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필름 사진 중앙동아리 찬빛입니다.
대한민국의 수도.
누군가에게는 익숙할 수도, 낯설 수도 있는 도시
이번 주는 서울에 대해서 말해볼까 합니다.
저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어요. 그런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서울의 모습은 바로 야경입니다. 꺼지지 않는 도시의 불빛을 보면 아직도 가슴이 뛰어요. 이번 여름 밤엔 높은 곳에 올라가서 반짝이는 불빛을 보며 힐링의 순간을 가져보는 것을 추천할게요!
익명의 부원, 매실, 윤의 서울 라이프는 어떨까요?
ps. 다음 주 심도는 한 박자 쉬어갑니다. 7/7 금요일 오후 6시에 만나요!
57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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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과 필름 - 익명의 부원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이 글을 보실 때쯤엔 벌써 6월 말이 되었겠네요. 2023년의 상반기도 다 지나갔다니 정말 시간이 빠른 것 같아요.
이번 주의 주제는 ‘서울’인데요, 저는 최근 몇 년 동안 친구와 함께 서울에 있는 5개의 궁을 모두 돌아보려 하고 있습니다. 경희궁을 제외한 나머지 4개의 궁은 모두 한 번 이상은 다녀왔어요. 그래서 요즘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서울의 장소는 ‘궁’이랍니다. 대부분 그렇겠지만, 어릴 적에는 저도 체험학습으로 갔던 궁이 너무나 넓어서 다리가 아프고 지루하다고만 느꼈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천천히 궁을 돌아다니며 둘러보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서울이라는 아주 복잡한 대도시 한가운데에서 옛날 건물이나 자연물들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오늘은 그중에서도 눈 오는 겨울날의 창덕궁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보통 많은 사람들은 궁에 간다면 꽃이 피는 봄이나, 단풍이 물든 가을에 많이 가는데요. 저는 구름 한 점 없는 아주 파란 하늘의 한 여름이나 눈이 펑펑 내리는 한 겨울의 궁을 좋아합니다. 여름과 겨울의 궁은 오 분만 돌아다녀도 당장 실내로 들어가고 싶어지는 날씨이지만 그만큼 사람이 적어서 더욱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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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서 눈 오는 날, 필름 카메라의 플래시를 켜고 사진을 찍으면 눈이 예쁘고 선명하게 찍힌다는 글을 봤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날 매번 플래시가 켜져 있는지 확인해 가며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처음 도착했을 때 찍은 사진들은 눈이 조금 왔을 때라 플래시를 켜도 눈이 잘 보이지 않는데 출사를 마무리할 때쯤에 찍은 사진들은 아주 선명하게 눈이 찍혔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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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의외로 창덕궁에 사람이 많았는데요. 다들 카메라를 들고 눈 오는 고궁을 찍으러 온 듯했어요. 저도 천천히 창덕궁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카메라를 든다고 우산도 안 써서 집에 갈 때엔 머리카락이 눈에 젖어 얼어버리고 코트가 겉 부분이 축축해진 느낌이었는데요. 그래도 아무도 밟지 않은 새하얀 눈이 쌓인 궁의 구석을 돌아다니는 건 참 즐거웠습니다. 저희 할아버지께서는 가끔 한 번씩 눈 오는 날 눈을 맞으며 돌아다니는 것도 낭만적이지 않느냐고 말씀하시곤 하는데요. 여러분도 한 겨울의 궁에서 그런 낭만을 한 번쯤 즐겨보셨으면 좋겠어요. 더위 조심하시고 항상 건강하시길 바라며 오늘은 여기서 글 마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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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서울에서 느낀 감정들
글과 필름 - 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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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섦
서울에서 지낸지 4개월 정도 흘렀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저에게 서울은 낯설기만 합니다. 끝없이 올려다봐야 꼭대기 층이 보이는 빌딩들, 발 디딜 틈 없이 분주한 사람들로 가득한 지하철역, 건조한 햇빛과 미지근한 공기, 운 좋게 구한 자취방, 새로운 학교와 처음 만난 사람들. 아직 모든 것들이 낯설기만 합니다. 나이는 성인이지만 서울에서 살기 시작하니 다시 아기로 돌아간 것 같아요. 새로운 풍경에 적응하기 위해 고개를 이리저리 두리번거리고, 눈을 반짝이며 관찰하는 중입니다. 그래서 잠깐 어딘가를 구경하러 갔다가 집에 돌아오면 예전 같지 않게 금방 피곤해집니다. 하지만 이런 피곤함은 뿌듯함이 되어 내일 또다시 서울의 거리를 두리번거릴 힘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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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대감
저는 내향형 인간인데도, 서울에 온 뒤로는 쉬는 날이 생기면 새로운 곳으로 혼자 놀러 가는 일이 잦았습니다. 북촌의 예스러움, 인사동의 알록달록한 색깔, 사랑스러운 성수의 거리, 자유로운 홍대. 또 어떤 곳이 저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모르는 부분투성이인 서울을 더 알고 싶습니다.
