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필름 사진 중앙동아리 찬빛입니다.
다들 여름 휴가는 다녀오셨나요!?
아직 계획의 단계라면, 어디로 떠나 무엇을 할 예정인가요?
숙소 안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친구들과 보드게임을 하고,
계곡물에 발을 담가두고 수박을 나눠 먹으며 가족끼리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뜨거운 햇빛에 땀은 조금 날지라도, 여름의 녹음을 느끼기 위해 혼자 산책하러 나가기도 하고,
모두 각자의 방식대로 여름휴가를 즐기고 있을 것 같아요.
ANNE, 우디, 뮤시, 윤은 어떤 여름 휴가를 보냈을까요?
아! 그리고 독자 여러분들의 신나는 여름 휴가 이야기도 레터 마지막의 '소통하기' 버튼을 통해 들려주세요!
ps. 태양 빛이 무서울 정도로 뜨겁네요. 물 많이 마시고, 선크림 잘 바르고 다니세요^-^!
57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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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만 못 간 여름휴가
글과 필름 - AN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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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ANNE입니다.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사진으로 글을 시작해 보았어요. 저는 요즘 위 사진처럼 누워있는 것을 좋아해요. 종강 이후에도 여러 일정과 약속으로 너무 많은 날을 밖에서 보내니 집에 누워있는 시간이 소중하고 좋더라고요. 그래서 일정이 없는 날 늦잠을 자고 누워있기 시작했는데, 위 사진 속 고양이의 자세가 제가 자는 모습이랑 똑같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사진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기로 했답니다. 요즘의 제 모습에 대한 것에서부터 시작해, 앞으로의 휴가 계획까지 이어서 이야기해 보려고요. 문득, 여러분의 여름휴가는 어떤 형태일지도 꽤 궁금해지네요. 어딘가를 다녀오셨다면 이 글의 제목인 ‘나만 못 간 여름휴가’가 글에 참 잘 어울리는 제목이 되겠지요. 다녀오지 못하셨다면 어쩐지 동지가 생긴 기분이라 앞으로 남은 여러분의 여름휴가를 응원하게 되는 것 같아요.
여름휴가. 그것이 바로, 2023년 여름 방학을 시작하면서 가장 기대했던 것인데요. 학생단체 소속으로 하는 일과 아르바이트, 졸업 준비까지 바쁜 상황 속에서의 여름휴가는 쉽지 않았어요. 우선순위에 놓인 것들에 집중하다 보니 가장 원했던 해외여행은 이미 올해 겨울이나 내년 여름휴가로 미루어 두게 되었죠. 하지만 제가 선택한 것들이니 후회나 원망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나만 못 간 여름휴가’에 대해 솔직해지고 싶었어요. 처음부터 여름휴가를 원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래서 괜찮은 것처럼. 여름휴가를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던 사람처럼 이 시간을 스쳐 지나가게 두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이곳에, 글로라도 붙잡아 봅니다. ‘여름휴가’라는 설렘을요.
해외여행. 단어만 들어도 설레지 않나요? 이번 여름, 많은 사람이 다녀온 일본, 세부, 베트남. 저 역시 정말 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돈도, 시간도, 마음도 여유가 없었죠.
그래서 처음엔 ‘나는 그저 쉬고 싶은 것이다.’라고 생각하며 쉬는 건 집에서도 할 수 있으니 누워있었어요. 바로 처음에 보여드렸던 그 사진처럼요. 물론 정말로 휴식이 필요하긴 했어요. 학기 중에 너무 바빴거든요. 그래도 지금껏 그려왔던 ‘여름휴가’가 머릿속에 계속 떠오르더라고요. 물론, 휴가가 꼭 여행일 필요는 없습니다. 말 그대로 휴가(休假)니까요. 그런데 최소한, 저는 일상에서 벗어나 온전히 그 시간을 즐길 수 있을 때를 ‘여름휴가’라고 부르고 싶어요.
