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필름사진 중앙동아리 '찬빛'입니다.
벚꽃잎이 떨어지고 새잎이 돋아나는 나날입니다.
더 보고 싶지만, 곧 비바람에 흩어져버리는 벚꽃은 아쉬움과 동시에 뒤따라올 계절을 맞이할 기대감을 줍니다.
흩날리는 벚꽃을 보면 마치 함박눈과 닮아 걸음을 멈추고 감탄하곤 했습니다.
매년 봄에는 저도 모르게 이런 습관이 생기게 됩니다.
우리들은 저마다의 습관을 가지며 살고 있지요.
습관은 마음 속에 떠돌아다니는 무의식을 현실 속에서 비추는 거울 같습니다.
구독자분들은 어떤 습관이 있으신가요?
그 습관은 우리 마음 속 무엇을 비추고 있는 걸까요.
이번 주는 습관을 주제로 김뚜, 뮤시, 지윤님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매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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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과 필름 - 김뚜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립니다. 올해는 여느 때보다 봄이 일찍 찾아왔는데 봄은 잘 맞이하셨나요? 저는 심도 17주 차 주제를 받고는 글을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하며, 글을 공개하기도 전에 벌써 긴장하고 있습니다.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흐릿하게라도 품고 있었지만, 메일링 서비스는 고사하고 블로그도 안 쓰는 제가 글을 선보이려니 정말 떨리네요.
평소 친구들과 대화할 때도 제 이야기를 잘 안 하는 습관을 지닌 만큼, 말로든 글로든 속에 있는 무언가를 꺼내 보이는 걸 어려워합니다. 스스로 말재주가 없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말할 타이밍을 재다가 놓친 적도 있고, 제 말이 길어지면 왠지 불편해서 저의 이야기를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 수업에서 인간관계가 심화되려면 상호 간의 자기 공개가 필요하다는 것을 배우고는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밀한 이야기를 저에게 털어놓았지만 제가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자 조금 서운하고 민망했다던 친구의 말부터, 무엇을 하며 지내냐는 평범한 질문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대충 얼버무리던 저를 떠올리고는 스스로에 대해 이야기를 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심도 연재를 함으로써 제 이야기를 하는 게 편해지면 좋겠다는 소망을 첫 글에 담아봅니다. 하늘을 뒤덮은 나뭇잎을 햇빛이 헤치고 저에게 도달하는 것처럼, 심도에 싣는 글이 늘어날수록 마음속에 빽빽한 잎사귀를 헤치고 자신을 꺼내 보이는 것에 익숙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가 찍은 필름 사진을 소개합니다.
그럼 다음에 뵐 때까지 몸도 마음도 건강하시길 바라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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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초록을 좋아하세요
글과 필름 - 뮤시
나는 취향이 뚜렷하다. 특히 좋아하는 색은 나를 며칠만 본 사람도 무슨 색인지 알 정도로, 항상 나와 함께 한다. 내가 좋아하는 색은 초록색 계열로 나의 핸드폰, 아이패드 케이스, 형광펜, 신발 등 다 말하기도 힘들 정도로 가득하다. 심지어 평소에 친구들이 먼저 초록색의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나에게 안 찍냐고 물어보거나, 초록색을 보니 내가 생각났다며 찍어서 보내주기도 한다. 나의 뚜렷한 색 취향이 곧 사진으로 반영되고는 하는데, 이번 글 주제인 ‘습관’에 맞추어 내가 찍었던 초록색이 들어간 필름 사진과 그 배경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나는 평소 일상에서 눈앞에 마주한 나무와 같은 초록색 풍경을 위주로 찍어왔다. 그 외에, 작은 초록색 사물을 발견하게 되어도 핸드폰이나 디지털 카메라로만 찍었었다. 그러던 중 2월에 일본 후쿠오카로 여행을 갔을 때, 거리엔 색이 정말 다양했는데 그중 초록색이 많았다. 여행 초반에는 필름을 아끼느라 한 롤의 1/3도 채우지 못했고, 셋째 날부터 열심히 주변의 숨겨진 초록을 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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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초록색을 필름에 담은 첫 사진이다. 자세히 보면 자전거 주차가 안 된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현상하기 전까지는 적혀있는 문구를 몰랐는데, 받고 나서 의미를 알게 된 것도 재미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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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위 사진은 어쩌다 찍었는지 기억이 안 나서 현상 후 결과물을 받고 당황했지만 뚜렷한 그림자 대비와, 무채색투성이인 바닥에 초록색 블록이 존재감을 잘 드러내어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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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걸어올 때부터 로드콘들 사이에서 두 개만 햇볕을 쬐며 길이 생긴 게 신기해서 찍을지 말지 고민을 하다가 찍었다. 