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필름 사진 중앙동아리 찬빛입니다.
찬바람 휘이 불어오는 계절
붕어빵 호호 불어보는 계절
마음이 두둥실 부풀어오는 계절,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눈이 내려 하얀 세상을 마주할 때
잠시 환상에 머무르고 뒹굴다가 가라앉다가
이내 몸을 꼭 끌어안게 만드는 추위에
나만큼 소중한 누군가가 떠올라 간절히 안부를 묻고 싶어집니다.
서로에게 따뜻한 인사가 필요한 요즘,
여러분의 오늘 하루도 포근하게 채워지길 바랍니다.
그럼 57, 우디, 담청, 하나의 겨울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볼까요?
매실 드림.
|
|
|
#1.
글과 필름 - 57
영하의 온도가 계속되는 요즘입니다. 뼈가 시리도록 불어오는 바람이 무섭게 느껴지고, 손과 발이 감각을 느낄 수 없이 얼어버리고 추위에 저절로 움츠러드는 몸. 성큼 다가온 겨울을 체감하고 있어요. 글을 쓰는 시점으로 오늘, 눈에 보일 만큼 뚜렷한 눈이 내렸고 내일은 영하 8도의 기온이 기다리고 있어요. 정말 겨울이 왔음이 여러모로 실감 나네요. 이 글이 여러분 앞에 보일 때쯤엔 이미 겨울이 한창이겠네요.
저는 겨울을 그다지 반기지 않았던 사람이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매년 겨울이 막 시작될 때쯤, 등굣길에 유난히 앙상한 나무들이 하나둘 보이고, 버스에서 남들보다 먼저 검정색의 롱패딩을 입은 사람을 봤을 때, 그날 아침에는 왠지 우울하고 답답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겨울을 떠올리면 반짝이는 트리들과 설레는 크리스마스가 먼저 생각나기보다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것 같은데 한 해가 벌써 끝났다는 생각에 불안함과 공허함이 몰려왔습니다. 겨울이 오면 연말이 오고 있다는 뜻인데 ‘내가 과연 뭐라도 제대로 해낸 것이 있나?’라는 생각이 자꾸 겨울을 불청객으로 만들었던 것 같아요. 근데 저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다들 들뜬 마음으로 트리를 꾸미고, 신나는 캐롤을 듣고, 연말 계획을 세우는 모습들이 이런 생각과 마음을 가지고 있던 저와 대비되어 괜히 더 심술이 난 것 같네요. 기대감과 설렘은 눈곱만큼도 없는 저의 겨울이 너무나도 싫었는데 작년부터 조금씩 달라지고 있어요.
처음에는 나만 쓸쓸한 겨울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서, 이게 싫어서 겨울이 좋아지는 방법들을 찾아 하나씩 해봤을 뿐인데 우울할 만큼 공허한 겨울이 아니었어요. 생각보다 겨울을 즐기는 법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작게는 붕어빵과 길거리 어묵을 찾아 먹고, 새로운 목도리와 장갑을 샀습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빨간색 체크 파자마를 입고 일부러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예약했습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겨울이 조금씩 기대되는 계절이 되어 갔습니다. 그리고 연말은 사람과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가까운 이들과 연말을 이유로 편지를 주고받았고 S, Y와 처음으로 파티룸을 빌려 제대로 된 크리스마스 파티를 했고, 발목까지 쌓이도록 눈이 내린 날 다 같이 3단 눈사람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겨울스포츠를 누구보다 즐기는 J가 유일하게 탈 수 있는 게 눈썰매뿐인 저를 위해 스키장을 포기하고 눈썰매장을 데려갔고, 동기들과 빨강, 초록의 드레스코드를 맞춰 입고 연말 파티를 했습니다. 함께 있으니 우울한 생각에 사로잡힐 시간도 없었고 처음으로 겨울이 나쁘지 않은 계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아직은 겨울이 기다려질 정도는 아닙니다. 여전히 싱그러운 여름이 그리워요. 그렇지만 공허함과 쓸쓸함만이 가득한 겨울은 더 이상 아니에요.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는 마음으로 조금씩 겨울을 보내려 합니다. 언젠가는 저도 겨울이 좋다고 말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겠네요.
여러분의 어떤 마음으로 겨울을 보내고 있나요?
끝으로, 님의 올해 겨울도 무탈하게 지나가길 바라요.
|
|
|
S, Y와 함께 만든 3단 눈사람입니다. 코는 진짜 당근이에요. |
|
|
크리스마스가 얼마남지 않았어요. 미리 Merry Christmas ! 🎄🎅 |
|
|
#2.
