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필름 사진 중앙동아리 찬빛입니다.
초행길에 골목을 잘못 들었을 때,
버스에서 에어팟 연결이 안 됐을 때,
“앗..!”
실수를 알아차렸을 때 보통 가장 먼저 하는 말입니다.
위 예시는 실제로 얼마 전에 있었던 제 이야기예요.
버스에서 에어팟 연결이 된 줄 알고 신나게 볼륨을 높여 음악을 틀었는데 알고 보니 버스에 있는 모두가 듣고 있었더라구요. ^^
너무 창피했습니다..
여러분들도 이런 작고 큰 실수들을 해본 적이 있을 것 같아요.
SinB, ANNE, 익명의 부원의 실수에 대한 이야기 들어볼까요?
앗..! 내 실수..!
57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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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과 필름 - SinB
잘 지내셨나요? 방학은 어떻게 보내고 계시는지요? 여러분은 아마 이 글을 7월 말쯤 보시겠지만, 글을 쓰고 있는 저는 현재 6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막 방학을 맞이해서 학기 중 소진해버린 체력을 충전 중이지요. 한 달 후 저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또 여러분은 어떤 방식으로 방학을 보내고 계신 지 궁금합니다.
오늘의 주제는 ’실수‘입니다. 실수의 사전적 정의는 ‘조심하지 아니하여 잘못함. 또는 그런 행위’라고 하는군요. 우리는 인간이기에 살아가면서 반드시 실수하기 마련이지요. 여러분은 어떤 실수가 기억나시나요? 저는 부모님께 생각 없이 툭 던진 한 마디로 상처 드렸던 일, 친구와 싸우고 나서 다시 대화해 보려는 시도도 하지 않고 절교한 일, 첫 아르바이트를 할 당시 물건을 잘못 계산한 일... 그 외에도 수많은 실수가 떠오르네요. 저는 실수를 했다고 인지하는 순간, 그 일이 온종일 떠오릅니다. ‘아, 너무 경솔했다‘, ’아까 다르게 행동했더라면...‘, ’내가 왜 그랬지?‘ 이런 생각들이 끊임없이 저를 괴롭히지요. 실수하지 않은 날에도 ’오늘 잘못한 건 없나?‘, ’아까 그 얘기는 괜히 했나…'라고 생각하곤 해요. 저의 이런 성향을 잘 아는 친구들은 놀고 헤어질 때 꼭 “오늘 덕분에 즐거웠어. 너 실수한 거 없어!”라고 말해줍니다. 저와 비슷한 분들이 또 있으실 거라고 생각해요. 또 평소에는 그러지 않더라도, 실수하고 나면 누구나 의기소침해지기 마련이지요. 그렇지만 실수를 되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 다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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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실수가 항상 나쁜 결과만 불러오지는 않더라고요! 오늘의 사진은 제가 친구와 여행 갔을 때 찍은 사진인데, 친구가 자기도 한번 찍어보고 싶다고 하여 선뜻 카메라를 빌려주었습니다. 그런데 친구가 카메라를 조작하던 중 필름실을 완전히 열어버렸어요. 그 필름이 지인에게 선물 받았던 필름이라 당시에는 굉장히 속상하더라고요. 햇빛에 꽤 오래 노출되었던 터라 다 탔을 거라 생각하고 1년 넘게 현상을 하지 않았는데, 최근에 현상을 해보니 꽤 많은 사진이 남아있었어요. 오랜만에 여행의 추억을 회상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지요. 그러니 실수하더라도, 항상 최악의 결과만 있는 건 아니에요. 여러분도 작은 실수로 너무 낙담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자책감이 들 수도 있겠지만, 우리 모두가 실수하잖아요? 내가 남들의 실수를 너그럽게 이해하는 만큼, 나의 실수도 남들이 너그럽게 이해해 줄 거예요.
아무쪼록 더운 날씨에 제 글이 조금이나마 휴식이 되길 바라요! |
#2.
크고 작은 실수들. 그럼에도 사랑하는.
글과 필름 - ANNE
안녕하세요. ANNE입니다. 저는 얼마 전에 두 번째 필름의 현상 결과물을 받았습니다. 첫 번째 필름의 결과물 중 반 이상이 손가락이 보이는 사진이었던 터라, 이번에는 그러지 않기 위해 정말 열심히 손가락 오므리고 찍은 필름이었습니다. 그만큼 기대하고 있는 필름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필름의 결과물을 보고 생각했죠. ‘아.. 이번 심도 주제를 위한 결과물이 나왔구나..’
