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필름 사진 중앙동아리 찬빛입니다.
하루 하루 살아가다가 문득, 어쩌면 자주
다시 만나고 싶은 무언가가 떠오릅니다.
그 생각이 클수록 선명하게요.
순수한 웃음, 다정한 인연,
지나간 계절, 잊고있던 감정, 그리고...
그립고 또 그리워 마음이 저미는데,
한편으로는 소중한 기억 덕분에 웃을 수 있어요.
오늘은 온주, 메론빵, 뮤시, 칠셋의 빛나는 기억 창고를 같이 열어볼까요.
매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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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 - 온주 / 필름 - 정원
반갑습니다! 찬빛 4기의 따끈한 신입부원 온주입니다. 여러분은 돌아가고 싶은 시절이 있다면, 그때로 돌아가고 싶으신가요? 만약 영화 ‘어바웃 타임’처럼 내 마음대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정말 재밌는 인생을 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하지만 ‘과거의 어떤 날이 사무치게 그립다!’라는 감정은 느낄 수 없겠죠? 오늘의 주제는 ‘그리움’입니다. 저는 한 노래를 들으면 그 당시의 기분, 날씨, 장소가 생생하게 떠오르는데요. 바로 태연의 <UR>이란 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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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고1이었을 때 반 친구들과 함께 혜화로 현장학습을 가게 되었습니다. 낙산공원을 걸으면서 친구들과 하하 호호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던 그 시절이 저는 참 그립습니다. 낙엽이 굴러가는 것만 봐도 웃음이 나는 나이였죠. 요즘은 그런 순수한 웃음을 되찾기 힘든 것 같아요. 그 당시가 태연의 첫 솔로 앨범 ‘I’가 발매되었던 시기라 (이런..! 제 나이가 탄로나 버렸네요) ‘I’부터 ‘먼저 말해줘’, ‘스트레스’까지 전곡을 계속 들으며 걷고 있었어요. <UR>에서 ‘내 창을 적신 비가 그치면 Under the Rainbow 그대 기다리겠죠’라는 가사가 있는데요. 그 가사가 나오자마자 비가 그쳤던 순간이 아직까지도 잊히지 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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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이 되었던 우산을 접고, 혜화에서 집으로 곧장 가려고 했던 계획을 바꿔 저희는 남산으로 향했습니다. 혜화에서는 조그마하게 보였던 남산 서울타워였는데 도착해 보니 이렇게나 큰 줄 몰랐습니다. 힘들게 전망대까지 올라가 바라보는 서울 시내 전경은 말도 안 되게 아름다웠습니다. 친구들과 “저기 내 집 있다”, “저 건물이 내 회사야”라는 등 패기 넘치는 말들을 했던 것이 기억나네요. 고1 때 그렇게 친했던 친구들은 대학 입학, 재수, 취업 준비 등 각자의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고, 지금까지 연락하는 친구는 그 무리들 중 한두 명만 남았네요. 영원할 것 같았던 관계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또 다른 좋은 인연들도 만나게 되었지만 언젠가는 제가 그 친구들을 다시 한번 모아보고 싶네요.
저의 글을 읽고 여러분 인생의 한 페이지를 추억할 수 있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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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과 필름 - 메론빵
안녕하세요, 심도 구독자 여러분. 이번 글은 천선란 작가님의 <천 개의 파랑> 중 좋아하는 부분을 소개하면서 시작하려 합니다.
"그리운 시절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현재에서 행복함을 느끼는 거야. 행복이 만병통치약이거든. 행복한 순간만이 유일하게 그리움을 이겨.”
저는 평소에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그리움이라 여겨 온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마음의 바탕에 현재가 만족스럽지 않은 마음도 깔려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 문장들을 처음 봤을 때 너무나 공감이 되었답니다.