업무 연락도, 피로한 일상 연락도, 불명확한 미래도 잊을 수 있는 새로운 곳에서의 휴가. 장소가 주는 새로움에 대한 열망이 ‘여름휴가’를 더 특별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이유로 MT도, 에버랜드도, 혜화 소극장도 모두 즐겁고 웃음이 가득한 곳이지만, 그곳이 저의 '여름휴가지'가 되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ANNE의 ‘여름휴가’는 새로운 공간에서 시작되기를. 여전히 열망하고 있습니다. 글을 쓰는 지금, 한 달 후의 제가 ‘여름휴가’를 어떤 모습으로 떠올리고 있을지 궁금해지네요. 지금 세우는 휴가 계획이 이번 여름에 이루어질지, 내년 여름에 이루어질지도요. 무엇보다 휴식을 충분히 취했을지도 궁금해집니다.
여러분은 이번 여름,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계신가요?
‘여름휴가’ 하면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요.
아래 사진은 찬빛 출사 때 찍은 필름 사진이에요. 새로운 공간을 이곳저곳 살필 수 있게 해주는 출사가, 저에게는 이번 여름을 버티게 해주는 ‘여름휴가’ 같은 존재였어서 이렇게 보여드려요. 특별한 여행 없이도, 이번 여름은 찬빛과 함께할 수 있어서 마음이 따뜻하고 행복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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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휴, 식 (休, 食)
글 - 우디 / 필름 - S
7월 초,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될 때 휴가를 다녀왔다. 글 모임 친구들과 여름에 어딘가로 떠나자고 이야기하고서는 한 여름 더위 속의 여행이 조금 두려워져.. 자연과 가까운 숙소에서 디지털 디톡스를 하기로 했다. 그렇게 넷이서 떠나게 된 휴가.
Day 1
호스트 분의 모닝콜을 받고 잠에서 깼다. 숙소의 변기가 고장이 나서 오늘 숙소 이용이 어렵다는 말이었다. 정말 당황스러웠지만 호스트 분이 운영하는 횡성의 다른 숙소를 제안해 주셨다. 다행히 친구들도 모두 괜찮다고 했고, 적당한 시간대의 기차도 있었다. 그렇게 횡성으로 떠나는 길, 평소 지각을 한 번도 하지 않던 친구가 갑작스럽게 지하철이 늦어져 ktx를 타지 못해 낙오됐다. 우리는 우선 셋이서 ktx를 타고 횡성으로 향했다. 당일 예약한 탓에 입석으로 기차를 타게 되었다. 처음 해보는 경험이었다. 횡성에 내려 근처에 있는 카페로 걸어가면서, 온 사방에 보이는 산과 물에 타지에 왔다는 사실이 실감 났다.
1시간 뒤, 낙오된 L과 만나 장을 보고 마침내 숙소에 도착했다. 산에 둘러싸인 호숫가 바로 앞에 있는 멋진 곳이다. 짐을 정리하고 금방 배가 고파져 저녁을 먹기로 했다. 요리를 잘하는 L의 지휘로 맛있는 전골을 만들어 먹었다. 저녁을 먹고 창밖을 보니 해가 지려고 하는 것 같아서, 친구들에게 어서 산책을 나가자고 했다. 길을 따라 조금 걸었는데 곧 엄청난 풍경이 보였다. 자연이 만들어낸 호수의 굴곡, 물에 비친 노을과 산의 그림자, 천천히 넘어가는 해의 모습에 모두가 감탄했다. 호수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조금 걷고 발걸음을 멈추길 반복하다 어두워지기 전 다시 숙소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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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상을 정리하고 S가 가져온 커피 원액이 있어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얼음틀이 없어서 쇠 그릇에 미리 얼려둔 물을 열심히 깨서 얼음을 만들었다. 나의 재능을 발견한 날이다. 그리고는 글 모임답게 글쓰기를 하기로 했다. 오늘의 주제는 ‘서울’. 서울에서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이곳에 온 우리의 상황에 잘 어울리는 주제였다. 슬슬 하루를 마무리할 시간이 되었는데, 누군가가 갑자기 야식을 먹자는 말을 꺼냈다. 아마도 S인 것 같다. 라면과 만두를 먹으며 영화까지 보고 첫째 날을 마무리했다. 맛있고 즐거웠으니 됐다.