또한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익숙해진 곳이 생겼습니다. 필름 사진을 현상하러 매번 방문하는 사진관은 이제 지도 없이 찾아갈 수 있습니다. 집 근처 성북천에 가면 왜가리에게 안부 인사를 전해주는 것이 습관이 되었고, 자주 가는 반찬가게 사장님께서 제 얼굴을 기억해 주셔서 공짜 반찬을 덤으로 받은 적도 있습니다. 서울과 더 친해질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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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감
하지만 가끔 제가 이곳과 맞지 않는다는 불안감이 듭니다. 분명 나와 같은 말을 쓰며, 같은 땅에 살아가는 사람들인데도 그들을 마주하는 중에 한 번씩 어색한 마음이 불쑥 찾아옵니다. 내가 이 자리에 있어도 될만한 사람일까? 나는 이곳에서 쓰러지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신기하게도 제가 제 자신을 가까이 바라볼수록 더욱 초라해집니다. 햄버거를 다 먹고 포장지에 흘러나온 소스처럼, 우주 속을 떠돌아다니는 작은 먼지처럼 제 존재는 가끔 한 번씩 튕겨져 나옵니다.
그래도 저에겐 소중한 사람들이 있고, 소중한 기억이 있습니다. 다행입니다. 그리고 오히려 제 자신이 완성되지 않은 사람이기 때문에 앞으로 살아갈 나날들이 그리 막막하지만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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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근거림
서울은 참 빛나는 공간입니다. 어릴 적 서울을 동경했던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특히 예술을 사랑하는 저는 멋진 예술가들을 서울에서 꼭 만나고 싶다는 꿈을 꿨습니다. 먼발치에서 좋아하는 작가와 좋아하는 가수를 응원하고, 그들의 작품에 꾸준히 관심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전시회와 공연을 가기는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제가 그곳에 살고 있으니, 두근거리는 기회가 눈앞에 놓여 있는 기분입니다. 중학생 때부터 좋아했던 작가님의 전시회에 갔는데, 짧게 대화도 나누고 사인도 받았습니다. 좋아하는 밴드의 음악을 이어폰이 아닌 공연장에서, 생생한 목소리와 날것의 악기 소리로 감상했습니다. 빛나는 순간. 그날의 두근거림을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다가올 가을, 겨울은 서울에서 어떤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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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서울과 따릉이
글과 필름 - 윤
여러분에게 서울은 어떤 공간인가요?
저는 서울에서 나고 자랐는데요, 잠시 해외에 나갔을 때를 제외하고는 21년째 서울에서 살아가는 중입니다. 오랫동안 한 동네에 살고 비슷한 장소들을 오가며, 저에게 서울은 아름답게 느껴진다든지 하는 장소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무언가 획일화되고 재미없고 딱딱한. 그런 느낌이 전부였던 것 같아요. 제가 경험해왔던 서울은 네모난 학교 건물, 학생들이 바글바글한 대치동 학원, 버스, 지하철 정도에 불과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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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성인이 된 후, 알고 보니 서울은 엄청 큰 도시이더군요! 안국, 경복궁, 망원, 상수, 한남, 이태원, 양재 어디를 가도 저마다 매력이 다 다른데, 저는 그중에 한 번 가면 15000보씩 걷고 오게 되는 안국, 한강공원, 양재를 좋아합니다. 여유 있는 날 동네 한 군데를 정해서 이곳저곳 구경하고 오는 것이 저의 힐링 방법이에요. 나를 둘러싸고 있는 공간에 변화를 주는 것은 기분을 좋게 만드는 방법들 중에 하나인 것 같습니다.
저는 무언가 전환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하던 일을 다 멈추고 시간을 내서 자전거를 타러 갑니다. 바람을 가르면서 자전거를 타고, 지도에 미리 저장해두었던 카페에 가서 들고나온 책 한 권을 읽으면 모든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느낌이에요. 실제로 고민하던 것이 별게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고 해결될 때도 많았고요! 이어서는 제가 좋아하는 서울 따릉이 코스 두 가지를 소개해 볼까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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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양재천~크레미엘
생각을 정리하고 이유 모를 힘든 감정들을 털어내고 싶을 때는 양재천에 갑니다. 이 양재천 코스는 제가 지난겨울부터 이번 봄이 될 때까지 점점 더 애정하게 된 코스인데요..! 저만 알고 싶기도 하지만, 심도 구독자분들께만 공유해 볼게요.
