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필름 사진 중앙동아리 찬빛입니다.
우리는 늘 같은 하늘 아래에서 살아가지만
생각해 보면 하늘은 참 다양한 모습들을 하고 있습니다.
새파란 바다같은 하늘, 우울을 머금은 하늘, 태양을 집어삼킨 붉은 하늘과 칠흑같은 밤하늘까지요.
가만히 멈춰있는 것 같아도
사실은 계속해서 흘러가고 있으며
새로운 내일을 준비하는 과정에 있다는 것은
저마다의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위로가 되어줍니다.
메론빵, 매실, 익명의 부원, 우디가 마주한 하늘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하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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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과 필름 - 메론빵
안녕하세요, 심도 구독자 여러분. 메론빵 입니다.
여러분은 하늘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예전부터 하늘이나 구름, 노을 사진 찍는 걸 아주 좋아해왔습니다. 집에 있다가도 창밖으로 마음에 드는 구름이나 노을이 보이면 얼른 휴대폰이나 카메라를 들고 옥상으로 올라가서 사진을 찍고는 합니다. 특히나 노을은 시간이 지나면서 색이 점점 변해가는 과정이 좋아 한참 동안 해가 지는 모습을 구경할 때도 있어요. 그래서 오늘은 글의 주제가 ‘하늘’인 만큼 저희 집 옥상에서 찍었던 하늘 사진들을 몇 개 소개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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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겨울에 찍었던 노을입니다. 파란색부터 하늘색, 노란색으로 이어지는 노을의 색이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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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여름에 찍었던 노을입니다. 아주아주 예쁜 분홍빛 노을이 창밖으로 보여서 카메라를 들고 후다닥 옥상으로 올라갔던 기억이 나요. 누군가 하늘에 분홍색 물감으로 붓질을 한 것처럼 보여 좋아하는 사진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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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 역시 여름의 구름 사진입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하늘의 모습(청량한 파란 하늘과 솜사탕 같은 하얀 뭉게구름)이 잘 나타나서 특히나 마음에 드는 사진이랍니다!
또한, 바쁘게 지나가는 일상 속에서 한 번씩 하늘을 바라볼 때면 어떠한 해방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도 탁 트인 하늘을 바라보며, 잠깐이나마 해방감과 여유를 느낄 수 있는 하루를 보내셨으면 좋겠어요. 이번 글은 여기서 이만 마치겠습니다. 겨울이 다가오고 있는데 다들 건강 조심하시고 항상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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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문을 찍으려고 했는데 의도와는 다르게 구름과 푸른 하늘이 선명하게 찍힌 사진입니다. 알고 보니 카메라 설정이 어둡게 되어있었어요. 필름 카메라와 함께하면 이렇게 예상치 못한 즐거움이 생겨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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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보러 호암미술관에 갔을 때 찍은 사진입니다. 쾌청한 날씨 덕에 파란색이 가득 담겨 마음에 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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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하굣길에 친구와 함께 걸었던 다리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나무 위에 건물이 지어진 것 같은 색다른 풍경을 볼 수 있어요. 노을이 지는 하늘도 정말 좋아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사진을 먼저 보여드리고 싶었답니다. 인사가 늦었네요. 혹시 최근에 하늘을 오래 바라본 적이 있으신가요? 전 그런 기억을 떠올리면 시간을 거슬러 중학생 때가 생각이 납니다. 그래서 이번엔 조금 특별하게 과거의 저에게 편지를 써보았습니다. 어쩌면 편지를 받는 사람은 여러분이 될 수도 있고, 제가 될 수도 있겠네요! ꒰・‿・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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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네 살의 나에게
아주 어렸을 적 소원 중 하나는 구름 위에 누워 보는 것이었어.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폭신해서 행복할 거야. 인터넷에 검색해 보고 나서 그건 실현할 수 없는 허망한 꿈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 이후부터 하늘을 더 많이 쳐다본 걸지도 모르겠다.
너는 학교가 끝나면 천천히 집으로 걸어오면서 기대했지. 오늘은 어떤 하늘이 있을까? 집에 도착하자마자 교복도 갈아입지 않고 바로 옥상으로 가는 계단을 올라갔어. 까슬거리는 바닥과 고무 슬리퍼의 마찰음이 가볍구나. 곧 하늘로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아. 벚꽃이 지고 장미가 조금씩 자랄 때 너와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하늘의 모습이 나와. 새파란 하늘에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른 불규칙하고 멋진 풍경.
구름의 토막이 점점 커지면 ‘실로폰 구름’, 구름 뭉치에 한 쪽이 굴뚝처럼 솟아난 건 ‘엄지 구름’, 얇은 실처럼 구름이 가늘게 쌓여 오선지를 닮은 ‘악보 구름’. 평상에 누워 구름들에게 이름을 지어주었어. 천천히 움직이는 구름 한 덩이를 눈으로 따라가고, 그 주변에 있는 다른 구름과 비교하며 누가 더 빠른지 지켜보기도 했는데. 맞아, 밤에는 더 재미있었어! 별이 잘 보이는 날이면 너는 엄마랑 이불과 베개를 평상에 깔고 누워 밤하늘을 구경했지.
