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필름사진 중앙동아리 찬빛입니다.
지난주에 발행된 Vol. 2의 첫 번째 글 잘 받아보셨나요? 이번 달부터 여름까지는 3기 부원들의 글과 필름을 보내드립니다.
이번 주는 모든 이가 살아가는 매 순간 느끼는 감정 중 하나인 불안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며칠간 숨쉬기 두려울 정도로 뿌연 공기가 가득했습니다. 회색 하늘을 보면 이 감정이 눈으로 보이는 것 같습니다.
미세먼지는 하루 이틀 정도가 지나면 사라지기도 합니다. 우리의 감정은 어떨지 몰라도, 맑은 하늘이 위안이 되길 바랍니다.
57, 최소, sinB, 지구가 이야기하는 불안함의 감정에 대해 들어볼까요?
57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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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불안으로부터,
글과 필름 - 57
‘불안’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내 생각을 적어가다 보면 분명 부정적인 이야기만 잔뜩 하게 될 것 같은 걱정이 있어서요.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불안을 남에게 내비치는 것은 저에겐 어려운 일입니다. 불안함을 보여주면 어느 순간 그것이 약점이 되는 것 같아서 두렵습니다. 하지만 저의 불안을 공유함으로써 불안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감정이라는 것을 독자 여러분도, 그리고 저 스스로도 인정할 수 있도록 거침없이 이야기를 꺼내 보려 합니다.
심도의 첫 레터, 첫 번째 글에도 적었지만 저는 최대한 막연함을 멀리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막연함은 불안감을 느끼게 하는 큰 요소 중 하나니까요.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해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일. 그것은 어떤 일을 새롭게 시작할 때 저에게 항상 있는 일입니다. 어쩌면 저는 새로운 일을 하기 전 매번 설렘보다는 불안이 앞서는 것 같습니다.
4월은 벚꽃이 개화하는 달이기도 하지만 대학생들에게는 중간고사의 달이기도 합니다. 저는 매 시험 기간마다 견딜 수 없는 불안감에 위염은 기본이고 장염, 식도염 등 스트레스가 원인인 병들과 함께합니다. 도서관에 앉아있다 보면 많은 생각이 들어요. 주변 사람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긍정적인 자극을 받으면 좋겠지만..) 스스로가 남들보다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는 또다시 불안감을 느끼게 됩니다.
앞서 말한 새로운 시작의 순간, 시험 기간에 느끼는 감정은 제가 느끼는 불안의 극히 일부일 뿐입니다. 매 순간, 사소한 부분에도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지만, 이 감정들을 해소하는 안내서 같은 방법은 저도 잘 모릅니다. 이러한 새로운 시작에 대한 막연함과 두려움은 그 일에 어느 정도 적응하면 사라지고, 중간고사 때 느끼는 감정들은 그 기간이 끝나면 잠깐이지만 저절로 사라지곤 했습니다. 해소하는 방법은 불안 요소마다 다르지만, 그냥 이 감정을 인정하는 것부터가 불안감에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저의 불안감에 대한 인정을 시작으로 조금씩 나아가 결국엔 견뎌내보겠습니다.
Film
불안함으로 가득 찼던 고3 시절에 찍었던 필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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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불안한 오늘을 살아가는 너에게.
글과 필름 - 최소
불안. 걱정. 초조함.
고등학교 3년을, 아니 그보다 더 긴 시간 동안 나를 지배해왔던 감정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새벽에 눈을 감기 직전까지 불안은 내 머릿속을 떠나본 적이 없다. 하나의 일이 해결되면 그다음 일에 대한 불안이 시작되었다. 벅찼고 또 괴로웠다. 사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불안은 관성이 있어서 노력해서 멈추지 않으면 제 힘을 그대로 유지한다. 생각에는 에너지 손실도 없는지 멈추지도 않는다. 우습게도 불안은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다른 그 어떤 것보다 강력한. 불안에 떠밀려 공부를 했고, 관계를 유지했으며 해야 할 일들을 해냈다. 가끔은 불안이 느껴지지 않는 상태에 대해 걱정하기도 했다. 스스로가 나태해진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이었다.
분명한 것은, 불안과 행복은 공존할 수 없다. 나는 행복을 팔아 불안을 샀었고, 그래서 불행했다. 성취를 해도 스스로에게 오만해질 것이라는 불안으로 나를 칭찬하고 다독이지 않았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남들보다 뒤처질 것이라는 불안으로 나를 몰아세웠다. 많은 날들을 울었고 다시 또 그런 나에게 불안해했다.
