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도의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금은 어떤 날씨가 벌써 당신을 맞이하고 있나요? 덥고 습하고 틈만 나면 비가 오는 요즈음, 부디 당신의 하루는 시원하길 바랍니다.
애장품… 마땅히 생각나는 게 없어서 어려운 주제였어요. 여러분의 애장품은 무엇인가요? 당장에 떠오르는 물건이 있으신가요? 어딘가 확실하게 선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질문 같습니다. 누군가는 가장 비싼 물건을, 누군가는 나만의 스토리가 담긴 물건을 고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혹은 아직 갖지 못한 위시리스트에 있는 물건일 수도요.
타칭 맥시멀리스트이지만 미니멀리스트를 꿈꾸는 저는 물건에 크게 의미를 담아두지 않는 편입니다. 그래서인지 물건을 다루는 방식도 상냥하지 않을뿐더러 소중하게 여기는 버릇도 들이지 못했어요. 그렇지만 역시 치료 중 제일은 금융치료일까요… 이런 제가 유일하게 소중하게 다루는 물건은 예상하셨다시피 카메라입니다. 카메라 외에 가장 마음이 가는 물건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다 불현듯 떠오른 것은 제 일기장이었습니다.
작년 겨울 가장 존경하는 스승님께 얻은 깨달음 중 하나는 ‘매일매일 기록하는 습관을 지니기’였어요. 가장 손쉽게 순간을 기록할 방법은 다름 아닌 일기 쓰기라고 선생님께서 알려주셨죠. 큰 배움을 얻은 그날 이후 매일은 아니더라도 꾸준히 하루를 남기고 마무리하는 습관을 만들었습니다. 올해 저만의 목표로 ‘다이어리 하나 끝까지 쓰기’로 정해놓고요. 여태 단 한 권의 다이어리도 처음부터 끝장까지 마무리한 적 없는 저에겐 꽤 큰일이었죠.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며 초등학생 그림 일기장마냥 하루 식사 보고 정도의 글로 시작한 일기였지만 하루하루 채워나가며 지나간 날들을 훑어보니 많은 게 떠올랐어요. 저의 요즘 관심사, 요즘 드는 생각들, 성찰하고 반성해야 할 부분들. 저도 몰랐던 제 모습을 발견하고 누군가 제 관찰 분석 보고서를 가져다준 기분이었어요. 뿌듯함은 덤이고요. 물론 모든 나날을 온전하게 채우진 못했습니다. 어느 날들은 일주일을 밀려 한 번에 쓰곤 했고, 어느 날은 술에 취해 알아보지도 못할 글씨가 발견되기도 했죠… 그럼에도 어느샌가 점차 하루를 마무리하는 루틴이 되어갔고, 이제는 쓰지 않고 잠이 들면 어딘가 허전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일기를 쓰는 것의 가장 좋은 점은 스스로 내 모습을 돌아보고 발전할 기회를 주는 것 같아요. 일상을 흘려보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지나간 기록을 보면 마냥 그렇지는 않다는 걸 알려주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또 뒷장 메모 공간에 책의 구절, 잊고 싶지 않은 메모들, 버킷리스트 등을 적어두다 보면 내 가치관과 생각이 정리되는 효과까지 있는 듯해요. 왜 이제 시작했나 후회가 되지만 이제라도 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해주는, 저만의 애장품은 바로 일기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