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필름 사진 중앙동아리 찬빛입니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게 무언가에 몰입했던 경험이 있나요?
저는 학창 시절 연말 뮤지컬 공연을 위해 방과 후, 주말, 어떤 날은 새벽부터 연습했던 기억이 납니다. 완벽하진 않아도 제 마음엔 충분히 근사한 공연이었어요!
목표에 도달하고 싶어서, 멋진 일을 해내고 싶어서
우리를 달릴 수 있게 만드는 마법은 바로 열정입니다.
저마다의 영감과 이유가 있겠지만, 실천하는 사람은 오직 자기 자신입니다. 그렇기에 여러분은 세상에 열정을 보여줄 수 있는 특별한 존재라는 걸 꼭 기억해 주세요.
칠셋, 최소, 담청의 열렬한 애정이 담긴 여정을 함께 걸어볼까요?
매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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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과 필름 - 칠셋
안녕하세요 님. 칠셋입니다. 오늘의 주제는 ‘열정’이에요. 누구나 한 번쯤은 마음속에 열정을 품어봤을지라, 이번 주제에 대해 구독자 여러분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많을 것 같아요.
좋아하는 것에 대한 열정, 이루고자 하는 열정, 살고자 하는 열정. 열정이라는 건 보편적인 감정이지만 ‘무엇에 대한’ 열정인지는 모두가 다른 대답을 내놓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저의 열정이 고스란히 담긴 필름 사진이 있어서, 그 사진과 함께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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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으로 누운 듯 저물어가는 태양의 볕이 따뜻한 오후. 적당히 기분 좋은 바람이 앞머리를 가르고 이마에 입을 맞추는 것만 같은 가을, 반포 한강공원 서래섬에서 촬영한 메밀꽃 밭이에요. 사진만으로도 그때가 생생하게 느껴지네요. 당시의 분위기가 여러분에게도 어느 정도 닿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날은 특히 유별난 하루였어요. 밖에 나가기 귀찮아하는 제가 기꺼이 발을 떼서 공원으로 향했고, 혼자를 싫어하는 제가 큰 용기를 내지 않고도 아무렇지 않게 혼자 다닐 수 있었던 날이니까요.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그 어떤 마음의 무게감도 없이
마치 그게 당연한 사람처럼 몸이 움직였답니다.
‘장면을 꼭 필름으로 담고 싶다’는 열정 하나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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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저에게 열정이 없었다면, 메밀꽃밭은 필름에 담기지 못했을 거예요. 이 버드나무 역시 담기지 않았겠죠.
무언갈 해낼 수 있게 하는 원동력, 열정이란 그런 것 같습니다. 평소의 저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도전들을 아무렇지 않게 해내는. 내심 스스로가 조금 성장한 마음이 들었답니다.
현상된 필름 사진을 천천히 바라보면서 깨달았어요. 몰랐는데, 이때의 나에게 이런 열정이 있었구나. 이게 나를 움직이게 했구나. 그런 열정이란 건 참 소중한 거구나! 생각한 순간 참으로 살아있다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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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열정은 어떤 것에 대한 열정인가요? 혹은 자신이 열정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구독자님이 계셨다면, 오늘은 자신의 열정에 대해 떠올려보는 시간이 되었을까요?
사진 몇 장으로 깊은 생각을 하게 되고, 신중하게 순간을 기억하고, 때론 아무런 이유 없이 막연히 좋기도 한, 이런 이유들로 필름을 사랑합니다. 저는 저 스스로가 앞으로도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 즉, 열정을 잃지 않고 살았으면 합니다.
이왕이면 그 편이 더 행복하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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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과 필름 - 최소
낙엽이 지는 가을, 11월입니다. 바닥에는 한때 푸르게 빛이 났을 잎들이 나뒹굴며 아스팔트 도로 위에 새로운 길을 만들고 있습니다. 가을을 응시합니다. 바스라져 간 것들을, 아스라이 먼 곳으로 떠난 존재들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도저히 닿을 수 없는 곳으로 간 그 모든 것들을 떠올려봅니다. 저에게 있어 그것은 과거의 ‘나’입니다.
