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필름 사진 중앙동아리 찬빛입니다.
이번 주는 오랜만에 찬빛 부원들의 출사 기록을 펼쳐볼까 합니다.
찬빛은 매주 부원들과 함께하는 출사를 통해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을 다양한 시선으로 기록하고 있어요.
뷰파인더 너머의 장면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필름에 담아 더욱 특별하게 기억한답니다.
오늘은 첫 출사의 설렘을 담은 칠셋,
캠퍼스에서의 청춘을 담은 하나,
막 더워지기 시작한 여름 무렵을 담은 우디가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는 빛나는 순간을 만나보아요.
메론빵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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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처음
글과 필름 - 칠셋
평소 저에 대해 고심해 보자면 저는 기억력이 좋은 사람입니다. 머릿속 수많은 기억 파일철을 손으로 쓸어 훑어보면 그중 형광펜을 칠한 듯 유독 눈에 띄는 기억들이 있습니다. 그런 기억들은 분명히 특별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생생히 기억하곤 합니다.
기억을 분류할 때, 별칭을 고민하지 않고 바로 이름 붙일 수 있는 것은 바로 처음에 대한 기억입니다. 서툴고, 어색하고, 설레고, 처음이기에 가능한 것들에 대한 기억을 기록하고자 합니다. 출사기록 7 - ‘처음’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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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출사지는 ‘한강’이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희 조는 한강 중 뚝섬 한강공원에 가게 되었습니다. 서울 사람이 아닌 제게 한강은 이름 그 자체만으로도 들뜨게 다가왔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조악한 토이카메라를 들고, 첫 출사에 나가려 지하철에 몸을 싣습니다.
당시 아직 봄이 찾아오지 않은 건지 바람이 매서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강 주변이라 더 추웠는지 모르겠지만 마냥 신이 납니다. 아직 전부 오지 않은 부원들을 기다리며 차례차례 맞이합니다. 어쩌다 손에 쥐여진 한강 표 치킨 전단지를 쪽지 모양으로 잘 접어 버려줍니다. 지하철에 내려 누구를 가장 먼저 만났는지 누굴 제일 늦게 만났는지 처음의 순간을 전부 기억합니다. 부원들도 기억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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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인데 봄이 채 되지 못해 찍을 것이 없어서 기존 부원들이 아쉬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 신입 부원인 저는 첫 출사라 이게 찍을게 많은지 적은지조차 판단이 안 됐지만 그래도 다들 열심히 셔터를 누릅니다. 그 순간이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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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쑥 튀어나온 고양이를 마주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고양이는 의외로 금세 도망치지 않고 자리에 머무릅니다. 부원들은 숨을 죽이고 각자의 카메라를 들어 기록합니다. 결과물을 보니 나쁘지 않게 담겼습니다. 잘 지냈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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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사의 연장선, 한강에서 머지않은 카페 한곳에 찾아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거리는 멀지 않은데 가는 길이 녹록지 않아 지하로, 지상으로 오갑니다. 그렇게 찾아온 카페의 플랫 화이트를 시키고 손을 씻고 내부를 구경합니다. 메뉴를 받아보았는데 문득 남겨야겠다 싶어 플래시를 켜고 셔터를 누릅니다. 당시 화이트데이였는지 사장님이 계산대 앞 사탕을 하나 골라가라고 하셨습니다. 츄파춥스 레몬맛으로 소중히 골라갑니다.
떠날 부원들은 떠나고 가능한 부원끼리 근처 식당에 저녁식사를 왔습니다. 메뉴는 돈가스. 근처 신기하고 오래되어 보이는 문구점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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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출사에 대한 기록은 이렇습니다. 사진을 돌아보면 처음이기에 미숙한 흔적들이 보입니다. 첫 출사에서 찍은 필름을 처음으로 태워보기도 하고 피사체를 중앙에 맞추지 못하기도 하는 한편, 초점거리를 몰라 초점이 나가기도 합니다.
지금은 더 이상 그때 그 토이카메라를 쓰지 않고 다른 카메라도 여럿 생겼습니다. 초점 거리를 모르는 실수도, 필름실을 잘못 열어 태우는 일도 없습니다. 저의 처음에 대한 기억은 오직 필름 사진들에 담겨 있습니다.
