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필름 사진 중앙동아리 찬빛입니다.
여름, 바다에 가고픈 계절입니다.
이번엔 꼭 수영을 하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감기에 걸려서 발만 담글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도 무척 시원하고 행복했답니다.
찰박찰박하는 물소리와 오고 가는 물결이 마치 안부 인사를 건네는 것 같았어요.
그동안 잘 지냈는지, 힘든 일은 없었는지. 바다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는 후련함과 동시에 어딘가 단단한 믿음이 생긴 듯했습니다.
저에겐 바다가 안부 인사로 반겨주는 옛 친구 같습니다. SinB, 담청, 하나에게 바다는 어떤 의미일지 궁금해지네요. 그리고 구독자 여러분의 바다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오늘 레터로 심도 Vol.2가 마무리됩니다. 그동안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려요.
9월은 한 달 쉬어 가고 10월, 심도의 세 번째 시즌 Vol.3로 다시 만나요!
매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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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과 필름 - SinB
잘 지내셨나요? 어느새 완연한 여름입니다. 저희 집 근처에는 나무가 정말 많은데, 요즘 매미소리가 낮은 물론 한밤중에도 쨍하게 울려대는 탓에 잠을 자기가 힘들더군요. 그래서 자기 전에 소설을 읽는 것이 하나의 루틴이 되었습니다. 책을 읽으면 쉽게 잠에 들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오히려 너무 흥미로운 소설을 읽다가 밤을 새운 적도 있어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방학이니까요!
오늘의 주제는 ‘바다’입니다. 전 바다를 무척 좋아해요. 제가 찍은 필름 사진의 6할은 바다에서 찍은 사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친가가 바닷가 쪽이라, 어렸을 때부터 바다를 자주 보았어요. 할머니 댁은 대문을 열자마자 바다가 보이는 곳이었지요. 매 명절에는 온 가족이 모여서 해산물을 잔뜩 먹었어요. 돔, 광어, 새우, 전복, 가리비 등… 명절을 나고 학교에 가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에게 늘 자랑하듯이 얘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정작 어린 시절의 저는 바다도, 해산물도, 할머니 댁도 그리 좋아하지 않았어요. 할머니가 살고 계시던 집은 정말 오래되어서 이래저래 불편한 게 많았거든요. 모기나 파리는 물론, 지네 같은 벌레들도 엄청 많았습니다. 그래도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가 참 행복했어요.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밤에는 마당에 나가 별이 당장이라도 내 머리 위로 쏟아질 것만 같은 하늘을 올려다보았지요. 가끔 큰아버지가 배를 태워주시기도 했어요. 그러나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는 온 가족이 함께 모이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젠 저도, 사촌 언니와 오빠들도 너무 커버려서 그때와는 많이 달라졌더라고요. ‘함께 있던 그 순간을 더 즐겼다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할머니가 계시던 그 동네엔 이젠 아버지가 계십니다. 아버지는 제가 중학생일 때 즈음부터 귀어를 하셨어요. 가끔은 아버지 댁에 가서 마을 곳곳을 둘러보면, 제 어릴 적의 기억과 변한 것이 없이 그대로입니다. 저는 이렇게나 커버렸는데 그곳의 바다와 하늘은 여전히 그 모습을 지키고 있어요. 이젠 바다도, 해산물도, 그곳도 싫지 않아요. 매번 같은 풍경임에도 아름답습니다. 이렇게 쓰다 보니 또 보고 싶네요. 다른 곳의 바다와 하늘이 아닌 그곳의 바다와 하늘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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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과 필름 - 하나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의 주제는 ‘바다’입니다. 바다 하면 어떤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아무래도 파도가 부서지는 시원한 바닷가가 가장 먼저 떠오르시겠죠. 저는 오늘 그 바다가 아닌, 제가 좋아하는 또 다른 바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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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바다’라는 제목의 이 책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집입니다. 읽기에 쉽지만 의미는 결코 쉽지 않은 문장들과 여기에 담긴 추억들이 참 소중해서요. 지난 찬빛 전시 때도 이 시집을 비치해 뒀었는데, 혹시 보신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때 받았던 엽서들과 포스트잇을 비롯해서 두고두고 꺼내보고 싶은 편지들을 이 시집 사이에 잘 끼워뒀답니다.
한 구절을 소개해 드리고 싶어 책을 펼쳤는데 마침 좋은 부분이 있길래 한 번 적어볼까 합니다.
좋아함에도 내실이 있다. 시간과 함께 차분히, 그리고 켜켜이 쌓여 온 좋아함은 진실되며, 반짝였다가 휘발하는 좋아함의 속내는 거짓되기 마련이다. 진정으로 무언가를 좋아하는 태도는 단편적인 호감을 넘어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발아하여, 오랜 애착을 양분 삼아 자라난다.
