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필름사진 중앙동아리 찬빛입니다.
녹차, 홍차, 유자차, 자몽차, 보리차 등 누구나 한 번쯤 '차(茶)'를 즐겨본 적이 있으실 것 같아요.
최근에 저는 납작복숭아차를 마셔본 적이 있는데 여름에 잘 어울리는 맛이랍니다.
요즘에는 신기한 차가 많이 있더라구요.^^~
오늘은 두 명의 익명의 부원과 매실이 '차(茶)'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더위가 점점 찾아오는데 시원한 차 한잔과 함께 심도를 즐겨보시면 어떨까요?
57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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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과 필름 - 익명의 부원
안녕하세요, 심도 구독자 여러분. 딱 한 달 만에 여러분께 새로운 이야기를 전해드리게 되었습니다. 이 글은 중간고사가 끝난 직후에 쓰고 있는데요, 여러분께서 읽고 계실 때쯤에는 기말고사 기간이 더 가까워진 상태겠죠. 이 글이 여러분의 일상 속에 잠깐의 여유가 되길 바라요. 이번 주 주제는 ‘차(茶)’에 대한 것 인데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애프터 양>이라는 영화에 나온 차에 관한 이야기와 영화를 보고 난 뒤 제가 마셨던 차 이야기를 함께 해볼까 합니다.
<애프터 양>에서 찻집을 운영하는 제이크는 차를 좋아하는 이유를 말하며 자신이 대학 때 본 다큐멘터리 영화에 대해 말해줍니다. ‘차라는 복잡한 물질을 추적하고 그것을 흙, 식물, 날씨 그리고 삶의 방식과 연결하는, 차를 찾는 과정이 인상 깊었다’고 합니다. 또한, 그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이 자신의 친구에게 차의 신비한 성질을 제대로 표현할 단어가 없다고 말하자 그 친구가 해준 “맞아, 근데 이런 걸 상상해 봐. 넌 숲 속을 걷고 있고 땅에는 나뭇잎이 깔려 있어. 한참 비가 내리다 그쳐서 공기는 아주 축축하지. 넌 그런 곳을 걸어. 왠지 이 차에는 그 모든 게 담긴 것 같아.” 라는 대답 속의 그 묘사가 무척이나 좋아서 차에 푹 빠지게 되었다고 말하는데요. (Kogonada.(감독). (2021). 애프터 양(영화). A24.) 저 또한 이 장면을 보고 ‘차 한 잔에 세상이 담긴 것 같다’는 말이 상영관을 나온 뒤에도 계속 떠올라 며칠 뒤, 아주 오랜만에 차를 마시러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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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차를 즐겨 마시진 않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차는 루이보스티인데요. 단순히 쓴 맛이 적고 물처럼 편하게 마실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좋아해왔습니다. 평소에는 아무 생각 없이 마셨던 차를 이번만큼은 영화 속의 대사들을 떠올려보며, 차의 향을 조금 더 음미해 보았던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이날 마신 루이보스티에는 레몬 슬라이드가 올라가서 그런지 마지막 한 모금의 상큼한 레몬 향이 입 안에서 굉장히 오래 남았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아직 저에게는 차 한 잔으로 그 안에 담긴 세상이 모두 느껴지진 않았지만, 좋아하는 영화 속의 좋아하는 장면들을 한 번 더 떠올려보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도 따뜻한 차 한 잔으로 여러분 마음속 세상의 여유를 즐겼으면 하는 소망을 가지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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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엄마의 온기
글과 필름 - 매실
저희 엄마는 차를 좋아해요.
물을 끓이고, 잎을 우리고, 차를 천천히 음미하는 시간을 즐길 줄 아시는 분입니다.
오늘은 엄마 그리고 차에 대한 두 가지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 매실차
매실은 익기 전에는 엄청 떫지만 잘 익으면 상큼한 맛이 납니다. 달콤 쌉싸름한 매실이 마치 우리 인생 같습니다. 힘든 순간도 있지만 행복한 순간도 있잖아요. 여담이지만 제 필명인 ‘매실’도, 모든 순간들을 필름 카메라로 담아보자는 뜻입니다. 이런 말을 꺼낸 이유는 제 추억의 상징 중 하나가 바로 매실차이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 배가 아플 때 엄마는 늘 매실차를 해주셨습니다. 한 모금씩 천천히 마시면 차의 온기가 퍼져 몸이 따뜻해졌어요. “이제 괜찮니?” 자기 전 엄마의 걱정 한마디와 함께 잠에 들면 다음날은 언제 아팠는지 모를 만큼 개운해집니다. 이렇게 엄마는 제가 아프지 않도록 언제나 지켜주셨어요. 지금은 아쉽게도 잠시 떨어져 지내고 있는데, 지칠 때면 매실차를 만들어서 마시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 차의 효능보다 그 안에 담긴 더 큰 추억이 저를 편하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 그리고 여름이 되면 본가에 내려가 얼음 띄운 시원한 매실차도 마시고 싶어요. :)
🫖 히비스커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겨울날 엄마와 잠깐 외출을 했습니다. 저는 작은 트리를 사서 신이 난 상태였고, 집에 돌아가기 전에 차 전문점을 들렀습니다. 가지런히 진열된 차구들을 보며 흥미롭게 관찰하고 있었는데 뒤돌아보니 저보다 더 신난 엄마가 빛나는 눈으로 가게를 구경하고 계셨습니다.