대단한 사진이 아닙니다. 그저 필름과 기억을 넘어선 그 안에 담긴 추억들을 사랑합니다. 늘 함께해 주는 고마운 부원들에 대한 마음을 새기며, 오늘 이 자리에서 기록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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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과 필름 - 하나
안녕하세요, 하나입니다. 찬빛에 들어오기 전, 다른 부원들의 출사 기록이 담긴 레터를 보며 따뜻한 감정을 느꼈던 기억이 나네요. 오직 사진 찍는 걸 좋아한다는 마음 하나로 모인 사람들과, 같은 걸 좋아하지만 제각각의 다른 감정과 다른 시선이 담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게, 그리고 그 과정 안에 서로가 함께한 시간이 있다는 게 참 부러웠답니다. 그런 제가 이제는 찬빛의 부원으로 다른 분들께 출사 이야기를 하려니 왜인지 기분이 이상하네요. 오늘은 지난 10월의 가을에 ‘청춘’을 주제로 했던 수정캠퍼스 출사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사실 저는 이날 출사에 참여할 계획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제가 학교 근처에 있었고 출사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으며, 가방엔 카메라가 있었고 날씨는 정말 맑았어요. 그대로 집에 가기엔 너무 아쉬운 마음에 함께하게 되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여러 우연이 겹쳐 만들어낸 필연인 것 같네요. 원래 예정된 일이었던 것처럼 너무 편하고 즐거웠거든요. 출사의 말미에 지구 부원이 “생각해 보니 오늘 정말 편하고 좋았다”라고 말했었는데, 그 말의 의미를 너무 잘 알 것 같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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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중앙도서관 뒤뜰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가운데의 저를 기준으로 양쪽 창밖에 비치는 풍경이 너무나 눈부셔서 좋아하는 사진이랍니다. 이 사진을 본 담청 부원이 거대한 폴라로이드 사진 같다고 말해준 게 생각나네요. 이렇게 같은 사진을 봐도 다른 생각과 감정을 느끼는 게 참 재밌어요. 저는 그래서 찬빛 부원들의 사진이 항상 궁금합니다. 어떤 시선으로 어떤 풍경을 담았을지, 그리고 또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 그 사진에 담긴 부원들의 이야기가 늘 궁금해요. 아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도 비슷한 감정으로 심도를 봐주고 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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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향관의 커다란 창들로 내리쬐는 빛들이 이렇게 예쁠 줄 몰랐습니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이, 그 큰 복도를 오로지 빛과 그림자에 집중하며 바라본 적이 없더라고요. 수업 때문에 왔다 갔다 하기 바빴으니까요. 그림자놀이를 하던 G 부원과 기둥 뒤로 숨어 얼굴을 빼꼼 내밀어 주던 뮤시 부원까지, 저는 위 사진을 찍는 순간에 훗날 제가 느낄 그리움의 일부를 마주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시간은 빠르고 각자의 인생은 알 수 없으며 확실한 사실 하나는 우리가 그 시간에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는 것 하나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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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가 본 적이 없고 갈 수 있는 길인지도 몰랐던 곳으로 들어가니 보였던 풍경입니다. 부원들과 그곳에서 한참을 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나무와 빛과 건물을 찍느라, 그리고 서로를 찍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아마 날씨가 좋은 날에 또 가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수정캠퍼스의 곳곳을 걸으며 남겼던 사진들은 출사의 주제였던 ’청춘‘과 너무 잘 어울리는 순간들뿐이었습니다. 함께 나눈 이야기가 즐거웠고, 서로를 찍은 사진엔 애정이 가득 담겨있었어요. 저는 이날 어떤 기억은 꽤나 영원할 수도 있음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찬빛이 제 일상 속에 큰 부분으로 자리하고 있음 또한 깨달았습니다. 내가 멈춰있을 때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주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은 많은 순간에 위로가 되어줍니다. 그 대상이 무엇이든, 오직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말이에요. 여러분의 청춘에도 그런 존재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올해도 부디 건강하시고 여러분의 많은 순간들에 행운이 따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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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과 필름 - 우디
안녕하세요. 우디입니다. 제가 글을 쓰는 지금은 크리스마스 이브입니다. 이 글이 발행되는 시점은 2024년이 시작된 후일 거 같네요. 그래서인지 안부를 묻고 싶은 마음에 오랜만에 구어체로 글을 전해봅니다. 다들 올해에 하고 싶은 일이 있으신가요? 꼭 지켜야 할 거 같은 다짐이나 목표가 아닌 마음속에 담아두던 일이요. 저는 역시 올해도 ‘사진’이 하고 싶습니다. 이 역시 대단한 포부는 아니고 자주 걸으며 찍고 싶습니다. 더 다양하고 먼 곳으로 출사를 다녀올 수 있다면 좋겠네요.
오늘은 막 더워지기 시작한 6월 말 무렵의 출사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한 번은 가보고 싶었던 용산 미군 기지에 다녀왔어요. 미군 기지는 큰 나무가 많아서 좋아요. 햇빛이 강한 날이었지만 덕분에 그늘 아래로 다닐 수 있었습니다. 올려다봤을 때 햇살에 비친 나뭇잎으로 채워진 시야도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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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옆에 있는 용산가족공원도 가봤는데 생각보다 정말 좋았어요. 평일에 가면 서울의 공원에서 잘 볼 수 없는 평화롭고 나른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습니다. 산책 나온 강아지, 그늘에 누워 쉬고 있는 사람들, 가득한 초록. 풍경이 그려지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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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둘러보려던 곳에서 꽤 한참이나 시간을 보내고 나니 꽤 덥고 갈증이 나더라고요. 근처에 카페를 찾아보다가 사진만 봐도 정말 맛있어 보이는 팥빙수집을 발견했습니다! 하얀 얼음 위의 팥과 떡이 올라간 클래식한 빙수 사진을 보고 바로 가보기로 했어요. 가게에 도착하니 블루리본이 잔뜩 붙어있고 사람들도 많아 제대로 찾아온 거 같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서울의 3대 팥빙수라고 불릴 정도로 유명한 곳이었어요.) 역시 갈증을 한순간에 해소시켜주는 시원한 빙수는 정말 최고였어요. 이쯤 되면 어디인지 궁금하실 거 같은데, 올해 여름에도 한차례 소개했던 ‘동빙고’입니다. 근처에 가게 된다면 꼭 가보세요. 저는 여름을 좋아하지 않지만 여름에 다녀온 출사의 기억들은 모두 즐겁고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덕분에 여름이 조금은 기다려지기도 합니다. 이만 줄일게요.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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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연 박유영 최윤영 최재원
교정 유수민 정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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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도의 50번째 이야기,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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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음 주 금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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