저는 늘 바다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매 순간 흐름을 달리하여도 결국엔 그 자리를 지키는 그런 사람이요. 그렇게 되면 제가 애정을 쏟고 있는 모든 것들이, 저에게 보답하듯 오랫동안 진실된 마음으로 이 마음 한구석을 지켜줄 것만 같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도 늘 그런 마음가짐으로, 한 장 한 장 소중히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어쩌면 누구보다 바다를 동경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시원한 바다 사진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바다를 찍은 사진이 없더라고요. 그 대신 바다처럼 새파란 하늘과, 늘 같은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모습이 어쩐지 바다와 닮아있는 나무가 담긴 사진을 공유하며 글 마치겠습니다. 계속되는 더운 날씨에 꼭 건강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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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과 필름- 담청
안녕하세요, 심도의 구독자 여러분. 담청입니다. 벌써 8월의 마지막 주가 되었네요. 무더운 여름 잘 보내고 계시나요? 저는 올해, 태어나서 처음으로 여름에게 새로운 인상을 갖게 되는 멋진 시간을 보냈는데요. 원래는 여름에 그다지 큰 감흥이 없는 사람이었는데, 올해 들어서 이 계절을 살아가는 풍경과 생명들이 너무나도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찌는 듯이 강렬한 더위를 이겨내며 달리는 사람들과, 반짝이며 빛을 내는 초록 잎들이 가진 열정과 생명력이 제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좋아하는 계절에 대해 이야기할 때 여름을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눈이 부시게 내리쬐는 태양 아래에서 익어가며 지쳐 있다가도, 여름이 끝나가고 있다는 것을 떠올리면 어쩐지 시원섭섭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이런 '여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다이겠지요. 그래서 이번 주 메일링에서는 바다에 대한 저의 짧은 생각을 공유해 보고자 합니다. 사실 저는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단기 교환학생 활동을 위해 일본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 있습니다. 바다 위에서 바다에 대한 글을 쓰게 된다는 것을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지만, 눈을 감고 지금 내 발아래에 드넓은 바다가 펼쳐지고 있다는 상상을 하니 꽤 벅차오르는 것 같습니다. 바다에 대해서는 할 말이 너무나도 많아서, 오히려 글쓰기를 시작하는 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할 때 어떤 말을 먼저 내뱉어야 할지 몰라서 말문이 막히는 것처럼,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역시 이와 같은 모양입니다.
생각해 보면, 저는 바다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사람입니다. 바다와 관련된 것들이라면 거의 모조리 다 좋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색도 바다의 색이고, 가장 좋아하는 음식도 바다에서 나고 자란 것들입니다. 전생에 바다 근처에 사는 생물이었을까, 싶을 정도로 이상하게도 바다에게 이끌리는 것 같달까요.
인어의 눈물이 모여 만들어진 듯한 바다의 냄새가 좋습니다. 지구의 심장 박동이라도 되는 듯, 규칙적으로 들이치는 파도의 소리가 좋습니다. 장소와 깊이에 따라서 달라지는 마법 같은 푸른빛의 바다의 색이 좋습니다. 모든 것을 품어주는 것 같다가도, 모든 것을 삼켜버릴 것 같은 바다의 입체적인 성격이 좋습니다. 이외에도 바다를 좋아하는 이유는 끝이 없지만, 동시에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들이라 이곳에 더 적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8월의 여름날은 모두 다 지나갔지만, 저는 오히려 바다를 보러 가기 좋은 날씨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이번 여름 아직 한 번도 바다를 보러 가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시원한 바람이 부는 가을 바다에 꼭 가보셨으면 좋겠어요. 거품처럼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눈에 담으며 일상의 피로를 씻어내릴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거예요. 지난 5월 후쿠오카 여행에서 찍었던 바다 사진들을 보여드리며 글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시는 구독자 여러분 모두 남은 여름을 건강히 보내시고, 청명한 가을을 잘 맞이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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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도(SIMDO)의 두 번째 시즌, Vol.2
(2023.04~2023.08)
- 참여한 사람들 -
글과 필름 규리(ANNE), 김나연(지구), 김수경, 문가원, 문주원(우디), 뮤시(이윤혜), 박유영(매실), 신민주, 이지윤, 정다은, 최소, 최윤영, 최재원(하나), 홍희서(57)
발행 레이아웃 문주원, 이지윤 인트로 박유영, 홍희서
교정 김나연 신민주 정다은
디자인 로고 박소연 카드뉴스 이윤혜
총괄 문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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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도의 36번째 이야기,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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