엄마가 차를 즐기고, 도자기도 만들어 보셨다는 점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좋아하시는 줄은 몰랐어요. 저는 엄마와 함께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둥글고 예쁜 찻주전자 티 세트를 샀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포장 박스를 여는 엄마의 모습은 정말로 행복해 보여 마치 산타에게 선물을 받은 아이 같았습니다.
새빨간 히비스커스 차는 투명한 찻주전자와 잘 어울렸습니다. 수증기로 생긴 물방울은 크리스마스에 내리는 눈처럼 송골송골 맺혔고 그 아래 채워진 빨간 차는 엄마와 저의 설레는 마음을 비추는 듯했어요. 첫 맛은 독특했지만, 마시고 나면 입이 시원해져 계속 잔을 들게 되는 히비스커스는 그날의 행복함을 떠올리게 합니다.
글을 쓰면서 ‘엄마는 차의 온기를 가진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엄마와 함께한 순간은 늘 따뜻했습니다. 저도 그 온기를 마음에 품고 누군가에게 따뜻한 기운을 나눠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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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한옥마을이 있는 북촌은 찻집이 많아서 정감이 가고 포근해요. 제가 가봤던 북촌의 찻집 소개해 드릴게요.
📍더한옥 - 한옥을 개조한 카페입니다. 가게 한가운데 있는 작은 정원이 인상 깊었어요.
📍델픽 - 다구들이 미술 작품처럼 가지런히 전시되어 있고, 조용한 분위기의 찻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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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과 필름 - 익명의 부원
찻 잔 하나, 그 안에 담긴 차 한 줌, 그리고 마음 한편에 흩어진 생각들이 서서히 어우러져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시간. 차를 마시는 동안은 시간이 더디게 흐르고, 마음이 고요해집니다. 차 한 잔이 곧 마음 한 잔이 되는 듯해요.
필름과 차는 비슷한 점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필름과 차는 모두 시간과 노력을 요구해요. 수동 카메라를 다룰 때, 고요한 마음으로 신중히 필름을 하나하나 채울 때의 느낌. 뜨거운 물을 준비하고, 차 종류에 따라 다른 맛과 향, 온도와 시간까지 차 하나를 우릴 때의 차분함. 순간을 귀중히 여기고, 특별한 시간을 은은하게 표현하는 방법이라 닮았다고 느껴집니다. 일상의 작은 즐거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라 더욱 소중하기까지 해요.
차 한 잔, 그 향기는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열쇠 같습니다. 수험생 시절 제 하루의 유일한 낙은 매일 아침 우려낸 투명한 글라스에 담긴 형형색색의 차 한 잔이었습니다. 녹차 베이스의 난꽃, 동백꽃 각가지 꽃이 담긴 차의 은은한 향을 맡고 있다 보면 어느새 생긴 한 켠의 여유로움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어요.
차의 아름다움은 맛과 향기뿐만 아니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그 빛이 발견됩니다. 찻잎을 고르고 뜨거운 물에 우려내는 과정의 의미를 생각해 볼까요. 속도를 줄이고, 잠시 멈추며 현재의 순간을 음미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차를 우려내는 과정은 인내와 주의를 필요로 합니다. 이 간단한 동작에 집중할 때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며 모든 걱정이 녹아내리는 것만 같습니다.
삶의 조그마한 여유로움이 생긴 지금의 저에게 차 한 잔은 내면을 정리하고 사소한 것들의 감사함을 느끼는 기회 같습니다.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 저는 카메라를 들거나 제일 좋아하는 티백을 우려요. 여러분께 차는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긴장감 가득한 일상을 떠나, 한 잔의 차로 편안함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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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문주원 박유영 이지윤 홍희서
교정
김나연 신민주 정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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