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필름사진 중앙동아리 찬빛입니다.
오늘은 아이들의 신난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어린이날입니다. 길가의 푸르른 나무들과 화단에 핀 작은 꽃들을 보면 마치 자라나는 아이들 같아 작게 미소를 지어주곤 해요. 어렸을 땐 마냥 멋진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막상 성인이 되고 사회에 발을 내딛기 시작하니 왜인지 순수하고 해맑았던 그 순간이 그리워집니다.
다시 올 수 없는 어린 시절, 언제 흘러갔는지도 모른 채 자라온 우리들.
하나, 지구, sinB, 담청과 함께 어릴 적 두고 온 무언가를 꺼내볼 수 있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매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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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과 필름 - 하나
여러분 안녕하세요, 하나입니다.
짧았다면 짧았고 길었다면 길었을 4월이 지나가고 어느덧 5월이 찾아왔습니다. 여러분의 5월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나요? 가정의 달인만큼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실 수도 있고, 친구들과 여러 약속을 함께하실 수도,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하실 수도 있겠네요. 아무쪼록 바쁠수록 건강도 챙기시고 틈틈이 행복도 하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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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 집 옥상 위에 올라가 바람을 쐬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삼 많은 게 변했고, 또 많은 게 그대로라는 생각이요. 저는 태어났을 때부터 현재까지 쭉 지금의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정말 많이 자랐고··· 세상도 너무나 달라졌는데 오랜만에 옥상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놀라우리만치 그대로라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곧 재개발을 앞두고 있는 지역이라 높은 아파트도 별로 없고 높아 봤자 10층도 채 안 되는 건물들이 늘어선 이곳은 어릴 적의 저에겐 너무나 커다랗게 느껴졌던 기억이 납니다. 부모님께서 위험하다며 혼자선 옥상에 절대 못 올라가게 하셨던 것도, 언젠가 엄청 큰 보름달이 뜬다고 들떴던 밤에 아빠 손잡고 옥상에 올라가 구경했던 것도··· 분명 너무 당연한 일이었는데 말입니다. 지금은 그 어느 것도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이 오히려 낯설게만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린이날도 그렇습니다. 어릴 적엔 분명 당연한 의미를 가졌던 이 날이 이젠 그렇지 않으니까요. 영원히 어린이일 것만 같았던 그날들은 추억이 돼 버렸고, 어색하지만 어른의 위치에서 아이들을 축하해 주고 있습니다. “어린이날 축하해. 늘 건강하게 자라야 해” 하면서요.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께 어린이날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요? 어른이 되었으니 더 이상 상관없는 날처럼 느껴지실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기억은 오래된 장난감과 같아서, 종종 꺼내 보지 않으면 먼지가 쌓이고 낡아버려 더 이상 볼 수 없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에게 오늘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특별한 날이었으면 좋겠어요. 우리 모두 지나온 어린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그런 날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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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늘 서로 사랑하며 도와갑시다.
글과 필름 - 지구
안녕하세요, 기쁜 어린이날! 다시 돌아온 지구입니다.
이번 글은 어떻게 꾸려볼까 생각하다 메일이 발행되는 날짜인 어린이날을 조금 찾아보았습니다. 어린이가 따뜻한 사랑 속에서 바르고 씩씩하게 자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날로써, 첫 번째 어린이날의 구호는 “씩씩하고 참된 소년이 됩시다. 그리고 늘 서로 사랑하며 도와갑시다”였다고 합니다. 구호가 참 귀엽고 당차지 않나요?
오늘의 주제는 ‘어릴 적에 두고 온 것들‘입니다. 그래서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려볼까, 그저 순수하게 재미났던 그때를 꺼내 볼까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억들은 두고 온 것이 아닌 그저 제 마음속에 여전히 남아있는 것들이더군요. ‘두고 왔다는 것’이 저에게는 ‘다시 돌아갈 수 없이 잃어버린 것’이라는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두고 와버린, 이제는 좀처럼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을 얘기해 보려 합니다.
현재의 제 모습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바탕으로 단단히 모양 잡혀 있습니다. 어렸을 적 들었던 작은 칭찬들을 양분으로 삼아 성취를 이루기도 하고, 제때 회복되지 못해 흔적이 남아버린 상처들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잃은 것이 아닌 ‘여전히 함께 하고 있다’는 표현에 어울리는 감정들이 많아 고민했습니다. 어린 내가 가졌지만, 지금의 나는 사용하지 않는 마음. 그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매 순간 순수할 마음’ 뿐인 것 같습니다.
