히 저를 위한 일기를 썼습니다. 사전에서 일기란 ‘날마다 그날 그날 겪은 일이나 생각, 느낌 따위를 적는 개인의 기록’ 이라고 정의되어 있는데 저에게 있어서 일기란 ‘그날 그날 겪은 속상하고 힘든 일을 아주 솔직하게 적어내어 절대로 남에게 보여줄 수 없는, 데스노트와 흡사한 기록장' 이었습니다. 주로 중, 고등학생때는 친구들 이야기, 시험 망친 일 등 좋았던 일과 슬펐던 일의 비중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았는데, 성인이 된 후부터는 일기가 많이 어두워졌습니다. 저를 힘들게 하는 그 모든 대상들에 대한 이야기가 전부였던 일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 때는 이렇게 나쁜 말만 가득 써 놓으면 더 우울해지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알쓸인잡에서 일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에피소드를 봤습니다. 심채경 박사님께서 '일기가 생존에 도움이 돼요. 저는 청소년기 겪고, 중2병이 왔을 때, 내가 너무 기분 나쁘고 힘들고, 괴로웠던 날들을 일기에 많이 썼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청소년기에 쓰던 일기는 거의 데스노트 수준이에요. 그런데 제가 굉장히 어려운 시절을 겪을 때 되게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라고 말씀하시는 걸 보고 다들 나와 비슷하다는 동질감을 느꼈습니다. (제 일기만 아주 피폐하고, 데스노트 같은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들도 다 저와 비슷하구나...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이호 박사님께서 ‘희망없인 일기를 쓰지 않아요. 일기란 나에 대한 애정이고, 삶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에요.’ 라고 말씀하시는 걸 보고 나서 여러번 곱씹어 봤습니다. 생각해보니 저 또한 힘들 때마다 펜을 잡거나 키보드를 두드렸습니다. 글의 내용은 당장이라도 다 포기하고 싶다였지만, 그 행위는 절 살리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전 역설적으로 살고 싶어서 그랬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박사님들의 말씀을 듣고, 일기의 정의가 또 한번 바뀌었습니다. 일기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마음에 있던 짐을 모두 훌훌 털어버리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좋은 발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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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 마음이 힘드신 분이 계신다면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일기를 쓸 용기를 제가 온 힘을 다해 불어 넣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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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연 박유영 최윤영 최재원
교정 유수민 정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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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도의 53번째 이야기, 어떠셨나요?
레터를 보고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거나, 문의사항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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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음 주 금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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