저는 작년까지 고등학교 시절을 무척이나 그리워했어요. 그냥 평범하게 그때 즐거웠지, 정도가 아니라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했던 것 같아요. 매일이 계속 비슷하게 반복되는 일상일지라도, 친구들을 만나고 즐겁게 웃기만 했던 그 시절이 행복했으니까요. 그리고 재수생활과 비대면 대학 생활로 사람들을 만날 일이 거의 없어 혼자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면서 어느 순간부터 우울하다고 느꼈고, 주변의 다른 친구들과 저 자신을 비교하며 '다른 사람들은 저렇게 즐겁게 20대를 보내는데 나는 뭐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너무 컸거든요. 그러다 올해 찬빛 부원들을 포함해 이런저런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또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하던 마음이 조금씩 옅어졌어요. 지금 만나는 사람들이 좋고, 지금 지내는 일상 속에서 충분히 행복하다고 느끼게 되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물론 행복하고 소중했던 순간들을 계속 되새겨보고 싶은 건 당연하고, 그 순간들이 영원하길 바라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마음에 너무 매몰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해서 얻는 건 그 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허망함에서 오는 우울이거든요. 그리고 결국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건 과거가 아닌 바로 이 지금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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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무지개를 보면 행운이 찾아온다고 해요. 비록 사진은 쌍무지개가 아닌 그냥 무지개지만, 여러분이 살아가고 있는 현재에 언제나 행운과 행복이 가득하길 바라며 이번 글은 여기서 마칩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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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혹독하고 푸르던 계절이 깊게 긁고 간 자리
글과 필름 - 뮤시
저는 ‘그리움’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과거 장면들이 많지 않은 편이에요. 그리움이란 그때를 지나던 시기와 멀어지면 자연스레 사라지는 것이니까요. 그런 제가 그리워하는 건 ‘여름’이랍니다. 인스타그램 하이라이트에 ‘여름’만 따로 기록해두고, 매년 여름이 돌아와 여름을 기록할 수 있는 때만을 기다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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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여름을 그리워하게 되는 건 제 생일이 한여름에 있어서도 있지만, 여름이 다른 계절들에 비해 시간을 깊고 진하게 긁고 가기 때문이에요. 주변을 둘러보면 점점 색이 짙어지는 초록빛부터 우리의 귀가 심심하지 않도록 열심히 배경음악을 깔아주는 매미들, 그리고 비염으로부터의 해방까지 여름을 사랑할 이유는 너무나 많답니다. ‘사진가는 여름을 사랑해야 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러분도 뜨거운 열기 때문에 여름과 멀어지기보다는, 다채로운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여름을 좋아해 보는 건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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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글의 제목을 보고 눈치를 채신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 제목은 검정치마의 ‘Teen Troubles’앨범의 첫 번째 곡에 있는 가사예요. 연두색의 여름 초입부터 짙은 초록에 노란빛이 끼어들기 시작하는, 지나간 여름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시기까지 모두 이 앨범에 담겨있습니다. 특히 'Our Own Summer'를 들으면 여름을 한가득 붙잡고 싶은 그리움이 든답니다. 꼭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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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과 필름 - 칠셋
여러분은 사무치게 그리워해본 것이 있나요? 그리운 대상이라던가 장소라던가 사람이라던가 누구나 하나쯤은 있을 법한데 나이가 적어서 그런지, 경험이 짧아서 그런지 저는 아직 무언가를 ‘사무치게’ 그리워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그러나 지난 9월, 경험해 보지 못한 것 역시 그리워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제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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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여러분에게 어떻게 보이시나요. 비슷해 보이지만 다 다른 브랜드에 다른 종류에... 신발가게도 아닌 것 같은 게, 어떻게 이리 신발이 많은가 싶지 않나요?
이곳은 저의 첫 MT 장소, 숙소의 현관이랍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찾던 그리움이었던 것 같아요.
낯설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이날은 제가 대학에 들어오고 삼 년 만에 처음으로 가본 엠티였어요. 대학 하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가 엠티인데 이걸 삼 년 만에 가봤다니 어색하죠? 그렇지만 코로나 시대에 학창 시절을 보내신 심도 구독자라면 공감하실 거예요. 너무 오래 멈춰있었잖아요. 당연한 건데 새로운 것도 참 많고요.
처음엔 친구를 사귀고 싶기도 하고 학교 행사니 큰 뜻 없이 참가했어요. 그러다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며 웃고 떠들고 열심히 참여하는 학우들을 바라보니 문득 제가 참 이것들을 그리워했었구나 싶더라고요. ‘아, 이런 감정이었지. 맞아. 이런 분위기였어’ 하면서요.
필름 카메라를 들고 먼발치에서 숙소를 바라보기도 하고, 열정적으로 친구들의 사진을 찍어주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발견한 곳이 바로 신발이 가득 늘여져 있는 현관이었어요. 타인이 보면 그저 의미 없는 신발 무더기였겠지만, 저에겐 한마음 한뜻으로 기꺼이 먼 발걸음을 해준 학우들의 다정한 마음이 보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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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걸 그리워할 수도 있다니, 여러분도 이러한 경험이 있나요? 혹은 그리움을 찾은 순간이라든지요. 팬데믹으로 인해 그리워할 대상조차 막연히 묻어둔 채로 살다, 비로소 그리웠다는 것을 느꼈을 때. 슬프거나 속상하다기보단 충분히 그리워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답니다. 만약 참여하지 않았더라면 모르고 지나쳤을 감정이니까요.
언젠가, 먼 미래에는 그리움을 깨달은 이 순간조차 그리워지는 날이 오겠죠. 그때가 아쉽지 않도록. 또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저의 경험과 감정을 님에게 전합니다.
마음껏 그리워하고 추억하자고요. 오래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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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연 박유영 최윤영 최재원
교정 유수민 정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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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음주 금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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