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필름 사진 중앙동아리 찬빛입니다.
어느덧 6월이 되어 한 해의 중간 지점을 걸어가고 있네요. 구독자 여러분은 그동안 어떤 일상을 보냈는지 궁금해집니다.
찬빛은 매주 주제와 조를 정해서 출사를 하러 가는데요, 각자가 촬영한 사진을 감상하면 같은 대상이라도 다른 시선으로 담긴 결과가 무척 신기하답니다.
이번 주는 두 익명의 부원과 Anne의 출사기록을 소개합니다. 카메라와 함께한 기록은 작은 일상 속에서 여운이 남는 경험이 담겨 있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여러분은 만약 36컷의 필름을 갖게 된다면,
무엇을 기록하고 싶나요?
매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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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과 필름 - 익명의 부원
심도의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저의 출사 기록으로 다시 뵐 수 있어 기쁩니다. 저는 지난 5월, 기분 좋은 햇빛이 내리비치던 어느 날에 찬빛 부원들과 함께 장미 축제를 즐기러 다녀왔답니다.
사계절 중 어느 계절이 가장 좋아? 누군가 제게 물어본다면 저는 망설임 없이 겨울을 선택하곤 했어요. 봄, 여름같이 초록의 향연이 펼쳐지는 모습을 선호하기보단 눈이 내리는 풍경과 연말의 분위기를 좋아했고 무엇보다 제 생일이 있기 때문이었죠. 그렇지만 최근 들어, 이맘때가 되면 제 사진첩과 필름에는 형형 색색의 꽃잎과 잎사귀가 한가득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출사에서도 내딛는 걸음마다 렌즈에 담지 않고는 그냥 지나치지 못할 장면들이 가득해 쉴 새 없이 셔터를 눌렀답니다. 새로운 저를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나 꽃 좋아했네…
붉은 장미 사이로 날아다니던 나비가 무척 많았는데 그 속도가 얼마나 빨랐는지 차마 카메라에 담기가 힘들었습니다. 셔터를 누르는 그 사이에 다른 꽃을 찾아 날아갔나 봅니다. 나비의 흔적이 있던 장미로 기억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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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꽃으로 둘러싸인 세상 속에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장미를 한 송이, 한 송이씩 바라보고 즐기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덩달아 기쁜 마음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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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펼쳐지던 아름다운 꽃들 사이에서 좋은 사람들과 감사한 시간을 보낼 수 있던 봄날의 출사는 저에게 또 한 편의 추억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슬슬 여름이 다가오는 지금, 초록으로 뒤덮일 세상 역시 기다려지네요. 여러분에게 봄과 장미는 어떤 모습으로 기억에 남았나요? 부디 무탈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에 또 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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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과 필름 - Anne
저는 평소 새로운 장소에 가거나 기억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그날의 일들과 감정을 다이어리에 쓰곤 합니다. 기록을 통해 하루의 감정을 담아 놓을 수 있도록 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출사를 다녀온 어떤 날들에는 글을 쓰고 싶지 않을 때도 있는데요. 공간, 분위기, 함께했던 사람들이 좋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저 글로 그 모든 감정들을 온전히 표현하기 벅찰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과제와 공부 때문에 글을 쓰는 것에 지친 적도 있고요. 그렇게 지치고 힘든 날에는 좋아하는 다이어리에 제 마음을 기록하는 일도 하고 싶지가 않은데, 참 이기적이게 그날 느꼈던 감정을 놓치고 싶지 않기도 해요.
이 글을 읽는 당신이라면 그런 순간에 어떤 선택을 하실 것인가요?
저는 굳이 펜을 잡지 않고 그날 찍었던 필름의 현상일 만을 기다립니다. 찬빛의 정기 출사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글로 기록하지 않아도, 출사를 다녀온 날은 필름 사진으로 기록이 남으니까요. 물론 카메라에 넣은 필름을 다 찍을 때까지 현상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날의 기록은 한참 뒤에 확인할 수 있지만요. 우리 기다릴 수 있잖아요?
