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필름 사진 중앙동아리 찬빛입니다.
오늘의 주제는 제목에 힌트가 있어요.
방금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떠오르지 않았나요?
행운을 가져다주는 네잎클로버,
행운의 숫자 7,
행운을 상징하는 토끼
세 가지는 모두 행운을 의미하는 것들입니다.
얼마 전부터 저도 가방에 네잎클로버 뜨개 키링을 달고 다니는데 요즘 곳곳에서 길냥이들을 자주 만나고 있어요.
이거 정말 행운을 가져다주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두 익명의 부원, 우디, 하나가 행운을 전해요.
ps. 오늘의 '행운의 노래'
💿 페퍼톤스 - 행운을 빌어요.
오랜 시간이 흘러
쓰러질 듯 벅찬 날
이 서툰 노래가 닿기를
긴 여행의 날들 끝없는 행운만이
그대와 함께이길
57 드림.
|
|
|
#1.
글과 필름 - 익명의 부원
잘 지내셨나요? 벌써 6월이라니, 시간은 왜 이리 빠르게 흘러가는지 어느덧 한 해의 반이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요즘입니다. 그렇지만 대학생에게는 ‘종강’이라는 기쁜 소식이 있는 달이기도 하죠!
이번 주제는 ‘행운’입니다. 특히 최근 들어 저는 운이 나쁘다고 느끼는 일이 잦았어요. 당장 어제만 해도 원래 정각에 오던 버스가 10분이나 늦고, 심지어 신호등마다 다 걸리는 탓에 눈앞에서 지하철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저는 경기도 북부에서 통학을 하기 때문에 2시간 정도 여유를 가지고 등교하는데, 하필 어제는 대체공휴일이라 지하철 배차 간격이 평소보다 길었습니다. 결국 지각이라는 운명을 받아들이고 짜증에 가득 차서 터덜터덜 등교하는 길에 우연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는데, 하늘이 너무 맑고 화창하더라고요. 또 좋은 향기가 나길래 그대로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라일락 나무의 꽃이 만개해 있었습니다. 순식간에 짜증은 가라앉고 얼굴엔 자연스레 미소가 번졌던 것 같아요.
살아가다 보면 마음대로 되는 날보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날이 더 많습니다. 사소한 것으로 행복해지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사소한 것으로 불행해지는 것은 그에 비해 너무도 쉬워요. 그럴 때 저는 제가 좋아하는 한 소설의 이 구절을 생각하곤 합니다.
“문득 나는 내가 사는 걸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건 처음에는 너무 뜬금없고 이상한 감정처럼 느껴졌는데 점점 선명해졌다. 뜻대로 된 적은 별로 없지만 나는 사는 게 좋았다. 내가 겪은 모욕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극복해내고 싶을 만큼 좋아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사는 건 좋다. 살아서 개 같은 것들을 쓰다듬는 것은 특히나 더 좋다.”
김지연, <공원에서>
사실 저도 사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맑게 갠 하늘에 기분이 날아갈 듯하고, 길가에 굳건히 피어난 꽃 한 송이에 힘을 내야겠다고 다짐하고, 동네를 산책하는 강아지를 보면 그 귀여움에 웃음이 터져 나오곤 하지요. 이 모든 것들이 참 행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세상에서 많은 것들과 교감할 수 있다는 건 정말로 엄청난 행운이지요. 누구는 아주 작은 쌀알 만한 것이 행운이라 생각할 수도 있고, 또 누구는 손바닥만 한 것이 행운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제게 행운은 공기와도 같은 것이라, 늘 제 주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저의 행운은 심도를 통해 여러분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오늘의 행운은 무엇일지 찾아보심이 어떨지요?
p.s. 역시나 이번에도 글을 쓰며 들었던 노래를 공유해 드립니다!
💿 찬란 - 나상현씨밴드
누구보다 행운 가득한 한 달을 보내길 바라요!
|
|
|
#2.
행운 무료 나눔합니다.
글과 필름 - 우디
1. 일상 속 행운을 떠올리면 귀여운 동물들이 떠올라.
