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필름사진 중앙동아리 찬빛입니다.
5월 10일 어버이날, 5월 15일 스승의 날
존경을 담아 편지를 적을 일이 많은 5월입니다.
5월이 되면 존경했던, 또는 감사했던 대상들의 얼굴을 문득 떠올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마음을 전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모두에 대한 존경을 담은 귤나무,
아빠에 대한 존경을 담은 뮤시,
부모님에게 존경을 담은 최소처럼.
여러분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들에게 편지로 마음을 전해보는 건 어떨까요?
57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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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존경을 담아_
글과 필름 - 귤나무
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잘 지내시고 계시나요?
선선했던 4월을 지나 5월이 왔는데요. 이렇게 다시 글을 통해 만나 뵙게 되어 정말 기뻐요.
오늘은 ‘존경’을 주제로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여러분은 ‘존경스러운 인물’하면 어떤 분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저는 존경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어떤 인물보다는 초등학생 때의 기억이 떠오르는데요.
존경스러운 인물을 선정하고 발표하는 숙제가 항상 어렵게 느껴졌던 기억이 강렬하게 떠올라요.
‘존경’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던 나이, 존경을 담아 한 인물을 바라보게 되었을 때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잘 알지 못하던 나이. 그때가 떠올라요. 그 시절의 제가 그저 화려하고 유명한 사람을 존경스러운 롤 모델로 선정하고 발표할 때, 어떤 분들은 이미 그때부터 ‘존경’을 이해하고 존경을 담은 시선으로 누군가를 바라보기도 하셨겠죠.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여러분의 삶에서 가장 처음으로 존경심을 느꼈던 인물은 누구인가요?
삶의 마지막 순간에서 떠올리게 될 존경스러운 인물은 누가 될 것 같으신가요?
어린 시절의 나와 죽음이 가까워진 나. 제가 너무 갑작스럽게 극단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네요.
지금 여러분이 존경을 담아 바라보고 계시는 것에 대해서는 굳이 질문하지 않으려고요. 과거의 나, 미래의 내가 존경을 담아 바라보게 되는 무언가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현재의 자신에게도 다가갈 수 있을 듯하니까요. 그러니 면접 질문처럼 진부한 질문은 하지 않을게요. '현재 존경하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그 사람의 장점이 무엇이라 생각하나요?'와 같은..
타인에게서 배울 점을 찾고, 그것을 나의 장점으로 만들지 못하더라도 존경하는 마음. 그 마음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타인을 응원하게 되고, 나아가 그 감정이 나 스스로에게 지지대를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굳이 멋지게 포장하지 않아도 존경을 담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의미 있는 것이죠. 저는 저의 삶에서 어쩌면 무겁게 느껴질지도 모르는 ‘존경’을 보다 가볍게 생각하고 싶어요. 그리고 저는, 요즘 모두가 존경스럽거든요. 각자의 삶을 자신의 의지대로 설계하고 살아가는 모두가 존경스러워요. 심도를 구독하고 있는 구독자 여러분들도요.
존경스러운 여러분, 존경을 담아 보냅니다.
이번 저의 글은 가볍게 읽어주시고. 무겁게 느껴지는 하루하루도 조금은 가볍게 살아가실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Film
사진은 소품샵에서 찍은 사진인데 모두가 좋아할 만한 소품들을 직접 찾아보시고 판매를 하는 모습이, 꼭 상품과 더불어 즐거움과 추억을 파는 듯해서 좋았고 존경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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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빠의 성격을 담아 자란 나
글과 필름 - 뮤시
안녕하세요! 저를 이전부터 보신 분들이라면, 제 말투가 달라지신 걸 아실 거예요. 이전까지의 말투는 조금 딱딱한 것 같아서 바꾸어 보았습니다. 이번 주 주제인 ‘존경을 담아’를 생각해 보는데, 존경이라… 어떤 사진을 골라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이 글을 작성 중인 오늘은 5월 5일 어린이날인데, 어린이날을 기념해 앨범을 모두 꺼내 둘러보던 중 아빠의 20대와 회사에 입사하셨던 시절부터, 지금의 엄마를 만나고 나서 제가 유치원에 들어갈 때까지의 사진들이 있었습니다. 저의 어린 시절 사진에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는데 아빠가 20대일 때의 모습은 어쩐지, 어떤 순간도 놓치지 않고 찍은 모습이 정말 좋았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각자 다른 행동을 하고 있는 자연스러운 모습부터 카메라를 응시하는 모습까지, 그리고 사진을 찍기 어려운 눈 오는 날까지, 모든 날에 카메라를 들고나가 촬영한 아빠와 아빠의 사진에 대한 애정을 다시금 존경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아빠는 사진 외에도 어릴 때 제가 그림 대회에서 상을 받았었던 결과물부터, 가정통신문에 실렸던 저의 글, 매 학기 성적표와 담임선생님께서 저를 평가한 내용, 시대의 흔적을 보여주는 그 많은 카메라들까지 모두 보관해두고 계셨는데요. 덕분에 지금 이렇게 부모님이 현재 제 나이쯤이셨을 때를 보며 추억에 젖고, 어린 시절 저의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돌아보면, 저는 아빠의 성격과 취향을 담아 필름 사진 찍는 것을 애정하는 것 같아요. 제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자동카메라들 중 하나는 아빠가 모아두셨던 수많은 카메라들 중 하나입니다. 