Day 2
횡성에서의 두 번째 날. J와 S의 말소리 덕분에 늦잠은 피했다. 아침으로는 어젯밤 L이 계란물에 재워둔 프렌치토스트, 요거트, 과일, 커피까지 야무지게 먹었다. 오늘은 조금 더 멀리 산책을 가보기로 했다. 어제 갔던 길과 반대 방향으로 계속해서 걸었다. 날이 꽤 더웠지만 탁 트인 자연과 한적한 길의 자유로운 느낌이 좋아 계속 걷게 됐다. 정수리가 익어가고 있을 때쯤 다시 숙소에 돌아왔다. 한동안 쉬다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다. 점심 메뉴는 기대하던 들기름 막국수. 여러 식재료를 곁들이고 맥주까지 함께하니 더 맛있었다. 가장 생각날 것 같은 맛이다. 든든하게 밥을 먹고 나니 나른해져서인지 다들 잠시 낮잠을 자고 일어났다. 전날 작동이 안 됐던 턴테이블 문제를 해결해서 숙소에 있는 lp를 골라 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렇게 각자, 또 함께 여유롭게 보내는 시간이 정말 좋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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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세 또 저녁이 되어 바베큐를 준비했다. 처음으로 불도 피워봤는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S는 요리는 못 해도 고기는 정말 잘 구웠다. 덕분에 맛있는 고기를 먹는데, 어느 순간 하늘이 진한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마음에 남을 풍경들은 어제 충분히 봤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또 다른 장면이었다. 다들 밥을 먹다 말고 호수를 바라보고 사진을 찍었다. 안으로 들어와 2차로 안주를 이것저것 준비하고 영화를 보며 늦게까지 많은 얘기를 나눴다. 이런 친구들이 있어서 참 좋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하다 씻으러 갔다 왔는데 셋이서 거실의 큰 침대에 기절에 있어서 웃음이 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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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빨리 지나가버린 2박 3일. 시작엔 약간의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런 우연이 우리를 더 좋은 곳으로 이끌어주었고 재밌는 에피소드도 생겼다. 핸드폰도 거의 보지 않았고 요리하고, 먹고, 걷고, 쉬기만 했는데도 이상하게 시간이 더 빠르게 흐르는 것 같았다. 함께한 여름휴가가 너무 짧게 느껴져 아쉬웠지만, 그만큼 이곳에서의 시간에 집중했다는 의미겠지. 올해가 가기 전에 또 함께 떠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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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최종 Quest: 휴가를 무사히 마쳐라!
글과 필름 - 뮤시
‘여름휴가’라는 주제를 받게 되었을 때 생각이 참 많아졌어요. ‘휴가’라.. 언제 휴가다운 휴가를 갔었는지 기억을 더듬는 게 먼저였거든요. 떠올려보자면.. 저는 가능하다면 매년 휴가를 가는데, 한국에서의 휴가는 어디를 가든지 북적이며 가득한 사람들과 관광지, 숙소, 식당과 카페를 찾아내야 한다는 압박에서부터 피로가 몰려오는 것 같아요.
어쩐지 휴가가 아니라 남들보다 빠르게 숙소와 카페를 쟁취해야 하는 미션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렇게 저는 늘 퀘스트를 수행하듯이 휴가를 보냈어요. '웨이팅이 있는 식당이 오픈하기 전에 가서 기다려야 하는 퀘스트 1', '카페에서 빈자리를 찾아서 앉는 퀘스트 2', '커피 수혈과 사진을 충분히 찍었으니 관광지로 이동하기 퀘스트 3' … 처럼요. 그래도 모처럼의 휴가니까, 이것저것 즐기다가 집으로 돌아오면 ‘온전히 쉬었네’라는 느낌보다는 ‘사진 많이 찍고, 볼 건 다 봤네’를 느끼는 것이 결말이었어요.