1-1. 가끔 신기할 만큼, 어디에서나 귀여운 동물을 만나게 되는 날이 있지. 얼마 전 부암동 카페에 귀여운 강아지 두 마리가 바깥 자리에 앉아있었어. 아주 늠름한 리트리버 한 마리와 복슬복슬한 작은 강아지였지. 우리는 당연하게 강아지들이 보이는 창가 자리에 앉아 힐끔힐끔 강아지들을 구경했어. 강아지들은 집에 가고 창밖을 보고 있었는데, 뒤에서 누가 고양이가 있다는 거야. 나도 매의 눈으로 찾아봤지. 맞은편 주택의 창가 자리에 아주 까만 고양이가 있었어. 고양이를 위한 게 아닐까 싶은 멋진 의자에 앉아 밖을 바라보는 모습이 정말 좋아 보였어. 내가 고양이로 태어난다면 저 집의 고양이로 태어나고 싶다는 얘기를 나눴던 거 같아.
사실은 부암동 골목을 올라가는 길에도 멀찍이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는 검정 얼룩 강아지를 발견했고, 같은 날 서촌의 독립서점에서도 주인장 강아지를 만나서 기분이 좋았어.
1-2. 우리 집에 들어가는 입구에는 항상 고양이의 밥이 채워져있는 그릇이 있고, 거기에서 3~4일에 한 번 정도 치즈 고양이를 만날 수 있어. 운이 좋으면 친구인 검정 턱시도 고양이도 볼 수 있지. 그래서 집에 들어갈 때면 ‘오늘은 있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코너를 돌아서게 돼.
To. 치즈
가끔 의도치 않게 놀래켜서 미안하고, 내 일상 속 행운이 되어줘서 고마워!
|
|
|
2. 왠지 모든 게 딱 들어맞고 잘 풀리는 날이 있지 않아? 반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날이 있지. 이런 날에는 정말 모든 게 억울하고 화나고 지쳐서 집에 오게 돼. 그럴 때는 이 불운이 모이면 큰 행운이 오지 않을까 생각하면 기분이 조금 나아져.
또 어떤 행운이 있을까.
좋은 피사체를 포착할 때, 버스가 바로 도착했을 때, 학교 언덕에서 삼색이를 마주쳤을 때, 서점에서 집어본 책이 너무 마음에 들었을 때, 여행지에서 날씨가 맑을 때, 가방 구석에서 민트 사탕을 발견할 때, 카페 쿠폰을 챙겨 나왔을 때, 우연히 좋은 노래를 찾았을 때, 지하철 앞자리에 앉은 사람이 내릴 때, 밖에서 첫눈을 맞을 때···.
|
|
|
행운의 순간과 크기를 결정하는 건 우리의 몫이지 않을까?
우리에게 행운이 자주 찾아오고, 그 행운을 많이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 각자 생각나는 행운의 순간이 있다면 알려줘. 누군가의 행운을 듣는 것 또한 행운이니까. 행운을 나누자! |
|
|
#3.
글과 필름 - 익명의 부원
행운. 행운은 우연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장소에서 소중한 친구와 우연히 만나는 것. 알고 싶었던 음악의 제목을 우연히 찾게 되는 것. 정말 말도 안 되는 확률로 사랑하는 이를 만나 얼굴을 마주 보는 것. 배가 고픈 날 집에 터덜터덜 돌아왔을 때, 마침 아버지가 해놓은 김치찌개를 발견하는 것.
저의 행운은 이런 것들이에요. 여러분의 행운은 어떤 것인가요?
행운이 찾아오지 않을 때 먼저 찾아가기도 합니다. 책장에서 아끼는 소설 한 권을 꺼내서 읽기도 하고, 여름밤엔 털털 돌아가는 선풍기와 전등 하나만 켜놓고 시집을 읽기도 해요.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혼자 산책을 가기도 합니다. 그러면 어느새인가 작은 행운이 제 삶을 관통해 지나갑니다. 그 순간은 알지 못했지만 지나고 나서 되돌아보면 행운이었구나 깨닫는 순간들도 많아요.
