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필름사진 중앙동아리 '찬빛'입니다.
이번주 주제는 커피입니다.
독자 여러분은 커피를 즐겨드시나요? 저는 대학로에 있는 학림다방의 비엔나 커피를 좋아합니다. 주기적으로 찾는 카페의 커피가 있을만큼 커피를 좋아하지만 많이 마시면 심장이 빨리 뛰어서 아샷추(아이스티+샷추가)를 즐겨마셔요. 이번 메일은 각자 좋아하는 커피와 함께 즐겨보시는 건 어떨까요?
뮤시와 우디, 모리가 커피향이 가득한 글과 사진으로 이번주를 채웁니다.
추신. 소통하기를 통해 여러분의 최애 커피와 카페를 추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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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과 필름 - 모리
우리는 많은 상황에서 커피가 필요함을 느낀다. 누군가와 밥 한 끼하고 마저 못한 얘기를 하기 위해 간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 디저트가 너무 달아서 먹는 커피, 유명한 로스팅 카페에서 먹는 커피, 무엇보다도 가장 절실하게 필요할 시험 기간의 커피 등등.. 보통의 사람들과 같이 나도 시험 기간이나 일을 해야 될 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많이 마신다. 그렇지만 그건 커피를 즐기기보다는 일종의 에너지 포션이랄까.. 온갖 생각으로 터질 것 같은 머리를 식히는 카페인 냉수마찰에 더 가깝다는 느낌이다. 그걸 마신다고 크게 일의 효율이 높아지는 건 아니지만, 이젠 이거라도 안 마시면 효율이고 뭐고 진행이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커피를 좋아한다고 종종 말하곤 하는데, 내가 소비하는 커피의 종류는 이런 류가 8할은 차지해서 과연 내가 정말 커피를 즐기는 건가 싶기도 하다. 게다가 난 어렸을 때부터 유당불내증이 있었기 때문에 아메리카노와 드립 커피밖에 즐길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났다. 크림 커피나 라떼가 유명하다는 카페에 가서 굳이 위험을 감수해가며 마셨을 때 되돌아오는 화장실 폭탄은 후회만 남긴다. 그래도 요즘은 오트밀 우유로 바꿀 수 있는 선택권이 많이 생겨서 감사하게 생각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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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나의 냉수마찰에 불과한 8할의 커피 외의 2할의 진정한 커피를 생각해 보자면, 뭐 그렇게 음미하면서 마신 건 아니지만 커피 한 잔으로 인한 즐거운 기억도 있었던 것 같다. 친구들과 '그 카페의 그 커피' (예를 들어 학림 다방의 비엔나커피)를 마시러 가서 같이 감상을 나눈다거나, 울적한 날에 혼자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멍 때리면서 커피를 마신다거나 하는 그런 순간들 말이다. 되돌아보면 커피의 맛뿐만이 아니라 요즘엔 공간의 인테리어 또한 그 순간의 기억을 결정하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카페인 서촌의 MK2에서 그런 감상을 느꼈다. 런던에서 여행했을 때 쇼디치의 어느 카페 야외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멍을 때렸던 적이 있는데, MK2의 창가 자리에 앉아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니 순간 다시 런던에서 여행한 날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여행 당시 3주 가까이 진행된 유럽여행으로 몸과 정신이 많이 지쳐 관광지에 이골이 난 상태였는데 쇼디치의 한산한 주택가에 있는 카페에서 아이스 롱 블랙과 함께 조용히 멍을 때리니 좀 살 것 같았던 기억이 있다. 1년 중 날씨 좋은 날이 몇 없다던 런던에서 그날 유독 선선하고 밝은 날씨에 더욱 좋은 기억이 된듯하다. MK2는 아르바이트 출근 전 시간이 비어서 잠깐 앉아 있으려고 들어간 카페였는데 반년 넘게 지난 여행의 기억이 생생하게 느껴져 신기했었다. 잘 정돈되어 꾸며진 카페와 맛이 좋은 커피의 조합은 여행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구나 싶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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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되돌아보면 굳이 카페에 가지 않아도 주말에 오래간만에 청소한 깨끗한 집에서 캡슐 커피 머신으로 내려서 아무 생각 없이 마시는 커피도 좋은 것 같다. 많은 사람이 커피를 마시면서 여유를 즐기기보단 에너지 드링크나 카페에 앉아있기 위한 역할로 많이 소비하는 것 같은데, 다들 한 번씩 좋아하는 카페나 집에서 혼자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생각을 비우는 시간도 가졌으면 한다. 각박하고 복잡한 사회에서 이렇게 가끔 카페인 수혈도 하면서 머릿속을 비우는 시간도 있어야 정신 차리고 일해야 할 때 머리가 제 기능을 하는 것 같다. 