행복한 겨울을 보내는 5가지 방법
글과 필름 - 우디
겨울이다. 그토록 기다리던. 겨울을 사랑하는 이유에 대해 얘기하려면 끝이 없을 정도로 겨울이 좋다. 여러 이유 중 하나는 ‘따뜻함‘을 가장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계절이라는 것이다. 여름엔 따뜻함을 넘어서 덥고 봄, 가을도 따뜻하다기보다는 ’따사로움‘ 정도의 표현이 어울린다. 그러나 겨울엔 따뜻한 방바닥, 따뜻한 붕어빵, 따뜻한 온기···. 기본값이 춥기 때문에 추위를 피하는 시간엔 비교적 쉽게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겨울을 좋아하게 된 데에는 생일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어릴 때는 생일이 분명 가을이었지만 점차 겨울이 되어, 생일과 함께 겨울을 시작하고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고 새해를 맞고 겨울방학을 보내며 겨울을 보내왔다. 그렇기에 겨울이 싫을 이유가 없다.
눈이 오는 날도 아주 좋아한다. 눈이 녹으면 비와 다름없다는 걸 알면서도 왠지 눈을 맞는 건 기분이 좋다. 지난겨울, 타지의 에어비앤비에서 하루를 묵고 싶어 찾아보던 중 평창의 시골집을 발견했고 그곳으로 짧은 여행을 떠나게 됐다.
|
|
|
도착했을 때 눈이 오고 있지는 않아도 강원도인 만큼 나무, 길, 지붕 위에 녹지 않은 눈들이 많았다. Lp플레이어가 있는 아늑한 숙소에서 따뜻한 음식과 함께 저녁을 보냈다.
|
|
|
아침에 일어나니 밤사이에 소복한 눈이 쌓여있었다. 눈이 온 날의 아침 공기는 떠올리기만 해도 좋다. 창밖을 보며 따뜻한 차를 마시고 나와 카페에 가기로 했다. 버스가 없어 40분은 걸어야 했지만 작은 자작나무 숲을 만났고 동네 주민분들과 강아지도 만났다.
|
|
|
시간이 지나 눈이 싫어지는 이유가 생기더라도, 눈 오는 날 커튼을 젖힐 때의 설렘만큼은 지키고 싶다.
p.s 안녕하세요. 우디입니다. 저는 오늘 좋아하는 겨울에 대해 얘기했지만 겨울을 힘들어하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제가 여름을 좋아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겠죠? 모든 계절을 좋아해야 되는 건 아니지만 이번 겨울엔 좋은 기억이 조금이나마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행복한 겨울을 보내는 5가지 방법’을 소개합니다.
1. 보리차를 직접 끓여보세요. 티백도 괜찮지만 보글보글 소리와 집안에 퍼지는 구수한 향이 정말 좋답니다.
2. 크리스마스 모먼트를 수집해 보세요. 의외로 귀여운 장식과 트리가 많을 거예요.
3. 눈 오는 날 동네를 산책해보세요. 누군가 만들어둔 눈사람을 구경하거나 직접 만들어보는 것도 좋아요. 장갑은 필수, 여유가 있다면 카메라도 챙겨봅시다.
4. 겨울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보세요. 중간중간 캐롤을 넣어주면 좋습니다. 작년엔 테일러 스위프트의 Midnights 앨범을 정말 많이 들었네요.
5. 마지막으로, 올해 연말 약속은 오뎅바에서 잡아보세요. 뜨끈한 국물에 마음도 함께 녹아내립니다.
겨울을 즐기는 여러분만의 방법이 있다면 ‘소통하기’를 통해 공유해 주세요! 그럼 따뜻한 겨울 되세요🧤
|
|
|
#3.
글과 필름 - 담청
안녕하세요, 여러분. 담청입니다. 거리의 나무들이 반짝반짝 빛나고 다정한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12월이 찾아왔네요. 구독자 여러분들께서는 겨울을 좋아하시나요? 사실 저는 추위를 정말 많이 타는 편이라, 겨울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는데요. 크리스마스나 연말 분위기에도 큰 관심이 없었던 터라, 겨울을 즐긴다고 말하기엔 어려운 쪽에 가까웠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올해 들어서는 겨울의 추위에 움츠러들기보다는 길거리의 반짝이는 트리와 따뜻한 선율의 캐럴에 더 마음이 가고, 이 계절의 공기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한 해 동안 다양하고 즐거운 경험들을 하며 나를 사랑해 주는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어서 일까요? 2023년의 마무리를 알리듯 성큼 다가온 추운 겨울에게도 어쩐지 따뜻한 작별 인사를 건네고 싶은 감사하고 뭉클한 마음이 들어요. 겨울에게 이렇게까지 포근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니. 처음 있는 일이라 저도 제 자신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여러분은 ‘겨울’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주로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시나요? 저는 아무래도 추위 속 온기와 어둠 속 빛을 떠올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 글을 준비하며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인데, 제가 찍은 겨울의 필름 사진들은 모두 최대한의 빛과 온기를 담으려 최선을 다한 결과물이더라고요. 사실 겨울은 출사를 하기에 적합한 계절은 아니라서, 찍은 필름 사진의 개수가 다른 계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인데요. 그 몇 안 되는 모든 사진들에 겨울을 한색이 아닌 난색으로 담아내려 애쓴 흔적이 보여서 참 신기했습니다. 눈 오는 장면을 찍어도 눈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기보다는, 그 뒤로 은은하게 빛나고 있는 따스한 주황빛 가로등과 눈송이를 한 프레임에 같이 담아내는 식으로요. 저는 주황색은 노을의 색이고, 가로등의 색이고, 곧 위로의 색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노을도, 가로등 빛도 모두 하루를 마무리할 때쯤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들의 주황색이 꼭 지친 마음을 보듬어주는 위로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렇게 세상을 내리쬐는 온기는 매서운 눈바람이 몰아치는 겨울에 특히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듯하고요. 이러한 이유로 저에게 겨울은 밤바다와 등대라거나, 밤공기와 목도리와 같은 이미지로 그려지는 것 같습니다.
