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필름 사진 중앙동아리 찬빛입니다.
반짝이던 동네의 불빛이 서서히 눈을 감는 새벽이 오면
세상이 가라앉는 게 느껴지고 덩달아 제 작은 숨소리까지 의식하게 돼요.
밤 11시 59분에 새벽 12시로 바뀌는 시계를 보며
금방 지나가버린 하루에 대해 생각합니다.
동시에 새 하루가 찾아왔음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새벽은 아쉬운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참 고마운 시간이에요. 마무리하지 못한 일을 마저 하거나, 좋아하는 일을 하며 새로운 하루의 여백을 채웁니다.
하나, 못, 익명의 부원은 고요한 새벽의 빈칸에 무엇을 채웠을까요?
매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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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과 필름 - 하나
여러분 안녕하세요, 하나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시각은 오전 2시 49분이네요. 보통이라면 잠에 들어야 할 이 새벽에, 저는 자주 메모장을 켜 머릿속을 부유하는 단어와 문장들을 이리저리 배치해 보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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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만 되면 이상하리만치 글을 쓰고 싶어집니다. 새까만 새벽을 도화지 삼아 갖가지 단어들을 수놓습니다. 새벽의 텅 빈 고요는 신비한 힘이 있어서 그 위에 무엇을 쓰든 시가 됩니다. 그렇게 써 내려간 글은 어쩐지 더 솔직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제가 쓴 글은 개인적으로 쓰는 것이든, 과제든, 편지든 그 형태를 불문하고 새벽에 쓴 글이 많습니다. 밤이 깊어가는 만큼 생각의 깊이가 더욱 깊어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그동안 수많은 새벽을 지새우며 만들어 냈던 것들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하게도 사랑하는 이들의 새벽은 너무 길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모두가 새벽에 시를 쓸 거란 보장은 없으니까요. 새벽이 까만 건 깊어가는 불안한 마음과, 걱정과, 후회를 먹고 자랐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 사실을 아주 잘 아는 이들에겐 저와 다르게 이 새벽이 밉게만 느껴질 수도 있겠죠. 그러니 그런 생각 할 틈도 없이, 그저 꿈도 꾸지 않고 잘 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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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에게 새벽은 어떤 시간일지 궁금해집니다. 어떤 이는 새벽에 잠을 자고, 어떤 이는 새벽에 글을 쓰는 반면에 또 어떤 이는 새벽에 홀로 골목길을 걷습니다. 저마다의 새벽이 만들어 낸 것들을 들여다보고 사랑 또는 위로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무쪼록 여러분의 새벽이 너무 소란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며, 추워지는 날씨에 건강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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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과 필름 - 못
안녕하세요 못입니다.
- 온전할 수 있는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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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5시 22분 이른 시간에 하루를 시작하며 글을 적고 있습니다. 새벽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이기에 꼭 새벽에 적고 싶어 부지런히 책상 앞에 앉아보았습니다. 새벽은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여는 시간이기도, 또 다른 이에게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저에게 새벽은 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에 해당해요. 모두가 잠든 새벽, 곧 끝나버릴 연약한 고요를 혼자 맘껏 누려봅니다. 세상이 멈춘 듯이 고요한 시간 속에서 움직일 수 있는 건 저뿐인 것처럼 느껴져요. 소음이 싫어 무엇이로든 귀를 막고 읽던 책도 거실에 나와 읽어보고요. 낮이 되면 꽤 붐비는 산책로도 독점해봅니다. 온전히 온전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 기록과 계획, 맺음의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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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7주차 레터에서 전했듯 저는 기록을 좋아하는데요. 새벽은 기록하기에 좋은 시간입니다. 기록으로 하루를 열 수도, 마무리할 수도 있지요. 어떠한 방해도 없이 나와 내가 나의 하루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에요. 떠오르는 대로 죽죽 마음을 적어봅니다. 내일의 계획을 정리해보고, 지난 하루를 되돌아보며 끝맺어보아요. 여러분은 어떤가요? 새벽시간을 어떻게 보내시는지, 새벽을 좋아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대개는 새벽을 좋아해요. 고요한 새벽은 영원하지 않기에 더 소중하게 느껴져요. 하늘 아래 움직일 수 있는 건 나뿐인 것 같은 이 고요한 새벽을 맘껏 누비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떠오르는 해가 방안으로 스미고, 버스 첫차의 엔진소리를 들으며 균열을 느껴요. 이리도 부지런히 일상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생경하기도 합니다. 이렇게만 보면 새벽은 평온으로만 가득 찬 시간인 것만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흘려보낸 하루에 아쉬움이 남으면 자꾸만 새벽시간이 길어집니다. 별달리 할 것도 없는데 잠에 들기 싫어 하루의 끝을 자꾸만 붙잡고 싶어져요. 이럴 때면 얼른 핸드폰을 내려놓고 잠에 들어야 하는데… 알지만 쉽지 않아요… 이렇게 여러 마음이 섞이는 새벽 속에서 이야기를 건넵니다. 독자님들의 새벽에는 아쉬움이 아닌 온전함만이 가득하길 바라며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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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파도
글과 필름 - 익명의 부원
나에게 새벽의 시간은 검고 어두운 낮이다. 전공 특성상 낮부터 새벽까지 시간을 가리지 않고 과제를 하기 때문에, 밝은 낮과 어두운 새벽이 결국에는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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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시간은 마치 파도 같다. 좀처럼 마음대로 되지 않는 계획들로 시간을 허무하게 흘려보낸다. 그와 동시에, 끝내지 못했던 것들을 붙잡아본다. 결국에는 미처 붙잡지 못했던 모든 일과 생각들이 발등 위로 서서히 밀려들어온다. 물결에 닿지 않기 위해 뒤로 물러서도, 파도는 끈질기게 나를 향해 다가온다. 그렇게 쫓아오는 파도를 이기지 못하고 잠식되거나, 혹은 ‘어떻게든 되라지’와 같은 마음을 갖게 될 때면 검은 파도 위에 누워 하염없이 유영하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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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만의 파도를 가지고 걸어가는 사람들
나를 적시는 이 파도의 차가운 두려움을 피할 수가 없다. ‘일을 제때 했더라면’, ‘다른 아이디어를 내봤더라면..’ 등등 갖가지 생각들에 검은 파도는 좀체 얕아지지를 않는다. 그 고민의 깊이에 점점 익숙해져갈 때쯤, 고개를 들어 주변 친구들의 파도를 보게 되었다. 그들은 모두 나와 비슷한 파도를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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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들은 때로는 밀려오고 때로는 멀어지는 상념과도 같은 파도의 시간을 마음속에 품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파도치는 각자의 새벽이 홀로 감당하기에 너무 무겁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검은 파도가 깊고 거칠어져도, 또다시 밝아오는 하늘을 올려다보기를. 주변 파도의 물결을 살피며 함께 뛰어들면 된다는 것을 기억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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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연 박유영 최윤영 최재원
교정 유수민 정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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