커피를 마시면서 들을 음악이라고 하면 조용한 발라드 타입의 재즈가 어울린다고 할 수도 있지만, 생각을 비우기에는 밴드 라이브 공연 영상만 한 게 없다고 생각해서 톰 미쉬의 라이브 영상을 추천하면서 글을 마친다. 다들 즐거운 음악과 함께 여유로운 커피 한잔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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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런던 몬머스 커피의 카푸치노와 아몬드 크로와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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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망원(望遠), 원망(遠望)
글과 필름 - 뮤시
작년 여름에 들어 내게 원망을 품게 해준 공간이 생겼다. 모두가 익히 아는 ‘원망(怨望)’대신 이 글에서 내가 사용하는 원망은 조금 다른 의미의 ‘원망(遠望)’이다. 앞의 한자 하나 차이이지만, 첫 번째 원망(怨望)은 ‘못마땅하게 여기어 탓하거나 불평을 품고 미워함.’이고 두 번째 원망(遠望)은 ‘아득하게 멀리 바라봄’과 ‘먼 앞날의 희망.’을 뜻한다.
1년 전의 나에게 원망을 품게 해준 공간을 물어본다면, 종로라는 지역을 말할 뿐이었다. 그곳에는 익숙하고 좋은 공간들이 많았지만 대부분 나에게 한 번의 방문이면 잊혀지는 곳들이었다. 그러던 작년 7월 어느 날, 부원 Ciel과 함께 망원동(望遠洞) 카페 ‘모을’로 놀러 가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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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가 멀어 매번 방문을 미뤘던 곳이었다. 큰마음 먹고 방문한 모을은 마치 우리가 오길 기다렸다는 듯 햇볕이 길게 드는 좋은 자리가 나 있었다. 모을의 메뉴인 제철 과일을 먹으니, 마치 여름방학에 한적한 마을 작은 집에서 힐링하는 것만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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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다음에 이곳을 다시 방문할 내 모습을 상상하게 되었고, 망원동의 평화로운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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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동을 놀러 가본 이후로 더 먼 곳인 연희동을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그렇게 연희동을 간 것은 8월, 부원 담청과 함께였다. 이날 머무른 카페 ‘프로토콜’은 현재 내게 가장 큰 원망을 품게 해준 곳이다. 프로토콜은 음악부터, 바리스타들의 복장, 테이블마다 비치된 브랜드 철학을 담은 리플렛과 커피 맛까지 모든 것이 막힘없이 흘러가는 잘 짜여진 한 편의 이야기 같은 곳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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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 CIEL
사진으로 기록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 “프로토콜을 찾는 사람들의 기록들이 이루어져 이 공간이 기록된다”라는 담담하지만 브랜드 가치를 진실하게 전달하는 문장에 강렬한 첫인상을 받았다. 그 후 프로토콜의 브루잉 클래스부터 코엑스에서 개최하는 2022 커피쇼까지 찾아가며 이 카페의 행적을 열심히 쫓았다. 그 결과 사장님이 나를 알아보는 정도가 되어서 어쩐지 조금 부담스러운 마음도 들었지만, 요즘도 마음의 안정을 얻고 싶을 때 시간을 내서 방문하는 곳이다. 이 멋진 공간을 알게 된 후 좋아하는 한 가지 분야를 파고들어 그것을 성공적으로 구현하고 싶다는 원망을 품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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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 CIEL
각자 다른 방식으로 삶의 원망을 얻겠지만, 아직 삶의 원망을 품기에는 멀었다며 '망원(멀리 바라봄)'하기보다는 현재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것도 큰 가치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서 나의 원망이 변화할 수 있겠지만, 프로토콜로부터 품은 원망의 기본적인 형태를 앞날에도 유지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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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어떤 시간을 가장 좋아하나요?