시간은 그저 흐를 뿐인데, 그 시간 속에서 힘들어하고 회복하는 과정을 거치며 순수함을 쫓기 어려워진 것 같습니다. 어릴 적의 저는 매 순간 순수했고, 행동 뒤에 숨겨진 의도를 생각하지 않았으며 계산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모든 사회와 사람들을 이토록 투명하게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은 정말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이었겠지요. 선의를 선의로 받아들일 수 있고, 진심을 온 마음 다해 믿었기에 본심을 보여주지 않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는 일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매번 ‘왜?’라는 질문의 답을 알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답을 알아내도 그것을 믿기 까지는 일정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요.
이러한 적응의 과정을 거치며 성장했지만, 많은 것을 알아버려 경계부터 하기에 타인에게 쉬이 마음을 주는 것이 너무나 힘들어졌습니다. 순수한 것이 조금은 바보 같다고 여겨지는 요즘, 어린 시절의 계산 없이 순수했던 마음이 종종 그립습니다.
..바보같이 순수한 행복을 느끼며 살면 안 될까요?
조금은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전한 것 같아, 마음이 쓰입니다.
그저 어떤 사람의 일기를 잠시 구경했다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마음속에는 한 명의 어린이가 살고 있다고 합니다. 그 어린이는 나와 많이 닮아서, 여전한 부분에 화가 나고 슬프고 힘들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그저 들여다보고 도닥여주며 쉬어 가시면 좋겠습니다. 편안한 연휴 보내시기를 바라며, 저는 또 다음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P.S 모든 작은 어린이들의 행복을 빌어요! 어린이날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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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하면 예쁜 노란색이 떠올라서, 골라보았습니다. 2년쯤 전 제주도에 잠시 살았을 때, 담아온 유채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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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궁 출사 출발을 기다릴 때 담아온 개나리입니다. 강렬한 노란색이 잘 담긴 것 같아 좋아하는 사진입니다. 사진을 고를 때면, 조금 더 다양한 사진을 찍어 두지 않은 것이 아쉬운 것 같습니다. 마음을 다지며 사진기를 들어, 다음 메일링에서는 더 좋은 사진들로 찾아오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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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과 필름 - sinB
잘 지내셨나요? 어느새 벌써 5월이 되었네요. 이제는 정말 여름이 오려는지, 날씨가 따뜻하다 못해 더워지기 시작했어요. 이번 주제는 ‘어릴 적에 두고 온 것들’이더군요. 여러분의 어린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저는 5살 즈음, 제가 정말 좋아하던 샛노란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부모님과 꽃놀이를 갔던 순간이 떠오르네요. 사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너무도 희미해서 지금 제 머릿속에 그저 잔상처럼 남아있어요. 아무래도 어렸을 때의 기억을 또렷이 가지고 있는 사람은 드물죠. 심지어 저는 엊그제 제가 무엇을 했는지도 헷갈리는걸요.
며칠 전에는 저의 생일이 있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렸을 때는 생일 일주일 전부터 즐겁고 설렜던 것 같은데 이제는 내 생일이라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그저 흘러가는 하루 중 하나일 뿐이구나…’
이 생각을 하고선 조금 슬퍼졌습니다. 분명 정말 작은 것 하나에도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쁘고 행복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말이에요. 어렸을 적에는 조그마한 사탕 하나에도 눈을 반짝였고, 친구들과 동네 구석구석을 탐험하며 끊임없이 웃었던 것만 같은데 이제는 그 모든 것에 무뎌졌어요. 무뎌진다는 건, 또 익숙해진다는 건 너무 슬픈 일이죠.