그런 이유로, 저의 첫 롤은 아빠가 찍고 남은 필름 롤을 채우는 것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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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첫 롤을 현상했을 때 나온, 오래전 아빠가 찍은 꽃입니다. 어떤 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초점이 나가고 먼지가 쌓였지만, 뜻밖에 옛날 추억을 얻게 되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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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있던 필름에 제가 직접 찍은 사진입니다. 삼청동 거리에 푸른 여름이 찾아온 모습이 좋아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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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두 사진을 찍은 첫 롤을 보내고, 몇 달 동안 필름 카메라를 잊고 있었어요. 그러다 같은 해 12월에 필름을 직접 사서 끼워보고, 1월에 아빠 생신날 부모님을 같이 찍은 사진입니다. 어린 저와 언니를 찍어주던 아빠의 옛 카메라로 이렇게 다시 부모님을 찍는 것은 처음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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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여행을 갔을 때, 바다 일출을 보는 걸 좋아하는 부지런한 아빠를 비몽사몽한 상태로 따라나와 추운 겨울바람을 이겨내며 찍은 사진이에요. 아그파필름 특유의 붉은 색감이 일출과 잘 어우러지고, 그곳에 아빠의 실루엣이 담겨있어 좋아하는 사진입니다.
아빠의 오랜 취미였던 필름 카메라를 다시 꺼내 지금의 제가 그 취미를 이어나가고 있다는 게 정말 감회가 새로웠어요. 그리고 다시금 제가 ‘아빠와 성격과 취향이 비슷하구나’를 느꼈어요. 예전에 정말 놀랐었던 일을 한 가지 얘기해 보자면, 제가 이전에 살던 아파트에서 찍은 사진을 카카오톡 배경화면으로 해두었었는데, 이미 1년 전 여름에 아빠가 같은 장소, 비슷한 구도와 같은 9:16 비율로 사진을 찍으셨었던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사진을 보고 ‘아빠의 사진 취향과 시선이 나에게 그대로 물려진 거구나.’ 생각했어요. 앞으로 아빠의 사진에 대한 열정에 존경을 담아서 부모님, 주변 풍경과 친구들을 더 열심히 찍어야겠다는 다짐을 하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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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동경
글과 필름 - 최소
영원한 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종종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 영원히 지속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곤 합니다. 필름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도 그 순간을 떼어내 영원히 간직한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떨어지는 꽃잎, 주황빛으로 물드는 나뭇잎들, 흘러가는 구름, 처음과는 달라진 상대의 눈빛, 변해버린 나의 모습 등에서 '영원이란 존재하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언제나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리고는 언제나 다짐했지요. 영원한 것이 있다면,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온 마음을 다해서 사랑해야지. ‘영원’의 또 다른 의미는 ‘불변함’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머릿속으로는 그런 것은 존재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그럼에도, 제가 그것을 언제나 찾아 헤매는 이유는 바로 부모님의 뒷모습에서 그 흔적과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30년을 서로를 바라보고 사랑한다는 것,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왔다는 것은 얼마나 위대한 일일까요. 제가 살아온 날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살아온 두 분의 그 깊은 마음을 완전히 헤아리기란 쉽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로부터 상처받았을 때, 그 어떤 기대도 하고 싶지 않아질 때 부모님이 두 손 잡고 걸어가는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봅니다. 그리고는 언제나 존경심을 느껴요. 그 순간을, 또 마음을 사진으로 ‘영원히’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날들을 그렇게 손 꼭 잡고 걸어오셨을까요. 그리고 또 얼마나 많은 날들을 같은 곳을 바라보며 그렇게 묵묵히 걸어가실까요. 혼란했던 봄을 지나 여름으로 지나가는 지금, 부모님께 존경을 담아 보내봅니다.
Film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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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문주원 박유영 이지윤 홍희서
교정
김나연 신민주 정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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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음주 금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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