글과 필름 - 우디
며칠 전 유튜브 예능을 보다 ‘어떤 시간을 가장 좋아하나요?’라는 질문이 나왔다. 함께 보고 있던 언니가 나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고, 나는 ‘편안한 마음으로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 시간’이라고 답했다. 구체적으로는 따뜻한 햇볕이 쬐는 낮, 좋아하는 카페에서, 조용하게 커피를 마시는 것이다. 혼자 책을 읽거나 함께한 사람과 편안한 대화를 한다면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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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에 대한 관심은 엄마로부터 시작했다. 엄마가 커피를 아주 좋아해서 호기심에 여러 번 도전해 봤지만, 정말이지 맛이 없었다. 항상 똑같이 맛이 없었다. 그러다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부터 달달한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가끔 학교 앞 카페에 가서 아이스 바닐라 라떼를 마시는 게 야자시간의 낙이 되었다. 성인이 되고 이사를 오면서 집에 커피 머신이 생겼다. 마침 베이킹, 홈카페에 빠져 있었던 시기라 아이스크림을 넣은 썸머라떼, 열심히 팔을 저어 만드는 달고나라떼, 아이스크림에 샷을 부어먹는 아포가토 같은 것들을 만들어 먹었다.
더운 여름이 되고 문득, 얼음을 가득 넣은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운 날에 마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매력은 생맥주와 비슷하다. 맥주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더운 여름 생맥주의 첫 모금은 자주 떠올리게 되는 것처럼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생각났다.
점점 커피 맛에 익숙해지고, 관심을 가지면서 지금은 커피가 일상이 되었다. 카페인으로 각성 효과를 느끼거나 잠이 깨지는 않지만, 맘 편히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몸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내 몸을 위해 하루에 한 잔만 마시려고 노력한다.)
커피에 대한 취향도 많이 생겼다. 걸어서 20분 정도 걸리는 동네 카페가 있는데, 엄마의 추천으로 드립 커피에 도전해 봤다. 처음 먹어보는 맛이 낯설었지만 기분 좋은 맛이었다. 대체로 고소한 원두를 선호하지만, 드립 커피의 적당한 산미는 깔끔해서 좋았다. 그 카페는 작지만 직접 로스팅을 하고, 원두를 납품하는 곳이라서 갈 때마다 다른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그리고 재작년~작년부터 드립커피를 취급하는 카페가 점점 많아지면서 드립 커피를 쉽게 마실 수 있게 됐다. (물론 가격이 사악한 곳이 꽤 많다.) 그렇게 드립 커피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
엄마를 꼬셔 장비들을 갖추고, 좋아하는 카페에서 원데이 브루잉 클래스를 듣기도 했는데 역시 집에서는 손이 잘 가지 않는다. 그렇지만 클래스를 들었을 때, 커피에 대한 얘기를 듣고 나누는 게 좋았어서 나중에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 또 어쩌면.. 언젠가 내 취향이 가득 담긴 공간에서 맛있는 커피를 내어주는 카페 사장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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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서울의 카페들
1. 보리수 (보문)
학교 근처 카페 중 가장 좋아하는 보리수. 아지트 같은 곳이다. 귀여운 강아지를 자주 볼 수 있다!
2. 카페 누 (서촌)
디저트가 더 유명한 곳이지만, 개인적으로 이 곳의 커피를 아주 좋아한다.
3. 잔원 (은평)
여름에 더더욱 좋은 공간이다. 고요한 분위기, 깔끔한 커피, 소박하고 귀여운 다과. 진심으로 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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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프로토콜 (연희)
항상 보장된 맛과 공간. 편안하게 노트북 하러 가기에는 프로토콜만한 곳이 없다. 이곳의 창가자리를 아주 좋아한다.
5. 뚤리 (홍제)
홍제천 바로 앞에 있는 아담한 카페. 작은 디저트가 아주 맛있다.
6. 모을 (망원)
날씨가 좋을 때 멍 때리기 좋은 곳. 계절에 맞춰 달라지는 과일을 먹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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