하지만 항상 하늘을 보며 웃고 있지만은 않구나. 눈물을 터트리기도 했지. 넓고 높은 하늘에는 응어리진 마음을 감추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아서 그랬지. 왈칵 쏟아내고 나면 쌀쌀한 바람이 얼굴을 슥 훑고 지나가는데, 넌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게 툭툭 털고 일어날 힘을 주더라. 평소답지 않게 친구와 싸운 적이 있었지? 그 애도 너도 상처를 받았어. 이렇게 싸워본 적은 처음이라 너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 어리둥절했는데, 옥상에 올라가서 생각이 정리됐을 거야. 친구는 너의 솔직한 사과를 듣고 자기도 미안하다고 말해주었지. 나는 그 순간의 용기를 꼭 칭찬해 주고 싶어.
지금 살고 있는 집에도 옥상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늘을 보러 자주 올라갔을 텐데. 하늘에는 네가 그랬던 것처럼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아직도 한가득 남아 있을 거야. 지금의 나는 너와 꽤 달라진 것 같아. 줄곧 느린 걸음걸이를 고치고 싶었는데, 이제 걸음이 빨라졌다는 소리를 들어. 앞만 보며 걸어서일까? 그래, 이곳은 상상보다 훨씬 복잡해. 요즘에는 너처럼 하늘을 오랫동안 올려다본 적이 없는 것 같아. 너는 지금도 하늘을 쳐다보고 있겠지. 오늘만큼은 너의 시야를 빌려 이 순간의 푸르름을 간직해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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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너의 하늘을 보아
글과 필름 - 익명의 부원
길을 걷다 코 끝을 찡그리게 되는 은행 열매 냄새가 점점 풍겨오는 것을 보니 확연한 가을입니다. 가을을 떠올려보면, 구름 한 점 없는 파아란 하늘과 알록달록 물든 낙엽들이 생각납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오늘 하늘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그전에 이 글과 어울리는 음악 몇 곡을 소개해 보려고 하는데요.
저는 어떤 음악을 들을 때면 그것을 들었을 때의 상황과 분위기, 날씨 등을 함께 떠올리곤 합니다. 그리고 이 곡들은 제가 가을에 맑은 하늘을 보며 걸을 때 들었던 것들인데요. 가을을 만끽하며 들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 그림칠 - 정바스(J.BASS), 황문섭
https://www.youtube.com/watch?v=uOd0f22MqcQ
💿 Like other people - Mina Okabe
https://www.youtube.com/watch?v=qqXqvHT6eH8
💿 A Waltz For a Night - Julie Delpy
https://www.youtube.com/watch?v=rHBZ5TohNYI
저는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가득 펼쳐진 가을을 좋아합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노래를 들으며 산책하기 좋은 날씨가 빈번한 가을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날 좋은 날 물통과 책 한 권을 챙겨서 이곳저곳 발 닿는 대로 걷습니다. 좋아하는 노래 하나 곁들이면 금상첨화이지요. 하하. 오래 걸어서 출출하다 싶으면 근처 괜찮은 카페에 들어가 챙겨간 책을 읽습니다. 책 읽다 창가에서 하늘도 보고, 지나가는 행인들도 구경합니다. 그런 다음 나와서 또 무작정 걷습니다. 가을에는 걷고, 읽고, 마시고를 반복하는 삶을 마음껏 즐길 수 있어서 좋습니다. 아래에 이어지는 사진들은 제가 그동안 돌아다니며 찍은 하늘이 담겨있는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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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 성북동에서 혜화로 내려오는 길에 찍은 사진입니다. 은행나무 색깔이 노랗게 바뀔 때쯤 항상 가는 곳인데, 여기서 보는 하늘과 은행나무가 참 잘 어울립니다. 샛노란 은행나무와 새파란 하늘의 선명한 색감들을 보고 있자면 제 행복한 기분도 더 선명해지는 느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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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한강 공원에서 산책하기에 딱 좋은 날씨가 이어집니다. 이 사진은 해 질 녘, 한강 공원을 걷다가 하늘이 너무 예뻐 찍은 것입니다. 맑고 화창한 하늘도 멋있지만, 해 질 무렵 불그스름해지는 하늘은 장관입니다. 저의 시야에 보였던, 시시각각 변하는 붉음의 정도와 선명한 노을이 사진에 다 담기지 못해 아쉽습니다. 눈과 카메라의 간극을 메우기에는 아직 저의 사진 실력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가끔 울적하거나 심란할 때, 잔디밭에 누워 하늘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집니다. 이유 없이 맑은 날의 하늘은 기분을 좋게 만들기도 하고요. 여러분도 따스한 햇살을 쬐며 아름다운 가을 하늘을 마음껏 만끽하시기를 바랍니다. 이번 글의 제목이기도 한 ‘너의 하늘의 보아’, 박노해 시인의 시로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너의 하늘을 보아
박노해
네가 자꾸 쓰러지는 것은
네가 꼭 이룰 것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지금 길을 잃어버린 것은 네가 가야할 길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다시 울며 가는 것은
네가 꽃피워 낼 것이 있기 때문이야
힘들고 앞이 안 보일 때는
너의 하늘을 보아
네가 하늘처럼 생각하는
너를 하늘처럼 바라보는
너무 힘들어 눈물이 흐를 때는
가만히 네 마음 가장 깊은 곳에 가 닿는
너의 하늘을 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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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하늘과 하늘 아래에서
글과 필름 - 우디
바쁜 일상을 보내거나, 길을 걸을 때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쳐다보게 되는 그런 날들에는 하늘을 거의 보지 못하게 될 때가 있다. 어쩌다 멋진 노을을 보더라도 사진을 남기기에 바쁘다. 그래서인지 이번 여행에서는 다른 화려한 것들 보다 여러 하늘을 마주하고 보내던 시간들이 기억에 남는다.