그렇지만 영원히 그 시절에 살 수 없단 걸 잘 알아요. 우리는 앞을 보고 나아가야만 하죠. 다시 생각해 보면 어른이 된다는 건 씁쓸하기도 하지만… 나름의 즐거움도 있지 않나요? 몸이 자란 만큼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고 경험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가족과 친구들, 내가 좋아하는 책 한 권, 더운 날 마시는 시원한 음료 한 잔, 경비 아저씨의 따뜻한 인사말, 길가에 핀 들꽃, 사뿐히 곁을 지나가는 고양이 등… 여전히 우릴 행복하게 하는 것들은 삶 곳곳에 숨어있어요. 그래서 저는 이제부터 ‘두고 온 것’보다 ‘가져갈 것’들을 생각하려 해요. 저는 앞으로 제 삶을 살아가며 풀어야 할 문제도, 즐겨야 할 순간도, 사랑하는 존재도 너무 많거든요. 이 모든 것을 하나하나 느끼고 경험하며 저의 것으로 만들어 언젠가 올 마지막 순간까지 가져갈 계획이에요.
여러분도 ‘두고 온 것’은 과거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겨두고, 현재의 작은 기쁨을 찾아보세요. 행복은 생각보다 더 가까이 있을 수도 있답니다!
p.s. 이번에도 글을 쓰며 들었던 노래를 공유해 드려요!
💿 Young Adult - 오월오일
즐거운 어린이날 보내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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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인생은 두고 걸어가는 것
글과 필름 - 담청
안녕하세요, 심도의 구독자 여러분. 담청입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이번 주 메일의 주제는 ‘어릴 적에 두고 온 것들’인데요. 빵 조각을 하나씩 두고 먼 길을 걸어갔던 헨젤과 그레텔처럼, 저 역시 어릴 적 두고 온 기억의 파편들을 하나씩 찾으며 생각에 잠겨보았습니다. 메일의 발행일인 어린이날에 걸맞은 아기자기한 내용들을 떠올리기 위해서요. 그러나 놀랍게도 찾을 수 있는 것들은 거의 없더군요. 불필요한 흔적과 흉터를 남기지 않으려 애쓰던 성격 때문일까요?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두고 온 것들은 많지 않고, 그저 상장과 임명장 더미가 머릿속에 어지럽게 흩날릴 뿐이었습니다.
‘나의 어린 시절은 왜 이렇게까지 어린아이답지 않은가?’ 처음에는 이런 생각들과 함께 허무함이 마음속에 가득 들어찼습니다. 남들이 다 가지고 있는 그 시절의 귀여운 일화 같은 것들도 제게는 별로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물론 지금보다는 훨씬 더 맑은 영혼을 가지고 있었을 테지만, 그 맑음의 정의가 ‘때 묻지 않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곧이곧대로 표현하고 행동하는 ‘투명함’으로 해석하는 편이 더 맞겠군요.
어른이 된 이후로는 참 재고 따져야 할 것들이 많아졌습니다. 좋아도 마냥 웃을 수는 없고, 싫어도 안 할 수는 없습니다. 행복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웃는 얼굴뿐만이 아니라 그런 웃음을 짓게 만드는 다양한 물건과 방식들이 함께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제가 어릴 적에 두고 온 것은 망설임 없이 달려드는 용기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변화가 아쉬우면서도 마냥 부정적인 것만으로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무언가를 두고 온 만큼, 그 빈자리에 또 다른 것을 채워 넣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십 대 초중반을 지나는 이 순간에도 저는 제가 걸어가는 길목마다 무언가를 놓아두며 내일로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당장은 알 수 없지만 분명 두고 나아가는 과정에서 새롭게 얻어 가는 것들도 있겠지요. 10년이 흐른 뒤의 제가 2023년을 회상한다면 지금 이 길목에 놓인 것들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도 같네요.
결국 그 모든 조각들이 현재의 저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하니, 어린아이답지 않던 어린 저의 모습도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그 아이는 남들보다 조금 더 이르게 동심을 두고 걸어온 것뿐이니까요. 꼭 남들과 같은 속도로 걷고, 같은 것을 쥐고 걸어야 할 필요는 없지요. 함께 보내드리는 사진은 예전에 우연히 발견했던 땅에 떨어진 바람개비입니다. 누군가가 가지고 돌아가는 것을 잊어 덩그러니 남겨진 바람개비가, 어쩐지 마음에 큰 울림을 주어 필름 사진으로 남겨두었던 기억이 있네요. 구독자 여러분의 어린 시절은 어떠셨나요? 이미 어른이 되어버렸지만, 과거의 그 아이들에게 어린이날을 축하한다고 전해주고 싶네요. 오늘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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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문주원 박유영 이지윤 홍희서
교정
김나연 신민주 정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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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음주 금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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