우선 양재천 다리로 가서 따릉이 하나를 빌려요. 과천 방향 또는 서초 방향으로 신나게 1시간 정도 자전거를 탑니다. 따릉이 사용 초심자 때는 어디까지 왔는지 몰라 불안한 마음에 멈춰서 지도를 확인하고 다시 타기를 반복했는데요. 이제는 조금 힘들어져도 '다음 다리까지 달리고 되돌아와야지'하고 목표를 세우며 자전거를 타는데 그럴 때마다 작은 성취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 묘미인 것 같습니다. 자전거를 멈추지 않고 쭉 타면서 바람을 가르는 느낌도 너무 좋답니다. 요즘은 자외선도 강하고 더워서, 해가 지고 나서 타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아무튼, 자전거를 빌렸던 곳에서 다시 반납하고 3분가량 떨어져 있는 '크레미엘'이라는 이름의 제과점으로 갑니다. 잠시 동안 '내가 파리에 왔나?'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곳인데요. 프랑스인 파티시에와 한국인 파티시에 부부가 운영하는 곳이라서 들어가자마자 ‘Bonjour!’ 하고 인사해 주시고는 합니다. 처음에는 부끄러워서 꾸벅 눈인사만 하고 들어갔는데, 이제는 저도 반갑게 인사하고 나올 때도 ‘Merci beaucoup!’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이곳에서 빵을 사서 양재천을 바라보며 먹거나, 집에 포장해오는데 디저트를 좋아하는 저에게는 이만한 힐링이 없어요! 다른 빵집에서는 먹어보기 힘든 맛입니다. 얼굴만 한 대왕 아몬드 크루아상이 정말 달고 맛있는데, 저녁때 가면 품절되고 없으니 이걸 먹으려면 낮에 가야 해요! 아몬드 크루아상이 없다면 퀸아망도 좋아요(발음은 반드시 크윈-아망-으로 해주셔야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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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레미엘
#2 성북천~청계천~청계광장 앞 펠트커피 ((따릉이 상급자 코스))
이 코스는 사실 발굴한 지 얼마 안 된 코스인데 너무 좋아서 강력 추천합니다! 저희 학교에서 성북천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가 걸리는데요. 메가커피 건너편 성북천 대교에 따릉이 대여소가 있고, 그곳에는 곧바로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가 있어서 낑낑대며 자전거를 끌지 않아도 된답니다. 요즘은 날이 더우니 5시 30분쯤에 수업 끝나고 출발하면, 카페에 도착할 때쯤 해가 지기 시작해서 좋을 것 같아요. 성북천이 끝나는 지점에서 오르막길을 잠시 걸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기는 하지만… 성북천교에서 올라와 청계천 옆 자전거길로 진입한 뒤, 30분 정도 동묘 시장-동대문-광장시장-세운상가 거리를 지나갑니다. 묘한 긴장감과 함께 곳곳에 위치한 신호등을 몇 차례 건너면 청계광장이 보이는데요. 청계광장 가기 전 대교 옆에서 따릉이를 반납하고, 다리와 횡단보도를 건너면 펠트커피에 도착!
펠트커피는 커다란 회전문과 극장이 연상되는 버건디 색 천, 노란빛이 강한 목재를 사용한 인테리어가 특징이에요. 층고가 높고 카페 바의 공간 활용을 잘해서 규모에 비해 엄청 거대한 공간에 와 있는 느낌이 듭니다. 바깥으로 청계천을 걷는 사람들이 보이는 바 자리에 앉는 걸 추천드려요. 책을 읽거나 작업을 하기도 좋고, 이야기하러 가기도 좋은 공간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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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의 서울
저는 이렇게 자전거의 재미를 알게 되면서 서울을 더 사랑하게 된 것 같아요. 계획한 곳까지 자전거를 완주하고 나면 작게나마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자신감과 건강도 얻고 돌아오게 되니까요. 또, 이곳저곳의 풍경들이 서로 전혀 다르다 보니 서울은 걷거나 자전거 타며 즐기기 좋은 도시라는 생각이 들어요. 자전거의 경우 특히나 타기 시작한 장소와 도착한 장소의 풍경이 다른 것도 매력이랍니다. 여러분도 마음에 여유가 필요할 때, 도착지를 정해서 한번 무작정 걸어보세요. 분명 걷기 전과 달라져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반나절이면 충분한 서울 여행! 꼭 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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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문주원 박유영 이지윤 홍희서
교정
김나연 신민주 정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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