얼마 전, 앨범에서 고등학교 시절 찍었던 사진들을 보았습니다. 그곳에는 명확한 동시에 모호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던 제 모습이 있었습니다.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강렬한 목표의식을 가진 제가 존재했습니다. 문득 그 자체가 삶에 대한, 나에 대한 열렬한 애정처럼 보였습니다. 저는 종종 이런 과거의 사진들을 보면 퍽 슬퍼집니다. 점점 그 순간들로부터 차츰 멀어지고 있다는, 또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다는 아주 당연하고 마음 아픈 사실들을 마주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언젠가 이런 순간이 분명 나 자신의 삶에 존재했었음을 확인합니다. 분명 어떤 대상에 대한 열렬한 애정을 지녔던 적이 있었음을 다시금 자각합니다. 그리고 언제든 이런 순간이 다시 나의 삶에 찾아올 수 있으리란 작은 희망을 품게 됩니다. 사진은 참 이상한 것 같습니다. 지나고 다시 보면 사진을 찍었던 그 순간의 감정과 상태가 어떠했든, 꽤나 아름답게만 보이게 하니까요. 아마도 사진이 제게 특별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이 때문일 거예요.
부끄럽지만, 저는 지금 학교 강의 시간에 이 글을 하얀 종이 위로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강의실 창밖에는 말도 안 될 정도로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고, 나뭇잎들이 햇빛과 바람에 부서지듯 흔들리고 있습니다. 웅웅 울리는 교수님의 목소리가 귓가를 스치듯 튕겨나가고, 창밖의 들리지 않는 바람 소리를 듣습니다. 바람이 나무 사이를 유영하는 소리를 듣습니다. 그리고는 이내 지금까지 내가 놓쳤던, 잊어왔던 것들에 시선을 보냅니다. 그러면 저는, 갑자기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이 참을 수 없이 사랑스러워지고 또 사랑하고 싶어집니다. 열렬한 애정이 생깁니다. 한때는 도망가고 싶었던, 싫어해 마지않았던 이 길을 계속해서 걷고 싶다는 생각이 차오릅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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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과 필름 - 담청
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담청입니다. 어느덧 낙엽과 찬 바람이 휘날리는 겨울이 다가왔네요. 분명 11월은 가을이라고 부를 법도 한 시기인데, 벌써 이렇게나 추워졌다니. ‘올해 겨울 추위는 또 얼마나 매서울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공기 따라 사뭇 추워진 마음을 따스하게 안아줄 수 있는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 해요.
여러분에게는 열정을 가득 갖게 되는 것이 있으신가요? 아무리 춥고, 덥고, 배고파도 계속해서 멈추지 않고 이어나가고 싶은 그런 일이요. 저에게는 그것이 창작이고, 필름 카메라를 다루는 일이랍니다. 제가 필름 사진을 처음 찍기 시작한 것은 2019년 여름이었고, 이후 2021년 봄에는 필름 사진 연합 동아리에 들어가며 본격적으로 사진 활동을 하게 되었는데요. 동아리를 하면서 필름 사진과 전시에 대해 많이 배우고, 문득 ‘내가 사랑하는 성신에도 내가 사랑하는 필름 사진을 찍는 동아리가 있으면 좋겠다’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 무렵 학교 커뮤니티 내 필름 사진 게시판에는 꾸준히 필름 사진 동아리를 원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는 상태였죠. 저 또한 그런 글을 작성했던 적이 있고요. 그러다가 정말로 행동하고 싶다는 학우분의 글을 만나게 되었고, 동아리 경험이 있는 저는 운영과 제도적인 부분을 도와줄 수 있다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그 글이 바로 찬빛의 시작이었던 것이죠.