같이 보내드리는 사진은 이런 저의 시선이 그대로 담긴 사진들인데요. 먼저 쌓인 눈 위로 빛나고 있는 전구 사진은, 마치 어느 자그마한 세계의 마을을 보고 있는 듯해서 찍게 된 사진입니다. 눈 덮인 풀 더미 위로 감긴 크리스마스 전구가 앞서 말씀드렸던 위로의 주황빛 가로등처럼 느껴졌어요. ‘이 작은 세계의 눈길은 전구가 밝혀주고 있구나’ 싶어서 귀엽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한 마음에 셔터를 눌렀던 기억이 나네요. 마지막 사진은 저희 동네 꽃집의 창문 너머로 보이는 장면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찍었던 사진입니다. 밖은 정말 추웠는데,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느껴지는 꽃집의 포근한 온기에 저도 모르게 따스한 미소를 지었던 기억이 납니다. 빛이 가득한 사진이라 저도 많이 좋아하고 아끼는 사진이에요.
|
|
|
여러분의 겨울은 어떤 색을 담고 있나요? 열 명의 사람이 있다면 열 가지 다른 빛깔의 겨울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구독자 여러분의 겨울 이야기들도 참 궁금해지네요. 아래 소통하기 버튼을 통해 여러분의 겨울은 어떤 빛을 띠고 있는지 부담 없이 의견 공유해 주세요!
그럼, 저는 여기에서 이만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2023년에도 찬빛, 그리고 심도와 함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항상 응원해 주시고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서 따뜻하고 행복한 겨울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랄게요. 오늘도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
#4.
글 - 하나 / 필름 - 뮤시
안녕하세요, 하나입니다. 2023년도 어느덧 끝을 바라보고 있네요. 몸을 잔뜩 움츠러들게 만드는 이 계절이, 길가에 울려 퍼지는 캐럴과 색색의 빛깔들이 올해가 정말로 얼마 남지 않았음을 계속해서 상기시켜주는 것 같습니다.
겨울은 모든 걸 덮어버리고 그 위에 새로운 무언가를 덧대기에 적절한 계절입니다. 한 해의 시작과 끝에 다른 어떤 계절도 아닌 겨울이 자리하는 건 아마도 그 이유에서일 겁니다. 은은하게 맴도는 후회와 아쉬움은 쌓이는 눈 아래 묻어버린 채, 새해의 빛으로 녹아 없어져 버리길 바라면 되니까요. 그 위에 새롭게 새겨질 발자국엔 반드시 설렘만이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
|
|
가을을 주제로 한 예전 레터에서, 가을은 편지를 쓰기에 좋은 계절이라는 말을 했더라고요(어쩌다 보니 겨울을 주제로 한 글도 쓰게 되었네요...). 생각해 보니 각 계절마다 유독 사랑하기 좋은 것들이 하나씩은 있는 것 같습니다. 가을의 편지가 그러한 것처럼 저에겐 겨울의 영화와 음악이 그러합니다. 겨울에 보는 영화는 왜인지 더 오랫동안 기억에 남고, 그만큼 큰 영감을 가져다준달까요. 그래서 겨울엔 자주 영화관에 가고 싶어집니다. 겨울의 음악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노랫말이 시처럼 느껴지고 하나의 멈춘 장면으로써 그려지는 경험은, 오로지 이 계절에만 가능한 일입니다. 많은 이들이 크리스마스의 캐럴을 좋아하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
|
저는 겨울이 되고 눈이 오면 반드시 새소년의 ‘눈’을 듣습니다. 정말 좋아하는 노래거든요. 물론 사계절 내내 듣지만, 겨울엔 훨씬 더 많이 듣는 것 같습니다. 그 밖에도 이미 몇 번이나 본 영화를 다시 보고, 한 해 동안 받은 편지를 다시 읽고, 찍고 찍힌 사진을 다시 보며, 또 다른 마지막과 반드시 찾아올 새로운 시작에 대해 생각합니다. 부디 여러분의 겨울도 후회보단 따뜻함과 설렘으로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
|
|
김나연 박유영 최윤영 최재원
교정 유수민 정다은
|
|
|
심도의 47번째 이야기, 어떠셨나요?
레터를 보고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거나, 문의사항이 있다면
하단의 버튼을 눌러 작성해 주세요.
그럼 다음 주 금요일에 뵙겠습니다!
|
|
|
심도의 레터를 친구와 공유하고 싶다면
하단의 버튼을 눌러 공유해주세요.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