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필름사진 중앙동아리 찬빛입니다.
숨 가쁜 일주일이 지나고 다시 금요일이 찾아왔어요.
주말을 앞둔 금요일 저녁은 정말 행복합니다.
서서히 긴장이 풀리면서 안도감이 들기 때문일까요?
편한 곳에 기대어 온몸으로 차분함을 느끼고
때로는 함께 하고픈 누군가와 구름처럼 천천히...
담청, 우디, 익명의 부원, 하나의 이야기와 함께
금요일 저녁, 느긋하게 쉬어봅시다.
매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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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과 필름 - 담청
안녕하세요, 담청입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3월 말에 인사드리고 나서 이렇게 또다시 시간이 흘러 4월 말이 되었네요. 대학생이신 구독자분들께서는 중간고사를 막 마치고 이제 한숨 돌리고 계실 것 같아요. 우선, 정말 수고 많으셨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중간고사를 치른 학생 여러분들도, 이번 달도 바쁘게 일하신 직장인 여러분들도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저 역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하루를 보냈는데요, 시험공부도 하고 자격증 준비도 하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기가 유독 어려운 한 달이었습니다. 그래도 최근에는 바쁜 것들이 얼추 마무리되어 오랜만에 되찾은 마음 편한 휴식을 즐기는 중입니다. 때마침, 이번 주 심도의 메일링 주제는 바로 휴식인데요. 휴식을 즐기는 저만의 방식을 직접 찍은 필름 사진과 함께 이야기해 드릴게요.
휴식이라는 주제를 전달받고 나서, 나에게 있어서 휴식은 과연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휴식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눈에 보이는 사진으로 표현하고 정의 내리는 것은 생각보다 더 어려웠어요. 왜냐하면 제가 휴식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은, 주말 오전 11시 즈음의 늦은 기상과 침대에 누워 만끽하는 기울어진 햇살이었거든요. 그것들은 제가 좋아하는 휴식이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장면들은 항상 저의 눈으로만 담고 필름 카메라로는 찍은 적이 없어서 마땅히 공유해 드릴만 한 사진이 없었답니다.
그래서 생각을 바꾸어 ‘누워있는 휴식’이 아닌 ‘외출하는 휴식’을 떠올려 보았어요. 외출과 휴식이라니. 둘은 얼핏 보면 공존하기에는 어려운 단어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침대에 누워만 있다 보면 오히려 몸이 찌뿌둥해지는 편이라, 좋아하는 장소로 잠깐 외출하는 것으로 온전한 휴식을 완성하곤 합니다. 주로 조용한 카페를 찾아가 시집을 읽고 글을 쓰는데요. 제가 읽고 쓰며 휴식을 취하던 어느 날들의 사진입니다. 노트와 연필, 허물같이 벗어둔 겨울옷이 한 프레임에 담긴 이 장면이 저를 잘 소개해 주는 것 같아서 참 좋아하는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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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과 함께 찍힌 이 사진은, 제가 언제나 즐겨 마시는 아이스 바닐라 라떼와 함께네요. 바와 카페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는 곳이라 앞에 술병들이 늘어서 있는데, 분홍색 시집과 바닐라 라떼가 그들과 대조적으로 보여 어쩐지 재미있는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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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카페와 시집, 그리고 아이스 바닐라 라떼가 있다면 저의 휴식은 완성됩니다. 집에만 있어도 좋지만, 바깥공기를 마시며 ‘오늘 하늘은 얼마나 푸른가’보는 것도 저에게는 작은 행복이 됩니다. 특히 시집은 집이 아닌 새로운 공간에서 읽어야 더 와닿기도 하고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요. 심도의 구독자 여러분들은 각자 어떤 휴식 시간을 보내시나요? 이번 주 글을 적다 보니 휴식은 결국 좋아하는 것을 하며 보내는 시간을 뜻하는 단어인 것 같아요. 모두가 좋아하는 것이 다를 테니, 여러분들의 휴식도 각양각색이겠지요? 메일 아래에 있는 의견 공유 버튼을 눌러 구독자분들의 휴식을 공유해 주셔도 좋을 듯합니다. 남은 4월도 알차게 휴식하실 수 있기를 바라요! 그럼,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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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휴식을 게을리 하지 않도록!