2021년 12월 소모임으로 시작한 찬빛은, 2023년 9월 기준 어느새 4기를 맞이하였습니다. 그동안 정말 수많은 출사와 활동이 있었는데요. 두 번의 대동제와 한 번의 운정 캠퍼스 축제에서 직접 필름 사진을 찍어드리며 수십 명의 학우분들에게 찰나의 추억을 영원으로 만들어 드리기도 했고, 부원들의 사진으로 첫 필름 사진전을 열기도 했습니다. 메일링 서비스 심도를 통해 우리가 사랑하는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서 노력하기도 했고요. 작년에 이어서 올해 역시 저희 부스를 재방문해 주셨던 분들의 얼굴을 기억하고, 다시 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 찬빛의 첫 전시회는 주제 선정부터 철거까지의 모든 순간들이 선명하게 기억나고요. 이런 경험들을 통해 제가 사랑하는 것, 삶에서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게 되었답니다. 찬빛에서의 기억들은 앞으로의 삶에서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찬빛이라는 동아리와, 이곳에서 해낸 것, 만난 사람들이 저를 구성하고 정의하고 설명할 수 있는 일부가 되었다고 할까요.
그런 점에서, 저의 가장 큰 열정은 필름 사진을 넘어서 ‘찬빛’이라는 단어로 설명하는 것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동아리를 통해 만난 소중한 인연들, 그리고 그 인연들로부터 뻗어나가 이루어진 또 다른 만남들. 그들과 만들어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추억들이 저에겐 가장 소중하고, 뜨거운 마음을 담아 사랑하는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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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보내드리는 사진은 2023년 2월 운정그린캠퍼스에서 진행된 새내기 오티 부스에 참여했던 찬빛 부스의 사진입니다. 각양각색의 필름 박스와 눈을 뗄 수 없는 슬라이드 필름 감상 체험의 장면을 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눈 오는 날이 담긴 사진은 제가 필름 사진을 정말 많이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던 날의 사진인데요. 눈이 아니라 비였다면 폭우라고 할 만큼, 함박눈이 펑펑 내리던 날이었습니다. 소복하게 쌓인 눈 위에 손가락으로 하트를 그려 넣고, 한쪽 어깨에 우산을 불편하게 끼고서 초점을 맞추기 위해 한껏 까치발을 들었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손이 얼어붙을 만큼 춥고, 우산을 목에 끼운 자세도 불편하고, 휘날리는 눈발에 머리카락이 다 젖었지만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셔터를 누르기 위해 이어진 모든 인내의 시간들이 싫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뷰파인더 너머의 장면에만 집중하고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상상하는 것에 몰두했습니다. 가죽 케이스에 씌워진 카메라가 눈에 젖을까 품에 끌어안으면서,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기쁨을 느꼈습니다. 이렇게까지 온 마음을 다해서, 뜨겁게 사랑할 수 있는 일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다가오는 이번 겨울에는 구독자 여러분들께서도 이렇게 열정을 쏟게 되는 무언가를 꼭 찾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바쁘고 지친 일상 속에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일어날 힘이 생기는 것 말이에요.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생각보다 걷기와 산책을 좋아한다는 것, 좋아하는 커피에 대해 더 자세히 공부해 보고 싶다는 것, 어릴 적 그만두었던 피아노를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마음을 깨닫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곧 졸업을 앞둔 분들도, 취업을 앞둔 분들도, 혹은 직장인분들도 모두 늦지 않았다는 말씀도 드리고 싶어요. 저 역시 고학년이 되어서야 찬빛을 꾸리고 저의 열정을 깨닫게 되었으니까요. 그럼, 이번 글은 여기서 이만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의 열정의 순간들에 늘 함께해 주시는 구독자 여러분, 오늘도 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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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연 박유영 최윤영 최재원
교정 유수민 정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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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도의 44번째 이야기,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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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음 주 금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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