행운은 우리를 행복하게 하기도, 역설적이게도 불행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가장 행운을 소원했던 순간에 행운이 찾아오지 않는 것. 그것만큼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도 없죠.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행운은 끊임없이 여러 형태로 찾아온다는 점이에요.
글을 끝마치기 전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집의 시를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이 시가 여러분의 어느 날의 작은 행운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바람이 불고 있었지. 숲은 어디에도 없었어. 불과 꽃. 재와 그림자. 없는 들판과 없는 언덕. 물결처럼 늘어나는 장방형의 모서리들. 별들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지. 어떤 노래가 꿈처럼 부풀어 오르고 있었지.
내가 가진 몇 개의 단어
내가 말할 수 있는 몇 개의 사물
하늘엔 두 겹의 구름이 층층이 부풀어 오르고
나의 늙고 오래된 개는 말이 없다
눈 멀고 귀 멀어 자신의 고독 속에서
사는 것이 죽는 것이다.
죽는 것이 사는 것이다.
순간의 순간에서 순간의 순간으로
리듬으로 시작해서 리듬으로 끝나는
나는 울지, 그 계단에서
나는 웃지, 그 어둠으로
구름이 다가온다. 빛이 사라진다.
먼 곳으로부터 바람. 먼 곳으로부터 오는 네가 있다.
이제니, <먼 곳으로부터 바람>
|
|
|
#4.
글 - 하나 / 필름 - 뮤시
여러분 안녕하세요, 하나입니다. 오랜만에 인사 드리게 되었네요.
구독자 여러분은 행운을 믿으시나요? 사실 저는 원래 행운을 믿지 않았습니다. 행운은 결코 맹목적일 수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행운도 노력한 자에게만 찾아온다는 말이 있듯이, 갑작스레 찾아오는 운수 좋은 일들은 오로지 나의 노력에 기반한 것이며 고로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들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행운은 그저 허상일 뿐이라고 여긴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행운의 이면에 존재하는 노력과 믿음, 기다림, 간절함과 같은 것들은… 결국 우리가 우리의 삶에 얼마나 진심인지를 보여주는 징표가 되기도 하니까요. 그러니 무언가 운수 좋은 일이 찾아온다면 ‘나 노력하고 있구나’, ‘나 잘 살고 있구나’하고 생각하며, 매 순간 진심을 다 해 살아내고 있는 나 자신에게 새로운 위로를 건네면 되는 겁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볼까요. 중요한 시험에 꼭 합격하길 바라며 행운을 빌 때, 그럼으로써 정말 합격하게 되었을 때, 분명한 사실은 그 이면에 합격을 간절히 바라며 끊임없이 노력한 내가 있다는 것이니까요. 행운은 열렬히 살아가는 모든 인생에게 반드시 피어나는 행복인 셈입니다.
행운의 상징인 네잎클로버를 볼 때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네 개의 사랑이 모여 행운이 만들어진다는 생각이요. 저의 행운은 시에 대한 사랑, 사진에 대한 사랑, 사람에 대한 사랑, 그리고 삶에 대한 사랑으로 이루어져 있을 겁니다. 내일이면 또 바뀔 수도 있고, 때로는 무언가에 대한 사랑을 잃어 세잎클로버가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행복하면 그만이니까요. 우리가 계속해서 사랑하는 이상 모두의 클로버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 대상이 무엇이든지요.
여러분의 행운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나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여러분께 행운이 가능한 한 자주 찾아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러니 우리 오늘도 내일도 진심을 다 해 살아가기로 해요.
Film
클로버를 구경하는 저와 부원 언니의 사진입니다. 올해 제가 찬빛에 들어와 부원들을 만난 건, 정말이지 엄청난 행운인 것 같습니다.
|
|
|
발행
문주원 박유영 이지윤 홍희서
교정
김나연 신민주 정다은 |
|
|
심도의 26번째 이야기, 어떠셨나요?
레터를 보고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거나, 문의사항이 있다면
하단의 버튼을 눌러 작성해주세요.
그럼 다음주 금요일에 뵙겠습니다!
|
|
|
심도의 레터를 친구와 공유하고 싶다면
하단의 버튼을 눌러 공유해주세요.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