이런 휴가가 익숙해지고 당연해진 어느 날, ‘조승연의 탐구생활’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는데요. 프랑스 출신의 파비앙이 출연해서 프랑스의 바캉스 문화를 설명하는 것을 보며, 한국의 전반적인 휴가문화는 진정한 '휴(休)'가 아니라 또 다른 '일'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랑스는 7, 8월의 바캉스 기간 동안 7월에 떠나서 8월에 돌아오는 사람, 8월에 떠나서 9월 전에 돌아오는 사람 등 각자 3-4주간 주어지는 휴식을 즐기는 방법이 다르다고 해요. 한국인들이 매년 휴가철마다 새로운 관광지, 떠오르는 인기 도시, 사진 찍기 좋은 숙소나 카페를 검색해서 찾아가는 것과 달리 프랑스인들은 대부분 산악지대, 해변, 별장 등 쉬러 가는 곳이 정해져 있다고도 하네요. 영상을 보면서 ‘한국도 프랑스처럼 1년 중 한 달을 위해 11개월을 열심히 일하고, 휴가를 마음 놓고 길게 떠날 수 있다면 삶의 질과 업무 효율이 오르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답니다. 그렇지만 아직은 휴가를 다른 사람들이 가는 시기에 맞춰서 가야 눈치가 덜 보이는 한국에 익숙하다보니, 프랑스같이 각자에게 알맞는 타이밍에 맞추어 길게 쉴 수 있다는 것은 마치 꿈만 같은 일처럼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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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 2022년 6월
그래서 이번 여름휴가로 강원도를 갈 때에는, 기존의 휴가 방식과 다르게 휴가에서의 ‘휴’에 집중하여 편히 쉬는 것을 목표로 가볼까 해요. 퀘스트를 진행하듯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보다, 천천히 쉬는 여행이 어떤 것인지 알아가는 시간을 보내보려고 합니다. 꼭 여행을 가지 않더라도,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공원에 가서 마음 놓고 책 읽기, 산책하기 등 피크닉을 하는 것도 좋은 휴식이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여러분은 어떤 모두 휴식을 계획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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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가족공원, 2023년 5월
(글 참고 : 우먼타임스 [한기봉 칼럼] 바캉스가 뭐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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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Time waits for no one
글과 필름 - 윤
성인이 되고 난 후 시간은 항상 부족하고, 일부러 짬을 내지 않으면 가족들과 함께 여유로운 한때를 보내는 것이 생각보다 더 어렵다는 것을 종종 느끼곤 합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이번 방학을 하자마자 엄마 아빠와 함께 콩이를 데리고 다녀온 양평 여행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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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평 쉬자파크
-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할 수 있는 길이 아주 잘 되어있던 공원이었어요.
콩이 나이가 10살이 넘어가고, 점점 병원에 다니는 횟수가 늘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생각보다 콩이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을 수도 있겠다'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식구들 모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저희 가족은 항상 강아지 동반이 가능한 공원, 맛집, 카페를 열심히 찾아다녔는데요. 이날은 매우 더운 날이었지만, 그래도 콩이가 지친 기색 하나 없이 공원 산책로를 신나게 걷는 것을 보니 정말 뿌듯했답니다! 그나마 여유가 있는 방학 중에 가족들과 콩이를 데리고 한 번 더 여행을 가기로 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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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 waits for no one”
제가 좋아하는 일본 애니메이션 중 하나인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 나오는 말인데요.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으니 고민하지 말고 행동하고, 마음을 표현하라는 가르침을 주는 말이에요. 언제나 우리 식구들을 하나로 이어주고 웃게 해주는 콩이가 아직 건강할 때 최대한 많은 곳에서 같이 산책하며 추억을 만들고 싶어요.
사랑하는 우리 집 막내야, 언니가 더 자주 산책하고 같이 놀아줄 수 있도록 더 노력할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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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문주원 박유영 이지윤 홍희서
교정
김나연 신민주 정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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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도의 33번째 이야기,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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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음주 금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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