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담청입니다. 여름을 마무리하며 보내드렸던 글 이후에 오랜만에 다시 인사드립니다. 9월도 다 지나가고, 어느새 완연한 가을이 찾아왔네요. 최근 들어 하늘이 너무나도 푸르고 햇살이 기분 좋게 따스해서, 저는 바깥공기를 들이마시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답니다. 가을 공기 속에는 여유로운 행복이 가득 녹아있는 듯해서, 이 계절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벅차고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청명한 마음으로 집중하기 좋은 느긋한 날씨 덕분일까요?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도 불립니다. 그래서 이번 주 심도에서는, 책을 주제로 한 이야기들을 들려드릴까 해요.
여러분은 책을 좋아하시나요? 책이라는 것을 '글'로 확장시켜 생각해 본다면, 저의 읽는 쪽이든 쓰는 쪽이든 모두 좋아하는 편입니다. 사실 읽는 것보다 쓰는 것을 더 좋아하는 듯해요. 저는 사진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로 창작을 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 편이라, 글 역시 제가 써 내려가는 것에 더 흥미를 느끼는 것 같아요.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마음속에서 지워본 적 없는 꿈이 '작가가 되는 것'이기도 하고요.
지금부터는 제가 좋아하는 작가님과 책에 대해 소개하면서, 동시에 제가 어떤 글을 쓰고자 하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우선 저는 책 '사랑의 은어'를 쓰신 서한나 작가님을 좋아합니다. 주로 에세이를 쓰시는 서한나 작가님의 글은, 읽고 있으면 어느새 완전히 빠져들어 작가님의 세상을 같이 경험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솔직하고 재치 있는 표현에 매료되어 웃음이 나오고, 문장에 온점이 찍힌다는 사실이 아쉬울 정도로 계속해서 읽고 싶은 글을 쓰신답니다. 제가 작가님께 가장 본받고 싶은 점은, 작가님께서는 항상 '솔직한 글'을 쓰고자 하신다는 것인데요. 저는 평소에 말이 많지 않은 편인데, 그건 저의 타고난 성격 탓도 있지만 실수하지 않기 위해 말을 고르고 또 고르는 것에서 기인한 것이기도 합니다. 여기에서 '실수'란 타인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게 되는 것은 물론, 저 스스로의 약점을 들키게 되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사실 저는 후자의 것을 훨씬 더 두려워하는 편이랍니다. 그래서 말할 수 있는 것과 말할 수 없는 것을 가르고, 거기에서 또다시 문장을 정제한 뒤 말하기 때문에 입 밖으로 내뱉어지는 것들이 적은 편이에요. 내뱉는 문장들이 이렇게 적다고 해도 말은 표정과 눈빛을 함께 전할 수 있지만, 글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에서 글을 쓸 때는 마음을 숨기지 않으려 특별히 노력하는 편입니다. 저는 글은 솔직해야지만 그것을 읽는 사람이 무언가를 진심으로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솔직함을 추구하는 서한나 작가님의 글을 사랑하고, 항상 닮아가고자 노력한답니다. 쓰면서 부끄럽다고 느껴질 정도로 솔직한 글을 계속해서 써 내려가고, 마침내 그것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작가가 되는 것이 저의 꿈이에요.
다음으로는 제가 좋아하는 시집을 한 권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접하던 시들은 항상 분석의 대상이었고 어딘가 어렵다고 느껴졌기 때문에,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시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요. 2020년 봄, 우연히 접하게 된 시집이 너무 좋아서 그 이후로 소설보다 시에 더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시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이해할 수 없는 시들도 많아서 시집을 어떤 태도로 다루어야 할지 어려웠는데요. 몇 년간 시를 읽고 쓰며 느낀 것은, '이해할 수 없으면 없는 대로,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괜찮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각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와 주제도 다르고, 문체의 취향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너무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면 그저 '이 작가님과 나는 서로 다른 취향을 가지고 있구나'하고 넘겨버리면 되는 것이에요. 억지로 이해하려고 하거나, 머리 아플 만큼 분석하려 하지 않아도 되고요.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시인을 찾아 또 다른 여정을 떠나면 됩니다. 그렇게 여러 시인분들의 세계를 여행하던 중, 저와 비슷한 가치관과 취향을 가지고 계신 듯한 작가님을 발견했는데요.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이라는 시집을 쓰신 안희연 작가님입니다. 처음에는 그저 제목과 표지가 마음에 들어서 읽기 시작한 시집이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작가님과 공명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시 한두 가지가 특히 마음에 드는 시집들은 꽤 있었는데, 이렇게 수록된 시 하나하나가 모두 마음에 와닿는 시집은 처음이었답니다. 제가 읽는 작가님의 문장에서는 '존재하는 고난을 부정하지 않고, 충분히 겪고, 결국 다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의지'가 느껴졌어요. 저는 전문가도 아니고, 시와 관련된 어떠한 전공 지식도 없기 때문에 제가 느낀 것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애초에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에는 어떠한 정답도 존재하지 않으니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시집을 읽으면서, 시원한 바람이 부는 여름 들판에서 신발 끈을 고쳐매며 내일을 다짐하는 의지를 느꼈답니다. 무너지지 않는 문장들을 읽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드려요.
좋아하는 것에 대해 말하려다 보니 이렇게 또다시 글이 길어졌네요. 새로운 일을 도전하기에 좋은 상쾌한 날들이 이어지는 가을이니, 평소에 독서에 큰 흥미가 없으셨던 분들이 계시다면 이번 기회에 시도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완독하지 않아도 되고, 꼭 긴 글을 읽어야 하는 것도 아니니 본인에게 어떤 글이 취향인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같이 보내드리는 사진은 앞서 말씀드렸던 시집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을 읽던 날, 망원동의 어느 독립서점, 혼자 글쓰기를 즐기던 저의 어느 겨울날의 흔적을 담은 사진입니다. 여러분의 가을이 새로운 문장들로 가득한 행복한 계절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