글과 필름 - 우디
요즘 나는 ‘주체적인 삶’에 몰두하고 있다. 거창하게 들리지만 그저 건강한 음식을 먹고 방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나를 챙길 수 있는 것들을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3월에 개강을 하면서 어느 순간 다시 내가 내 삶에 끌려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휴식, 쉼을 떠올렸을 때 내가 어떻게 휴식하고 있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남는 시간에는 보통 핸드폰을 하거나 노트북으로 유튜브, 넷플릭스를 본다. 밥 먹는 시간에도 대부분은 무언가를 보고 있다. 이것을 과연 휴식이라 할 수 있을까? 항상 정보를 받아들이고 있으니, 뇌가 쉴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다. 조금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바보가 되어가는 거 같았다. 진심으로.
휴식은 크게 타인과 함께 하는 시간, 혼자 있는 시간 두 가지로 나눌 수 있겠다. 날이 따뜻해지고, 걷기 좋은 날씨가 되면서 타인과의 휴식은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함께 맛있는 밥을 먹고, 좋아하는 카페에 가고, 이 계절을 두고 집에 가기엔 아쉬워 조금 더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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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는 집 근처에 제대로 휴식하기 좋은 카페가 생겼다. 카페가 아니라 마치 누군가의 집에 놀러 간 것 같은 공간에서 언니와 함께, 또 따로 시간을 보냈다.
혼자 있는 시간은 다시 안과 밖으로 나눌 수 있다. 가장 문제는 안에서 보내는, 즉 집에서의 휴식 시간이다. 얼마 전에 김익한 교수님의 유튜브로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대한 영상을 보고 ‘맞다. 나 바보 되면 안 되는데..’ 싶었다. 영상에서는 집에서도 휴대폰 대신 책을 가지고 다니라고 했지만, 하루 종일 글만 보는 게 마냥 좋은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핑계처럼 들릴 수 있지만 책은 지하철에서 많이 읽으려고 노력한다..) 집에서 생각 없이 쉴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찾아나가는 중이다. 필사하기, 일기 쓰기, 드립 커피나 차 내려 마시기, 베이킹이나 요리하기, 마사지하기 등을 차차 하나씩 해보며 나에게 잘 맞는 휴식 방법을 찾고 싶다. 밖에서 하는 휴식은 방금 전까지도 실천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은 사실 원고 마감일인데, 3시에 수업이 끝나고 홀로 서울숲에 왔다. 혼자 즐기는 시간을 정말 좋아하지만, 매번 망설여지는 건 똑같다. 특히 오늘은 혼자 필름 카메라만 들고 사진을 찍으며 걸을 계획이었는데, 카메라만 덜렁 들고 필름 넣는 것을 깜박한 것이다. 그래서 그냥 집에 갈까.. 수업 내내 고민했지만 근처 현상소에서 좋아하는 필름을 사기로 했다. 도착한 뒤로는 또 매번 그렇듯이, 오길 잘했다고,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봄과 여름 사이의 서울숲은 역시 아름다웠다. 가방이 무거워서 조금만 걸으려 했던 것은 잊어버리고 자꾸자꾸 더 걷게 됐다. 그렇게 걷고 또 걷다가 어느덧 한강 부근까지 가버려서 겨우 다시 돌아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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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으면서 휴식을 그렇게까지 열심히 해야 되는지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분명 변화하고, 이런 변화가 내 삶을 지탱하는 데 보탬이 된다고 믿기에 앞으로도 휴식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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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과 필름 - 익명의 부원
안녕하세요, 심도 구독자 여러분. 지난겨울에는 구독자로서 심도와 함께 했는데, 이번 봄부터는 직접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다양한 이야기와 사진을 전해드리고 싶어요.
제가 이번에 이야기할 주제는 ‘휴식’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방식으로 휴식 시간을 보내나요? 저는 평소에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에 누워서 보내기 때문에, 누워서 쉬는 것은 휴식보다 일상에 가깝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아무리 집에서 누워있는 걸 좋아해도 며칠 동안 몸을 움직이지 않고, 햇빛을 보지 않으면 쉽게 우울해지더군요. 그럴 때 저는 동네 하천 산책로를 걷습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걷거나 친구와 대화를 하며 산책을 하면 우울한 기분이 많이 덜어져 후련한 기분으로 집에 돌아가곤 합니다. 그래서 저에게 산책은 마음에 휴식을 가져다주는 방법들 중 하나입니다.