그러나 여러 경험을 통해 얻은 것은 역설적이게도, 불안과 성취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것이었다. 불안은 오히려 많은 일들에서 나를 망설이게 만들었고 움츠러 들게 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앞을 내다보아선 안된다. 나에게 다가오고 있는, 나를 관통해 지나쳐가고 있는 이 순간을 보아야만 한다. 쉽게 그려지는 다양한 미래가 아닌 너무 사소해서 응시하기 힘든 현재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 창문 밖으로 고개를 돌리면 봄이 만연해있다. 꽃이 만발하고 푸른 잎이 돋아나는 지금, 이제는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걸어나가자. 나를 믿는 사람들과 함께, 그리고 나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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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불안
글과 필름 - SinB
불안은 언제부턴가 늘 저와 함께했어요. 아주 어렸을 적에는 갑자기 집에 불이 난다든가, 전쟁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에 불안에 떨곤 했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귀엽게 느껴질 만큼 사소한 고민이지만 그 당시에는 대단히 크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좀 더 자라고 나서는 대학에 갈 수 있을까,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맞는 걸까... 이런 불안들이 무럭무럭 자라서 절 삼키고는 했었지요.
제가 좋아하는 노래의 가사처럼, 불안한 마음은 언제나 가슴 한 켠에 있는 것 같아요. 아주 행복한 순간에도 ’이 행복이 꿈은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 게 사람이니까요. 그래도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했던 걱정, 고민들은 대부분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어요. 설령 그 불안들이 가끔 현실이 되더라도 상상했던 것만큼 최악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지금 돌이켜보면 다 지난 일이라 느껴지고 심지어 종종 ‘그때가 좋았지~’ 하고 회상하기도 하죠. 여러분도 그렇지 않나요?
미래는 아무리 상상해 봐도 늘 예상을 비켜가고, 과거는 이미 지나가 버려서 되돌릴 수 없죠. 지금 가지고 있는 불안이 미래에 대한 걱정이든 과거에 대한 후회이든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건 지금은 살아내는 것뿐이에요. 물론 지금에 충실하는 것은 정말 어렵고 많은 용기가 필요하단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요. 이 글을 쓰는 저도 매번 다짐하지만, 매번 실패하니까요.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그저 불안을 껴안고 함께 침대에 누워 보는 것도 좋아요. 그것 또한 지금을 살아내는 방법이니까요. 그치만 분명한 것은 언젠가 그 순간마저도 지나가서 또 다른 지금이 찾아온다는 거예요. 이것만 잊지 않고 기억한다면 우리는 더 나은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우리 함께 지금을 살아갑시다.
p.s. 이 글을 쓰면서 들었던 노래를 추천합니다!
💿 우린 - DAY6 (Even of Day)
틀림없는 사실은 다시 빛은 돌아온다는 것! 모든 걸 바라보며 살아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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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과 필름 - 지구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그동안 심도 메일링 서비스에 울고 웃던 한 명의 구독자에서 이야기를 싣는 사람이 되다 보니 좋은 글을 드리고 싶다는 욕심과 걱정이 앞서지만, 최대한 담백하게 이야기를 전해 볼게요.
23년도 1월 초부터 2월 초까지 다녀온 한 달간의 유럽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그 겨울 저는 한 쪽이 올라가면 한 쪽이 떨어지는 시소에 오른 듯 불균형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그저 집을 벗어나 새로운 곳을 가보자는 마음으로 무작정 독일 단기연수를 신청했습니다.
처음 경험한 유럽은 긴장과 걱정의 연속이었습니다. 다른 나라 언어로 되어있는 메뉴판을 읽는 것부터, 학교에 가기 위해 트램을 타는 것까지..! 내 삶에 확신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잔뜩 품었는데, 이건 뭐랄까.. 깊이 숙고해도 모자랄 판에 무거운 고민들은 생각도 못 해보고 헤매기만 하다가 한 달이 다 가버렸습니다.
모순되지만, 저는 이런 여정을 거치며 무엇이든 해볼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어서 돌아왔습니다. 처음 가 보는 길 앞에서 걱정만 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틀린 길이라도 발자국을 떼는 것이 더 큰 의미를 갖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 것이죠. 마음껏 헤매며 돌아다닌 땅은 나의 것이 된다는 말이 거짓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마음이 울렁일 때, 이렇듯 확신을 가지는 경험을 하거나 그저 지나갈 감정(불안)임을 스스로 상기시키는 방법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불안은 결국 우리 스스로의 방법으로 지나 보내는 것이지만, 이 방법이 여러분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덧붙입니다.
적당한 불안과 함께 잘 살아가는 우리를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따뜻한 바람을 마음껏 즐기시며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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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비슷한 구도의 사진을 소개해드립니다.
한국과는 조금 다르게 낮고, 일관되지 않은 건물들이 매력적이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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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좋은 날 다녀온 에펠 탑 사진입니다. 제가 많이 좋아하는 사진이랍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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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문주원 박유영 이지윤 홍희서
교정
김나연 신민주 정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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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도의 18번째 이야기,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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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음주 금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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