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필름 사진 중앙동아리 찬빛입니다.
어느덧 2023년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다들 어떤 한 해를 보내셨나요?
어쩌면 새해에 다짐했던 것들을 여전히 이루지 못한 채 목표로 남겨두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렇다 하더라도 모두 올 한 해 정말 수고 많았어요!
이번 주는 ‘선물’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전하려 합니다.
누군가와 주고받는 선물이란 건 참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물건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사실 그 안에 담긴 건 건네주는 사람의 마음이니까요.
상대가 나를 위해 열심히 고민했을 시간을 생각하면 그 선물이 더욱 특별하고 소중해지는 것 같아요.
찬빛 마음을 담아 올해의 마지막 심도를 준비했습니다.
일상의 조각을 모아 예쁘게 포장한,
칠셋, 익명의 부원, 못의 선물같은 이야기들을 함께 풀어볼까요?
메론빵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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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물
글과 필름 - 칠셋
손가락을 바쁘게 내리다 발견한
취향의 물건
어!
이거 ─가 좋아하겠다
순식간에 정해져버린 수취인은
내가 사랑하는 그 아이
이걸 좋아할까?
이미 있지 않을까?
비슷한 게 있다면?
만약에
만약에만약에만약에
별 볼일 없다고 느끼면?
괜히 초라해지는 주먹을 꽉- 쥔
그런데 이상하게도 초라해질수록
괜한 기대감이, 자신감이 생겨난다
좋아해 주려나
나의 움켜쥔 주먹에서 그 아이의 보자기로
선물이 전해진다
그 순간
손바닥이 뒤집혀
너의 사랑이 내 손에 쥐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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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제가 유심히 보던 책을 지켜보다 아무것도 아닌 어느 평범한 날. 툭, 하고 선물로 주던 그 친구를 기억합니다. 그길로 선물은 저에게 다른 의미를 갖게 되었지요. 여러분은 선물에 대해 어떠한 경험이 있나요?
선물을 발견하거나 고를 때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지만 고민이 계속될수록 마음 한구석은 어딘가 초라해지곤 합니다. 나의 마음과 그 아이의 마음의 무게는, 항상 저울질하는 결코 쉽게 수평이 맞지 않는 그러한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나’는 항상 나의 마음이 훨씬 더 무겁다며 이기적으로 굴곤 합니다.
고르는 내내 그 사람을 생각하며 그 사람의 취향을 생각하며 그 사람의 습관, 말, 모든 것을 거슬러 올라가 찾아내곤 합니다. 그럴수록 괜한 확신까지 차오르곤 합니다. 이만큼 사랑하는데 모를 리가 있겠냐며. 그러나 불안은 쉬이 가시지 않고 잘 어울릴지, 좋아할지, 내 마음이 전해질지.. 전해지는 순간까지 물음표는 계속됩니다.
긴장되는 선물이자, 나의 마음을 건네준 순간.
나는 되려 받고 맙니다. 그 아이의 마음을요.
달칵.
그 순간 저울이 수평이 됐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그 아이의 마음의 추가 더 무거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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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과 필름 - 익명의 부원
‘남에게 어떤 물건 따위를 선사함. 또는 그 물건.’
네이버에 ‘선물’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설명입니다. 어학사전이기에 기본적인 의미가 기재되어 있겠지만, 저는 생각보다 딱딱한 정의라고 느꼈어요. 어학사전을 벗어나 기존의 정의에 우리의 일상과 감정을 곁들이자면, 선물은 ‘자신 혹은 남에게 전이되는 감정 또는 생각’으로 다르게 정의될 수 있겠네요.
꼭 물질적으로 주고받는 물건이 아닐지라도, 하루가 흘러가는 동안 끼워지는 작은 조각들이 선물로 다가올 때도 있습니다. 무기력한 몸을 이끌고 나와서 마주한 맑은 날의 햇빛, 친구를 만나서 노는 날에 우리를 푸르게 맞아주는 하늘, 볼을 시원하게 간지럽히는 바람을 코로 깊게 들이마신 순간, 해야할 일을 하나 둘씩 완료했을 때, 친구나 가족에게 도움이나 응원을 받았을 때, 귀여운 고양이를 마주쳤을 때 등.. 이런 순간들이 무심히 우리의 하루를 채워줄 때 꽤나 행복한 하루였다고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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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힘든 날도 여럿 있어서 정신없이 흘러보낼 때도 많지만, 지난 날들 혹은 오늘 하루동안 모아둔 작은 조각들을 다시 꺼내서 하루를 마무리할 힘을 얻기도 해요.
