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필름사진 중앙동아리 '찬빛'입니다.
한 주 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어느덧 3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벌써 곧 4월이라니, 믿기지 않네요.
그래서 4월 1일이 만우절일까요? (아무래도 아닐 거 같습니다^^.)
이번주 주제인 답청(踏靑)은 봄에 파랗게 난 풀을 밟으며 산책한다는 의미입니다. 적당한 바람이 불고 햇빛이 좋아서 어딜 가도 빙빙 둘러서 걷게 되는, 지금과 잘 어울리는 단어인 거 같아요.
산책을 좋아하는 저는 이 계절을 참 사랑합니다. 요즘은 함께 걷는 일이 많았어요. 팔짱을 끼고서 지나가는 강아지를 몰래 훔쳐보기도 하고, 시덥잖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한참 동안 벤치에 앉아있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산책을 좋아하시나요?
그럼 이제 57, 뮤시, 담청의 산책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아! 다음주부터 심도는 새로운 시즌 Vol.2 로 찾아갑니다. 새로운 부원분들의 이야기도 많이 기대해 주세요. 16주차까지 첫 번째 시즌 Vol. 1을 읽어주신 분들께, 오늘도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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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음악과 함께 걸었습니다.
글과 필름 - 57
시간이 갈수록 점점 산책하기 좋은 날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걸을 때 언제나 음악과 함께 하는데 특별히 산책할 때는 신중하게 선곡을 하는 편입니다. 듣는 음악은 제 기분에 따라 매번 바뀌곤 하지만 오늘은 산책하며 들었던 음악 중 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몇 곡을 소개해 보려 합니다.
은은한 바람이 불던 가을밤에 J와 이야기하며 청계천을 따라 3시간을 걸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 시간이 정말 좋았습니다. J를 오랜만에 만나서 서로의 근황을 묻고 답하고, 이제는 필수 대화 소재가 되어버린 MBTI, 좋아하는 것들 등 여러 가지를 이야기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그 이야기를 하면서 에어팟을 나눠 끼고 듣던 노래입니다. 분명 대화를 하고 있지만 귀에 들리는 공감 가는 노래 가사, 안부를 묻고 위로를 건네는 듯한 잔나비 최정훈의 목소리. 그리고 에어팟을 나눠 끼웠기에 반대쪽 귀에서 들리던 흘러가는 청계천 물소리와 J의 목소리가 모두 함께 들렸는데, 그때 그 순간을 잊을 수 없어요.
💿 사라진 모든 것들에게-코드 쿤스트, 잔나비 최정훈, 사이먼 도미닉
저번달에 친구들과 강릉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행을 가기 전부터 홀로 계획했던 것이 하나 있었는데 일찍 일어나서 주변 바다 산책을 꼭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숙소를 잡을 때도 경포해수욕장까지 도보 15분 이내의 곳으로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여행 내내 비와 눈이 와서 산책하기 좋은 날씨는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친구들보다 빨리 일어나 우산을 들고 바다로 향했습니다. 경포호를 지나 경포 해변으로 가는 도중엔 산책길에 나선 걸 정말 후회했습니다. 너무나도 추웠거든요. 하지만 바다를 마주한 순간 후회하던 마음은 사라졌습니다. 날씨는 중요하지 않았고 듣고 있던 노래와 눈앞에 펼쳐진, 무서울 정도로 높은 파도를 가진 바다만 기억 속에 남았습니다.
💿 순진한 마음-허회경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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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삼청동 답청
글과 필름 - 뮤시
답청하기에 좋은 곳으로 삼청동을 소개하려고 한다. 그중에서도 국립현대미술관과 그 주변 삼청동 길을 추천하고 싶다. 안국역에서 국립현대미술관으로 가는 길은 다양하다. 안국역 1번 출구에 내려 올리브영이 보이는 골목 초입에서 그대로 직진해서 가는 길, 1번 출구에서 왼쪽으로 꺾어 덕성여자중·고등학교 사이로 지나가는 길과 열린 송현 녹지 광장 옆길로 돌아서 경복궁을 마주하고 걸어가는 가을단풍길(삼청동길) 등이 대표적이다. 세 가지 방법 중에서 나는 덕성여자중·고등학교 사이의 길을 거쳐 가는 것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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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나는 특히 맑고 햇빛이 잘 드는 날의 국립현대미술관을 좋아한다. 평소 건물 창문과 유리에 겹쳐 보이는 형상이나 새겨진 그림자를 찍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곳은 오후에 햇빛이 길게 들어오면 미술관 안 유리 위에 겹친 건물 내부의 모습이 예쁘다. 나뭇잎 같은 자연물을 통과한 햇빛이 만드는 그림자와는 다르게, 건축물에 새겨진 햇빛의 모습을 보는 것도 재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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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이 미술관에 처음 갔을 때에는 전시 관람 후 정문으로 나와서 바로 다음 장소로 이동했었다. 그 후 방문 횟수가 쌓이면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미술관의 주변을 가보게 되었다. 미술관 옆에는 교육동, 그리고 뒤쪽에는 종친부가 있다. 미술관에서 나와 광장을 거쳐 네모나게 구멍이 뚫린 벽의 옆 길로 걸어 올라가면 뒤편의 종친부(한옥 문화재)가 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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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교육동 쪽으로 가면 미술관의 옆모습을 보면서 걸을 수 있는 북촌로 5길이 나온다. 논픽션 매장에서부터 몇 분 더 걸어가면 국제갤러리와 경복궁 등이 있는, 천천히 산책하기에 정말 좋은 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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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교육동 쪽이 아닌, 앞서 설명한 종친부 옆쪽의 작은 출입구로 나가서 직진하면 '자작나무 이야기'라는 카페가 있다. 작은 카페이지만, 내부 창가석에 앉으면 한옥 돌담길 뷰가 펼쳐진다.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를 관람한 뒤 카페를 가고 싶다면 추천하는 곳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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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위 사진은 22년 3월인데, 평일에 삼청동에서 처음으로 전시를 관람하고 나서 핸드폰이 꺼지는 바람에, '2년 전 여름에 방문하고 좋았던 카페가 어디 있더라…'하며 기억에 의존해 찾아간 곳이다. 카페에서 핸드폰을 하지 않고 있으니 열린 창문 틈새로 들어오는 공기부터 거리를 지나가며 내가 앉아있는 카페를 궁금해하는 사람들까지 많은 순간들을 온전히 기억할 수 있었다. 이 사진은 첫 번째에 소개한 날과 동일한 날인데, 핸드폰이 꺼져서 기록을 남길 만한 것은 필름 카메라 밖에는 없다고 생각하여 큰 기대 없이 찍은 사진이지만 두고두고 마음에 드는 사진이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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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마음으로 쓴 단상집, 제목은 산책
