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민한 아이는 늘 주변의 눈치를 열심히 살피곤 했다. 특히,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하는 새로운 장소에 갔을 때는 더욱 그랬다. 큰 귀와 밝은 눈을 자꾸 밖으로, 밖으로만 두고 있자면 나보다 먼저 친해진 이들이 서로 나누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ㅋㅋㅋ 저 친구 웃기다’, ‘헉, 나도 저 얘기 공감해’ 하고 마음속으로 외쳐보지만 숫기 없는 아이는 쉬이 인사를 건네지 못한다.
그러던 중, 무리의 한 사람이 “안녕” 하고 크게 외쳐주는 소리에 긴장을 풀어보곤 한다. 무표정과 딱딱한 자세로 일관할 수밖에 없던 아이는 환히 웃으며 “안녕!!” 할 것이다.
내가 경험한 인사의 힘은 이런 것이다. 어색한 공기를 부숴 따뜻한 숨을 불어넣는 마법의 문장.」
안녕하세요, 지구입니다.
오늘은 저의 일기장에 쓰인 내용으로 글을 열어보았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 참으로 기민한 아이였고, 낯을 많이 가리는 탓에 누군가를 처음 만나는 자리를 늘 불편하다고 느끼곤 했습니다.
먼저 인사를 건네볼까, 친구의 예쁜 옷에 대한 칭찬으로 말을 걸어볼까 여러 번 고민하지만 결국 다른 친구가 외쳐준 ‘안녕!’에 얼음 땡이 풀리는 그런 아이였지요.
고맙게도, 친구들이 건네준 따스한 마음에 둘러싸여 자란 아이는 이제 거절당하는 인사를 두려워하지 않는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 가끔은 다분히 불편한 목적을 가진 의도적인 인사들이 반갑지만은 않지만, 여전히 인사에 담긴 선의의 힘을 믿습니다.
‘안녕’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쓰면서, 이 단어가 품고 있는 의미가 참 다양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해봅니다. 첫 만남의 두근거림을 나타내기도 하고, 지나간 것들에 아쉬움을 담아 건네는 작별 인사이기도 하니까요. 누군가의 건강과 행복을 바라는 표현으로도 사용될 수 있겠네요.
문득, 여러분께 글을 보내고 인사를 건넬 수 있어 기뻤던 지난날들을 떠올려봅니다.
얼굴을 뵌 적이 없어도 여러분의 안부가 늘 궁금했던 것 같습니다. 보내드리는 이야기에 대한 답장을 기대했던 적도 있지만, 금요일 오후 6시에 부담 없이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글을 읽어주신다면 더없이 좋겠다는 생각에 기대감 또한 잠시 접어 둡니다.
저 역시 메일에 담긴 소중한 마음들을 읽으며 온전히 행복했기 때문에, 그저 많은 독자분들께서도 그랬기를 바라봅니다.
주제에 맞는 사진을 고르고 글을 쓰고 또 편집하는 과정에서 종종 머리를 싸매며 창작의 고통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는 저의 경험을 많은 분들께 공유할 수 있어 좋았던 시간들이었습니다.
2023년의 이야기를 담은 저의 글은 아쉽게도 이것으로 마무리되겠지만, 앞으로의 나날들에도 항상 안녕이 가득하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