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필름 사진 중앙동아리 찬빛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록 사실은 그러하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라는 뜻입니다. 이 표현이 붙으면 무언가를 해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그렇기에 우리의 삶에 어떠한 일이 있어도 이 접속사 뒤에 올 이야기는 이전보다 조금이나마 더 긍정적이고 희망찬 것들이길 바라게 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흘러가는 시간을 잠시나마 붙잡아 보려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삶을 즐기며 살아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정하고 느리게 살아가고 싶은…
57, 온주, 지구가 전하는 이야기를 만나보아요.
메론빵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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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글과 필름 - 57
안녕하세요. 벌써 가을의 한 가운데입니다. 저는 심도 글을 적을 때, 꼭 집을 떠나 글을 적곤 하는데 오늘은 익선동에 있는 한 카페 왔습니다. 버스를 타고 오면서 창덕궁 앞을 지나는데, 돌담을 넘어 보이는 빨강, 주황, 노랑의 나무들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마침 내려야 하는 정류장과 창덕궁이 가깝고 아직 무료입장이기에 짧게 잠시 돌아보고 나왔는데 그냥 지나쳤으면 후회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좋았습니다. 아 글이 발행될 때쯤엔 가을의 끝자락일 수도 있겠네요. 이 멋진 계절을 붙잡아두고 싶지만.. 또 보내줘야 다음에 돌아올 때 더 소중하다고 느낄 테니까 아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가을을 잘 보내주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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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이 지난 빈티지 아그파 필름으로 찍은 가을이에요. 무려 2003년, 제가 태어난 연도의 필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그파 특유의 붉은 색감이 딱 가을과 어울리게 잘 나온 것 같아서 좋아하는 사진 중 하나입니다!
가을을 붙잡고 싶은 것처럼, 살다가 보면 이따금 ‘이 순간에 멈추고 싶다.’, ‘시간이 흐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 적이 다들 한 번쯤은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예를 들면, 공간이 멋진 카페에 갔을 때, 소중한 언니들과 처음으로 간 일본에서, 책상 옆을 봤는데 오션이 딱 예쁘게 자랐을 때, 저는 시간을 붙잡고 싶습니다. 제가 아무리 시간의 바지 자락을 붙잡고 싶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흐르는 걸 막을 수 없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 그런 순간들을 뷰 파인더에 담는 것을 택했습니다. 제가 멈춘 시간을 보여드릴게요! (이렇게 말하니까 제가 마법사가 된 기분이네요! ㅋㅋ)
여러분은 시간을 멈출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 머물고 싶은 순간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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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온수리에 있는 카페 ‘곧은’ 입니다. 카페 곳곳의 공간을 보는 즐거움이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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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에 친한 언니들과 다녀온 3박 4일 일본 여행을 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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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대로 괴마옥, 오션, 피쉬본 선인장 입니다. 제 책상위의 힐링존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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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한다.
글과 필름 - 온주
반갑습니다! 찬빛 4기 온주입니다. 오늘은 제법 진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여러분은 가족들과 삶에 대한 가치관이 비슷한가요?” 제 대답은 “네니오” 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예전엔 그랬는데 지금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저희 부모님은 참 좋은 부모님이십니다. 가정을 위해 헌신하고 서로를 위하며 자식들에게 애정과 관심을 듬뿍 쏟으셨습니다. 하지만 특이한 것보다 평범한 것을 추구하며 보수적인 부모님의 가치관은 제게 안 맞는 옷 같았습니다. 안정적인 회사에 취업, 좋은 사람 만나 결혼, 그리고 가정을 이루는 것. 그것이 바로 저희 부모님이 그리는 저의 인생 루트였습니다. 그 길에서 벗어나면 조금이라도 하자 있는 사람으로 취급받을 것 같은 불안함, 모두가 쌓으니 너도 나도 쌓는 다양한 스펙까지. 제 머릿속엔 Why가 맴돌았습니다. 졸업을 앞두고 막 학기에 멕시코 교환학생을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부모님은 왜 그런 위험한 나라를 가냐며 탐탁지 않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제 안의 열정을 찾고 견문을 넓히고 싶어서 한국과 정반대의 삶을 사는 멕시코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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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다 16시간이 느린 멕시코는 생각보다 더 느린 나라였습니다. 학교 학생증을 받기 위해 3개월을 기다렸으며 행정처리가 얼렁뚱땅 넘어가기도 하니 항상 이중 확인이 필수였습니다. 느리지만 여유롭고,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며 약자에 대한 혐오가 없는 개방적인 나라. 한국과는 거의 정반대인 모습에 한편으로는 충격을 받기도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 문화가 부럽기도 했습니다. 이곳에서 5개월을 지내면서 제 삶의 가치관이 많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가진 게 많지 않지만 항상 유머와 미소를 잃지 않는 멕시코 사람들을 보면서 ‘모두가 알아주는 회사를 다녀야만 성공한 거고, 돈을 많이 버는 걸까’부터 혼자 누리는 삶 vs 함께 누리는 삶까지 고민을 해봤습니다. 한국에서는 할 수 없는 경험들을 해보며 제가 진정히 무엇을 원하는지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K-장녀이고 겁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국외를 넘나들며 활동하고, 삶을 즐길 줄 알며 나만의 재밌는 에피소드가 많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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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 막연히 꿈꿨던 페루 마추픽추에 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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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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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필름 - 지구
안녕하세요, 둥근 땅에 살아가는 지구입니다.
가끔 지구는 이렇게 둥근데 세상은 왜 이렇게 세모네모 뾰족뾰족할까 생각합니다. 그리고는 날카로운 모서리에 긁혀 눈치를 보고, ‘그러함’에 발이 묶이지요.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저 자신으로부터 발생하는 크고 작은 생각들에 얽매여 ‘불구함’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종종 주저앉아 한탄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는 힘 있는 접속사를 소리내 외치며 다시금 앞으로 전진할 힘을 얻어봅니다.
정말 신기하게도 말로 되뇌는 것만으로 큰 힘이 되어 주기 때문에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야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내야지’ 하는 의지의 표현들을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제가 좋아하는 접속사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몇가지 이야기를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정]
저는 언제나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어합니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때나, 신경 쓸 겨를 없이 바쁠 때 혹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았을 때조차 우선은 다정을 실천하고 싶습니다. 가끔은 힘이 들어 ‘다정은 무슨.. 때려쳐’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전하는 정들이 나의 주변을 그리고 나를 조금 더 따뜻하게 할 것이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름 카메라]
느림의 미학을 추구하는 본인은 빠름과 효율이 우선시되는 사회에 아쉬움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 속도를 크게 체감하는 분야는 역시 전자기기인 것 같습니다. 즉각적으로 엄청난 사진을 출력하는 작고 빠른 기기들이 많아졌고,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제가 사랑하는 필름 카메라는 흐름을 따라가기는 커녕 역행하는 듯 보입니다. 크고 무거우며 필름의 롤이 끝나기 전까지는 결과물을 보기도 어려우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필름 사진을 한번 찍어보겠습니다. 햇빛이 비추는 곳에 따라 시선을 옮기며, 취소가 어려운 셔터를 누르고 현상의 기다림을 소중히 여기게 하는 필름카메라와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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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접속사는 신념과 같은 거창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우리의 소소한 일상도 칭찬해주는 존재랍니다. 여러분은 어떠한 그러함을 뛰어넘고 계신가요? 글을 읽고 난 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낸 것들에 후한 칭찬을 건내 보는 건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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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연 박유영 최윤영 최재원
교정 유수민 정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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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음 주 금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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