오늘 저의 소소한 조각들을 얘기해보려 해요. 저는 달성한 게 없다는 무겁고 무기력한 마음에 ‘자체 휴강 해버릴까?’라는 고민하다, 결국 몸을 끌고 나와 강의를 들었어요. 차가운 바람에 잔뜩 움츠려 들었지만, 생각보다 여유있게 나왔다는 사실과 제 기분을 이겨내고 나왔다는 것에 기분이 환기됐어요. 강의가 순조롭게 끝나고나서, 좋아하는 샌드위치를 사와서 먹었답니다. 무기력함은 밤 10시가 되도록 진행된 과제가 없어 다시 생겼지만 힘듦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친구와 제게 네잎클로버 핫팩을 선물해준 친구 덕분에 하루의 흐름을 잘 끼워맞출 수 있었어요.
힘든 하루, 조용하고 무탈했던 하루 어떤 형태의 하루여도 언제나 선물은 무심히 우리 곁에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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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 - 못 / 필름 - 칠셋
안녕하세요 님 그간 잘 지내셨나요? 어느새 2023년의 끝자락에 다다랐네요. 이번 심도는 2023년의 제가 전하는 마지막 마음입니다.
여러분은 선물을 주고받길 좋아하시나요? 저는 좋아합니다. 그중에서도 선물을 주는 걸 정말 좋아해요. 친구가 흘러가듯 말했던 좋아하는 향을 기억해두고, 그 향의 핸드크림을 전하거나, 친구가 좋아하는 빛깔의 소품을 보면 홀린 듯이 담아버리곤 해요. 같이 간 서점에서 친구의 시선이 한참 머물렀던 책을 건네고, 초코를 좋아하는 친구의 자리에 초코 간식을 올려둡니다. 그저 흘러가는 일상에도 전할 마음이 콕콕 박혀있다는 걸 생각하면 일상이 틈틈이 소중해져요. 일상 속 배경에 그쳤던 무언가들도 의미를 가지게 되니까요. 상대를 떠올리며 선물을 고르고 전하는 이 모든 과정이 결국은 저에게 더 큰 선물이 되죠. 이렇듯 선물은 단순히 물리적인 무언가가 아니라 일상 속에 심어둔 행복인 것 같아요.
올 한 해 제게는 선물 같은 순간이 많았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기나긴 비대면이 끝나고 활기를 되찾은 학교에 복학해 성신에 있는 모든 순간이 선물같이 느껴졌습니다. 느껴보지 못했기에 더욱 소중했어요. 어른들이 말하는 그때가 참 좋을 때야~의 ’그때‘가 바로 지금인 것 같았습니다. 오래도록 이 순간이 내 마음속에서 반짝이겠구나-라는 걸 직감했어요. 각자의 시선을 담으려 멈춰 서던 발걸음들도, 캠퍼스에서 만나면 괜스레 더 반가운 얼굴들도 시시콜콜한 순간마다 너무 행복해서 자꾸만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했어요. 그런데 흘러서 다가온 다음의 순간들도 빼곡하게 행복해서 행복을 움켜쥐지 않아도 가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님에게도 올 한 해 이런 순간들이 있으셨을지, 어떤 순간들이 그러했는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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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한 달 전쯤 과 친구들과 서로에게 편지를 써주고, 크리스마스 당일에 같이 열어보기로 했어요. 그 편지를 쓰고 있는 사진입니다 ⸝⸝ ᷇࿀ ᷆⸝⸝ 올해의 제 크리스마스 선물은 요 편지들이었답니다 🎄🎁
올 한 해 심도가 님께 일상 속 자그마한 선물이 되었길 바라며
내년에도 다정한 마음, 사진, 글이 담긴 선물과 함께 찾아뵐게요.
안녕!
우리 2024년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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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연 박유영 최윤영 최재원
교정 유수민 정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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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음 주 금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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