저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계속 같은 동네에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에서 언급한 동네 하천 산책로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자주 가곤 했습니다. 하천 다리 바로 앞에 제가 다니던 어린이집이 있어 그 앞을 자주 지나가기도 했고, 초등학생 때 엄마와 함께 줄넘기 연습을 했던 기억과 동생의 자전거 연습을 도왔던 기억도 있습니다. 중, 고등학교 시절엔 학교가 끝나고 친구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 산책로 벤치에 앉아 몇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재수를 하던 시절엔 햇볕을 쬐면서 운동을 하겠다며 대낮에 음악을 들으며 걸었던 기억이, 성인이 되고 나서는 늦은 저녁에 맥주 한 캔을 마시며 친구들과 여러 이야기를 나눈 기억도 있습니다. 한 장소에 오랜 시간 동안 쌓은 다양한 추억이 있다는 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어느 계절, 어느 시간에 가도 떠오르는 기억이 있고, 또 새로운 추억을 쌓아가는 것이 굉장히 즐겁고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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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올해 3월)에 친구와 함께 산책을 갔던 날 찍었던 하천입니다. 저는 보통 산책을 나가면 조금 걷다가, 이 사진 속의 장면이 그대로 보이는 벤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시원한 음료(혹은 맥주)를 마시곤 합니다. 저 하천을 바라보며 참 다양한 이야기를 친구들과 나눴었는데요. 지금 생각해보면 별 것도 아닌 것들로 신나게 웃기도 했고, 사소한 걱정으로 불안해하기도 했었습니다. 사진을 보면 여러 가지 소중한 추억이 떠올라 저에겐 마음이 따뜻해지고 편안해지는 사진입니다.
여러분의 마음을 따뜻하고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장소는 어디인가요? 각자의 휴식의 장소를 떠올려보길 소망하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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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과 필름 - 하나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신입 부원 하나입니다.
길거리의 만개한 벚꽃들을 볼 때마다 봄날이 무르익어가는 것을 느낍니다. 여러분의 봄은 안녕하신가요? 저에게 있어 이번 봄은 진정한 난춘(亂春)인 듯합니다. 3월 내내 너무 바빴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었으며 수많은 변화들에 적응해 내느라 꽤나 어지러운 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한편으로는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행복하기도 했답니다. 그 가운데에는 제가 저의 일상 곳곳에 심어놓은 쉼표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디선가 그런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인생은 단거리 경주가 아닌, 아주 긴 마라톤이라서 달리는 길 곳곳에 작은 행복들을 심어놔야 한다고요. 그래야 지쳐 쓰러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입니다. 저 역시 생각해 보면 자잘하게 좋아하는 것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글을 읽고 쓰는 걸 좋아하고 락 밴드 음악을 듣는 걸 좋아하며, 그 밖에도 잠자는 것, 가족들과 이야기하는 것, 노래하는 것, 예능 보는 것 등등을 좋아합니다. 앞선 이야기처럼 아무리 바빠도 지치지 않도록 틈틈이 좋아하는 일들을 하고 조금은 쉬어갈 줄도 알아야 나중엔 그 기억으로써 버티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찬빛에 들어오고 나서는 사진을 찍는 일에도 깊은 애정이 생겨버렸습니다. 이전에는 그저 피사체를 찍는 것에 불과했다면, 이제는 시선과 기억과 향수와 계절과 순간을 담는 일이라고 느끼게 되었달까요? 활동을 시작한 지 겨우 몇 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매주 나갔던 출사는 제 바쁜 일주일 중 큰 쉼표가 되어주었습니다. 아래의 사진은 제 인생 첫 번째 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입니다. 필름의 마지막 장이기도 해요. 여유로운 느낌의 버드나무, 햇빛과 물살이들이 만들어 낸 윤슬이 너무 예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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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문주원 박유영 이지윤 홍희서
교정
김나연 신민주 정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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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도의 20번째 이야기,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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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음주 금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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