#1. 활주로를 달려 거칠게 날아오르는 이륙의 시간이 좋다. 이륙과 착륙이 가장 위험하다고는 하지만, 이륙할 때는 왜인지 안정감이 느껴진다. 헤드셋을 끼고 노래를 들으며 잠에 들었다. 기내식이나 음료를 줄 때 일어나면 이미 하늘 높은 곳에 내가 있다. 짧은 비행을 마치고 경유지인 몽골공항에 도착. 우여곡절의 수속을 마치고 게이트로 나와 구석진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공항에서 3시간 정도 대기해야 해서 조금 눈을 붙일까 했는데 밖을 보니 해가 뜨는 것 같았다. 얼마 만에 보는 일출인지. 공항에 홀로 앉아 얼핏 보이는 몽골의 풍경과 해가 떠오르는 어스름한 풍경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한참 하늘이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다 완전히 해가 뜨고 잠시 눈을 붙였다. (아이폰 메모,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에서)
#2. 프라하에 있으면서 많은 공원에 갔다. 적당한 나무를 골라 그 밑에 자리를 잡고 누워보면 파란 바탕의 하늘에 약간의 구름과 나뭇잎이 걸쳐진다. 특히 빛을 받아 투명해진 채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이 좋다. 멍 때리며 하늘을 보다가 잠에 들기도 하고 흘러가는 시간에 대해 생각도 해본다. (여행용 일기장, 프라하 마지막 날 어떤 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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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스위스에서 포르투로 가는 비행기를 탈 때까지만 해도 아무런 생각이 없었는데 이제 마지막 도시로 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이상하다. 창가 자리에 앉아 아래로 보이는 포르투의 바다를 내려다봤다. 비행기가 더 높아지고 노을이 사라지고 금방 어두워진다. 조용하고 차분한 밤 비행이 좋다고 생각하며 밖을 보는데 문득 하늘 위에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이 비행 물체가 떠 있는 게 이상하다고 느껴졌다. 그 안에 사람이 이렇게 꽉 채워져 화장실도 가고 밥도 먹고 잠도 잔다니… 더 이상하다. (아이폰 메모, 바르셀로나행 비행기에서)
#4. 왜인지 모르겠으나 비행기가 낮게 나는 시간에 잠에 드는 게 나의 루틴이 되었다. 기내식을 줄 때는 귀신같이 알고 깬다. 바깥을 보니 산과 구름이 보였다. 그리 높게 날고 있지 않은 건지 산의 굴곡이 잘 보인다. 그 위에 살짝 깔린 구름까지 신기한 풍경이다. 이곳이 어디쯤인지 궁금해져서 구글맵을 켜봤다. 오스트리아를 지나고 있다. 기체가 조금 흔들리더니 이제는 완전히 구름 속에 있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구름 아래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하늘에서 보는 풍경은 무엇이든 좋다. 모든 세상이 작아 보인다. 가까이 있는 구름만 빠르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뿐 땅은 미동도 없다. 나는 땅에 발을 붙이고 살아가는 사람이니 지금의 시야처럼 천천히 잘 살면 되겠다. (여행용 일기장,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5. 집에 엄마랑 나만 남은 토요일. 날씨가 좋아 보이는데 나가기는 귀찮아서 오랜만에 테라스에 나가기로 했다. 엄마는 바느질로 귀여운 새 모양의 냄비 손잡이를 만들고 있고, 나는 옆에서 책을 좀 읽었다. 이제는 공기가 꽤 차갑지만 따뜻한 보리차를 마시고 담요를 두른다면 아직 괜찮은 날씨다. 듬성듬성 단풍이 든 나무 위로 맑고 파란 가을 하늘이 보인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보니 바르셀로나의 하늘이 떠오른다. 길가의 야자수와 참 잘 어울리는 지중해의 풍경은 매일이 맑고 파란 하늘이라 일주일 동안 지내며 신기했는데, 친구가 말하기를 습도가 낮아 그렇다고 한다. 한국의 여름날에도 멋진 하늘을 볼 수 있는 것 역시 그런 이유인가 보다. (일상용 노트, 돌아온 주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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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연 박유영 최윤영 최재원
교정 유수민 정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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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도의 41번째 이야기,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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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음 주 금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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