실수투성이인 필름 사진들.
사실 저는 처음 그 사진들을 보고 실망한 후, 제 자신을 탓했습니다.
‘왜 더 조심하지 못했을까?’하는 생각 때문에 사진을 찍을 때 좋았던 기분이나 감정들을 잊어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때의 행복했던 순간들을 까맣게 잊고 얼마나 잘 나왔는지, 즉 결과로만 그 사진들을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 보니 실수투성이여도 그 사진들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은 저를 설레게 하고 기쁘게 했습니다. 결국에는, 그 결과물들을 사랑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니 이번 글의 제목은 ‘크고 작은 실수들, 그럼에도 사랑하는.' 이 딱 맞지 않나요? 손가락이 보이는 실수투성이 사진과, 실내에서 플래시를 켜지 않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역시나 실수투성이인 어두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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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가락이 보이는 사진. (북서울 꿈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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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내에서 플래시를 사용하지 않아 어두운 사진. (책보냥)
이 사진들은 저의 실수로 인한 결과물이지만, 그럼에도 저는 이것들을 사랑합니다. 결과를 떠나서,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제가 필름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눌렀던 그 순간들이 떠오르기 때문이죠. 또 다른 이유는 실수를 통해 저는 손가락이 보이지 않도록 하는 방법과, 실내에서는 플래시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크고 작은 실수들 없이는 할 수 없었을 경험이며 얻지 못했을 깨달음이죠.
무엇보다, 실수가 있었기 때문에 아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답니다. ‘크고 작은 실수들로 완성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진' 을. 그러니 저는 또 ‘실수’를 하게 되더라도 필름을, 사진을 사랑하고 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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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과 필름 - 익명의 부원
우리는 많은 순간에 크고 작은 실수를 저지르곤 해요. 어쩌면 지금도요. 실수는 나를 성장시키게 하는 분명한 자원이지만, 그 순간에는 머리가 새하얘지고 후회와 자책이 밀려오곤 하죠. '조금만 더 조심할걸, 한 번만 더 확인해 볼걸' 하면서요. 이제 저는 그 순간조차 사랑해 보려 합니다. 어찌 미약한 인간인데 사소한 실수 하나, 놓치는 것 하나 없이 살겠습니까. 당연한 말이겠지만 저지른 순간보다 수습하고 난 뒤가 더 중요하겠죠. 치열하게 원인을 분석하고, 되풀이하지 않도록 복기하고, 나름의 지혜로 풀어나가는 과정을 겪고 나면 외려 나의 능력치가 올라간 기분이 든달까요. 역설적으로 말이에요. 그러고 나면 한층 더 나를 사랑할 수 있는 계기가 생긴 것 같아서, 저는 실수를 '달콤한 자책'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듯합니다.
저의 어이없는 실수에 대해 한 번 들어 보실래요? 저는 어쩌다 보니 필름 카메라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 없는 무(無)의 상태로 제 카메라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조작법, 필름 끼우는 법, 초점 맞추는 법 …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셔터 누르는 그 감각이 좋아 수동 카메라를 큰돈을 주고 사 왔죠.
작년의 저는 유독 여행을 많이 다녀왔는데요. 캐리어에 짐처럼 실려 돌아다니던 카메라의 외침을 듣지 못한 채… 신나게 사진을 찍어 댔습니다. 생애 첫 롤이라고 아끼고 아껴가며 찍은 탓에 거진 1년이 지나서야 현상소에 맡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 현상소에서 받은 파일 속에는 암흑밖에 존재하지 않았어요. 나중에 수리를 맡기고 알아보니, 몸통 내부에 이상이 생기고 렌즈도 망가져서 제대로 된 사진이 찍힐 수가 없는 상태였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들을 담던 저의 손이, 안일함이 미웠습니다. 그래도 고장 나기 전 찍은 몇 장의 사진들이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게다가, 그냥 카메라였다면 담을 수 없던 빛의 표현이 새겨진 사진들도 있었습니다. 오히려 특별한 사진을 찍은 것 같아 마냥 속상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나만의 스토리가 담긴 롤이 생겨 기쁘기까지 했어요.
한순간에 희로애락을 왔다 갔다 했던 재밌는 실수였습니다. 여러분의 재밌는 실수 경험담이 궁금하네요. 부디 웃지 못할 실수라도 호기롭게 헤쳐 나갈 당신을 믿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여름밤 보내세요.
Film |
발행
문주원 박유영 이지윤 홍희서
교정
김나연 신민주 정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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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음주 금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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