글과 필름 - 담청
안녕하세요, 담청입니다. 새 학기의 시작과 함께 인사드렸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3월의 마지막 주가 되었네요. 이제 햇살은 정말로 봄을 틔울 만큼 따스해졌고, 곳곳에서 분홍빛의 꽃송이들이 보입니다. 오늘 제가 들려드릴 이야기의 주제는 이러한 요즘의 날씨와 알맞는 산책입니다. 여러분들은 산책을 좋아하시나요? 사실 저는 움직이고 운동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성향의 사람인데요. 이상하게도 필름 카메라와 함께하는 걸음은 늘 즐겁기만 해서, 저의 산책은 대부분이 필름 카메라와 함께였던 것 같습니다. 필름과 함께한 걸음들과 그 속에서 떠오르곤 했던 저의 생각의 조각들을 꺼내어 보여드릴게요. 대단하지는 않아도 모두가 빛나고, 제게는 소중한 것들이랍니다.
필름 사진을 찍으며 알게 된 것이 하나 있는데, 생각보다 저는 초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이에요. 이전까지는 좋아하는 색이 무엇이냐고 물어봤을 때 단 한 번도 초록색 계열은 고려해 본 적이 없었는데요. 필름 카메라를 들고 이곳저곳을 걸으며 사랑하게 된 초록이 있습니다. 반짝이는 태양빛이 눈부시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저는 문득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경용으로 심어진 식물들을 보다가 발걸음을 멈추게 되었습니다. 한낮의 태양빛을 받아 투명하게 빛나는, 연한 노란빛을 띄는 연두색이 참 사랑스럽게 다가와 저의 마음을 설레게 했습니다. 이런 빛깔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은 제가 저에 대해 처음 알게 된 사실이라 새롭고 기쁘기도 했습니다. 저는 저를 아주 잘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새롭게 알아갈 것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도 하였습니다. 이 사진은 작년 이맘때쯤 하프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인데요. 과노출로 인해서 사진이 지나치게 밝게 나왔지만, 오히려 그것이 제가 사랑하게 된 그 초록을 잘 나타내주는 것 같아서 좋아하는 사진입니다. 봄을 기록하고자 브이하고 찍은 사진도 함께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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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산책을 이야기했으니 추운 겨울날의 산책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때는 2021년 12월, 눈이 펑펑 오는 어느 겨울날이었습니다. 그날은 특별한 일정이 없어서 쉬던 중이었는데요. 밖에 눈이 내린다는 소식을 듣고 필름 카메라를 챙겨 외출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내리는 눈의 양이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카페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동안 점점 눈발이 강해지더니 이윽고 함박눈이 펑펑 내렸습니다. 얼른 필름 카메라를 챙겨 나와 그 순간을 기록했습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사진을 찍다 보니 어느새 점점 해도 지고 빨갛게 변한 손은 얼어버린 것만 같았습니다. 우산을 대충 어깨와 턱 사이에 끼우고 사진을 찍느라 힘들기도 했고요. 그런 와중에도 저보다는 카메라가 눈을 맞지 않으려고 하는 저의 모습을 보며 웃음이 나왔습니다. 동시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정말 온 마음을 다해서 필름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구나.’ 저는 남들보다 두 배는 더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인데도… 그 순간만큼은 행복으로 가득했거든요. 함박눈과 함께한 즐거운 산책 속에서 찍은 사진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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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필름 사진으로 기록한 저의 산책과 단상들을 공유해 드렸는데요. 누군가와 함께하는 산책도 물론 좋지만, 혼자서 하는 산책은 자신에게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멋진 시간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도 산책을 하며 알게 된 자신에 대한 새로운 것들이 있으신가요? 혹시 있으시다면, 메일링 하단에 있는 의견 보내기를 통해 공유해 주셔도 참 좋을 것 같아요. 산책을 위한 최적의 날들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구독자 여러분들도 이를 충분히 즐기셨으면 좋겠네요. 그럼,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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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도(SIMDO)의 첫 번째 시즌, Vol.1
(2022.12~2023.03)
- 참여한 사람들 -
글과 필름
강선혜, 김수인, 문주원(우디), 이윤혜(뮤시), 박소연(모리), 서정원(헤이즐넛, 익명), 송채민(CIEL), 익명의 부원1, 익명의 부원2, 익명의 부원3, 익명의 부원4, 익명의 야채쿵야, 정다은(담청), 호잉, 홍희서(57), sEo
발행
레이아웃 문주원
인트로 작성 홍희서
발행 이지영
교정
정다은 송채민 최서인
디자인
로고 디자인 박소연
대표 이미지 이윤혜
총괄
문주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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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음주 금요일, 새로운 시즌으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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