그래서 오늘은 이렇게, 여러분께 저의 출사 기록을 필름 사진들과 함께 보내드립니다. 여러분의 글, 사진 등 모든 2023년의 기록이 아름답고 편안하시기를 바라며, Anne이었습니다.
추신_ 얼마 전 친구에게 필명 추천을 받았는데, 좋아하는 것으로 정해보라고 조언을 해주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글부터는 귤나무라는 필명이 아닌, 제가 좋아하는 긍정적인 빨간 머리 캐릭터 Anne이 되어 여러분을 만나 뵙기로 했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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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과 필름 - 익명의 부원
안녕하세요, 이제 6월이네요.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시간이 왜 이렇게 빨라!’라는 말을 자꾸 합니다. 앞으로만 흘러가는 시간이 매정할 땐 사진과 일기에 꽂아둔 보통의 나날을 펼쳐 보며 마음에 보습을 합니다. 이런 이유로 일기와 일기 같은 글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데, ‘출사 기록’ 편은 유독 부원들의 일기처럼 느껴져서, 찬빛 부원이기 전의 저에게는 무관한 주제였는데도 항상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오늘은 상반기에 찍은 사진과 함께 출사 날 쓴 일기를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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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출사는 반포 한강 공원이었습니다. 한강을 따라 걷다가 봄 같은 연보라색 가디건을 입고 걸음마 연습을 하는 아이를 만났습니다. 아직도 많은 것에 서툴고, 과하게 긴장하는 저의 미숙한 모습이 싫었는데, 엄마 손을 잡고도 힘겹게 걷는 아이와 저를 나란히 두고 보니, 시간이 지나면 저도 많은 것에 능숙해져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영원한 것은 없다는 말은 때로는 슬픔이, 때로는 위안이 되는 것 같습니다.
2023. 03. 19. 일
꽃이라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사진을 찍는 Y와 M이 귀여웠고,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모습이 귀여웠다. 세상의 작은 아름다움도 놓치지 않는 부원들의 시선이 소중했다. 아름답다고 느낀 모든 걸 카메라에 담아 기억하려는 모습이 좋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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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출사에서는 봄꽃이 핀 창경궁과 창덕궁에 방문했습니다. 궁에서 일했다면 매일 길을 잃어 혼났을 거라는 이야기도 하고, 같은 날, 같은 장소로 출사를 나온 다른 조를 만나 서로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습니다. 한 부원이 벚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을 찍고 싶어 했는데 찍기가 너무 어려워서, 다 같이 바닥에 떨어진 꽃잎을 주운 후, 타이밍에 맞춰 꽃잎을 날리고 셔터를 눌렀습니다. 인화해 보니 꽃잎에 초점도 안 맞고 손도 나와서 자연스러운 사진을 위해 작위적인 연출한 사실이 드러나 버렸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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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계절, 5월을 맞아 중랑 장미 공원에서 장미를 주제로 출사를 했습니다. 이날 출사를 시작할 때는 필름이 열 컷 이상 남아 있었는데, 출사가 끝나기도 전에 필름을 다 써버리고 말았습니다. 무엇을 찍었길래 이렇게 금방 쓴 건지 궁금해서 얼른 인화를 맡겼는데, 열과 성을 다해 사진을 찍는 부원들의 모습을 유독 많이 찍었던 날이었습니다.
찬빛에 들어온 지 오래되진 않았지만, 사람을 좋아하는 건 쉽고, 좋은 사람을 좋아하는 건 더욱 쉬운 일이어서 찬빛에 벌써 깊은 애정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이런 마음이 잘 담긴 ‘어린이날’ 출사 일기를 보여드리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물기 있는 마음으로 6월도 잘 보내시기 바라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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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05. 04. 목
좋은 사람을 만나거나 좋은 경험을 하게 되어 행복할 때면, 이 사람을 왜 이제야 만났지, 이걸 왜 이제야 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외려 아쉽다. 특히 출사를 거듭하며 부원들을 알수록 이런 아쉬움이 크다. 그럴수록 오히려 ‘지금이기에 이만큼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려 애쓴다. 내가 이만큼 성장한 이 시기에 만난 거여서 더욱 의미 있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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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문주원 박유영 이지윤 홍희서
교정
김나연 신민주 정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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