때마침 지나가던 차도 같이 나와서 단조로울 수 있는 사진이 재미있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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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초록색 고깔이 정리된 것을 발견하고 찍었다. 원래는 초록색 고깔이 주인공인데, 어쩐지 지나가던 빨간색 차에게 시선이 빼앗긴 것 같다. 이렇게 예상치 못한 경우들이 필름 사진에 재미 요소를 더해준다. 일본의 가지각색 다양한 차 색상들을 보다 보니 한국에 돌아와서도 주변 자동차나 작은 사물들을 유심히 보는 습관이 새로 생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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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 며칠 전에 엄마와 함께 삼청동을 갔을 때의 사진이다. 이날 유독 초록색 차들이 많이 보였고 사진 한 장을 남기고 싶어서 셔터를 눌렀다. 나는 보통 조금 더 깔끔한 구도와 사진을 위해 필름을 아끼곤 했는데, 이번 일본 여행을 계기로 단순히 핸드폰이나 디지털 카메라로 초록을 기록하는 것에서 나아가 필름 카메라로 담는 새로운 습관이 생기게 되었다. 완벽한 구도를 찾아서 찍는 것보다 때로는 좋아하는 것을 과감히 찍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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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바위 틈을 뚫고 꽃을 피워내듯
글과 필름 - 지윤
요즘에 마스크 많이 쓰시나요?
저는 아직 마스크 없이 새로운 누군가를 마주보는 일이 어색할 때가 많습니다. 3년의 시간 동안 저와 마스크는 한 몸이 되었으니까요. 부끄럽고 불편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매년 마스크를 쓰고 눈만 보이는 채로 맞이하던 쓸쓸한 새 학기와 달리, 올해의 봄은 조금 다른 것도 같습니다. 강의실에서 사람을 직접 만나고 새로 알게 된 사람들과 밥도 먹고, 수다도 떨며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하거든요.
습관처럼 꼭꼭 마스크를 쓰고 다니던 저도 하나 둘 마스크 없이 편히 있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한 번 벗고 다녀볼까, 하고 사람이 많이 없는 길에선 조금씩 마스크 없이 걸어보고 있는데요. 코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들어와 괜스레 이 계절이 불쑥 찾아온 것이 느껴져 두근거리는 것 같아요.
그런데 내가 그동안 마스크 속에 숨겨왔던 건 얼굴만이 아니었나 봅니다. 최근에 저는 저와 소울 메이트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을 만났는데요. 친구하자는 말 한 마디를 하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지.. 한정된 시간과 내 앞의 상황들, 또 이런 저런 것들 때문에 혼자서 고민만 잔뜩하고, 지레 겁먹어 다신 그 사람을 만나지 못할 최악의 상황부터 생각하느라 두려움에 빠졌습니다. 두려움에서 헤매다 이대로 인연을 놓쳐버릴 수 없어, 마냥 따스하지만은 않은 초봄의 떨림을 느끼며 저는 용기 내어 말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 나는 마음을 감추고 속에만 담아두는 일이 습관이 되어버려 이토록 오랜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겠죠.
실제로 현직 의사들의 의견에 따르면, 마스크는 바이러스와의 접촉을 차단하면서 면역을 저하시켜 가끔 바이러스를 마주하게 되었을 때 심하게 아플 수 있다는데요. 그 뿐만 아니라 외향적 사람마저 내성적이고 소극적이게 만들 수 있으며, 영유아와 학령기의 아이들은 언어능력과 사회성을 습득하는 데 오래 걸리게 한다고 해요. 굳이 마스크에 우리 모습을 꽁꽁 감추지 않아도 되었으니 이제부터 조금씩 더 얼굴을 마주하며 웃어 보이고 벽을 허물어 마음을 표현하는 연습을 다시 해보는 건 어떨까요? 나를 온전히 표현할 수 있게 되기까지 누군가는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지만 4월이 다가와도 나무마다 부끄러워하다 꽃을 마침내 피워내는 시기가 조금씩 다르듯이, 우리도 마음의 꽃을 피울 수 있을 거예요. ☺
Film
꽃마다 피는 속도가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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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문주원 박유영 이지윤 홍희서
교정
김나연 신민주 정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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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음주 금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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