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찬빛 뉴스레터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헤이즐넛입니다.
제가 쓴 글이 불특정 다수에게 보인다고 생각하니 굉장히 떨리고 어색하지만, 프로젝트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저의 메일링 글 첫 번째 주제는 출사 기록입니다. 아무래도 저는 찬빛에서 처음으로 나갔던 출사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3년 전, 옷장에서 오래된 필름 카메라를 찾아내었던 것을 계기로 필름 카메라에 재미를 붙여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당시에도 필름 카메라가 유행했었지만 제 친구들은 필름 카메라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아서 혼자 출사를 다녔었습니다.
필름 카메라를 들고 혼자 여기저기 돌아다녀 보니, 저의 큰 카메라를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는 시선이 너무 부담스럽고 견디기 어려웠었습니다. 그래서 집 근처를 서성이면서 소박하게 꽃이나 하늘 운 좋게 마주치는 고양이를 찍는 것이 저의 유일한 출사였습니다.
그러다 필름 카메라 동아리 부원 모집공고를 보게 되어 기쁜 마음으로 지원하였습니다. 찬빛은 저의 첫 동아리이기도 했고 기존 지인들 외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모임이 정말 오랜만이었기에 출사지로 향하는 지하철에서 바짝 긴장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저 이외에 다른 부원분들도 동아리 첫 출사였기 때문에 다들 머쓱해 하시다가도, 한 부원님이 카메라를 꺼내자 다들 주섬주섬 카메라를 꺼내 드는 상황이 웃기면서도 귀여웠습니다.
부원님들의 작고 귀여운 카메라들 사이에서 저의 코끼리 같은 카메라를 꺼내는 게 조금 머쓱했었는데 다들 개의치 않아 하셔서 혼자 조금 감동하였었습니다. 이전에는 사람들 시선에 겁먹어서 마음껏 찍지 못했었는데 동아리 활동을 하는 동안에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습니다.
산책로를 걷다가 멈춰서 사진 찍으면 다른 부원님들이 저를 기다려 주시고, 다른 부원님이 사진을 찍으시면 저도 옆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잔잔하고 평화로워서 내가 정말 사진 동아리에 들어온 게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제 친구들은 자신만의 길을 가는 편이라... 사진을 찍고 나면 멀어진 친구들을 따라잡기 위해 매번 치열하게 뛰어야 했었거든요... 무엇보다 길 가다가 고양이를 보면 다들 주저앉아서 사진을 찍고, 예쁜 풍경이 보이면 주섬주섬 카메라를 꺼내 드는 모습들을 보면서 정말 다들 사진 찍는 걸 좋아하시는구나 하면서 동질감도 느꼈었습니다. 제가 못 보고 지나칠 뻔만 풍경들도 다른 분들 덕분에 볼 수 있게 된다는 것도 정말 좋았습니다.
첫 출사는 제가 걱정했던 것이 무색할 만큼 무척 평화롭고 재밌었던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때 사용했던 필름은 부모님이 10년 전에 구매하셨던 것이었기 때문에 조금 더 특별하기도 합니다. 현상 받은 사진들은 대부분 흐릿하고 색감도 탁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마음에 드는 사진들입니다(오히려 좋아..).
이전에는 공통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모임을 갖는다는게 어떤 건지 잘 몰랐었는데, 찬빛 동아리를 통해 이곳저곳을 방문해보고 새로운 사람들은 만나면서 그 재미를 알게 된 것 같아 동아리에 가입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